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바다 짜릿한 낚시 무녀도 갯바위에서 낚시에 탐닉하다
2005-07-15  |   19,583 읽음
prologue

하나. 날씨가 더워지면서 물이 그리워졌다. 시원하기로 따지면 그늘진 숲의 계곡을 따라갈 곳이 없겠으나, 아직은 햇볕이 따갑지 않아 보는 것으로도 만족할 것 같았다. 대신 관광객 넘쳐나는 바닷가는 곳곳의 쓰레기와 어지러운 소음 때문에 사양하고 싶었다. 그래서 섬을 찾기로 했다.

둘. 그동안 낚시라고는 생수통에 낚싯줄 감아 해본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낚싯대 드리우고 물고기와 밀고 당기는 신경전도 벌여야 낚시를 해봤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그것도 망망대해에 배를 세우고 하는 낚시나 파도가 날름대는 외로운 갯바위에서 해야 제대로 된 낚시일 것 같았다.

셋. 한때 회를 질리도록 먹는 것이 꿈이었다. 어렸을 적 자장면처럼. 하지만 양이 풍부해지면 질을 가리는 법. 이제는 어종을 가리고 양식/자연산을 따지게 되었다. ‘완전자연산’ 물고기의 쫄깃한 느낌은 거부할 수 없었다. 게다가 요즘은 감성돔이 많이 잡힌다고 하니 ….

6월14일 5:00 - 배에 몸을 싣다

전날 서울에서 내려가면서 군산낚시프라자 정재열 사장과 통화를 했다.
“언제 찾아뵈면 되겠습니까?”
“3시에 오세요.”
“네? 지금 4시가 넘었는데.”
“내일 새벽 3시요.”

그래서 저녁을 서둘러 먹었다. 이른 잠자리가 어색할까 싶어 소주도 한 잔 곁들였다. 일찍 잠을 청했지만 뒤척거리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금세 울리는 휴대전화 알람. 서둘러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가게 앞이 밑밥을 만드는 낚시꾼으로 붐빈다.
밑밥을 챙겨 배를 타러 떠난 시간은 3시 반 무렵. 재미있다. 기자가 끌고 간 차만 빼고 죄다 SUV다. 정 사장의 코란도 패밀리를 비롯해 갤로퍼, 테라칸, 쏘렌토…. 낚시가 아니라 오프로드 동호회 그룹 주행인 듯한 착각.

군산항에서 일부 배를 태워 보내고 우리는 야미도로 향했다. 고군산군도로 향하는 배가 이곳에서 떠나기 때문이다. 야미도 역시 고군산군도에 속하는 섬이었지만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육지가 되어 버렸다. 새만금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아무나 드나들 수 없지만 낚싯배를 타러 가는 것은 괜찮다. 오프로드 랠리 코스 같은 비포장길을 10km 넘게 달려 도착한 야미도. 군산낚시프라자의 지점이 있는 이곳에서 낚시 채비를 꾸린다.
다시 차를 타고 2∼3분 가면 배를 타는 곳이 있다. 시침은 어느새 5시를 가리키고 있다. 해가 뜨진 않았으나 이미 동이 터서 하늘이 파랗다.

6월 14일 5:17 - 서해의 모든 ‘감생이’여 나에게 오라

배에 올랐다. 잠시 후 도시락이 오자마자 배는 출발한다. 잔잔한 물살을 타는 배의 흔들림은 유쾌하기까지 하다. 배가 향한 곳은 고군산군도. 예전에는 고군산열도라 불렀다. 사람이 사는 유인도가 10개여서 그렇게 불렀다는데, 지금은 63개의 섬 중 유인도가 16개란다.

옛날 고려시대에 이곳에 군산진이라는 수군진영이 있었지만 조선 세종 때 진영이 육지로 가면서 군산이라는 이름도 가져갔다. 대신 이곳에는 ‘옛 고(古)’자를 붙여 고군산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가장 유명한 섬은 신선이 놀았다는 선유도. 선유도와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는 다리가 놓여 마음대로 오갈 수 있다.

