Mykonos 아름다운 코발트빛 유혹
2004-07-22  |   5,479 읽음
영화 ‘지중해’를 본 사람들 대부분은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에게해를 동경하게 된다. 하얀색으로 채색된 소박한 집과 풍차, 코발트빛 바다와 강렬한 태양이 주는 여운은 아무리 감정이 메마른 사람이라도 ‘그곳에 가고 싶다’는 충돌을 불러일으킬 정도. 순백의 아름다움과 격정적이고 화려한 밤 문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코노스 섬은 이런 에게해의 로맨틱한 이미지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

가장 아름답고 유혹적인 그리스 섬
미코노스 섬의 매력은 애매하고 모호하다. 세련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주는 풍경은 경이롭고 한편으론 유쾌한 즐거움이 넘친다. 이 섬에서는 키클라데스 대부분의 섬에서 조우하게 되는 거친 산악 풍경과 걸출한 해변은 물론 화려함과 소박한 재미까지 모두 만끽할 수 있다. 낚싯배와 호화 요트가 사이좋게 늘어서 있는 컬러풀한 항구의 모습은 키클라데스의 다른 섬들과는 다른 매혹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그리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국제적인 미코노스 섬이 예술가와 지식인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의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것은 당연한 일. 여름철 세계의 유명인사들은 이 섬으로 몰려와 휴식과 쇼핑을 즐기고, 각 국의 유람선도 덩달아 몰려든다. ‘스펙터클하다’는 말이 아쉬울 만큼 아름다운 일출과 일몰, 그 어떤 시적 표현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청명한 하늘에서 내려 쬐는 강렬한 빛의 발광. 미코노스 섬의 소소한 아름다움은 모든 감각을 즐겁게 한다. 그리스의 술과 음식, 경쾌한 음악과 흥겨운 나이트 라이프가 섬 생활의 즐거움을 더하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다.
배가 섬 근처에 도착하면 먼저 항구에 정박한 작은 고깃배와 화이트, 블루의 절묘한 조화로 이루어진 섬 전경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 위에 조각배가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은 섬 자체의 낭만적인 기운과 함께 한 폭의 수채화를 떠올린다. 항구에 내린 이를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펠리컨. 오랜 시간을 섬사람들과 함께 해온 듯 도망갈 생각이 전혀 없는 펠리컨의 모습에서 미코노스의 평화로움이 느껴진다.

항구는 섬사람들의 삶의 원천을 그대로 보여준다. 고깃배에서 한가로이 어망을 손질하는 어부들의 모습이 소박하고 정감 있게 다가온다. 그들에게 이 섬은 수천 년을 이어온 생활의 터전일 뿐. 항구 앞 카페에 앉아 무심한 얼굴로 고깃배를 바라보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이 그들과 다른 이질감을 주는 것도 이런 이유일 것이다.

지중해의 매혹 모두 담은 호라 골목
미코노스 섬의 중심지는 호라(Hora)라고 불리는 복잡한 골목이다. 항구 인근에 펼쳐져 있는 호라는 키클라데스 섬들 중 가장 화려하고 매력적인 거리다. 호라를 향해 한 발짝 발을 들이면 항구의 소박함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미로처럼 복잡한 골목 곳곳에 세련된 보석가게와 카페, 디스코텍, 선물가게, 레스토랑 등이 즐비하다. 밝은 파랑 칠의 발코니와 제라늄, 붉은 넝쿨 꽃들이 흰 벽을 뒤덮고 있는 모습은 바로 우리가 생각해온 지중해의 매혹, 그것에 다름 아니다.
온통 흰색으로 채색된 거리에서 치즈 파이를 오물거리며 보석가게를 기웃거리다보면 마치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뉴욕의 티파니 보석상을 활보하던 오드리 햅번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쇼윈도에 장식된 반지, 귀걸이, 팔찌, 목걸이 등 화려한 금빛 보석들이 사람들의 눈을 현혹시킨다. 이처럼 세련된 상점과 타베르나(그리스 전통 레스토랑), 작고 인상적인 교회 등이 어우러져 필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이국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만약 운이 좋다면 좁은 골목 사이로 바구니 가득 과일을 싣고 방울 소리를 딸랑이며 지나가는 당나귀도 만나볼 수 있다.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여름철의 호라는 낮과 밤의 시간적 경계가 바뀌고 만다. 낮에는 일광욕을 하며 해변에서 쉬거나 책을 읽던 사람들이 밤이 되면 모두 골목으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저녁 무렵 골목을 걷다보면 인근 클럽에서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수백 개에 이르는 교회에서 흘러나오는 종소리가 섬 전역을 울린다.

지중해의 강렬한 기운이 바다 저편으로 넘어갈 즈음이면 마을 동쪽 끝의 풍차가 있는 언덕으로 가보자. 푸른 바다를 붉게 물들이며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의 장중한 모습. 마치 생명을 다한 듯 붉은 전신을 사방에 퍼뜨리며 아득하게 사라지는 태양의 마지막 모습은 온 신경을 마비시킬 만큼 매혹적이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타베르나에서 한 잔의 와인과 함께 바라보는 지중해의 일몰도 잊기 힘든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연인과 함께라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을 만큼 훌륭한 추억이 될 것이다.

