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복 서천해양박물관장 평범한 갯마을을 서해안 명소로 만들다
2004-09-01  |   5,902 읽음
하루 종일 큰 솥에 조개껍질을 삶고, 물고기 살을 발라내서 씻고 말리고 스티로폼으로 본을 뜨는 사람이 있다. 괜찮은 물건(?)이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간다. 모두 돈이 들어가는 일이다.
“보통 여자라면 싫어하겠지요. 집사람도 처음에는 불만이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포기했는지 조용해요. 이것저것 집으로 끌어들이면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이장복(43) 서천해양박물관장은 남 얘기하듯이 무심하게 말하면서 불쑥 손을 내밀었다.
“이것 보세요. 모든 작업을 직접 하다 보니 손이 이렇게 험해졌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조개껍질 모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라 바다가 앞마당처럼 느껴진다지만 그에게는 바다 냄새가 안 난다. 그리고 갯일로 먹고 사는 사람이라면 조개껍질을 모으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비인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사업가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하니 넉넉한 집안에서 나고 자란 셈이다.
“고등학교 때 바닷가에 놀러 가서 조개껍질을 주워 온 것이 시작이었습니다. 나중에 외국에 사는 친구들에게 부탁해서 예쁜 조개와 고둥, 산호 등을 모으다 보니 가짓수가 늘었어요. 20년이 넘으니까 수집품이 너무 많아져서 박물관을 차리지 않으면 안되겠더라구요.”
이장복 씨는 적당한 자리를 찾아다니다 앞이 툭 터져 있고, 해돋이와 해넘이를 모두 감상할 수 있는 마량리 바닷가 언덕에 터를 잡았다. 박물관은 2002년 3월 문을 열었다.
‘비인’이라는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이곳은 볼 것도 없고, 거대한 화력발전소가 오히려 풍경을 망쳐 놓은 평범한 갯마을이다. 이런 곳에 요즘 많은 사람이 찾아온다. 서천해양박물관이 개장한 이후에 생긴 변화다. “박물관이 들어선 뒤에 주변 땅값이 열 배나 올랐다”는 그의 말에서 애향심과 함께 자부심이 묻어 났다.
건평 600평의 박물관에는 30마리가 넘는 상어떼와 거북이, 고래, 가오리 등 볼거리가 가득하다. 특히 하얗거나 분홍색을 띤 조개껍질이 많은데, 모두 14만5천 점에 이른다.
전시실 중앙에는 공룡을 연상시키는 ‘브라이드 고래’ 뼈(9m)가 공중에 매달려 있다. 2002년 10월 부안 격포에서 잡힌 것을 3천만 원에 사서 고기는 팔고 뼈만 추려낸 것이다. 하얀 나뭇가지처럼 만들기 위해 일곱 번 삶아서 우려내고 포르말린(방부제) 처리를 했다고 한다. 상어나 가오리 같은 큰 물고기는 박제 전문가와 공동작업을 하지만 작은 물고기는 직접 손질한다. 그러다 보니 박제 전문가가 다되었다며 으쓱한 표정을 짓는다.
박물관에서 일하는 직원은 진주 판매대와 기념품 코너를 포함해서 7명. 개인 박물관치고는 인원이 많은데, 과연 운영비는 나오는 것일까? 참고로 관람료는 어른 4천 원, 어린이 2천500원으로, 박물관 입장료를 사면 입체영화를 함께 볼 수 있다(현재 ‘해룡’을 상영하고 있다).
“직원들 월급 주려면 한 달에 적어도 3천만 원은 필요해요. 다행히 많은 사람이 찾아 주어 현상유지는 하고 있습니다. 관장인 저도 닥치는 대로 일을 하니까 그 정도 되는 거예요.”
2개의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에쿠스를 탈 정도면 사장님 소리 들으면서 편안하게 살만도 한데 그는 안락한 생활에는 관심이 없다. 해양생물이 좋아 틈만 나면 수산시장을 뒤지고 다닌다. 이런 열정이 있기에 우리는 백상아리와 멸종위기의 장수거북, 반토막짜리 물고기 개복치 등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올 여름에는 서해안으로 여행을 떠나 보자. 서해안 고속도로 춘장대IC로 나가면 시원한 해수욕장, 쭉 뻗은 방파제, 푸근한 갯마을, 노을 지는 마량포구가 반긴다. 서천해양박물관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서천해양박물관 (041)952-0020 www.scm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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