배는 대장도보다 더 멀리 떨어진 관리도를 향한다. 감성돔이 잘 잡힌다는 포인트에 낚시꾼들을 하나둘씩 떨어뜨린다. 장소에 따라 물살과 바닷속 지형이 달라 감성돔이 잡히는 수심도 다르다. 그래서 선장 김태선 씨는 포인트마다 수심을 일러준다.

“거기는 4m로 하세요. 그리고 너무 멀면 안돼요. 좀더 가깝게 …. 그렇지, 그렇지.”
야미도가 고향인 김태선 씨는 선장생활 30년 가까운 베테랑이다. 낚시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뱃길을 다닌 세월이 세월이다 보니 물고기의 움직임도 자연스레 알게 되었다. 바다낚시에서 중요한 것은 포인트만이 아니다. 같은 어종, 같은 포인트라도 물이 들고 날 때 다르고 사리(조석의 차가 가장 클 때)와 조금(사리의 반대)이 다르다. 그리고 날씨에 따라서도 물색과 온도가 달라지기 마련.

바다는 평화스러웠다. 가끔씩 오가는 낚싯배의 소리와 수면 위를 오가는 갈매기 소리를 빼면 고요 그 자체였고, 곳곳에 보이는 양식장 역시 평화롭기 그지없다. 이미 자리를 잡은 낚싯꾼들 역시 조용히 물 위의 찌만 바라볼 뿐이다. 여러 섬을 들러 드디어 마지막 목적지인 무녀도에 도착했다. 6시가 조금 넘은 시간. 파랗던 하늘은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있다. 해는 떴지만 구름이 많이 낀 탓이다.

갯바위에 내려 낚시 준비를 한다. 낚싯대를 꺼내 바늘을 끼우고 자리를 잡는다. 갯지렁이를 끼우기도 하고 크릴 새우를 쓰기도 한다. 하지만 지렁이 한 마리 혹은 크릴 새우 한 마리로 물고기를 유혹하기엔 약하다. 그래서 크릴 새우와 집어제(물고기가 좋아하는 향을 넣어 물고기를 유인한다)를 섞은 밑밥을 뿌린다.

“감생이(감성돔)나 한번 잡아볼까?”
낚시 가이드를 하는 최진규 씨는 기자의 낚싯대를 조립해 주고 나서 감성돔 낚을 채비를 한다. ‘일단 회를 먹고 주변에 인심도 쓰려면 못해도 예닐곱 마리는 잡아야 될텐데, 한 시간에 한 마리씩만 잡아도 충분하겠다’ 싶은 마음에 기자도 덩달아 자신만만. 하지만 조금 전 배에서 들었던 김태선 선장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감성돔은 힘이 좋아서 기술이 없으면 먹이만 먹고 가 버려요.”
그리고 기자는 돌아오는 배에 올라탈 때까지 이 말을 계속 되뇌어야 했다.

6월 14일 7:30 - 잔챙이는 가라, 월척만 오라

가이드를 맡은 최진규 씨 외에도 요즘 낚시의 맛에 빠진 허 원 씨와 부산에서 온 차정석 씨가 함께 자리를 잡았다. 준비를 마치고 낚싯대를 물에 드리우자 사방은 조용해진다. 이제 남은 것은 물고기를 낚는 것.

릴 낚시를 처음 해보는 까닭에 아직 손에 익지 않다. 릴 고정 장치도 익숙하지 않고 미끼를 끼우기 위해 낚시 바늘을 잡는 것도 여의치 않다. 어렵진 않다. 다만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20∼30분 해보면 금방 손에 익는다.

“줄을 더 줘요. 더. 더. 더.”
‘이제나 무나, 저제나 무나’ 기다리고 있는데 최진규 씨가 한마디 한다. 그렇게 잡고 있어 봐야 절대 못잡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미끼도 가장 토실토실한 새우로 끼우고 미동도 않고 있는데…. 최진규 씨의 말은 낚싯줄을 팽팽하게 하지 말고 느슨하게 드리우라는 뜻이었다. 물고기가 입질을 할 때 먹이가 따라 내려가야 물기 때문이다. 줄을 팽팽하게 잡고 있는 기자는 함정만 파고 위장을 하지 않은 꼴인 셈이다.

