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바퀴굴림차 문화의 산 증인 ③사람편 - 한국4WD연맹 회장 김안남
2004-09-17  |   6,966 읽음
그에게는 한국 4WD의 역사, 국내 4WD 동호회 창시자, 4WD의 달인 등 4WD와 관련된 많은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한국4WD연맹’ 김안남(65) 회장.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를 만나 국내 4WD 문화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김 회장이 자동차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55년, 16세 때였다. 국내에 주둔한 미군 지프가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없었다. 기회를 엿보던 중 목표물이 정해졌다. 미군이 잠시 세워 둔 지프가 눈에 들어온 것. 훔친 차를 타고 정릉과 미아리 일대를 돌아다녔다. 세상을 얻은 기분이었다.

지프는 인생의 시작이고 마지막
그때 타 본 지프의 감동은 소년의 마음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고 결국 지프와 생활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된다. 당시 종로3가는 지프에 소프트톱을 씌우는 가게가 많았고 이곳에서 일을 배운다. 관심이 있으면 일이 재미있고, 실력도 빠르게 느는 법. 몸은 고됐지만 밤샘작업을 해도 피곤한 줄 몰랐다. 19세가 되자 가게를 열 정도로 실력이 쌓였다.
그의 이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네바퀴굴림차에 관심이 있는, 10년 이상 된 오너들에게 김안남이라는 이름 석자는 ‘4WD 동호회’로 통한다. 최근 기자가 만난 50대 후반의 여성도 김안남 회장을 알고 있었다. 15년 전 코란도 훼미리를 타고 다닐 때 김 회장에게서 동호회 가입을 권유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1989년, 김 회장은 국내 처음으로 단골 고객 7명과 ‘코리안스 클럽’이라는 오프로드 동호회를 만든다. 당시만 해도 오프로딩은 낯선 분야여서 사람들이 가입을 꺼렸다.
“좋은 길 두고 왜 산 속을 헤매는지, 이상하게 쳐다보기도 했어요.”
산길을 다니다 여러 차례 사고도 겪었다. 폭우로 유실된 오프로드를 달리다가 차와 함께 구른 적도 있다. 바깥 세상과 단절된 오지마을을 접하면서 여행은 봉사활동으로 바뀌게 된다. 농번기에는 정비사 자격증이 있는 회원이 경운기를 고쳐 주고, 일터로 나간 부모를 대신해 아이들과 놀아 주며 의사 회원은 진료를 해주었다. 소문이 퍼지자 회원들이 점차 늘어나고 여기저기서 4WD 동호회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모든 동호회가 좋은 소리를 들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어 배타적인 활동을 했던 것. 김안남 회장은 동호회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1999년 한국체육진흥회에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한국4WD연맹’을 만들었다. 활동영역이 점차 넓어졌고, 4WD 경기도 이때 시작된다.
첫 대회는 용인 오프로딩 경기. 메이커가 주관하기로 했으나 경험 부족으로 매끄러운 진행이 힘들게 되자 김 회장이 팔을 걷고 나섰다. 1999년 몽산포에서 ‘4WD 장애물 경기’를 개최하면서 붐을 일으킨다. 당시 기아자동차에서는 레토나 한 대를 우승 상금으로 내놓았다.
“4WD와 관련해서 그렇게 큰 대회가 열리기는 처음이었어요. 특히 부대행사로 마련된 4WD 운전요령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미숙한 점도 많았지만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자부합니다.”
그 뒤 오프로드 문화가 앞선 일본과 말레이시아 등을 방문하고 해외 경기도 참관하는 등 제대로 된 오프로드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정열적으로 뛰어다닌다.
최근 김 회장은 수륙양용차를 만들어 한강을 건너는 이벤트를 열었다. 케네디 지프에 방수장치를 직접 달고, 많은 사람을 태우기 위해 부력장치를 키우고 유압장비를 더했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 이 시도에는 김 회장의 봉사에 대한 열정이 담겨 있다. 수해지역 구호차를 염두에 둔 것. 도로와 집이 물에 잠겼는데도 차를 몰고 갈 수도, 배를 띄우지도 못하고 쩔쩔매는 모습이 너무도 안타까웠다.
김 회장은 ‘4×4는 점잖은 사람들의, 순수한 문화’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 몬스터카 동호회는 봉사정신에서 기인합니다. 지진이 잦은 일본에서 몬스터카는 구조활동용으로 최고의 능력을 보였어요.”
40년간 외길 인생을 걸어오면서 신진지프를 시작으로 거화 코란도, 아시아 록스타, 그리고 쌍용 코란도와 무쏘까지 경험하지 않은 4WD가 없다. 김 회장은 오프로드용으로 구형 코란도를, 온로드를 달릴 때는 뉴 코란도, 부인과 데이트를 즐길 때는 무쏘 그리고 케네디 지프까지 넉 대의 SUV를 갖고 있다. 코란도 오픈카에 음악을 크게 틀어 도로를 질주하는 김안남 회장. 음악 소리에 고개를 돌린 한 젊은이가 ‘할아버지 짱’이라며 엄지를 세우기도 한다.
지금도 손수 도면을 그리고, 가위를 들고 작업을 하는, 오랜 연륜만큼이나 거칠어진 손이 국내 4×4 역사를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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