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임자도 드넓은 해변과 멋진 노을 품은 모래섬
2004-06-08  |   9,405 읽음
전남의여러 섬들 중에 임자도가 있다. 개발의 혜택을 거의 받지 않고, 개발이라는 이름의 유린도 당하지 않은 채 오랫동안 섬사람들의 삶터일 뿐이었던 곳이다. 새우젓 생산으로 유명한 임자도 전장포나 60년대 간첩사건으로 얼룩졌던 임자도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더러 있을 터.
어두운 현대사 속의 이미지에 가린 탓인지 여행지로서 임자도가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예전에는 목포에서 뱃길로 여섯 시간이나 걸려 찾을 엄두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러나 무안 해제~신안 지도간 연륙교가 놓이고 지도읍 점암과 임자도 사이를 철부선이 운항하면서 임자도는 하루 만에도 다녀올 수 있는 섬이 되었다. 특히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임자도를 찾는 발길이 크게 늘었다.
쓸쓸하게 느껴질 만큼 광활한 바닷가와 고깃배 몰리는 포구의 활기, 시골 외할머니 댁 같은 마을 풍경에는 아직도 때묻은 흔적이 거의 없다. 그래서 임자도에 가본 이들은 임자도를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섬”이라고들 말한다.

모래밭 끄트머리에서 펼쳐지는 용난굴의 비경
전남 신안군 지도면 점암선착장에서 임자도행 철부선에 오른다. 농협이 운영하는 철부선은 자동차를 실을 수 있는 화물·여객 수송선이다. 시설이 소박한 것은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위생관념도 무시한 화장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이용객이 느는 한여름에는 개선이 될까.
배는 느릿느릿 달려 20여 분만에 임자도 진리선착장에 닿는다. 임자도는 의외로 큰 섬이다. 섬의 면적은 39.18km2이고 4천여 주민이 산다. 배에 차를 싣고 바다를 건널 수 있게 된 것도 섬의 규모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진리선착장 입구에는 현대 갤로퍼니 기아 스포티지 택시가 서너 대 서서 여행객을 맞는다. 길은 잘 포장된 콘크리트도로와 시멘트도로, 비포장도로가 두루 섞여 있지만 대개는 일반 승용차로 다닐 만하다.
임자도의 큰 자랑거리, 대광해수욕장으로 향한다. 대광해수욕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길고 넓은 해변을 품고 있다. 해변의 길이는 12km나 되고 너비는 250∼300m에 이른다. 끝에서 끝까지 걷는 데만 3시간이 걸릴 정도. 물결은 잔잔하고 발 밑의 모래는 밀가루처럼 희고 곱다. 피서객들은 대개 이 곳에서 시간을 보낸다. 임자도의 대표 해수욕장인데다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고 깨끗한 모텔이나 여관, 펜션들이 모여 있다.
숙소를 먼저 마련해 두고 다시 차에 오른다. 임자도에는 대광해수욕장 못지 않게 들를 만한 곳이 많다. 그 가운데 빼 놓을 수 없는 곳이 용난굴이 있는 이흑암리 육암마을이다. 이곳 또한 운동장처럼 넓은 해변이 인상적이고 그 끝에 사람 한둘이 들어설 만한 용난굴이 나 있다. 높이 8m, 길이 150m의 이 동굴은 바다쪽으로 좁게 트여 있고 동굴 안은 이리저리 바위에 꺾여 들어온 희미한 햇살과 차고 축축한 공기가 묘하게 섞여 있다. ‘낙석주의’ 표지판이라도 붙여 놓아야 할 것 같은 칼바위 사이로 들어서는 마음은 절망과 희망을 반씩 닮았다. 그나마도 밀물 때면 들어설 수 없다.
육암마을에서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이보다 더 한적할 수는 없을 것 같은 은동마을의 해안 풍경이 펼쳐진다. 어디를 가나 모래밭은 넓고 넓다. 임자도는 모래섬이다. 오죽하면 ‘임자도 처녀는 모래 서 말을 마셔야 시집을 간다’는 말이 있을까.
은동마을을 돌아나와 전장포로 향한다. 전장포는 새우젓으로 유명한 포구다. 전국 새우젓 어획고의 60%가 이곳에서 나온다. 특히 음력 5월과 6월 임자도 근해에서 잡은 새우로 담은 젓갈은 ‘오젓’ ‘육젓’이라고 하여 전국 최고로 친다. 어부들은 잡은 새우를 배 위에서 바로 천일염에 절이고 드럼통에 담아 섬에 있는 서늘한 토굴에 보관한다. 저온에서 짠 맛이 줄고 비린내가 사라질 때까지 장기간 숙성시켜야 제맛이 난다. 전장포를 찾으면 포구 특유의 활기를 맛보고 최고의 새우젓을 싼값에 사는 즐거움이 크다.
해변과 포구를 찾아 도는 동안, 작은 산을 넘거나 마을의 구석구석을 지나게 된다. 길은 좁고 구불구불하지만 끝이 없을 것처럼 이어지고, 낮은 돌담을 두른 집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평화 같다. 마당이며 밭이며 초록으로 뒤덮인 필길마을, 마당에서 빨래를 널던 할머니가 환하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해당화 무리가 한꺼번에 꽃을 피우는 느낌.