경치도 좋고 바람도 좋지만 낚시 자체의 스릴은 입질과 손맛이다. 물고기 입장에서야 먹느냐 마느냐가 목숨을 건 결정이다. 그래서 건드려도 보고 입도 대봤다가 ‘괜찮겠다’ 싶으면 덥썩 무는 것이다. 손끝에 전해 오는 간지럼을 참지 못하고 낚싯대를 당기면 물고기 좋은 일만 시키는 것이다. 낚아채고픈 유혹을 참고 찌가 물 속으로 쑥 들어갈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참을성이 필요하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차정석 씨의 찌가 물 속으로 숨나 싶더니 이내 낚싯대가 휜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것은 손바닥만한 노래미. 어류학자의 관점에서 보면 횟대목 쥐노래미과에 속하는 어류이고, 낚싯꾼의 눈에는 게와 새우를 좋아하고 미끼를 깊게 드리워야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이다. 하지만 술 한 잔 꺾기 좋아하는 일반인의 생각에는 육질이 단단하여 횟감으로 그만인데다 작은 것은 뼈째로 써는 ‘세꼬시’감으로 으뜸이다.

노래미를 시작으로 이런 저런 물고기들이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온다. 유독 기자의 찌만 물 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고 수면을 떠돈다. 그래도 욕심은 난다. ‘요런 잔챙이 말고 좀 커다란 놈 안 무나. 잡지에 나오는 50∼60cm짜리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어른 팔뚝만한 놈은 좀 물어 줘야 되는데.’

그때, 바로 앞에 어른 팔뚝만한 숭어가 모습을 드러낸다. 크기는 조금 차이가 있지만 가장 작은 녀석도 묵직해 뵌다. 최진규 씨가 숭어 낚기에 나섰다. 낚싯대를 거둬 줄을 바싹 당긴다. 감성돔은 깊은 물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수심을 깊게 주지만 숭어는 수면 바로 밑에 있어 미끼가 보일 정도로 수심을 얕게 줘야 한다.

숭어를 낚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자산어보>에는 숭어를 치어라 하면서 ‘의심이 많아 화를 피할 때 민첩’한 성질을 갖고 있다 했다. 아울러 ‘맛이 좋아 물고기 중 제일’이며 ‘진흙을 먹으므로 백약에 잘 어울린다’고도 썼다. 이로써 숭어를 낚아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한 녀석이 미끼를 무나 싶더니 그대로 고개를 돌린다. 밑밥을 계속 뿌려 숭어들이 다른 곳으로 가지 않도록 하고 계속 기다린다. 20분쯤 지났을까. 숭어 하나가 미끼 주변을 맴돌더니 미끼를 툭툭 치다가 덥썩 문다.

숭어는 크고 힘이 좋아 자칫하면 낚싯줄이 끊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너무 세게 낚아채면 주둥이가 터지기도 한다. 일단 줄을 감고 다시 풀었다가 또 감는다. 그러다가 숭어의 힘이 좀 빠졌다 싶으면 물 밖으로 끌어낸다. 숭어가 공기를 마시면 힘이 더 빠진다고 한다. 최진규 씨와 숭어의 기싸움은 2∼3분의 실랑이 끝에 최진규 씨의 승리로 끝났다. 뜰채로 건진 숭어는 40∼50cm는 족히 되어 보였다.

6월 14일 9:00 - 내게 손맛을 보여다오

벌을 치는 이들은 동이 트기 전에 벌꿀을 채집한다. 아직 벌들이 잠에서 덜 깨 정신이 없을 때 그들의 먹이를 빼앗는 것이다. 이때는 벌이 잘 물지도 않을 뿐더러 물려도 그닥 아프지 않다. 하지만 해가 뜬 다음은 상황이 달라진다. 웽웽거리는 소리도 클 뿐 아니라 물리면 얼굴 형태가 달라질 정도로 아프다.

같은 이치인지는 모르겠으나 낚시꾼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새벽부터 해가 제대로 내리쬐기 전인 9시나 10시 정도까지 그날 잡을 고기의 80∼90%가 잡힌다. 대개 오후 2∼3시에 철수하는데 그때까지는 어렵게 나온 길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아 있는 것이란다.

