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커피농장 - Karen Golf Club in Kenya
2008-11-18  |   12,553 읽음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덴마크의 여인, 카렌 블릭센(Karen Blixsen)은 충동적으로 약혼자의 남동생과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케냐에 도착한 그녀는 나이로비 근교의 광활한 땅을 사들여 그곳에 대규모 커피농장을 만든다. 그녀는 커피농장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

커피나무를 돌보듯이 농장의 일꾼과 그의 가족들까지 따뜻하게 돌봐 원주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함께 운명을 묶어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날아온 약혼자의 동생은 농장과 일꾼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망나니짓을 일삼으며 카렌을 자꾸 실망시킨다. 결국 사사건건 말다툼을 벌이던 망나니는 카렌에게 매독을 안겨주고 집을 나가버린다.

유럽으로 날아가 성병 치료를 받고 돌아온 카렌은 혼자서 다시 커피농장을 힘들게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의 공격을 받아 생사의 기로에 선 그녀를 데니스가 나타나 구해준다. 카렌은 데니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타고난 자유인인 데니스를 농장에 묶어둘 순 없었다. 경비행기를 손수 조종해 훌쩍 떠나버린 데니스. 하지만 그와의 재회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카렌에게 들려온 것은 다름아닌 데니스의 사망 소식이었다. 경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다. 얼마 후 커피농장마저 도산해버렸고, 카렌은 대초원의 추억과 데니스에 대한 사랑을 안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골프클럽엔 커피나무가 자라고
메릴 스트립이 카렌으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데니스로 분한 시드니 폴락 감독의 명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는 1986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과 골든 글러브상 2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이었던 카렌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렇다면 지금, 카렌의 커피농장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도 군데군데, 커피나무가 카렌의 체취를 머금은 채 싱그러운 잎을 팔락이고 그 사이사이로 시원한 푸른 카펫이 오래 전 떠나간 카렌을 기다리는 듯 끝없이 펼쳐져 있다. 카렌의 커피농장은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코스인 ‘카렌 골프 클럽’(Karen Golf Club)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원하게 터진 개활지에 작달막한 커피나무가 안정감 있게 페어웨이를 지켜주는가 하면 어떤 홀들은 밀림에 파묻혀 원시림의 상큼한 나무향 속에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밀림 속을 뚫고 나간다.

페어웨이 잔디 상태는 비단결이지만 고저차가 있고, 홀이 길다. 게다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을 수 없는 밀림이라 만만한 홀이 하나도 없다. 가끔씩 원숭이가 공을 들고 숲 속으로 도망쳐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 옥에 티다.

원숭이가 볼을 집어가는 순간을 봤다면 그 자리에 리플레이스해서 벌타 없이 공 하나를 잃어버린 것으로 그만이지만 못봤다면 로스트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

적도가 이 나라를 가로 질러 케냐는 푹푹 찌리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우리나라 가을처럼 하늘은 높고 서늘한 바람은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밤이 되면 긴팔 옷을 입고도 싸늘한 밤공기에 몸을 움츠린다.
아프리카 하면 ‘사파리’를 떠올리고 ‘사파리’ 하면 ‘케냐’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나이로비 공항에 쉴 새 없이 내리는 비행기는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관광객을 꾸역꾸역 토해낸다. 우리 남한의 6배나 되는 이 나라의 서남쪽 4분의 1은 해발 1천800여m의 케냐 고원이고, 2천 만 이 나라 인구의 4분의 3이 사시사철 시원한 이곳에 모여 산다.

동물들의 생각도 인간과 별로 다를 바 없어 우리가 TV에서 수없이 보아온 동물의 왕국은 이곳 케냐 고원이다.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마사이 마라 자연보호구역 등 널리 알려진 곳은 아프리카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

자, 문명의 사각지대를 향하여 흙먼지를 날리며 북쪽으로 달려가 보자. 케냐 고원을 달려가면 ‘도대체 여기가 아프리카인가’ 하고 의심이 간다. 계곡엔 콸콸 물이 흐르고 산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울울창창하고 벌판엔 옥수수밭이, 산자락엔 커피밭, 녹차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몇 시간을 달리면 벌판너머 아스라이 케냐산(해발 5천199m)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반투어로 ‘타조’라는 뜻인 케냐산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킬리만자로 다음 가는 고산으로, 꼭대기에 만년설이 있어 산 아래 넓은 들판을 풍성하게 적셔준다. 이 기름진 땅은 케냐 최대의 종족이자 가장 힘센 농경족인 키쿠유족의 차지다. 케냐산을 돌아 또 몇 시간을 달리면 서서히 날씨는 더워지고 대지는 푸른빛을 잃어간다. 4WD는 꽁지를 들고 흙먼지에 쌓여 계속 내리막길을 달린다. 케냐 고원에서 내려온 것이다.

고원 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사바나
3년 동안 비가 안와도 살 수 있다는 아프리카 아까시나무가 드문드문 박힌 메마르고 황량한 준사막 지대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시올라는 신기루처럼 나타난 이 지역의 요충지로 수단으로 가는 길과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로 가는 길이 이곳에서 갈라진다. 이곳에서는 회교도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시올라에서 차를 정비하고 기름을 넣고 목을 축인 후 북쪽으로 전진, 수단으로 가는 간선도로는 일직선으로 뻗어 한낮의 열기에 아지랑이가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얼마나 달렸을까. 투르카나족 마을을 지나 흙먼지를 노랗게 날리며 수단쪽을 향해 삭막한 대지를 계속 달리면,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오른 대추야자나무 사이로 메마른 사바나의 한 가닥 젖줄, 우아소니르강이 나타난다.

마침내 삼부루에 온 것이다. 우아소니르 강은 삼부루를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이곳은 또한 세계적인 희귀동물 서식지다. 삼부루 기린은 다른 기린보다 덩치가 크고, 몸에 박힌 검붉은 점은 훨씬 선명하고 촘촘하다. 삼부루 얼룩말도 줄무늬가 가늘고 많다. 삼부루족은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만물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그런 오만과 우월감이 없다. 단지 자연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사자는 사자대로,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임팔라는 임팔라대로, 그리고 삼부루족은 삼부루족대로 살아간다.

삼부루족은 소와 염소를 길러 젖과 피와 고기를 먹고 살아간다. 그들이 이 모든 것을 그들의 신, ‘은까이’로부터 받았다고 믿기에 1년에 두 차례씩 소를 잡아 신에게 바친다.

그들은 악령을 무서워한다. 서양문명은 악령이 묻어 있다고 믿기에 그들은 한사코 이를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다. 이 때문에 삼부루 마을엔 주술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가축이 병들면 주술사가 악령을 쫓아내는 굿을 벌인다. 평소에도 사람들은 주술사와 얘기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술사도 사람들 앞에 나가기를 꺼린다. 반면 ‘레이데티데타니’라 불리는 점쟁이는 주술사와 달리 꿈을 해몽하고 앞날을 예언해 사람들과 가까이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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