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센터 마노 안성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2005-01-14  |   7,216 읽음
인터체인지를빠져 나와 한참 잘 가는가 싶더니 그만 길을 잃었다. ‘비봉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마노의 이정표가 있습니다.’ 찾아가는 길에는 분명 이렇게 적혀 있는데 아무리 달려도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오직 들판뿐이다. 지나가는 사람도 없다. 난감하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은데…….’ 그때 옆으로 경찰차가 한 대 지나간다.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저, 마노 찾아가려고 하는데요.”
차에서 경찰 둘이 내린다. 우리가 가진 약도며 자료를 보고 한참을 상의하더니 뭔가 알아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다. 그렇게 경찰차 꽁무니를 쫓아 10분을 더 달렸을까, 드디어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나타났다.

뾰족한 삼각지붕 땅에 대고 거꾸로 선 집
굵은 자갈이 깔린 야트막한 산길을 100m쯤 달리자 마술처럼 거꾸로 선 집이 보인다. 뾰족한 삼각지붕을 땅에 대고 거꾸로 서 있는 모습이 독특하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황토색 벽돌로 벽을 두른 유럽 중세풍의 집들이 서너 채 있다. 가운데는 잔디구릉이고 거꾸로 선 집 위로는 옆으로 누운 집이 있다. 아트센터 마노다.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거꾸로 된 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꽤 오래 전이다. 한번쯤 가봐야지 하면서 몇 년이 흘렀다. 그동안 웬만한 신문, 잡지의 사진기자들이 이곳을 다녀갔고 방송에서도 여러 번 취재를 했다. 그만큼 ‘거꾸로 선 집’이란 타이틀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선 거꾸로 선 집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삐거덕거리는 계단을 열 개쯤 올라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양옆으로 공예품들이 보인다. 울퉁불퉁한 유리병, 동물모양 펜던트, 모자를 뒤집어놓은 듯한 유리그릇, 크리스털 액자……. 색깔도 모양도 독특한 다양한 유리공예품들이 발길을 잡는다. 저마다의 개성이 살아있는 이곳의 전시품들은 모두 작가들의 작품이다. 그래서 세상에 하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트숍 한켠에는 유리공예를 체험할 수 있는 공방이 자리한다. 마침 학생 몇몇이 엿가락처럼 늘어진 유리봉을 돌려가며 모양내기에 열심이다. 유리봉에 1천200℃의 불꽃을 쬐면 유리가 젤리처럼 녹아 내리면서 동글동글 맺히는데, 이것을 칼로 꾹꾹 눌러 납작하게 만든 후 나뭇잎 모양을 새기면 휴대폰이나 목걸이에 달 수 있는 예쁜 펜던트가 된다. 유리공예를 체험하는 비용은 1만 원. 이밖에도 공방에서는 유화 그리기, 누드크로키, 라이트 클레이 점토 작품 만들기 등도 해볼 수 있다. 체험비용은 1만∼1만5천 원.
1층 아트숍을 모두 둘러보고 2층 전시실로 향했다. 이곳에는 박기영, 변현수 2명의 작가가 종이를 이용해 만든 설치미술 작품들이 전시중이었다. 전시실은 1년 내내 쉬는 날 없이 작품을 전시한다. 관람료는 무료. 전시실의 주인공들은 주로 안성 지역 젊은 무명작가들이다.
거꾸로 선 집 뒤쪽으로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옆으로 누운 집’이 있다. 이름처럼 창도 지붕도 모두 옆으로 누워있다. 비스듬히 기운 옆 창이 지붕이 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커피나 녹차 같은 차에서부터 스테이크나 파스타 같은 식사, 그리고 맥주, 와인 등의 술까지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입안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창가에 앉으면 큰 창으로 너른 잔디구릉이 보이고 따뜻한 햇살이 기분 좋게 얼굴을 감싼다. 창가에 매달린 유리모빌을 살짝 흔드니 맑고 깨끗한 소리가 난다.
옆으로 누운 집 옥상에 오르면 하늘을 이고 앉은 네모난 공간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갤러리 전체가 한눈에 보인다. 밤에는 쏟아지는 별을 두 눈 가득 담을 수 있다.
가든 뷔페를 가로질러 오른쪽 능선으로 올라갔다. 정문에서 보였던 서너 채 집들의 정체는 하루쯤 묵고 가라고 마노에서 마련한 방갈로였다. 침대방과 온돌방이 3채 있는데 아늑한 모습이 유럽의 시골마을을 연상시킨다. 화장실과 샤워장을 공동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지만 은은한 나무향기와 새소리를 이불 삼아 잘 수 있다. 방갈로 앞 감나무는 어느새 새들의 차지가 됐다. 감 껍질만 주렁주렁 달린 채 갤러리를 조용히 굽어본다.
모든 집들을 찬찬히 둘러보고 잔디구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잔디구릉을 한바퀴 도는데 군데군데 자리한 조각상들이 시선을 끈다. 혼자 도드라지지 않고 주변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작품을 구경하며 느릿느릿 산책하는 동안 어느덧 해가 발갛게 익었다. 화개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이곳은 산 가운데 있어 겨울이면 일찍 해가 진다. 저녁놀이 산머리에 앉으면 새들도 잠잘 준비를 하는지 잠잠해진다.
함박눈이라도 내리는 날엔 잔디 구릉은 온통 은빛세상으로 변한다. 그 위를 뽀드득 소리나게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눈을 굴려 눈사람을 만들어도 좋을 것이다. 하얀 눈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드라이브 메모
아트센터 마노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안성 방향으로 달리다가 안성인터체인지로 나와 38번 국도를 타고 안성 방향으로 5분쯤 달리면 대덕터널과 비봉터널이 차례로 나온다. 비봉터널을 지나 오른쪽으로 내려와 나오는 첫 횡단보도 앞에서 U턴해 굴다리 아래를 지나 우회전한 후 안성석재를 끼고 좌회전, 2.4km를 더 가면 오른쪽으로 마노 표지판이 보인다. 문의 ☎ (031)6767-815, www.mahn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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