물고기들의 입질이 한가해지면서 낚시꾼도 덩달아 할 일이 없어졌다. 가끔 낚싯대를 들어 미끼가 아직 붙어 있는지 확인하고, 없으면 새로 꿸 뿐. 한가해지니 배가 고프다. 눈뜬 지 7시간이 지났으니 배가 고픈 것도 당연한 일.

잠시 낚싯대를 놓고 모여 앉아 도시락을 펼친다. 단체로 주문한 도시락인지라 푸짐하진 않지만 배고픔을 생각하면 진수성찬. 이런 뱃속 사정을 알았는지 밥을 꾹꾹 눌러 담았다. 밥을 얼른 먹고 쓰레기를 정리해 놓고 다시 낚시 대형으로 흩어진다.

“방해하지 말고 저쪽으로 가요. 아줌마가 있으면 고기들이 오겠어요?”
“낚시나마나 고기가 하나도 없구만, 뭘. 나는 봤잖아요. 고기 없어요.”
우리 쪽에 가까이 온 해녀와의 대화다. 10시 넘은 시간이라 이제 고기가 그다지 많지 않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기자는 이제껏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이리저리 낚싯대를 조금씩 옮기다가 뭔가 걸린 느낌이 들어 잡아당기는데 이 녀석 힘이 보통이 아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가이드에게 도움을 청한다. 가이드는 몇 번 잡아당겨 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수초에 걸렸네요” 하며 툭툭 잡아 당긴다. 릴을 감으니 낚싯바늘에 물고기 대신 수초가 매달려 있다.

물고기가 외면하는 낚싯대 앞에서 기자는 작아진다. ‘잡히지 않아도 좋다. 손맛이라도 보게 해다오.’ 빈 낚싯바늘에 크릴 새우만 축내기를 십수 회. 팔이 아파 겨드랑이에 낚싯대를 끼고 삐딱하게 서 있는데 겨드랑이에 미세한 진동이 전해진다. 이유는 모르지만 이번에는 뭔가 물긴 문 것 같다.

낚싯대를 손으로 잡으니 저 안에서 어떤 녀석인지 입질을 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내 찌가 물 속으로 사라진다. ‘걸려라!’ 주문을 외며 휙 잡아 당겼다. 올커니, 걸렸다. 저항이 꽤 센 걸 보니 큰 녀석이 아닐까 하는 기대도 든다. 조심조심 릴을 감자 물고기 한 마리가 펄떡거리며 모습을 드러낸다. 노래미다. 크기는 겨우 한 손에 감쌀 정도. 바늘을 빼려 물고기를 잡자 손을 튕겨낸다. 넓은 바다에서 활개치고 다녔으니 얼마나 힘이 좋으랴. 바늘을 깊이 삼켰는지 여간해서 빠지지 않는다. 겨우 잡아 빼서 그물에 넣었다. 그리고 그뿐이었다.
더 작은 치어가 잡혀 다시 놓아준 것을 빼면 손맛만 서너 번 맛보았을 뿐 실적은 형편없다. 허 원 씨도 별 재미를 못 보았다. 최진규 씨와 경력이 오랜 차정석 씨만 이따금씩 물고기를 잡아올릴 뿐이었다.

11시가 넘고 12시가 지나자 햇빛이 뜨거워진다. 그늘 한 점 없는 갯바위에 찌만 바라보고 서 있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다. 우리를 태워 갈 배는 3시에 오기로 되어 있고, 물통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장마철에 귀한 것이 물이듯, 천지가 물인 갯바위에서도 가장 아쉬운 것은 마실 수 있는 물이다.

6월 14일 13:30 - 기나긴 하루가 지나다

수면을 스치는 길다란 은빛의 물고기들. 학꽁치다. 단정하게 생긴 은빛 몸매와 더불어 주둥이가 학의 부리처럼 뾰족하게 튀어나와 학꽁치로 불린다. 성질머리가 급해서 낚싯바늘에서 빼기도 전에 죽어 버린다는 학꽁치이자 일본사람들이 ‘사요리’라 부르며 사족을 못쓴다는 학꽁치이다. 그만큼 맛이 기가 막힌 물고기다.

