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비시 파제로로 달린 - 강원도 홍천 살둔마을
2012-10-26  |   48,630 읽음

공교롭게도 태풍이 한바탕 온 나라를 뒤집어 놓고 지나간 바로 뒤에 오프로드 여행의 스케줄이 잡혔다. 잘 닦인 포장로도 뒤엎는 판에 태풍이 휩쓸고 간 오프로드는 그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 고난을 줄 것이 뻔하기 때문에 걱정이 앞섰다.
예상대로 이번 오프로드 여행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오프로드 매니아들 사이에 유명한 포천 오뚜기령을 다녀올 생각이었다. 한데 사전 답사과정에서 오뚜기령 거의 정상 부분에 작은 산사태로 커다란 바위가 떨어져 길을 막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새로운 코스를 찾아야 했다.

출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시각이라 인터넷 서핑 내공과 지도 읽기의 주특기를 살려 서둘러 새로운 목적지를 탐색했다. ‘되도록 태풍의 영향을 덜 받은 곳이면서도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태풍의 영향이 적었던 강원도, 그 중에서도 서울에서 두어 시간 만에 다다를 수 있는 지역으로 후보지를 좁혔고 일전에 래프팅을 하기 위해 가본 적이 있었던 살둔마을을 최종 목적지로 결정했다.

내린천 따라 이어진 오솔길
살둔마을로 가기 위해선 서울을 기준으로 서울-춘천 간 고속도로를 타고 동홍천IC를 빠져나와 철정교차로에서 451번 도로를 타고 홍천군 내면을 거쳐 가는 길과, 영동고속도로 장평IC를 통해 봉평을 지나는 길을 주로 이용한다. 정체 걱정이 없는 평일이라면 거리상으로 동홍천IC로 움직이는 게 낫다.

철정교차로에서 오른쪽으로 틀어 한 시간 남짓 한적한 도로를 달리면 목적지인 살둔마을이 나온다. ‘사람이 기대어 살 만한 둔덕’이라는 뜻을 지닌 이마을은 몇 해 전만 해도 사람의 발이 닿기 힘든 오지마을로 명성(?)이 자자했지만 최근에는 도로여건이 나아져 찾는 이들이 늘면서 오지란 말이 무색해졌다. 몇몇 지역은 벌써 개발의 붐을 타고 펜션이 들어섰다.
생둔1교를 넘지 말고 오른쪽으로 난 작은 길로 들어서면 ‘살둔 야영장’이라는 커다란 표석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막다른 ‘T’자로를 맞이한다. 오른쪽이 캠퍼들 사이에 인기 높은 ‘살둔분교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이다. 우리의 목적은 캠핑이 아닌 ‘주행’이니만큼 다리 밑으로 이어진 왼쪽을 따라 이동했다.

다리를 지나고 몇 발짝 가지 않아서 콘크리트 포장로가 끊겼다. 딱 걷기 좋을 만큼의 도로가 내린천을 따라 이어진다. 평소엔 발 담그고 플라이 낚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일 터인데 태풍 볼라벤이 쏟아낸 장대 같은 비로 수위가 꽤 높아졌다. 차를 세우고 바위에 앉아 힘찬 물길을 바라보노라니 브레드 피트가 주연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파제로에 발을 실어 다시 길을 재촉했다. 산등성이를 가로지르는 임도보다는 한결 여유롭다. 왼쪽의 경사가 비교적 얌전해 산사태의 위험도 크지 않은 길이다. 바닥에 살짝 묻어나는 긁힘 흔적쯤 상관없는 쿨한 오너라면 세단으로도 주행이 가능하고 SUV의 경우에는 약간 속도를 낼 수 있다. 다만 중간 중간에 빗물이 고여 만든 진창이 있고 계곡 물이 넘쳐 도로 위를 가로지르는 곳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물과 새소리 외엔 아무것도 없을 법한 길이 1km 정도 이어지더니 왼쪽으로 민가가 나온다. ‘엘림리조트’란 간판이 있는데 숙박과 수련회 등이 이뤄지는 모양이다. 그 옆으로 400미터쯤 달리면 율전교에 다다른다. 쭉쭉 뻗은 침엽수와 굽이치는 내린천이 한 폭의 풍경화를 만드는 포인트다. 가족과 함께라면 이곳을 배경삼아 멋진 작품사진을 만들 수 있겠다.
이곳을 지나면 비슷한 분위기의 포장로가 1km 정도 이어진다. 왼쪽으로 밭, 오른쪽으로 천을 동무삼아 여유를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나도 모르게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백년 살고 싶네’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온다.

