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가 자랑하는 세계 10대 골프코스 - ROYAL PORTRUSH GOLF CLUB Royal Portrush
2008-12-17  |   11,974 읽음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간 초기 이민자들 중에서 아이리시와 스코티시들은 제 나라에서 만들던 제조법 그대로 미국에서 위스키를 주조했지만 위스키 본연의 맛이 안나 고심고심하다가 결국은 미국의 땅속엔 질 좋은 피트가 없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위스키 만드는 일을 포기했다.

북아일랜드, 아일리시 위스키의 고향
피트(Peat)는 이탄(泥炭)으로 석탄과는 구별된다. 석탄은 수목이 지하에 매몰되어 지압과 지열로 탄화된 것이지만 이탄은 습지에서 초목이 부식 탄화된 검은 찰흙이다.
이탄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이탄은 갈대가 탄화된 양질의 초탄이다. 피트는 북아일랜드 땅속에 널리 묻혀 있다. 어떤 곳에서는 노다지처럼 땅바닥 위에까지 올라와 호미로 캐 오기도 한다.

북아일랜드의 아이리시 위스키와 피트는 뗄 수 없는 관계다. 비가 오면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들어 피트층을 통과하며 순도 100%의 청정수로 걸러지고 아울러 기막힌 피트향이 물에 용해된다. 맥아를 건조시킬 때도 피트를 태워 그 향이 맥아에 흠뻑 배어든다. 건조 분쇄된 맥아에 피트향이 녹아난 물을 부어 녹말을 당화시킨다.

피트향이 빠진 위스키는 위스키가 아니다. 위스키 역사의 효시이며 세계 최고(最古)의 위스키 양조장은 어디일까? 바로 북아일랜드(Northern Ireland) 북단 앤트림주에 있는 부시밀 양조장이다. 1608년에 설립되었으니 400년이 되었다.

부시밀 양조장 옆 바닷가에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자연유산인 자이언트 코스웨이가 ‘반지의 제왕’ 어딘가에 나옴직한 풍경으로 동화세상을 펼친다. 6각형 돌기둥 수천수만 개가 높게 그리고 낮게 모자이크 되어 북해의 파도와 씨름한다. 이곳에서 해안선을 따라 서쪽으로 20여분 달려가면 그 유명한 링크스 코스, 로열 포트러시(Royal Portrush)가 한눈 가득 펼쳐진다.

북아일랜드 북쪽의 소읍, 포트러시 외곽, 해가 저물지도 않았는데 로열 포트러시 골프클럽(GC)에서 라운드하던 골퍼들이 18홀을 마치지도 않고 서둘러 클럽하우스로 달려간다.
필드가 텅 비었다. 그러나 클럽하우스는 입추의 여지가 없고 바텐더와 웨이터는 냉장고에서 기네스 맥주를 꺼내기 바쁘다.

클럽하우스에 운집한 멤버들의 시선은 일제히 TV 화면에 초점을 맞췄다. 침 삼키는 소리뿐 숨소리조차 짓눌린 정적이 “와∼” 하는 함성과 함께 깨어진다.

대런 클락 배출한 로얄 포트러시 GC
1993년 알프레드 던힐컵을 높이 쳐든 대런 클락(Darren Clarke)이 빙긋이 웃으며 TV 화면을 가득 채운다. 프로 데뷔 3년만에 첫 우승을 엮어낸 대런 클락은 기쁨에 겨워 던힐컵에 입을 맞춘다. 로열 포트러시 벨리코스 클럽하우스는 열광의 도가니로 변한다.
떠들썩한 와중에 전화벨이 울린다. 바텐더가 한 손에 기네스 생맥주 두 잔을 든 채 수화기를 들었다.

“존, 나야”
“대런 클락?!”
수화기를 든 바텐더는 깜짝 놀란다.
옆에 있던 멤버가 수화기를 뺏는다.