한가하던 갯바위의 분위기가 다시 고조된다. 학꽁치가 은빛 꼬리를 흔들며 낚싯줄에 매달려 올라오자 탄성이 나온다. 저것이 씹다 보면 저절로 녹아 목구멍으로 사라진다는 학꽁치 아닌가. 아직도 학꽁치들은 우리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최진규 씨가 밑밥을 아낌 없이 뿌리면서 미끼를 던져 보았지만 학꽁치들은 밑밥만 맛나게 먹을 뿐 입질할 생각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가해진 입질과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빛, 침이 마르는 갈증은 지루함으로 다가온다. 지겨운 현실을 이기는 방법은 즐거운 상상. 주인공은 우럭이다.

차정석 씨 : “우럭 새끼를 맛나게 먹을라카믄(먹으려면), 살짝 얼려가(얼려서) 올리브유를 살살 발라가(발라) 후라이팬에 놀짱놀짱(노릇노릇하게) 구버가(구워) 소금 살짝 찍으면 마 맛이 끝내준데이.”

허 원 씨 : “우럭요? 우럭은 번개탄 피워 갖고 목장갑 끼고 딱 들고 뜯어야 제맛이요.”

최진규 씨 : “숭어도 맛있어요∼. 여그 숭어는요 비린내도 없어요. 아주 맛나요. 있다가 함 먹어 봐요. 내가 장담한다니까.”

3시가 다 된 시간. 아침 9시에 먹은 밥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오래. 칼과 초장도 준비하지 않았으니 방법은 하나, 배가 빨리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다. 시간은 기다림이 절실할수록 더디 가는 법이어서 30분이 3시간처럼 느껴진다. 멀리 뿌연 섬의 실루엣 옆으로 배의 모습이 나타난다. 엔진 소리가 우리가 탈 배라고 한다.

epilogue - 회를 눈앞에 두고 돌아서다

사실 고군산군도에 왔다면 선유도에 들러 한번쯤 신선이 되어 보는 것이 섬에 대한 예의겠지만, 함께 낚싯배를 타고 가야 하니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하지만 신선이 되지 못한 아쉬움보다 더 컸던 것은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었다. 야미도에 내려 시원한 물 한 모금을 들이키니 시간은 4시를 훌쩍 넘겼다.

하루를 돌이켜보면 바다를 보며 학꽁치의 부드러운 육질이든 우럭의 쫄깃한 육질이든 소주에 곁들이는 것이 맞지만, 취재 일정을 생각하면 이미 시간이 많이 늦어졌다. 최진규 씨는 다른 손님들의 물고기를 다듬어 얼음에 재고는 우리가 잡은 고기들을 손질한다.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진짜 아쉬운데요, 일정 때문에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회는 한 젓가락 뜨고 가셔야죠. 같이 고생했는데 ….”
바다낚시는 어렵다. 물고기에 따라 낚싯대나 미끼도 달리 해야 되고, 낚는 방법도 달리 해야 한다. 물때도 따져 봐야 되고, 하루 종일 땡볕에 서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외롭다. 거꾸로 그렇기 때문에 낚시의 참맛을 알 수도 있다. 외로움을 달래 주는 것은 오로지 바닷속에서 전해오는 손맛의 유혹뿐이기 때문이다.

취재 협조 : 군산낚시프라자 (063)442-4046 gunsannaksi.com

글|서승범 기자 사진|정진호 기자


초보자 바다낚시 가이드


즐기려면 잘 챙겨라!

낚싯꾼의 세계는 ‘오로지 낚시’다. 그래서 먹을 것도 사람 먹을 밥보다 물고기 밑밥과 미끼를 더 챙긴다. 하지만 바다낚시를 경험하고 싶은 이라면 든든한 먹을 거리와 시원한 마실 거리, 긴 소매 옷을 준비해야 한다. 먹을 거리는 제대로 된 한 끼 밥과 여러 가지 간식거리가 필요하고 마실 거리는 얼려가는 것이 좋다. 긴 소매 옷은 새벽에는 추위를 막고 낮에는 피부가 타는 것을 막는다. 낚시점이나 등산장비점에서 1인용 방석(2천 원) 하나 있으면 엉덩이가 편하다.

