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llery The best place for this summer
2005-07-15  |   4,566 읽음
천지가 불상과 탑이나 '천불천탑'이네 그려

전남 화순 운주사 운주사에는 그 흔한 일주문 하나 없다. 험상궂은 얼굴로 악귀를 쫓는 사천왕도 안 보인다. 대신 곳곳에 널린 듯 서 있는 석불과 석탑들. 어떤 것은 부서져 처연하지만 있는 모습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두들 이곳에 들른 갑남을녀의 고만고만한 소원들을 안고 있으리라. 해가 저물어 운주사 하늘에 붉은 기운이 돌면 평안과 지혜도 깊어진다.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가 등줄기의 땀을 식힌다

전남 담양 대나무숲 나무도 풀도 아닌 것이 곧기와 푸르기로는 으뜸이요, 고소한 죽순에서 선선한 기운을 전하는 죽물까지 그 쓰임새가 많으니 고마울 일이다. 허나 살아생전 대나무의 미덕은 바람소리, 몸과 마음을 맑게 하는 기운을 가졌다. 세상이 하 수상하여 모르고 뱉는 말, 남에게 상처 주는 말 많으니 대숲에 이는 바람소리에 귀를 씻을 일이다.

보면 볼수록 아름답고 넉넉한 개펄

경기도 화성 제부도 ‘제부도’라는 이름에는 개흙의 냄새가 물씬하다. 거무스름하고 미끈미끈하여 유쾌하지 않을지 몰라도 섬 전체를 둘러싼 개펄은 자연의 신비요 넉넉한 보고다. 차가운 개흙이 발가락 사이로 스미는 것을 즐기며 개펄과 놀다 보면 알게 된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생물이 개펄에서 살고 있음과 개중에는 우리 입맛에 딱 맞는 것도 제법 있음을 말이다.

얘야, 봉평에 꽃 피었구나. 나들이 가자꾸나

강원 봉평 메밀꽃 메밀꽃은 7월 중순이 되면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하니 지금이야말로 ‘메밀꽃 필 무렵’이다. 굳이 소설가 이효석의 이름을 빌지 않아도 봉평은 메밀꽃의 고장이다. 게다가 강원도의 한적한 마을인지라 5일장에서는 메밀 인심이 후하다. 입심 좋은 아낙의 농은 덤이다. 슬쩍 발길을 돌려 메밀밭을 향하면 바람을 타고 꽃이 전하는 말이 들릴 것이다.

허허, 돌 구르는 소리 좀 들어보게

경남 거제 학동 몽돌해수욕장 한없이 아름답지만 전쟁의 상흔을 안고 있는 섬 거제. 이 섬을 감싸고 도는 14번 도로. 그 어느 구석, 아늑하게 패인 곳에 동그란 몽돌들이 모여 바다와 경계를 이룬다. 여기에 하얀 포말이 한차례 휩쓸고 가면 돌들은 ‘다라락, 다라락’ 서로를 토닥거리며 부둥킨다. 예쁜 몽돌 골라 가방에 넣을 생각일랑 말고 마음에 몽돌 담아 보다 너그러워졌으면 싶다.

복날 무더위에 뼛속을 스미는 얼음 바람

경남 밀양 얼음골 삼복더위엔 간담이 서늘해지고 북풍한설엔 훈훈한 바람이 나오니 이보다 더 고마울 수 있을까. 그리하여 명의 허 준은 스승 유의태의 시신을 이곳 얼음골에서 들여다보았던 것이다. 때로 휴가도 일인지라 피곤하다면, 하루쯤 혼자 빈손으로 이곳에 들러 여름 땡볕과 휴가 스트레스로 달궈진 몸과 마음을 식혀봄은 어떤가.

말 없이 조용히 있어 더욱 아름다운 섬

전남 신안 임자도 우리나라에는 3천 개가 넘는 크고 작은 섬들이 있다. 국립공원의 이름을 가진 섬도 있고 영토분쟁으로 화제가 되는 섬도 있다. 임자도는 꽤 오래 전 간첩단 사건으로 잠시 입방아에 올랐을 뿐 지금은 잊혀졌다. 그저 섬 주민들의 생활 터전일 뿐인 섬, 되려 그래서 더 찾을 만하다. 섬이지만 차로 드나들 수 있는 것도 미덕이라 해야 할까.

산꼭대기에서 한 치 망설임 없이 내리꽂는 폭포

강원도 정선 백석폭포 강원도 정선의 졸두루 마을을 지나 한적한 59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멀리 산꼭대기에서 떨어지는 외로운 물줄기를 볼 수 있다. 봉우리는 갈미봉이고 물줄기는 백석폭포이다. 아니다. 실은 봉우리가 아니라 절벽 위 능선이다. 뭐 어떤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씻어 줄 수 있는 폭포라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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