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주산자연휴양림과 철원의 폭포들 흐르는 물에 여름을 씻다
2004-08-19  |   7,339 읽음
장마전선의한가운데, 호우주의보가 내린 철원 복주산의 숲속, 뼛속까지 젖어 버린 오후. 그래도 공기는 가볍고 시야는 말갛다. 한껏 불어난 계곡물이 바닥을 쓸어버릴 만큼 야멸치게 쏟아져 내리지만 물빛은 신기할 만큼 투명하다. 제 힘으로 지키며 성장한 숲의 본 모습은 이런 것. 온전한 자연을 만난 기쁨에 장맛비 내리는 산속에서도 기분이 들뜬다.
미끌미끌한 숲길을 조심조심 걷는다. 걸음마다 나뭇잎이 우두둑 빗물을 떨구고 바닥에 흩어진 산딸기들은 꽃잎처럼 선연하다. 계곡에 걸린 다리 위에 서서 어깨춤 추듯 일렁이는 복주산의 산세를 눈으로 훑는다. 그 아래, 따뜻한 낯빛으로 서 있는 휴양림의 숙소는 그리운 이의 품속 같다.

물빛 투명한 용탕골 계곡과 호젓한 잠자리
워낙 경치가 좋아 동네 사람들이 쉬쉬하며 놀다 가곤 했다는 복주산의 계곡에 자연휴양림이 문을 연 지는 1년밖에 되지 않았다. 계곡이 좋다는 소문이 조금씩 흘러나가 많은 이들이 찾기 시작하자 삼림청에서 더 이상의 훼손을 막기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복주산자연휴양림에는 산림문화휴양관과 숲속수련장, 물놀이장, 작은 정자가 마련되어 있다. 규모가 큰 휴양림에 비하면 내세울 만큼 시설이 다양한 것도 아니고, 눈맛이 짜릿할 만큼 험산준령을 끼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연휴양림이 숲에서 편히 쉬면서 마음과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말 그대로 ‘휴양’을 위한 시설임을 생각한다면 복주산휴양림에서 아쉬울 것은 하나도 없다.
부드러운 산이 두르고 있어 숲의 기운이 사방에서 뻗쳐오고, 두 갈래로 흘러내린 물줄기가 하나로 만난 용탕골 계곡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해발 1천157m인 정상까지는 1.5km, 2.5km의 두 갈래 등산로가 이어진다. 휴양관 뒤쪽으로 산을 휘감으며 뻗어 있는 임도를 가볍게 산책하는 것도 즐겁다. 등산을 마친 후 계곡물이 잠시 고였다 흐르는 물놀이장에 풍덩 몸을 던지면 흘러내린 땀과 마음속 시름까지 말끔하게 씻긴다. 물놀이장은 아이들이 놀기에도 좋다.
1년밖에 안된 신생 휴양림인 만큼 시설은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어 있다. 숙박시설 10동은 모두 7평형으로 4인용 취사도구와 6인용 침구, 식탁, TV, 샤워시설, 화장실을 갖추었다. 마당에는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는 바비큐 그릴도 준비되어 있다. 휴양림 관리를 맡고 있는 윤기완 씨는 “휴양림에 어울리지 않는 시설이지만 워낙 우리나라 사람들이 고기 구워 먹는 것을 좋아해 어쩔 수 없이 바비큐 그릴을 마련해 놓았다”고 머쓱해한다. 의자가 없어 오래 머물 수 없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까.
다녀간 사람들은 친절한 휴양림으로도 이곳을 기억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카페(cafe.daum.net/bokjuhuyang)가 열려 있고 자세한 정보와 사진, 가는 길 같은 유용한 정보가 재기발랄하게 올라 있다. 객실요금은 4만4천 원이고 예약은 필수다. ☎(033)458-9426