누디스트의 천국, 파라다이스 해변
미코노스 섬의 콘트라스는 일요일 아침 6시에서 8시 사이에 가장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중해의 강렬한 태양이 아직은 부드러움을 간직한 이 시간,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과 클럽, 디스코텍에서 밤을 즐기던 사람들이 거리를 공유한다. 미코노스의 여름을 함께 하는 이질적인 두 집단의 조우만큼 극적인 대비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 시간이 지나면 거리는 열정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밤이 오기 전까지 다시 한번 적막 속에 빠져든다.
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풍차는 하얗고 파란 색의 대비와 함께 섬 풍경을 더욱 아름답게 빛내준다. 미코노스는 매년 200~300일 정도 강한 바람이 부는데, 이 바람은 강렬한 지중해의 태양을 완화시켜주는 자연의 축복이다. 섬 주민들은 바람으로부터 집을 보호하기 위해 벽을 높이 쌓고 정원에 커다란 나무를 심어놓았다. 밀과 보리를 갈기 위해 세워진 풍차들은 원래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고 섬 풍경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주는 랜드마크의 역할을 할 뿐이다.
미코노스 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해변이다. 여러 해변 중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파라다이스 해변과 수퍼파라다이스 해변. 파라다이스 해변은 누디스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언제나 혼란스럽다. 물감을 풀어놓은 듯한 코발트빛이 일품인 이 곳에서는 한가로운 일광욕에 빠진 사람들부터 스쿠버다이빙, 제트스키 등 수상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종종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민망해지기 일쑤지만 정작 그들은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파라다이스 해변에서 산을 하나 넘어가면 게이들이 많이 찾는 수퍼파라다이스 해변이 나온다. 이 곳은 미코노스 섬에서 가장 조용하고 아름다운 해변이다. 선명한 푸른 바다와 순백의 해변은 지중해의 명성이 허명(虛名)이 아니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한다.

단조로운 해변 생활이 지겨운 사람들은 배를 타고 델로스 섬으로 가보자. 미코노스 섬이 통속적인 쾌락과 세속의 즐거움으로 가득하다면 30분 거리에 있는 델로스 섬은 정반대로 그리스에서 가장 신성한 섬이다. 우리에게 델로스 동맹으로 잘 알려진 이 섬은 한때 고대 그리스의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을 뿐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의미가 깊다. 신화에 따르면 빛과 시, 음악과 치료, 궁술의 신인 아폴론의 출생지가 바로 델로스라고 한다.
기원전 5세기 무렵 최고의 전성기를 누린 이 섬은 점차 쇠락해 흑해 지역 왕인 미트리다테스의 약탈로 2만 명이나 죽는 비극의 장소가 되기도 했다. 지금은 거대한 야외박물관이 되어 섬 곳곳에 남겨진 거대한 돌덩이와 주춧돌로 그 옛날의 부귀영화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스 특유의 밝고 경쾌한 만도린 소리를 들으며 돌아보는 미코노스 섬으로의 여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섬에서 느끼는 한가로운 휴식과 평화는 시간에 쫓기고 생활에 찌든 현대인에게 삶의 활력을 더해준다. 평화로운 휴식을 원하는 사람들은 미코노스 섬에서 삶의 긴장을 풀어주는 작은 모퉁이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글, 사진 | 김선겸(여행 칼럼니스트)

미코노스 여행정보

● 항공 : 한국에서 그리스 아테네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국내에서 가려면 동남아나 유럽을 경유해 가야 하는데, 유럽을 거치는 것이 한결 편하다. 네덜란드항공(KLM)이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아테네까지 주 6회 운항한다(☎ 02-2011-5500). 아테네에서 미코노스 섬까지는 매일 배가 출발하고 국내선 비행기도 취항한다.
● 환전 및 환율 : 그리스는 EU 가입국가. 국내에서 유로로 직접 바꿔 가는 것이 좋다. 2004년 6월 현재 환율은 1유로=1천423원. 신용카드는 섬 내에 있는 대부분 상점에서 쓸 수 있다.
● 교통 : 미코노스 섬 구석구석을 버스가 연결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오토바이나 SUV를 렌트해 섬을 돌아본다. 렌트 비용이 생각보다 싸서 성수기 때 하루 30유로 정도로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다. 렌트를 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수.
● 날씨 및 방문시기 : 그리스는 전형적인 지중해성 기후로 여름철에는 고온건조하고 겨울철에는 반대로 비가 많이 내린다. 미코노스 섬을 방문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는 6~9월로 이 시기에는 유럽 각 국에서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햇빛이 굉장히 강렬하니 선글라스와 자외선 차단 크림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 호텔 : 워낙 많은 관광객이 몰리는 섬이라 호텔도 많다. 배가 도착하는 항구에 호텔 주민들이 나와서 무료로 픽업해가니 적당히 흥정해서 찾아가도록. 성수기인 6월 15일~8월 15일은 호텔 요금이 많이 올라가니 참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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