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장 최선학 “물건을 모을 생각 말고 즐겁게 감상하세요”
2004-07-26  |   5,415 읽음
중앙고속도로 신림IC에서 빠져나가 주천, 영월로 이어지는 88번 지방도로는 고향의 이미지로 채워진, 푸근한 드라이브 코스다. 도중에 치악산, 감악산 등산로가 시작되고, 쌀 찐빵과 면발이 툭툭 끊기는 시원한 막국수로 유명한 황둔리가 있다. 주천강과 동강도 한달음이다.
최근 이곳에 명소 하나가 더해졌다. 신림터널을 지나 6km 지점, 깊은 산 속에 들어선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이 그곳으로 6월 20일 개관식을 가졌다. 박물관을 만든 주인공 최선학(48) 씨는 명주사 주지를 겸하고 있다.
그가 일러준 대로 신림터널을 지나서 ‘치악산 명주사’ 푯말을 보고 왼쪽 산길로 접어들었다. 하얀 감자꽃이 만발한 밭과 계곡 사이로 대충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얼마쯤 올라가니 갑자기 앞이 시원스럽게 열리면서 멋스런 건물들이 눈에 들어온다. 명주사와 박물관이다.
군더더기 없는 60여 평의 건축물 안에는 거무튀튀한 나무판들과 그것으로 찍어낸 책, 그림 등이 정갈하게 전시되어 있다. 그가 소장한 작품은 판화 원판 1천800여 점, 판화로 찍어낸 서적 200여 권, 판화 작품 300여 점, 판화 관련자료 200여 점 등 2천500점이 넘는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티벳, 몽골, 인도, 일본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이퇴계의 ‘성학십도’, 조선조 임금의 음식메뉴를 적은 ‘진찬의계’ 등 목판으로 찍은 서적들 외에 중국의 ‘오대산성경전도’가 눈길을 끈다. 마을과 계곡, 도로, 300명이 넘는 사람이 나오는 오대산 그림은 가는 붓으로 그린 것처럼 세밀해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으면 목판화라는 것을 알 수 없을 정도다.

명주사를 명성센터로 만들고 싶어
최선학 관장이 컬렉션을 시작한 것은 7년 전 서울 용산에 있는 국방부 법당 신자들과 중국에 성지순례를 갔다가 항주 야시장에서 작은 도자 불상을 산 것이 계기가 되었다(그는 15년간 국방부 법당주지 등을 지내고 98년 전역했다).
“꼭 필요한 것이어서 3만 원 가량 주고 사 왔는데, 인사동에서 똑같은 것이 기백만 원에 팔리더군요. 많이 놀랐지요. 이를 계기로 골동품의 매력에 눈을 떴습니다.”
처음에는 귀해 보이는 것을 무조건 사들였으나 불교 승려인 자신의 생활과 관계 있는 유물로 범위를 좁혔고, 다시 목판화 분야로 압축되었다.
“제가 동국대에서 불교미술을 전공했어요.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고미술에 대한 열정이 뒤늦게 되살아난 것이겠지요.”
컬렉션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가족들의 비협조와 넉넉지 않은 자금. 대부분의 컬렉터가 비슷한 고민을 안고 있다고 전한다.
“불교에서는 가진 것을 다 버리라고 하는데, 나는 왜 이렇게 자꾸만 모으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괴로운 적도 있었어요. 목판화 수집은 저의 업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이젠 그것을 많은 사람과 나누기로 했습니다.”
박물관 개관과 맞추어 판화교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근처 산골짜기를 명상센터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나갈 계획이다.
최선학 관장의 수집 편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굉장히 힘이 드는데다 끝이 보이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모을 생각하지 말고 그저 감상하고 즐기도록 하세요. 그것이 진짜 행복입니다.”
올 여름 명주사 고미술 박물관으로 피서를 가도 좋을 듯하다. 귀한 유물을 둘러본 뒤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그고, 하늘을 가린 숲길에서 산책을 하고, 감자부침과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진정한 웰빙 라이프가 아닐까 싶다. 명주사 진입로는 비포장인데다 구불거리고 경사져서 4WD차를 몰고 가면 제격이다.
치악산 명주사 고판화 박물관 (033)76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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