길은 어느덧 내린천을 가로지른다. 난간 하나 없는 다리가 위태롭게 보이긴 하지만 리어 게이트를 열고 낚싯대를 드리고픈 심정이 앞선다. 그 아래로 흐르는 맑은 물이 ‘이곳이 낙원이구나’ 하는 감탄사를 절로 당긴다. 폭이 제법 넓고 수위가 낮아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면 그만이겠다. 인근의 나뭇가지에 그물침대를 드리우고 아이들과 물놀이를 하는 가족여행지로도 손색없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 오르막을 오르면 내린천로와 만난다. 그 지점에서 왼쪽의 비포장길이 보이는데 밭을 일구기 위한 농로다. 끝이 내린천으로 향하는 듯해 기대했지만 얼마 못가 바리케이드가 쳐져 있어 더 이상 전진할 수 없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차를 돌려 율전교로 향했다.

율전교에서 계곡 쪽으로 산길이 이어지는 것을 눈여겨 봐뒀던 터였다. 비가 온 뒤라 계곡을 흐르는 물줄기가 굵다. 초입에 경사가 조금 급하지만 네바퀴굴림의 도움을 받을 정도는 아니다. 산을 깎은 모양새로 보니 누군가 펜션부지로 개발하려는 듯하다.
500여 미터 뒤에 길이 두 갈래로 갈리고 그 중간으로 계곡이 흐른다. 빽빽하게 엉킨 나뭇가지들이 터널처럼 장관을 이룬다. 물길을 가로질러 오른쪽으로 향했다. 그 길로 비슷한 거리를 달리면 비교적 넓은 터가 나타난다. 지도상으론 작은 길이 더 있지만 흙으로 막혀 있어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었다.

‘느림’의 매력을 품고 있는 곳
긴 거리를 달려야만 오프로드 주행의 참맛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단순한 그림이 반복되는 길고 지루한 코스보다는 짧더라도 다양한 눈요깃거리를 주는 곳이 더 즐겁다. 총 주행거리가 3~4km에 불과하지만 물과 산이 어우러져 눈을 호강시켜준 살둔마을 오프로드는 그런 면에서 추천할 만하다.
코스가 짧아 시간적으로 여유롭고 ‘빠름’을 외치며 쉼 없이 달려온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에도 그만이다.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걸으면서 자연이 내어준 선물을 온몸으로 받노라니 슬쩍 ‘혼자만 알고 있어야지’ 하는 욕심이 생긴다.    

Offroad  car 미쓰비시 파제로
오프로드 전용 모델의 가장 큰 단점은 온로드 주행이 피곤하다는 점. 오프로드에선 흙을 찍어 누르며 좋은 트랙션을 발휘하는 매력만점 오프로드 타이어이지만 온로드에 오르면 ‘윙~윙’ 소리를 내어 머리를 어지럽힌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 이런 것쯤은 으레 무시하곤 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하지 않던가. 미쓰비시 파제로는 온로드와 오프로드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은 몇 안 되는 모델이다. 가혹한 다카르 랠리에서 검증받은 튼튼한 프레임 섀시를 기반으로 수퍼 셀렉트 네바퀴굴림(SS4-Ⅱ) 시스템과 오프로드 세팅에 맞춰 개발된 능동적 주행안전장치인 ASTC, 리어 록 기능까지 갖춰 오프로드 주행 능력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독립 서스펜션의 부드러운 승차감으로 온로드 주행성도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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