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 아우디 RS4 ‘산적’ 감독, 음악과 영상, 퍼포먼스 아우디를 말하다
2004-07-22  |   6,102 읽음
홍종호 감독과의 인터뷰는 섭외과정부터 마무리까지 그의 업(業)인 뮤직비디오처럼 리드미컬하고 쿨하게 진행되었다. 단 한번의 전화통화로 인터뷰 OK. 1시간 30분의 시한부 대담을 제시한 홍 감독은 약속했던 12시 30분에 꼭 맞춰 도착해 1시간 10분 동안 속내를 털어놓고, 자신의 애마인 아우디 RS4를 몰고 남은 20분을 화끈하게 마무리했다. 참고로 홍종호 감독이 뮤직비디오 연출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만 10년째. 한정된 시간 동안 원하는 메시지를 담아내는 것은, 그에게 이제 일도 아니다.

리듬과 독창성 살아있는 음악편지
지난 95년 R.E.F의 데뷔곡인 ‘고요 속의 외침’을 시작으로 이제껏 홍종호 감독의 손을 거쳐 완성된 뮤직비디오는 200여 편 이상. 90년대 중반의 국내 음반 시장은, 노래와 영상을 조합했을 뿐인 조잡한 음악편지가 한편의 훌륭한 영상예술로 발전하면서 중흥기를 맞는다. 그 시기를 관통하며 손꼽히는 거물로 성장한 홍 감독의 영상에는 항상 분명한 리듬과 눈길을 사로잡는 감각적인 색감 등 이른바 ‘홍종호 스타일’이 존재했다.
“뮤직비디오는 음악과 함께 움직일 때 생명력을 얻는다고 생각해요.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따라 적절한 아이템과 특수효과를 찾고, 그림의 길이도 그 곡의 비트에 맞춰 조절합니다. 최근 철저한 각색으로 드라마틱한 느낌을 살린 뮤직비디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썩 좋은 현상은 아니라고 봐요. 화려하고 보는 재미도 필요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시청자가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거든요. 그림이 음악을 끌고 가서는 안되요. ‘홍종호 스타일’이라면 음악과 어울리는 그림, 리듬이 살아 있는 스토리를 얘기하는 걸 거예요.”
90년대 대중음악과 한국 문화의 대표 아이콘으로 꼽히는 서태지와의 조우는 연출가 홍종호에게 행운이었는지 모른다. 아이들 시절 ‘교실이데아’ ‘영원’ ‘컴백홈’ 등을 영상으로 그려내며 홍 감독은 ‘뮤직비디오 잘 찍는 감독’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얻었고, 2000년 서태지의 두 번째 솔로 앨범 중 ‘울트라맨이야’와 ‘인터넷 전쟁’을 연출하며 그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졌다.
음치가수 이재수 측의 컴백홈 패러디 뮤직비디오 의뢰가 들어온 것은 서태지가 2집 활동을 마치고 한국을 떠난 지 얼마 뒤의 일이었다. 홍 감독은 쉽게 수락했고 작품도 완성되었지만 그 생명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서태지 쪽이 저작권 침해로 민사소송을 걸었고 결국 이재수의 앨범과 홍 감독의 뮤직비디오는 판매 및 방송금지 판결을 받고 사장되었다.
“촬영 전부터 양쪽 기획사 사이에서 중재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어요. 소송이 벌어졌을 때는 이미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고, 저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만든 작품에 대한 패러디, 언젠가는 해보고 싶었던 작업이에요. 컴백홈 뮤비가 제 스스로도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라 패러디에 대한 욕심은 더욱 컸지요. 실제로 ‘컴배콤’ 촬영은 원작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되었고 영상 구성과 컷 수도 컴백홈과 똑같았습니다. 음악으로서 패러디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요.”
홍종호 감독은 어느새 뮤직비디오 계에서 후배들을 리드하고 올바른 방향까지 제시해야 할 위치에 올라서 버렸다. 책임감 못지않게 지금의 제작 풍토에 안타까움이 많은 것도 당연하다.
“재능 있고 뛰어난 감각을 지닌 친구들이 많아졌어요. 반가운 일이지만 오래 전부터 만연했던 ‘표절’을 이제는 만성적인 수준을 넘어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외국 유명 여가수의 뮤직비디오를 토대로 색감과 구성, 조명과 앵글까지 거의 그대로 옮겨 담은, 작정하고 베껴 만든 작품을 내놔봤어요. 표절에 대한 심각성을 수면 위로 올려 화두를 던진 셈이었는데, ‘홍종호가 표절했다’는 말이 잠깐 들리고는 이내 잠잠해지더군요. 참 허탈한 일이었습니다.”
뮤직비디오 연출가와 380마력의 괴력을 토해내는 아우디 RS4는 쉽게 매치하기 어려운 조합. 더구나 4년 전만 해도 ‘차가 무서워 운전하지 않겠다’며 운전석에 앉기를 꺼리던 홍종호 감독이니 더욱 그렇다. 하지만 2000년 1월 운전면허를 따고 아우디 S8을 두 번째 애마로 맞이하면서 그의 인생은 180° 달라졌다. 무척이나 빠르고 안정적인 S8의 운전석에서 ‘속도감에 대한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 지상 최고의 승용 4WD로 평가받는 콰트로 시스템에 매료된 순간, 그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스피드 매니아로 부상했다. 도로에서 산적처럼 생긴 운전자가 모는 검은색 아우디 왜건을 만난다면 섣불리 덤벼들지 말 것! 순식간에 달라붙어 등뒤에서 시퍼런 눈빛을 부라리는 RS4를 떨쳐낼 자신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글 | 김형준 사진 | 박창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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