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수 시절의 운전면허시험 이상건<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2004-02-09  |   6,463 읽음
2년전 미국 연수 시절에 나와 우리 가족은 메릴랜드주에 머물렀다. 한국에서 병원에 근무하는 동안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해 아쉬웠던 나로서는 이 1년의 미국 연수 기간이 매우 행복했다. 우리 가족들도 나와 같이 행복해 했던 기억이다.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미국에서도 자동차 운전은 필수다. 한국에서 딴 운전면허가 있었지만, 미국에서 운전을 하기 위해 시험을 치러야 했다.
여행객은 국제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자동차 운전을 할 수 있고 면허증에는 1년간 유효하다고 적혀 있지만, 주에 따라 유효기간과 인정기준이 다르다고 한다. 특히 내가 있던 메릴랜드주는 한 달만 국제운전면허를 인정해 주었고, 또한 보험조건 등을 고려할 때 그 지역의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좋다고 하여 시험을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오래 전에 면허시험을 보았고,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운전을 해왔던 터라 크게 부담은 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편으로 내심 걱정이 되었다. 한국에서만큼은 어렵지 않다는 지인들의 말이 오히려 부담되었다. 여권 등을 지참하여 필기시험을 치르러 가니 듣던 대로 한국말로 되어 있는 시험지를 내준다. 메릴랜드주에 한국 사람들이 많이 산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미국 나름대로의 시험방식을 익히기 위해 몇 번의 연습을 하고, 드디어 실기시험 당일 평소 연습을 도와주던 교민 분이 동승해 자동차를 몰고 시험장으로 갔다. 시험관인 미국인 경찰관이 차에 올라탔다. 최대한 공손한 태도로 인사를 하고 안전벨트를 맸다. 순간적으로 한국에서 하던 버릇대로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출발하려고 하다가 아차 하는 느낌이 들었고, 바로 양손으로 핸들을 꼭 붙잡았다. 다행히 경찰관은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메릴랜드주는 도로주행 없이 시험장내 코스만으로 시험을 보는데, ㄷ자형 탈출 등을 비롯해 한국과 다른 생소한 코스여서 시험을 치르면서 식은땀을 계속 흘렸다. 무사히 코스 주행을 마치고, 드디어 미국의 운전면허증을 손에 쥐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시험 합격의 기쁨이었다. 한국에서 운전면허를 따고, 처음 운전할 때의 느낌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미국에서 운전면허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많은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평소 한국에서 무시하고 지나쳐 버렸던 많은 교통법규, 신호등, 표지판들의 중요함을 새삼 느꼈고, 한국에서의 운전행태를 반성했다. 물론 나 혼자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변명을 해보긴 했지만, 다시 한번 운전습관을 돌이켜 보고 재점검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어렵게(?) 딴 운전면허증으로 주말에는 가족과 즐거운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다.
미국에서는 중고 도요타 캠리를 사서 사용했는데 성능이 괜찮았다고 생각된다. 한국에 온 지금은 르노삼성 SM5를 타고 있다. 집사람이 주로 운전을 하고 나는 어쩌다가 고속도로에서 운전대를 잡는다. 이럴 때면 미국에서 운전면허시험 보던 시절을 잊고 앞지르기를 자주 하여, 차에서 내릴 때 둘째인 딸에게 늘 한마디를 듣는다. “아빠는 레이서야, 레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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