꼬막껍질 속 누운 초록 하늘
못나고 뒤엉긴 보리밭길 보았네
보았네 보았네 멸치 덤장 산마이 그물 너머
바람만 불어도 징징 울음 나고
손가락만 스쳐도 울음이 배어나올
서러운 우리나라 앉은뱅이 섬들 보았네
(곽재구 시 ‘전장포 아리랑’ 일부)


구성진 노랫가락처럼 보리밭을 출렁이며 지나는 바람과 함께 떠돌다, 따개비처럼 수면에 붙은 앉은뱅이 섬들에 눈길을 보내다, 해질 무렵 다시 찾은 대광 바닷가에서 곽재구의 시를 떠올린다. 한낱 여행객은 시인의 가슴을 엔 설움을 미처 헤아리지 못한다. 다만, 이 낯선 섬을 사랑하기로 한다. 고작 반나절을 보낸 임자도의 노을 아래 서서, 왜 마음을 빼앗아 가는 건지 이유도 묻지 않고.
취재 협조: 메르세데스 벤츠 코리아(벤츠 C320 4매틱) ☎(02)532-3421

먹을거리·숙박 정보
전장포에서는 새우젓은 물론 갓 잡아온 활어를 싼 값에 살 수 있다. 숙박시설은 대광해수욕장에 몰려 있다.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썬비치 모텔(☎061-275-8484)이 깨끗하고 바닷가가 눈앞에 시원하게 펼쳐지는 유랜드파크(261-5454)도 이용할 만하다. 이용요금은 3만∼5만 원대. 모텔 1층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곳도 많다.

들를 만한 곳
신안군 지도 점암선착장에서 지도읍내로 나가면 오른쪽으로 작은 연륙교가 이어진다. 다리를 건너면 솔섬이다. 솔섬에서는 증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는데, 증도는 우전해수욕장이라는 아름다운 바닷가를 품고 있다.
무안군 해제면에서 77번 지방도를 따라 송석리로 들어서면 도리포에 닿는다. 도리포는 서해안의 해돋이 명소로 유명하다. 도리포에서 물암까지는 멋진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물암에서 현경 방향으로 조금만 더 달려 오류리에 이르면 오른쪽으로 홀통유원지 들어서는 길이 조그맣게 나 있다. 홀통유원지는 넓은 백사장과 해송숲이 어우러져 있어 물놀이를 하다가 그늘에서 쉬기에도 좋은 바닷가다.

드라이브 메모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무안 나들목에서 빠져 1번 국도를 타고 무안읍까지 간다. 무안읍에서 60번 지방도를 타고 현경면 소재지에 이르면 24번 국도를 만난다. 이곳에서 24번 국도로 갈아타 송정∼해제∼지도를 지나 끝까지 달리면 점암 선착장이다. 무안 나들목에서 점암 선착장까지는 30분쯤 걸린다.
철부선에 올라 20여 분 가면 임자도 진리 선착장이다. 철부선은 아침 7시 30분에서 오후 5시 30분까지 평소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고 피서철에는 수시로 오간다. 요금은 어른 700원(편도), 운전자 포함 중형차 기준 1만3천700원(왕복)으로 싼 편이다. 매표소 ☎(061)275-7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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