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사 오일압 쇼크 업소버의 장인
2005-06-15  |   8,736 읽음
한 분야에서 명성을 얻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열정과 실력 그리고 전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스터피스’(masterpiece), 즉 장인이란 소리를 들을 수 없다. 이달의 이색튜너로 만난 현기사는 지금껏 쇼크 업소버 하나만 다뤄온 업체로 열정, 실력 그리고 30년이란 전통을 갖춘 서스펜션 분야의 마스터피스다.

현기사는 지난 1975년 부산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당시 현기사의 김규현 사장은 19세 나이로 작업장이나 공장 등에서 서스펜션 및 쇼크 업소버를 만드는 일을 어깨 넘어로 배워왔다고 한다. 그러던 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순정 쇼크 업소버를 오일압을 이용해 개조하는 것으로 그는 가스식 쇼크 업소버 이상의 성능을 내는 ‘오일압 쇼크 업소버’라는, 당시로서는 새로운 개념의 서스펜션 제품을 만들어냈다.

그의 기술력은 부산 등에서 입소문을 탔고 값이 비싼 수입 가스 쇼크 업소버를 달기 어렵거나 오너의 스타일에 맞는 서스펜션 세팅을 원하는 고객들이 점점 ‘오일압 쇼크 업소버’를 찾기 시작했다. 이후 1990년, 현기사는 서울에서 자사의 기술력을 도전해 보고자 자동차부품 업체가 많은 동대문구 장안동에 새로 문을 열고 15년간 한 자리를 지켜왔다.

모터스포츠와 함께 현기사의 실력 소문나

현기사는 90년대 초 튜닝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젊은이들에게 소리 없이 이름이 퍼져 나갔다. 그 이유는 어렵게 구한 수입제 쇼크 업소버를 능숙하게 다룰 만큼 작업솜씨가 일품이었고 개인취향에 맞는 쇼크 업소버와 스프링의 세팅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이후 현기사는 국내 모터스포츠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선수나 레이싱 팀에서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초기 모터스포츠는 온로드가 아닌 오프로드 위주의 경주가 많다보니 현기사 제품들은 오프로드 동호회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90년대 중반 온로드 경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서스펜션 튜닝의 역할이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부분 튜닝키트를 수입에 의존했고 특히 쇼크 업소버는 국산 튜닝제품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문제는 이것들을 다룰 전문가가 부족했다. 선수들은 현기사에 경주용 차의 서스펜션 세팅을 맡기거나 현기사가 제작한 오일압 쇼크 업소버를 달기도 했다.

90년대 후반, 한적한 도로나 텅 빈 장소 등에서 행해지는 비공식 드래그 레이스 등이 차를 좋아하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튜닝의 방향도 차체를 낮추거나 코너링 성능을 높이는 서스펜션 튜닝이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수입 제품은 값이 만만치가 않다보니 작게는 40만 원에서부터 많게는 200만 원 이상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오너들의 경우엔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그들이 찾은 대안은 바로 현기사의 오일압 쇼크 업소버. 수입제보다 저렴한 값으로 용인 레이스 등에서 입증된 성능이 입소문을 탔다. 또한 오너가 원하는 만큼 감쇠력이나 차체 높낮이를 조절해주니 튜닝용으로 오일압 쇼크 업소버를 찾는 고객들이 하나 둘 늘어났고 현기사도 기존의 오일압 쇼크 업소버의 성능을 높인 제품 등을 개발하며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현기사는 현재 김규현 사장과 그의 동생인 김삼현 씨가 오일압 쇼크 업소버 개조 및 제품 생산을 담당하고 있다. 하루 평균 작업 대수는 많게는 5대, 적게는 2대 정도로 대형 튜닝숍이나 서스펜션 전문점을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게 많아 보이진 않는다. 주력 제품은 오일압 쇼크 업소버로 고객들의 차에 알맞게 하드 타입과 소프트 타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가스식 쇼크 업소버도 작업을 하는데 보통 주문생산으로 만든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 같은 때에 쇼크 업소버 하나만 다룬다면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을까? 이런 의문은 김사장의 말을 들어보니 괜한 우려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한 가지만 해도 그 분야에서 일등이 될 수 있다면 여러 우물을 파는 것보다 한 우물을 파는 편이 낫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품 노하우의 숨은 비결은 ‘꾸준함’

현기사는 제품 판매 후 애프터서비스가 좋기로 유명하다. 아무래도 서스펜션을 다루다보면 작업 후 차체 높이나 감쇠력 등을 이유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너들이 다시 찾아오는 일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별말 없이 오너가 원하는 대로 몇 번이건 다시 해준다고 하는데 지나치게 낮거나 하드한 경우는 오너의 안전을 위해 작업 전 미리 당부를 한다고 했다.

혹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공개할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니 김사장은 “떡볶이 집 고추장은 며느리한테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던데”라며 웃음을 짓더니 특별한 노하우는 바로 ‘꾸준함’이라고 한다. 고객에게도 꾸준하게 제품개발도 꾸준하게 하다보면 한 분야에서 이름을 남기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한다. 뒤이어 대를 이어갈 생각이냐는 물음에 “선반 작업, 용접 및 고객을 대하는 서비스 정신 등을 모두 갖춰야 하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손에 기름 묻히는 일을 꺼려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대답하지만 내심 자신의 뒤를 이어 현기사를 이끌어 나갈 인재를 기대하는 눈치도 살짝 엿보인다.

현기사는 요즘 변화를 꾀하고 있다. 그 시작으로 인터넷 사이트(www.hsorber.com)를 개설하는 등 온라인 마케팅도 앞으로 점차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이제 장안동에 자리한 업체라는 인식을 버리고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해 제품 정보와 쇼크 업소버에 대한 자료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국내에서도 튜닝이라는 한 분야만 전념하는 튜너들이 아직 건재한 것을 보면 국내 튜닝산업도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새로운 변화가 성공을 거두길 빌며 현기사의 꾸준함 또한 계속 이어지길 바래본다.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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