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시간에 닿을 수 있는 ‘내 쉼터’ 찾기 경기도 축령산자연휴양림과 아침고요원예수목원
2004-06-17  |   9,848 읽음
우리는 누구나 떠나고 싶다. 충동은 늘 마음 언저리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는데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은 촘촘히 매여 있는 생활이며 덩어리로 쪼개지지 않는 시간이며 그 순간 완전히 자유로워지지 못하는 마음 탓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여행 잡지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국의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어린 시절 별 이유 없이 오르내리던 뒷산이나 옆 마을 개울가, 흙먼지 날리던 읍내 신작로처럼 아무 때고 몇 걸음만 떼면 마음을 쉴 수 있는 나만의 자리, 딱 그 정도가 아닐까……. 자연의 여백을 잃어버린 도심 한가운데에 생활의 둥지를 튼 사람들에겐 그것도 쉽지 않은 꿈. 그러나 우리에겐 ‘공간의 확장 매개’인 자동차가 있다. 막히는 주말이라면 모를까, 집에서 한두 시간 달려 닿을 수 있는 우리 땅은 생각보다 넓다. 그 안에서 나의 숲, 나의 계곡, 나의 정원, 혹은 나의 나무, 나의 벤치라 이름 붙일 수 있는 그 곳을 찾아내 보자.

3시간 등반과 삼림욕 즐기는 휴양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을 경계짓고 있는 축령산은 높이 879m의 제법 우람한 암산이다. 서울에서 구리시를 빠져나가 경춘가도에 진입하자마자 나타나는 지척에 있지만 ‘중부 식물의 보고’라 불릴 만큼 생태계를 잘 간직한 명산이고, 이 산을 에돌아 예부터 물 맑기로 이름난 수동면의 계곡들과 자연휴양림, 가평의 아침고요원예수목원 등이 펼쳐진다. 수도권의 하루 데이트 코스로 인기 있는 춘천·강촌보다 가까이에 있으니, 잠시라도 짬이 날 때 여행가방도 없이 달려가기에 좋다. 작정하고 산을 올라도 반나절이면 충분하고, 드라이브를 하다 맘에 드는 계곡 옆에 우두커니 앉아 있거나 종일 수목원만 거닐다 와도 아쉽지 않을 곳.
축령산 등반은 수동면 쪽 산기슭에 자리잡은 축령산자연휴양림(☎ 031-592-0681)을 통해서만 할 수 있다. 남양주시 마석읍에서 수동 방향 362번 지방도로 좌회전, 석고개와 외방리를 거쳐 13km 달리면 자연휴양림으로 우회전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여기서 4km 들어가면 휴양림 입구.
1995년 7월 개장한 축령산자연휴양림은 청정의 산 속에 깊이 파묻힌 아늑한 쉼터다. 빽빽한 잣나무 숲 속에 그림처럼 들어앉은 통나무집들(8~18평)은 시설이 그리 고급스럽지는 않지만 성수기 및 주말 기준 5만~10만 원으로 이용료가 싸 가족이나 친구 단위로 부담 없이 놀러가기에 적당하다. 가파른 숲길과 통나무집들 사이로 그늘마다 얼키설키 계단처럼 놓여 있는 야영 데크는 시골 마을회관 앞의 마루평상처럼 여럿이 어울려 식사를 하거나 담소를 나누기에 그만인 장소. 식물 생태가 잘 보존된 산 아랫자락에 자리한 만큼 휴양림 내에도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야생 꽃과 식물들이 곳곳에 소담한 정원을 이루고 있고, 그 이름과 특징을 적은 친절한 팻말도 걸려 있다.
휴양림에서 시작되는 등산 코스는 모두 3가지. 제1코스는 제1주차장에서 출발해 수리바위, 남이바위를 거쳐 축령산 정상에 오른 뒤 절고개를 지나 내려오는 루트로 거리 6km, 3시간 30분이 걸린다. 두 번째는 제2주차장을 출발해 축령산 북서쪽에서 쌍봉을 이루고 있는 서리산(825m) 정상에 오른 뒤 억새밭, 전망대로 내려오는 7.1km 길로 4시간 코스. 마지막으로 축령산에 오른 뒤 절고개와 억새밭이 있는 능선을 걸어 서리산에 들러 내려오는 8.7km, 5시간 30분 코스가 있다.
사람들이 많이 택하는 것은 역시 축령산행. 빽빽한 잣나무 숲 사이로 고개를 한껏 쳐들어야 보일 만큼 가파르게 뚫린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해 쉬엄쉬엄 걸어 오르면 수령이 60년 넘은 단풍나무, 고로쇠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깎아지른 절벽, 맑은 계곡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룬다. 특히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주인공 남녀가 올라섰던 남이바위가 유명한데, 바위와 어우러진 산세가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정상을 지나 전망대 길로 내려오면 야생초 꽃밭과 잔디광장이 어우러진 천혜의 뜨락도 만날 수 있다. 야생초들은 산을 오르는 내내 등산객을 반겨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라면 열 발자국을 한 번에 떼기 어려울 정도다.