갯바위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매너 3가지. 옆 팀 방해 안하기, 조용히 하기 그리고 자기 쓰레기 치우기다. 다른 사람이 낚싯대를 드리운 곳에 낚시를 던지지 않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낚시 예절. 시끄럽게 하면 고기들이 오질 않는다. 물고기가 입질을 할 때는 숨소리도 내지 않는 것이 ‘꾼의 세계’이다.

재미로 읽는 코너


물고기도 물을 마실까?

갯바위에 대여섯 시간 머물다 보면 바닷물이라도 마시고 싶을 만치 목이 마르다. 물 속에 있는 물고기가 부러울 뿐. 하지만 물고기도 갈증을 느낀다. 바다에 사는 물고기의 경우 몸 속의 염도보다 바닷물의 염도가 높기 때문에 삼투 현상에 의해 몸 안의 물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물고기는 입을 뻐끔거리며 바닷물을 마신다. 물론 바닷물의 염분은 아가미로 내뱉고 수분만 흡수한다. 민물고기는 반대. 몸 안의 염도가 물의 염도보다 높아 수분이 몸 안으로 들어온다는 뜻. 그래서 민물고기는 먹이를 통해 염분을 보충한다.

TIP

고군산군도

낚싯배가 아닌 일반 여객선을 타고 간다면 군산 여객선 터미널을 이용한다. 하루 4차례 오가며 값은 성인 기준 편도 1만1천 원 안팎. 유람선은 군산항에서 떠나 다시 군산항으로 돌아오는 유람 코스로 코스에 따라 1만5천 원에서 3만 원 사이. 낚싯배를 이용할 경우 비응항이나 내항에서 출발하면 3만∼4만 원 정도, 야미도에서 출발하면 거리에 따라 1만∼3만 원 정도 한다. 이밖에 흑도는 4만 원선, 어청도는 6만 원 정도 한다.

시간 여유가 된다면 낚시 뿐만 아니라 선유도를 둘러봐야 한다. 선유도와 다리로 연결된 장자도의 해지는 풍경은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다. 선유해수욕장은 주변에 자잘한 섬들이 많아 높은 파도가 없고 망주봉을 안고 있어 경치가 좋다.

금강하구둑

금강하구둑은 400여 km를 달려온 금강물이 서해로 접어드는 곳. 지난 1990년에 만들었으며 농업용수와 공업용수 공급은 물론 흙과 모래가 바다로 흘러드는 것을 막아 군산항을 보호하고 바닷물의 역류를 막아 농경지를 보호한다. 금강하구둑 덕분에 군산과 장항은 이웃이 되었고, 바로 옆에는 철새도래지가 있어 장관을 이룬다. 휴게소 꼭대기에 간이전망대가 있다.

동백정은 동백꽃으로 유명하지만 꼭 철이 아니라도 동백정은 꼭 한 번 들러볼 만하다. 너른 바다를 배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가 일품이며 그 사이로 부는 바람 또한 상쾌하기 때문이다. 바로 옆의 서해안화력발전소 때문에 운치는 덜하지만 소나무숲 산책길은 갔던 길을 다시 오게 만드는 힘이 있다. 동백정 옆에는 홍원항과 서천해수욕장이 있어 포구의 정취와 해수욕장의 관광도 겸할 수 있다.

희리산 자연휴양림

군산에서 금강하구둑을 건너 서천에 오면 희리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희리산은 높이 329m의 낮은 산이지만 늘씬한 해송들이 있어 찾은 이를 반긴다. 희리산 자연휴양림은 여느 휴양림처럼 산막과 야영장이 있다. 휴양림 안에 물놀이장이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7평형 4만4천 원, 21평형 12만 원. 인터넷 www.huyang.go.kr에서 오른쪽 지도의 충청도-희리산자연휴양림 선택. 군산에는 군산버스터미널 근처에 여관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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