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칼럼니스트 김선겸 가슴속에 사람을 품고 두 발로 세상을 누빈다
2005-03-23  |   6,784 읽음
가장 좋은 대화법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기자도 여행에 관심이 많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할 말도 많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다. 그러나 김선겸(41) 씨 앞에서는 ‘가장 좋은 대화법’을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인사가 끝나자마자 눈을 빛내며 “이번에 독일 카니발을 갔다 왔는데요. 그 친구들 아침 7∼8시부터 맥주를 궤짝으로 마시는데……”라는 말로 시작해 쉴 새 없이 얘기를 풀어 나가는 김선겸 씨. 그의 생생한 경험담에 어설프게 끼어들어 이야기의 맥을 끊을 수가 없었다. 그는 본지 ‘world travel’을 연재하고 있는 필자이기도 하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여행가의 길로
김선겸 씨가 여행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14년째. 본격적으로 칼럼니스트 일을 한 것은 5∼6년이 지났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이 기나긴 여정에 발 담그게 했을까.
“아프리카 여행에 나선 만화 주인공이 너무 부러워 똑같이 해보고 싶었습니다. 언젠가는 아프리카에 꼭 가보고 말겠다고 마음 먹었어요. 대학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다 1년만에 그만두고 아프리카 여행길에 올랐습니다. 8개월 정도 여행하고 돌아오니 일자리가 문제였어요. 자유롭게 살고 싶은 욕망을 주체할 수도 없었고.”
여행가의 길에 접어든 그는 외국을 제집 드나들 듯하며 1년에 5∼6개월은 해외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친다는 설렘. 이것이 낯선 곳을 오랫동안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낯선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참 즐거웠습니다. 방에 커다란 세계지도를 붙여 놓고 항상 어디를 갈지 생각했지요. 알음알음 들어오는 원고청탁으로 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바로 배낭을 꾸리는 생활이었습니다.”
많은 곳을 돌아다니다 보니 초창기의 설렘이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여행 칼럼니스트가 된 뒤에 새롭게 눈뜬 사진이 초창기의 열정적인 모습으로 되돌리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가 세운 여행의 원칙 가운데 하나는 사람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지 말자는 것. 따라서 여행의 중심에는 항상 사람이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 보따리에는 체코의 버스에서 우연히 만난 허름한 노부부가 고물 폭스바겐으로 오스트리아 국경까지 태워 준 이야기, 팔레스타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걱정 등 사람의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문화재에 관심이 가고 좋은 풍경에 취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억에 남을 만한 사람을 만날 때는 정말 여행하는 보람을 느끼지요. 문화재나 풍경은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지만 사람들에 관한 일은 언제고 새록새록 기억 속에 떠오릅니다.”
왠지 배낭 매고 걸어서 다니는 것을 정석으로 여길 것 같은 그지만 차로 떠나는 여행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차가 있으면 여행이 편해져요. 걸어서는 갈 수 없는 먼곳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시야가 더욱 넓어지고요. 티베트에 갔을 때인데, 걸어서 1년 걸려야 볼 수 있는 곳을 차를 빌려서 며칠만에 다 둘러보았다니까요. 여행 중 타 본 차 중에서 도요타 랜드크루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늪지에서도 거침없이 빠져 나오는 모습이 믿음직하더군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여행이라지만 힘든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인도에서는 돈이 떨어져 3∼4일 굶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에서는 총격전에 휘말려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고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는 못해 여행가를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다. 그리고 두 달간 한국말을 한 번도 못했을 때, 타국어로라도 대화할 상대가 없을 때는 무척 견디기 힘들었다고.
14년 동안 발이 부르트도록 전세계를 돌아다녔지만 아직 못 간 곳이 있다. 아니 일부러 가지 않은 곳이다.
“중앙아프리카는 가지 않고 있습니다. 여행에 대한 꿈을 심어 주었던 그곳에 갔다 오면 여행가를 시작할 때 가졌던 열정이 식을까 봐 이래저래 미루고 있어요.”
그러나 1∼2년 뒤 그는 중앙아프리카를 찾을 계획이다. 더는 늦출 수 없기에. 그럼 그 후에는?
“체력이 닿는 한, 길이 있는 한 계속 여행을 해야지요.”
글 | 임유신 사진 | 박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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