“대런 클락, 축하한다.”
수화기는 이 사람 손에서 저 사람 손으로 계속 이어졌다.
“야, 대런. 너 우승할 줄 알았어.”
“대런 나야 나, 너 마지막 세컨드샷 너무 멋있었어.”
“대런, 우승 펏한 공 나 주기로 한 거 기억나지?”
수많은 축하전화를 받은 대런 클락은 다시 바텐더를 바꾼다.
“존, 나 대신 골든벨 좀 울려줘.”
수화기를 놓은 바텐더, 존이 소리친다.

“조용조용, 대런 클락이 골든벨을 울렸어요.”
와∼ 또 한번 함성이 클럽하우스를 뒤집어 놓는다.
회원이든 비회원이든 라운드를 한 사람이든 지나가던 나그네든 그날, 이곳에서 먹고 마시는 것은 모두가 공짜다. 대런 클락이 한 방 크게 쏜 것이다.
그 후로도 대런 클락은 우승할 때마다 로열 포트러시에 전화해서 골든벨을 울린다.

11세 때 골프를 시작한 대런 클락은 던가논 집에서 로열 포트러시 GC까지 40마일이나 되지만 틈만 나면 달려와 이곳에서 칼을 갈았다. 1990년 프로로 전향한 후에도 그의 베이스캠프는 로열 포트러시 GC였다.
호탕한 성격의 대런 클락은 연습을 마친 다음 밤이 되면 포트러시 읍내에 나가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얌전한 아이리시 처녀 헤더(Heather)를 만난다. 헤더란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 황야에 피는 히스(Heath)꽃이란 뜻이다. 가난한 골퍼 대런 클락은 로열 포트러시에서 연습하다가 러프에 핀 히스꽃을 꺾어 밤마다 헤더에게 바치며 사랑을 불태웠다.

마침내 포트러시 아가씨 헤더와 결혼하고 소읍 포트러시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세계적인 골프스타가 된 대런 클락은 몇 년 전 10년이나 살던 포트러시의 집을 팔고 런던으로 이사 갔지만 그는 바쁜 일정을 쪼개어 가끔씩 포트러시로 달려온다. 배고프던 젊은 시절 훈련을 마치고 벨리코스 클럽하우스에서 왁자지껄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떠들던 그 시절을 잊지 못하는 것이다.

가난을 털고 헤더와의 사이에 두 아들을 두고 행복에 싸여 있을 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헤더는 2006년 8월 14일 대런 클락이 한아름 꺾어온 히스를 안고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충격에 빠져 골프를 접었던 대런 클락은 어린 두 아들의 등에 떠밀려 다시 필드로 돌아왔다.

세계 10대 골프 코스의 명성
그린 키퍼로 이곳, 저곳에서 일하던 대런 클락의 아버지는 몇 년 전부터 오늘의 그의 아들이 있게 한 이 골프클럽의 캡틴으로 부임하게 되었다(영국에서 골프장 캡틴은 회원들이 주인인 골프장의 회원대표로 봉사하는 명예직이다).

부리부리한 왕방울 눈과 뒤뚱거리는 엉덩이, 0.1톤이 넘는 거구. 아버지는 대런을 빼 꽂았다. 이 골프장이 아들을 이만큼 키워줬으니 이제 골프장을 위해서 뭔가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다. 클락의 아버지도 지금은 전립선암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다.

아일랜드엔 영국 왕실이 지원해주는 세 개의 로열 GC가 있다. 로열 벨파스트(Belfast) GC와 벨파스트 아래쪽 로열 카운티다운(Royal County Down) GC 그리고 북아일랜드 북단에 있는 로열 포트러시 GC가 그것이다.

대런 클락뿐 아니라 대부분의 북아일랜드 골퍼들은 로열 포트러시 GC를 으뜸으로 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멋진 코스는 언제나 세계 랭킹에서도 10위 밖으로 밀려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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