길옆으로 내리 꽂히는 통쾌한 물줄기
복주산휴양림이 있는 강원도 철원은 여름휴가와 궁합이 잘 맞는 지역이다. 철원의 젖줄 한탄강이 북에서 남으로 흘러 임진강에 이르고, 오랜 세월 침식된 협곡이 독특한 경관을 보여준다. 곳곳에 장쾌한 폭포가 흐르고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곳도 있다. 1박2일 계획이라면 휴양림에서 첫날을 보내고 다음날 매월대(청석골), 고석정, 순담계곡, 직탕폭포, 삼부연폭포 순으로 둘러보는 여정이 무난하다.
휴양림에서 가까운 매월대는 매월당 김시습이 은거했다는 곳이다. 높이 20m의 선암폭포가 시원하고 숲이 깊다. 입구에는 TV 드라마 ‘임꺽정’, ‘다모’ 등의 촬영장소였던 청석골 야외세트장이 있는데, 그 옆을 흐르는 계곡도 깨끗하다. 청석골 위쪽에 자리한 식당은 토종닭 볶음과 백숙을 맛있게 차려낸다.

고석정은 한탄강 상류에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다. 신라 진평왕이 이곳에 정자를 세워 고석정이라 이름 붙였다고 하나 정자는 없어지고 바위가 그 이름을 물려받았다. 소나무 몇 그루가 자라고 있어 더욱 운치 있는 고석정에는 임꺽정이 숨어살았다는 석굴이 남아 있다. 사계절 다른 풍광으로 사랑 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이름난 곳은 으레 그렇듯 식당과 상점이 빽빽이 들어선 주변 환경이 부담스럽다.
고석정 아래쪽으로는 순담계곡이 흐른다. 깎아지른 절벽을 끼고 구비치는 순담계곡은 한탄간 래프팅의 출발점이다. 모퉁이마다 표정을 바꾸는 경관에다 물살도 급하지 않아 휴가 때나 주말에 래프팅을 즐기러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 계곡 주변에 전문강사들이 운영하는 래프팅업체가 여럿 들어서 있다.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의 직탕폭포도 가까이 있다. 이 폭포는 높이가 3m밖에 되지 않지만 너비는 50∼60m에 이른다. 그랜드캐년의 미니어처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풍경으로 시선은 끌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여행의 끝머리에 만나는 삼부연폭포는 그냥 발길을 돌렸다면 후회했을 풍광을 보여준다. 용봉산 중턱 암벽을 타고 10여m쯤을 내리 꽂히는 물줄기는 웬만한 폭포와는 비견할 수 없을 만큼 통쾌하다. 폭포를 이루는 암벽의 생김새가 가마솥 세 개를 닮아 삼부연이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찻길 바로 옆에서 이렇게 근사한 폭포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조금 게으른 티를 내자면 축복이다.
폭포 옆, 군인들이 바위산을 뚫어 만들었다는 울퉁불퉁한 오룡굴이 멋지다. 굴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삼부연 폭포의 비경에 힘을 보태는 용화저수지가 나온다.
취재 협조: 한불모터스(푸조 206CC) ☎(02)545-0606

드라이브 메모
서울을 출발해 복주산휴양림으로 가려면 구리를 지나 퇴계원∼진접∼일동∼이동∼김화로 이어지는 47번 국도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이동면을 지나 22km쯤 가면 자등리 사거리다. 이곳에서 우회전해 56번 지방도를 따라 신술터널을 지나 4.8km 가면 잠곡3리 삼거리가 나온다. 다시 우회전해 300m 가서 좌회전, 다리를 건너 길을 따라 3.3km 들어가면(춘천, 사창리 방면 56번 지방도) 왼쪽으로 복주산자연휴양림 표지판이 보인다.
잠곡3리 삼거리에서 반대편 육단리쪽으로 4.5km쯤 가면 오른쪽으로 매월대, 청석골 가는 길이 나있다. 마주 오는 차만 볼 수 있도록 표지판이 세워져 있으므로 거리를 잘 계산해 찾아가야 한다.
자등리 사거리에서 철원 방면으로 9.5km쯤 가면 문혜리 삼거리다. 이곳에서 463번 지방도를 따라 1.1km 직진하면 고석정이 나오고, 계속해서 구철원 방면으로 가다가 마당바위 쉼터 표지판이 보이는 삼거리에서 우회전, 새로 난 강변도로를 따라 2km 정도 달리면 오른쪽으로 직탕폭포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이곳에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더 가면 직탕폭포 앞이다. 문혜리로 돌아 나와 43번 국도를 따라 갈말, 신철원에 이르러 철원군청을 찾으면 바로 옆으로 삼부연폭포 가는 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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