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코리아 이향림 사장 “부드러운 힘이 세상을 바꿉니다”
2004-04-16  |   5,645 읽음
“가격경쟁력만으로 차를 팔 수 있던 시대는 지났어요. 볼보는 그 고유의 개성과 이미지로
승부해 나갈 방침입니다. 목표는 판매대수가 아니라 고객만족 1등이에요”


빠른 속도로 성장중인 국내 수입차 업계에 첫 여성 사장이 탄생했다. 지난 1987년 7월 1일 수입차 시장이 개방된 후 만 16년 만의 성과. 여성 전문 인력의 활동이 그 어떤 분야에 뒤지지 않을 만큼 활발한 수입차 업계임을 생각하면 첫 여성 사장의 탄생 소식이 그리 빠른 것도 아닌 듯하다.
볼보코리아는 가격정책을 앞세운 공격적 마케팅과 새 모델에 힘입어 급속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첫 SUV XC90은 본사 방침에 따라 정가정책을 고집함에도 ‘물량이 모자라 못 팔’ 정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빠른 판매증가 때문인지, 무심결에 입고 나온 재킷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초여름에 가까워진 날씨 탓인지, 아니면 첫 여성 사장의 취임이 불러들인 분위기 덕분인지, 서울 한남동에 자리한 볼보코리아 직원들의 옷차림과 표정은 한결같이 화사해 보였다.

볼보를 특별하게 만들어갈 감성 마케팅

지난 3월 3일 취임한 볼보코리아의 이향림(43) 신임 사장을 만나러 가는 날은, 봄의 절정을 뛰어넘어 아예 초여름으로 치닫는 듯 따뜻한 봄날이었다. 이향림 사장은 볼보트럭코리아의 재무 및 회계 총괄 책임자(CFO)를 거쳐 볼보코리아의 모기업인 프리미어 오토모티브 그룹(PAG) 코리아의 재무 및 인사 총괄 상무이사를 역임한 ‘기업 살림살이 전문가’. 생물학을 전공한 그의 재무 분야 경력이 낯설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일도 빨리 배웠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조금씩 인정을 받게 되었지요. 기왕이면 경영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에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재무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이공계 출신이라 그런지 딱 떨어져야만 마무리되는 ‘숫자놀음’이 천직이다 싶을 정도로 적성에 잘 맞았습니다.”
이후 임원으로 승진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사와 세일즈 등 모든 분야를 접하게 되었는데, 재무 분야에서 몸에 밴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은 그의 업무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예사롭지 않은 눈빛이나 딱 부러지는 말투에서 깐깐한 성격이 절로 느껴진다.
“볼보코리아의 모든 직원들과 편하게 대화하는 분위기를 만들어갈 겁니다. 열린 조직이지만 분명한 질서와 존경심을 갖고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직원 모두 전문인이 되는 감성적 리더십을 지향합니다.”
볼보코리아는 지난해의 좋은 성과에 이어 올 1~2월에도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원래 볼보의 강점은 왜건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는 왜건만 빼고 모든 모델들이 고른 인기를 얻고 있는 편. 국내 운전자들의 유별한 세단 사랑 때문이다.
“물론 볼보 왜건은 탁월하지만 시장의 특성을 무시해서는 절대 안 되지요. 국내 고객들이 세단을 좋아한다면 볼보코리아의 마케팅 전략도 그렇게 맞춰져야 합니다. 수입차 시장의 다양성이 극대화되고 국민들의 라이프 스타일도 달라진다면 왜건의 인기는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을까요? V50 왜건의 수입을 재검토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볼보가 세계 시장에서 그렇게 해왔듯, 볼보코리아도 판매대수에 승부를 걸 생각은 없다. 물론 많이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볼보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주는 ‘고감각 마케팅’을 펴나갈 방침이다. 핵심은 볼보 본래의 안전한 차 이미지에 운전 재미와 스포티한 감각까지 부각시켜 고객층을 넓혀나가고, 볼보 차를 타는 고객들에게 확실한 애프터 세일즈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
“볼보의 중심 이념은 가족입니다. 모든 차가 여성과 아이들까지 꼼꼼히 챙긴 컨셉트를 담고 있어요. 볼보 차의 이 같은 성격은 잠재적인 여성 고객들에게까지 충분히 어필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볼보코리아의 분위기요? 남자 직원들이 역차별이라며 투덜댈 정도지요.”
볼보코리아는 오는 4월 말 새 컴팩트 세단 S40을 들여와 엔트리 급을 강화한다. 내년 디젤 승용차의 허용에 맞춰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고 있는 크로스컨트리 디젤과 XC90 디젤의 도입도 검토중이다.
“볼보를 특별하게 만들고 싶어요. 볼보 쇼룸에 들어서기만 하면 굳이 차를 사지 않더라도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나가겠습니다.” 그는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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