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DRIVE]경부고속도로의 재발견 - THE ROAD OF LEGEND(1)
2008-12-17  |   13,617 읽음

진심으로 반성했다. 그동안 많은 차를 시승하면서도 차를 타고 달린 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차를 느끼기에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길이란 그저 달리기 위한 배경일 뿐이고, 길 위에서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양구 펀치볼(Punch bowl)을 다녀온 뒤 반 년을 고민한 끝에 두 번째 기획으로 잡은 ‘경부고속도로 달리기’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었다.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고속도로를 찾거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기 위해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길이란 목적지를 정한 뒤에 고르는 후순위 존재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남북으로 뻗어내린 1번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는 많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고속도로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길이 23.9km의 경인고속도로지만 진정한 의미의 전국구 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을 출발해 수원을 지나 대전을 거쳐 구미, 대구, 경주, 울산, 부산을 잇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다. 개통 당시 428km였지만 꾸준한 직선화 작업을 통해 근래에는 416.4km로 줄었다.

경부고속도로의 등장으로 전국은 1일 생활권이 되었고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먹는 ‘꿈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신기할 것도 없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부산을 너댓 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무척이나 획기적이고 놀라운 사건이었다.
이번 경부고속도로 달리기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416.4km를 주행하며 역사적인 길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이다.

경험상 이같은 장거리 달리기에는 연비 좋은 디젤 승용차가 제격이다. 고심 끝에 취재팀이 고른 차는 푸조 308SW HDi. 최근 국내에 선보인 308SW HDi는 따끈따끈한 뉴 모델로, 날렵하고 세련된 외모에 실내가 넉넉한 왜건형이어서 장거리 취재에 필요한 장비들을 가뿐하게 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유 1ℓ로 15.6km를 달릴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적다.

시승차를 받아 60ℓ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니 계시판에 찍히는 주행가능거리는 840km다. 공인연비와 연료탱크 용량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론 930km 이상이 나와야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세팅인 듯. 이 같은 수치는 일반적으로 경제 운전을 하게되면 달릴수록 점차 높아지므로 걱정할 건 없다.

경부고속도로의 본래 취지 중 하나인 1일 생활권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그리고 저녁은 다시 서울에서 먹는 하루 일정으로 잡았다. 하루만에 부산을 다녀오려면 극심한 정체를 보이기 전에 수도권을 벗어나야 한다.

아침 일찍 나섰지만 사진 촬영 등으로 머뭇머뭇하는 사이 서울 톨게이트를 벗어났을 때의 시간은 오전 7시 남짓. 길은 차들로 가득 찼다. 서울로 향하는 길은 물론이고 수원과 오산 등지로 빠져나가는 노선도 꽉 막혔다. 경부고속도로가 갓 개통된 38년 전에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전국의 도시들이 비대해지고 통행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속도로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뒤이어 개통된 새 고속도로들 때문에 경부고속도로의 효용가치는 많이 낮아졌다. 일례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수도권에서 곧바로 경상도로 연결되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로 빠져 대구 즈음에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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