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쫓는 자동차?
2012-09-22  |   19,245 읽음

카매니아들이 F1과 WRC에 열광한다면, 전세계의 사이클링 팬들은 7월 프랑스에서 열리는 투르 드 프랑스를 보느라 모든 스케줄을 조절할 정도다. 1903년 처음 열린 프랑스 일주 사이클 경기, 투드 드 프랑스는 이탈리아 일주경기인 지로 디탈리아와 스페인 일주경기인 부엘타 아 에스파냐와 함께 세계 3대 그랜드 투어라고 부른다. 이 중에서도 인지도와 명성은 투르 드 프랑스가 단연 으뜸이다. 투어 경기라고 하는 이유는 이 사이클 경기가 하루 만에 끝나지 않고 국가 전역을 일주하며 진행하기 때문이다. 보통 하루 만에 끝나는 원데이 레이스는 결승점을 먼저 통과하는 선수가 우승하는 순위경기인데, 짧게는 며칠부터 길게는 몇 주간 이어지는 스테이지 레이스는 총 경기 시간이 가장 짧은 선수가 종합우승자가 된다. 따라서 스테이지 우승자와 종합우승자가 다를 수 있다. F1과 같은 경우인데, 우리는 언제나 그해의 시즌 챔피언만을 기억하게 된다. 

투르 드 프랑스의 규모를 보면 1903년 처음 열렸을 때는 6개 스테이지 2,400㎞를 달렸고, 이후 거리가 계속 늘어나 1926년에는 무려 5,745㎞를 달려야 했다. 이는 투어 역사상 가장 짧은 거리와 가장 긴 거리로 기록됐다. 처음에는 스테이지당 거리가 길어서 선수들이 밤에도 달려야 했으나, 지금의 투르 드 프랑스는 낮에만 달리며 총 거리는 3,500㎞를 넘지 않는 선에서 결정된다. 올해는 3,497㎞를 달렸다. 출발지는 조금씩 달라지지만 도착지는 언제나 같다. 파리, 샹젤리제다. 선수들은 3주간(이틀의 휴식 포함) 프랑스 전역을 달리고 험준한 알프스를 넘은 끝에 샹젤리제에 도달하게 되는데, 매년 20~30%의 선수들이 완주하지 못하고 경기를 마친다.

투르 드 프랑스는 참가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아니다. F1에도 팀이 있듯, 그랜드 투어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세계사이클연맹에 등록된 18개의 프로 투어 팀과, 프로 투어 팀 바로 아래 등급인 프로 컨티넨탈 팀 중 초청된 팀이 참가할 수 있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프로 컨티넨탈 팀 하위 등급인 컨티넨탈 팀밖에 없어서 아직은 팀 단위로 참가가 불가능하다. 2012년 투르 드 프랑스는 18개의 프로 투어 팀과 4개의 프로 컨티넨탈 팀, 총 22개 팀 198명(팀 당 9명)의 선수가 벨기에 리에쥬에서 출발, 21일간 3,497㎞를 달린 끝에 개선문에 도달해 153명의 선수가 완주했다. 경기를 포기한 대부분의 이유는 사고에 의한 부상이다.

스카이 프로 사이클링 팀
해마다 투르 드 프랑스에는 영웅이 등장한다. 21일간 더위와 비, 악명 높은 언덕 등과 싸우며 200여 명의 선수 중 가장 짧은 기록으로 파리에 도달한 선수는 당연히 영웅이 될 자격이 있다. 두 번의 세계대전 기간 중 경기가 중단되어 올해로 99회를 맞은 2012 투르 드 프랑스의 종합우승자는 영국의 브래들리 위긴스. 그가 속한 팀 스카이 프로 사이클링 팀은 막강한 화력으로 그를 지원해 투르 드 프랑스의 리더가 입는 옐로우 저지를 스테이지 7에서 획득한 후 남은 기간 단 한 차례도 넘겨주지 않고 파리에 입성했다. 

100년 전, 초기의 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은 경기 중 발생하는 문제들을 모두 스스로 처리해야 했다. 펑크가 나면 멈춰서 자신의 장비로 고쳐 타고 가야 했고, 사고로 프레임이 망가진 선수는 인근의 공장을 찾아가 용접을 해서 다시 경기를 하기도 했다. 지금과는 많은 것이 달랐다. 현재는 선수들의 예비 자전거를 비롯해 휠셋, 보급용 음식과 물통 그리고 미케닉을 실은 야전지휘차가 선수들의 바로 뒤를 따르고 있다.

사이클링 팀이 사용하는 차는 다재다능해야 한다. 일단 8대 이상의 자전거를 루프에 적재할 수 있어야 하며, 실내공간에도 많은 짐 또는 라이더를 태울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짐은 많이 실을 수 있지만 좌석이 없는 밴들은 탈락. 자전거 경기를 따라가는 차라고 해서 속도가 늦어도 될 것이란 착각은 금물이다. 프로 투어 중에는 다운힐 구간에서 선수들이 시속 100㎞를 가볍게 넘기기도 한다. 그것도 브레이킹과 코너가 반복되는 내리막에서! 따라서 프로 사이클링 팀의 차는 가속이 빨라야 하며, 뛰어난 코너링 성능이 필요하다. 게다가 수십 년 이상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원데이 레이스에 흔히 포함되는 파베 구간(돌을 박아서 포장한 거친 길)을 계속해서 달려야 하기도 한다. 짧게는 하루 6시간의 클래식 경기에서 3주간 이어지는 투르 드 프랑스까지 이들은 선수와 함께 달리는 가운데 선수들의 예비 자전거와 휠셋을 실어 나르고, 물통이나 에너지바를 배달하기도 하며, 라이더와 나란히 달리며 자전거를 수리하기도 한다.

전세계 사이클링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사이클 최대의 이벤트인 그랜드 투어에 참가하는 팀들의 자전거가 홍보효과가 높은 것은 당연지사. 그래서 많은 자전거 제조사들이 자사의 자전거를 후원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단순히 자전거만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 또한 일부 지불해야 하고, 결정적으로 팀이 정한 기준의 성능이 나오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팀에서 사용을 거절하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프로 투어 팀이 사용하는 자전거 또는 그 브랜드의 자전거는 성능이 입증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수들과 함께 투어에 나서는 자동차 또한 자전거 못지않게 높은 기준을 가져야 한다. 올해 브래들리 위긴스를 통해 투르 드 프랑스 옐로 저지를 획득한 스카이 팀은 그들의 자전거와 자동차 모두 프리미엄 제품으로 무장했다. 스카이 팀이 사용한 자전거는 이탈리아의 사이클 명가 피나렐로가 만든 ‘도그마’로 전세계 사이클링 팬들이 원하는 드림 바이크 중 하나다. 자전거의 프레임만 1,000만원에 육박하는 고급, 고성능 모델이다. 팀에서 사용하는 자동차는 재규어의 왜건 XF 스포트브레이크다. 스카이 프로 사이클링과 재규어는 올해 초 3년 계약을 맺었다. 보통 스카이 프로 사이클링 팀의 컬러인 블루로 장식을 하고 다니는데, 위긴스가 옐로 저지를 확정지은 이후 XF 스포트브레이크에도 옐로우 스트라이프를 넣어 이를 기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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