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 디자이너 타츠야 카타오카 ⑥디자이너 인터뷰 - “차를 좋아하면 디자인을 할 수 없다”
2004-08-13  |   7,631 읽음
자동차의 외관 디자인에서 휠은 단순히 타이어를 잡아주는 기능 이상으로 전체 스타일을 결정짓는 중요 포인트가 된다. 양산차에 처음 달려나오는 순정 제품보다 애프터마켓용 제품이 더 관심을 끄는 것은 똑같은 보디에서 차별화 된 휠 하나만으로도 남다른 개성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휠 디자인 또한 진화를 거듭해 독창적이고 아름다운 제품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그런 한편 휠 디자이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 유명한 휠 디자이너인 타츠야 카타오카(Tatsuya Kataoka)씨가 한국에 왔다는 연락이 본지 편집부로 날아들었다.

록음악 추구하다 우연히 휠 디자이너 입문
획기적인 디자인으로 히트, 아이디어 많아


타츠야 카타오카 씨는 일본에서 매우 입지전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다. 고등학교 졸업만의 학력으로 세계적인 휠 디자이너가 되었기 때문인데, 최고의 디자인 학부나 톱클래스의 휠 회사 또는 자동차회사를 거치지 않은 그의 성공스토리는 일본 젊은이들에게 큰 용기를 주는 것이었다.
서울 강남의 IBIS 호텔에서 만난 타츠야 카타오카 씨는 큰 키에 패셔너블한 옷차림이 첫눈에 보기에도 디자이너다운 모습인데, 실제 모델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그는 곧 패션쇼가 있다며 식사 때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최근에 디자인한 휠 제품을 한국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 왔습니다. 세계적인 휠 디자이너라고 하면 미국의 마크 니퍼(mark nipper)와 마리 니체(marie niche), 그리고 저 이렇게 세 사람입니다. 워낙 유명한 디자인이라서 카피가 많아요. 그래서 이들 제품은 의장등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을 찾은 이유와 대표적인 휠 디자이너를 묻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최근 국내 휠 업체는 중국의 저가제품 공세에 고심하고 있는데, 뛰어난 품질 바탕 위에 디자인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카타오카 씨에게 제품 디자인을 의뢰한 것이다.
카타오카 씨는 20대에 MHT사의 ‘카오틱’(Kaotik) 브랜드를 맡아 현재 ‘스포르자’(Sporza)의 메인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전세계 20여 개 휠 메이커의 의뢰를 받아 디자인 작업을 해오고 있다.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 휠 디자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
“정말 우연입니다. 전 디자인을 공부한 적도 없고 디자이너가 되려는 생각도 없었어요. 휠이라는 것도 전혀 알지 못했을 뿐 아니라 자동차에도 흥미가 없었지요. 방황하던 스무살 무렵, 당시 제 형이 미국에서 휠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었어요. 형을 따라 MHT(미국에서 가장 큰 휠 회사)의 공장에 갔다가 신제품으로 나온 휠을 보게 되었지요. 그런데 저는 그 휠의 디자인이 별로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라면 이런 식으로 디자인할텐데’하고 스케치를 해보았지요. 그런데 우연히 그 스케치를 본 MHT사의 사장이 관심을 보였어요. 그게 계기가 된 것이지요.”
MHT사는 그 스케치를 가지고 휠을 만들고, 그해(1996년)에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쇼인 SEMA쇼에 출품하게 된다. 림까지 함께 디자인되어 당시로는 획기적이었던 이 휠(‘Skater’라는 이름)은 업계의 화제를 모으며 대히트를 하게 된다.
원래 그는 뮤지션이었다. 록음악을 추구했는데 레코드사에서 댄스음악을 하라고 해서 마찰이 있었다고 한다. 그룹에서 나와 신주쿠 등지를 히피처럼 떠돌아다니다 이러면 안되겠다 싶어 형을 만나러 미국에 간 것이다. 그런 이력 때문일까, 그에게 디자인은 어떤 철학이나 예술세계와는 관계없는 자유로운 영감일 뿐이라고 한다.
“디자인을 할 때 이렇게 그려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은 없습니다. 그냥 음악을 듣거나 술을 마시면서 자유롭게 떠오르는 대로 그립니다. 하나의 작품을 디자인하는 데 단 5분이 걸릴 때도 있고 3일이 걸릴 때도 있습니다. 1년에 500∼600개 정도의 디자인을 하는데 그중 상품이 되는 것은 50∼60개 정도입니다.”
디자인은 의뢰를 받을 때도 있고 먼저 디자인을 해서 회사에 선보일 때도 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휠에 대한 새로운 시각 그리고 휠 디자인 분야의 무한한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저는 자동차는 잘 모릅니다. 그냥 디자인을 할 뿐입니다. 차를 좋아하면 디자인을 할 수 없습니다. 차를 빼고 그냥 휠만을 디자인합니다. 유명 배우가 제가 디자인한 휠을 달고 다닌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는 너무 기뻤습니다. TV 드라마에서 제가 디자인한 휠이 장식품으로 나오는 때도 있어요. 그럴 땐 정말 기분이 좋습니다. 일본에서는 술집이나 집에 휠을 장식품으로 놓는 경우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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