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림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②인터뷰 - “XC90, 여성을 위한 최고의 SUV입니다”
2004-04-21  |   8,423 읽음
듬직한 체격, 강인한 모습. 그리고 ‘안전’이라는 한 마디로 압축되는 볼보자동차. 어딘지 모르게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자동차 메이커 중 볼보만큼 여성과 가까운 메이커도 없다. 첫 SUV인 XC90을 개발할 때도 여성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
뒷좌석에 앉은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앞으로 바짝 당겨지는 시트, 치마 입은 여성을 고려한 낮은 지상고와 운전석, 묶은 머리가 배기지 않도록 만든 입체 헤드 레스트 등이 그 결과물이다.
3월 초 제네바 오토살롱에서는 여성 전용 컨셉트카 YCC(Your Concept Car)를 선보이기도 했다. 제작팀 140명 가운데 100여 명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완벽하게 여성을 위한 차를 만들고자 노력했다.

볼보만의 특성으로 승부하겠다
볼보의 여성주의 바람이 국내에도 불어와, 자동차업계 최초로 여성 대표가 탄생했다. 3월 3일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겸 브랜드 매니저로 취임한 이향림(43) 씨가 주인공이다. 이 대표는 1997년 볼보트럭에 입사해 볼보자동차와 인연을 맺었고. 2001년에는 볼보·재규어·랜드로버를 총괄하는 PAG코리아 재무·인사 업무를 맡았으며 2003년 2월 PAG코리아 상무이사에 올랐다.
이 대표는 자동차, 그것도 거대한 트럭과의 대면으로 볼보자동차와 첫 인연을 맺었다. ‘여자인데 차를 다루기가 힘들지 않을까’라는 못 미더워 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이 대표는 이것이 장애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근래 들어 국내 수입차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볼보 역시 지난해 1천23대를 팔아 2002년보다 9% 정도 판매가 늘었다. XC90이 판매증가에 한몫을 담당했다. 국내에 배정된 100대가 눈 깜짝 할 사이에 팔려 나갔고, 올해 배정된 230대도 마찬가지. 지금 신청하면 7월 이후에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볼보를 탔던 사람은 다시 볼보를 찾는 것이 보통이지만 사실 판매가 많지도 않고, 양으로 승부하는 메이커도 아니다.
“판매가 늘면 당연히 좋지요. 하지만 단기간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향림 대표는 거대한 공룡 시장의 틈새를 엿보기보다는 긴 안목을 갖고 다른 차가 주지 못하는, 볼보만이 갖고 있는 차별화된 서비스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세단과 SUV로 명확하게 양분되어 있는 점이다. 볼보의 역사는 왜건의 역사와 맥을 같이하는 만큼 ‘볼보 왜건’이 큰 자랑거리인데, 국내에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뉴 S80을 직접 몰고 다니는 그녀의 운전 스타일은 어떨까. “평범하고 갑자기 끼어드는 차도 양보해 주는 얌전한 드라이버”라고 자평한다. 하지만 볼보의 뛰어난 순발력을 무기로 꽉 막힌 도심에서 재빨리 차선을 바꿀 줄도 아는, 순발력 있는 드라이버다.
이 대표는 주말이면 가끔씩 회사 차인 XC90을 몰고 오프로드를 달리곤 한다. 수입되는 모든 볼보 차를 직접 시승해 보겠다는 목적도 있지만 시야가 시원한 SUV를 타고 자연을 넓게 바라보고 싶을 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 딱딱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도 SUV의 운전석에 앉게 만든다. 그래서 세컨드카를 굴릴 여건이 되면 무조건 XC90을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
그동안 일만큼은 후회 없이, 맘껏 해보았다. 하지만 가지 못한 길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교수가 될 꿈을 안고 있었지만 1985년 외국인 회사에 들어가면서 그만 직장인으로 눌러앉게 되었다. 한때 ‘인기짱’인 선생님을 그려 보기도 했단다.
‘기본에 충실하고 멀리 내다보아라. 그리고 자신을 감싸고 있는 환경에 따뜻한 시선을 주어라.’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그러면서도 자신의 가슴 속에 항상 담고 있는 말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며칠 뒤, 이향림 대표를 우연히 다시 만났다. 새벽 1시, 뉴스 전문 채널에서 여성들에게 이렇게 당부하고 있었다.
“절대 포기하지 마라. 분명히 두터운 가로막음이 있다. 장벽이 있다면 부딪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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