몽골 문화 구경하고 계곡에서 쉬기

축령산자연휴양림에서 나와 362번 지방도를 4km쯤 더 달리면 왼쪽에 몽골문화촌(☎ 031-592-0088)이 나온다. 남양주시와 몽골 울란바토르시의 협력관계를 통해 2000년 4월에 문 연 이 곳에는 몽골의 전통가옥인 천막 게르 7동과 마차형 게르 2동, 몽골문화전시관 등이 있고 매일 몽골민속예술단의 초청공연이 펼쳐지며 근처에 몽골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몇 있다. 전시관에는 몽골의 민속의상 델을 비롯해 장신구, 악기, 생활용품 200여 점이 걸려 있고 그들의 독특한 생활상을 소개한 사진과 안내문도 있다. 한때 유라시아 대륙을 호령했던 징기스칸 후예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끌기는 하지만, 전시내용이 빈약하고 개관 후 별다르게 손본 것도 없어 두 번 가볼 곳은 못 된다.
수동면의 계곡은 마석읍에서 5.3km 들어서 왼쪽에 있던 수동유원지부터 이미 시작되었다. 몽골문화촌이 있는 비금리까지의 드라이브 코스가 사실은 내내 계곡과 함께 달린 길. 이름 뜻을 따라 ‘물골안계곡’이라고도 불리는 수동계곡은 입석리를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몽골문화촌에 닿기 500m 전 비금교 밑에서 비금계곡으로 이름을 바꾼다. 어쨌든 한 가닥 물길인 두 계곡은 메마르고 후텁지근한 초여름 날씨에 보는 것만으로도 청량감을 주는데, 수동초등학교를 지난 지곡서당 주변과 축령산휴양림으로 접어드는 석바위고개 부근, 그리고 비금계곡이 시작되는 너래바위 근처가 잠시 머물기 좋은 포인트다.

10만 평 산자락에 펼쳐진 ‘한국의 정원’

몽골문화촌에서 나와 12km를 더 진행, 현리·청평 갈림길에서 청평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아침고요원예수목원’(☎ 031-584-6702~3) 이정표를 줄곧 만난다. 인도 시인 타고르의 명 구절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따왔다는 어여쁜 이름이 도착하기도 전에 마음을 사로잡는 이 수목원은 1996년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가 한국정원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가꾼 터. 경기도 가평군에 속한 축령산 동쪽 기슭에 10만 평 규모로 꽤나 널찍하게 자리잡아 구석구석 돌아보자면 한두 시간은 훌쩍 넘는다.
꽃과 나무, 길과 계곡, 집과 마당, 잔디 등이 도란도란 구성지게 펼쳐져 있는 아침고요원예수목원은 19개의 주제정원에 모두 1천760종의 식물이 자란다. 2천 종의 야생식물이 자라는 야생화정원과 노란색 황금편백나무에서 진녹색 구상나무에 이르기까지 침엽수만 모아놓은 침엽수정원, 국내에서 가장 많은 800여 종의 아이리스가 피어나는 아이리스정원, 전통 가옥과 함께 어우러진 한국정원, 총천연색 튤립들이 융단처럼 펼쳐진 하늘나라, 그리고 허브정원, 능수정원, 구근정원, 하경정원, 분재정원, 단풍정원…… 등 이름 따라 구성도 운치도 제각각이다. 난 전시회, 봄맞이 정원전 및 철쭉제, 축령산 야생화전, 아이리스축제, 무궁화전시회, 단풍축제, 국화전시회, 눈꽃축제 등 계절마다 열리는 특별전도 미리 알고 가면 좋을 듯.
수목원 중앙에 드넓게 펼쳐진 잔디마당인 아침광장은 영화 ‘편지’와 ‘중독’ 등의 야외결혼식 장면을 찍었던 장소. 한창 때인 5, 6월에는 평일에도 가족 단위로 놀러와 여기저기서 도시락을 펼치거나 자전거, 배드민턴 등으로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정원 앞의 탑골은 여행객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성된 돌탑 계곡. 발목을 찰랑찰랑 적시는 낮은 계곡 주변으로 키 다른 돌탑들이 무성히도 솟아 있다. 연인들이 나무를 사이에 두고 걷기 좋은 성서산책로와 수목원 전경이 한눈 가득히 들어오는 하경정원 전망대도 꼭 들러볼 곳. 이밖에 아침계곡, 선녀탕, 에덴계곡, 탑골 등 수목원 내의 주제계곡은 물이 무척 낮고 안전한 데다 나무 그늘과 출렁다리, 벤치 등과 보기 좋게 어우러져 수동면의 아이들이 놀기에는 계곡들보다 오히려 좋다.

drive memo

경기도 마석읍에서 362번 지방도 수동 방향으로 좌회전, 5.3km 들어가면 왼쪽에 수동유원지가 나오고 8km 더 달리면 축령산자연휴양림으로 우회전하는 이정표가 뵌다. 여기서 4km 진입하면 휴양림. 다시 362번 지방도로 나와 같은 방향으로 4km 직직하면 왼쪽에 몽골문화촌, 그 앞 500m 부근부터 수동계곡이 비금계곡으로 이름을 바꿔단다. 몽골문화촌에서 가던 방향으로 다시 12km 직진하면 현리·청평 갈림길. 여기서 청평 방향으로 우회전해 5km 달리면 다시 아침고요원예수목원으로 진입하는 우회전 표지를 만난다. 이를 따라 4km 들어가면 수목원이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