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장 드라이브’의 추억 장영일<영화 감독>
2004-05-11  |   5,113 읽음
지금 생각해도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처가살이를 할 때다. 집사람의 성화로 운전면허증을 따려고 면허시험을 몇 번 보았지만 계속 낙방을 했다. 정확히 필기시험은 네 번만에 통과하고 실기는 두 번 가량 떨어졌다. 당시 아내는 단 한번에 운전면허를 따서 오너가 된 지 몇 해가 지난 뒤라 나에 대한 무시가 어지간했다. 아내는 나에게 “천재 아니면 바보라고, 어떻게 운전면허시험을 수 차례에 걸쳐 몇 년을 두고 보느냐”고 했다.
어느 봄날 늦게 일어나 보니 집에 아무도 없었다. 어딜 갔는지 다들 외출하고 차고에는 승용차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기회는 이때다’ 생각하고는 차에 들어가 실기연습을 시작했다. “부르릉”, “키익”, “철커덕” 목소리로 자동차 모는 흉내를 내며 실기연습을 하다가 실감이 나지 않자 사이드 브레이크만 걸어놓으면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기억을 살려 사이드만 걸어놓고 실제로 시동을 걸었다.
차는 꿀렁꿀렁 움직였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아, 나는 신나는 드라이브를 시작했다. 영동고속도로를 지나 동해 해안선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오다 다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해 올라오는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순간적으로 액셀 페달을 힘껏 밟았다. 집이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차가 굉음을 내며 돌진하다 차고 문에 걸렸다. 사이드 브레이크가 풀리며 차가 앞으로 튀어나간 것이다.
조용하던 집에 난리가 났다. 대문 밖으로 나와 차고 문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철제 차고 문은 반쯤 찌그러져 있고, 차는 차고 밖으로 머리를 반쯤 내밀고 있었다. ‘세상에 이런 난리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식은땀이 나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장인어른이 오기 전에 빨리 이 상황을 수습해야한다는 마음에 동네 수퍼 아저씨, 전기 재료상 주인, 철물점 아저씨를 찾아가 돈이 얼마 들지는 생각말고 빨리 원래대로 만들어 달라고 했다. 동네 사람은 하나 둘 모이고 혀를 차는 사람, 재미난 듯 바라보는 사람 등 표정들도 다양했다. 하지만 남들 시선에 아랑곳없이 나는 계속해서 큰길을 바라보며 장인어른이나 처가댁 식구가 오지 않나 눈치를 보며 아저씨들을 재촉해 겨우 차고에 차를 집어넣고는 부리나케 영화사로 도망갔다. 다행히 그 사건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졌다. 가끔 장인어른이 차고 문이 이상하다고 할 때마다 심장에서는 브레이크 걸리는 소리가 났다.
가끔 술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박장대소를 한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당시 상황에 가끔 미소를 짓는다. 자동차는 연습이 없는 움직이는 실제상황이란 걸 깨달았다. 그래서 항상 조심하고 질서를 지켜야 한다고 얘기하고 싶다. 문득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 제목이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그 비밀을 지키고 있는 동네 사람들을 볼 때마다 소리 없는 진동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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