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트롤 마케팅 류재용 이사 “F1 드라이버 키우고 싶습니다”
2004-04-26  |   7,798 읽음
모터스포츠와 관계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꼭 물어보는 얘기가 있다. “어디서 사느냐” 하는 것이다. 자동차경주는 주말에 열리고, 휴일에 에버랜드 스피드웨이가 자리한 용인을 오가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캐스트롤의 류재용(43) 마케팅 이사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싼 동네에서 삽니다.”
“?… …”
“삼전동이 제일 싸구요, 일원동이 그 다음이에요.”
“집값이 1원밖에 안 되어 속은 좀 쓰리겠지만, 용인에서 가까운 게 어디냐”고 받아넘기면서 그에게 후한 점수를 주었다(기자는 웃겨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인터뷰 약속을 한 바로 그 시각, 캐스트롤 직원이 “국회에서 지금 막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고, 그 충격 때문인지 거리에 차가 없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게다가 약속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주인공이 나타나지 않았다.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국내 서키트에 적응하는 것이 올 시즌 목표
초록과 빨강색이 적당히 어울린 캐스트롤 경주차 사진을 구경하고 있는데 류재용 이사가 종종걸음으로 들어섰다. 청바지 위에 캐스트롤 레이싱 재킷을 걸친 게 썩 어울린다. 새로 시작한 레이싱 마케팅 때문에 긴 회의를 하고 나온 참이다.
그동안 외국에서 WRC 현대 랠리팀을 지원했고, 지난해 클릭 페스티벌의 스폰서로 참여했지만 직접 모터스포츠팀을 운영하는 것은 처음이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다고 비명을 지른다. 이렇게 힘든 일을 시작한 이유는 뭘까?
“국내 모터스포츠 참여는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닙니다. 캐스트롤의 100년 역사는 곧 모터스포츠 역사예요. 우리에게 스포츠 마케팅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영국 본사의 방침이기도 하고요.”
경주차로 BMW를 고르는 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F1 그랑프리에서 캐스트롤은 BMW-윌리엄즈의 스폰서이고, BMW 전차종에 캐스트롤 엔진오일이 들어간다. 게다가 BMW는 국내에서 인지도가 가장 높은데다 수년 째 수입차 판매 1위를 달리고 있으니 이보다 더 잘 어울리는 파트너가 또 있을까?
캐스트롤-BMW의 출현은 레이싱팀과 모터스포츠 팬들에게도 반가운 뉴스였다. 그동안 오일뱅크와 인디고 등 일부 프로팀이 레이스를 장악하다시피 했고, 경기장도 스피드웨이 한 곳이어서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새로운 활력소가 필요한 시기에 외제차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스포티하다는 BMW가 나타났으니 얼마나 좋은 볼거리를 제공하겠는가. 여기다 렉서스도 가세해 GT 레이스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대결장이 될 전망이다.
류 이사는 이제 시작인 만큼 우승 욕심은 없다고 말한다.
“올해 목표는 안정되게 중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일단 국내 서키트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내년쯤이면 우승할 수 있지 않겠어요?”
그는 실질적으로 팀을 이끌게 될 이명목 감독에게 강한 신뢰감을 보였다. 경주차는 포뮬러와 GT1 한 대씩을 운영하고 앞으로 한 대를 더 들여올 계획이다. 차를 조율하는 작업은 김성철 치프 미캐닉이, 스티어링 휠은 박성한이 잡는다.
캐스트롤이 모터스포츠에 참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제품의 이미지를 높임으로써 판매에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서다. 캐스트롤의 국내 윤활유시장 점유율은 6%. 높은 수치는 아니지만 모터스포츠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최고의 합성유로 평가받고 있다.
류 이사도 자신의 차 현대 EF 쏘나타에 캐스트롤 엔진오일을 쓰고 있다. 값은 광유(2만 5천 원)보다 세 배가 넘는 8만 5천 원이지만 엔진오일 하나 바꾼다고 몸으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차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대신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확실한 장점은 갖고 있다.
“점도가 낮아 추운 겨울에도 시동이 금방 걸려요. 광유와 달리 저온에서도 굳지 않기 때문이지요. 덕분에 러시아, 캐나다 등 추운 지방에서 캐스트롤의 인기가 높습니다.”
이쯤에서 불안감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1∼2년 해보고 성적이 나쁘면 철수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힘주어 말하면서 류 이사는 이렇게 덧붙였다.
“2009년쯤 국내에서 F1이 열린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국내 드라이버가 그랑프리 경주차에 앉아야 자존심이 서지 않겠어요? 캐스트롤이 목표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모터스포츠와 캐스트롤은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말씀 드렸지요?”
캐스트롤-BMW가 어떤 모습으로 개막전에 등장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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