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스쿠버다이버 최승훈·양혜경 “물 속에 있을 때가 더 자연스러워요”
2004-12-23  |   5,589 읽음
올림픽공원 수영장 다이빙풀. 한 쌍의 남녀가 잠수복을 입고 있다. 차분하게 잠수복을 입고 오리발을 차는 모습이 제법 전문가 같다. 반복되는 사진 촬영에도 계속 오리발을 저으며 물의 기운을 만끽하는 이들의 표정에서 행복함이 묻어난다. 물이 좋고, 바다 밑 풍경이 너무도 보고 싶어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했다는 최승훈(42세)·양혜경(40세) 부부.

광대하고 흐릿했던 신비의 세계
처음 보았던 동경의 세상은 흐릿했다. 실내수영장에서 연습을 하면서 내내 그려 왔던 세상이지만 첫인상은 흐릿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다 속 세상은 서서히 제 모습을 드러냈다. 뿌옇던 바다는 시퍼렇던 겉모습과는 달리 따스하게 다가왔다.
이들 부부가 스쿠버다이빙을 시작한 것은 지난해 5월. 스쿠버다이빙 교실에 대한 기사를 신문에서 보고 나서다. 그 전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물 속 풍경을 보고 막연하게 ‘한번쯤 눈으로 직접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신문기사를 보고 그 길로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게 되었다.
“스쿠버다이빙 하기 전엔 주말에 집에만 있었어요. 마음은 굴뚝 같은데 운동을 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최승훈 씨는 원래 운동을 좋아해 농구도 즐기고 아내와 탁구도 쳤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시들해졌다. 그러다 스쿠버다이빙을 만났다. 망설임 없이 스쿠버다이빙을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물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파’ 최승훈 씨는 꽤 오랜 기간 수영을 했고, 아내 양혜경 씨도 2년 가까이 수영을 배워 물이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수영을 잘 하는 것과 스쿠버다이빙은 달랐다.
“장비가 몸에 익숙해져야 물 속에서 편해요. 그런 다음에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요.”
복장과 장비가 완벽해야만 스쿠버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까닭에 장비에 대한 믿음과 익숙함은 필수다. 처음 바다에 들어갔을 때, 내려가는 동안 장비에 대한 걱정으로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산소통은 잘 연결되었을까, 공기는 충분할까, 오리발은 잘 신었을까…. 잠시 후, 무중력이나 다름없는 물 속에서 공기통의 무게도, 다이빙 수트의 압박도 사라진 다음에야 지금까지 뭍에서 보지 못했던 풍경이 펼쳐졌다.
스쿠버다이빙 교육을 마치고 처음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오픈워터’(open water)라고 한다. 오픈워터의 기억. 최승훈 씨는 “별로 무섭지는 않았고, 모든 게 신기했죠”라고 떠올렸고, 양혜경 씨는 “처음엔 무서웠지만 금세 편해지더군요, 굉장히 좋았어요”라며 웃었다. 운동을 좋아해 수영을 하다가 다이빙이 하고팠던 남편과 실내수영장에서만 배워 바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아내. 이 둘은 첫 경험의 기억을 떠올리며 ‘맞아, 그때 그랬어’ 하는 눈빛을 나눈다.

살짝 들여다본 자연의 속살에 감탄
“자연은 정말 위대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넓은 바다, 다이버가 본 세상은 한 조각에 불과하지만, 그 속살 한 조각마저도 자연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이들 부부가 남해 매물도 앞에서 새삼 몸으로 느낀 진리였다. 그러면서도 늘 같은 모습으로 있는 자연이기에 더욱 매력적이었다.
이들의 스쿠버 실력은 중급(advanced). 고급(rescue)이나 마스터(master)가 목표는 아니다. 그렇다고 대충 즐기다 ‘시들해지면 말고’ 하는 식도 아니다. 그저 스쿠버다이빙을 즐기고,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레 고급 수준을 거쳐 마스터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올해 중학교 1학년인 지원이와 초등학교 3학년인 원준이에게도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칠 생각이다.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다이빙을 하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므로 아이들은 수영을 배우고 있다. 부부는 원준이까지 다이빙복을 입고 온 가족이 스쿠버다이빙 할 날을 기대하고 있다.
요즘은 날씨가 추워 투어가 어렵다. 그래서 이들은 올림픽공원 수영장의 다이빙풀에서 스쿠버다이빙 연습을 하고 있다. 매주 시간을 내기 어려워 한 달에 두어 번밖에 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내년 투어를 대비한 훈련이지만 연습 자체로도 즐겁다는 두 사람.
일상생활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녹여 버릴 수 있고, 평소에 볼 수 없는 색다른 세계도 볼 수 있다. 체력 소모가 커서 운동도 되고, 공기방울 소리 외에는 아무런 소리도 없는 절대고요 속에서 자신을 돌아볼 수도 있다. 게다가 좋은 사람들이 있어 바다를 오가는 길이 즐겁고, 맛난 음식에 부부금실까지 좋아지니, 다른 레저에는 눈길이 가질 않는다.
최승훈·양혜경 부부는 스쿠버다이빙에 푹 빠져 있다.
취재 협조 : 산호수중 (02)478-2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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