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와인의 성지 - Bordeaux
2008-11-17  |   8,912 읽음

‘포도는 자연이 만들고 인간은 포도주를 만든다.’ 포도를 만드는 자연 영역을 떼루아(Terroir)라 한다. 기후, 바람, 햇살, 습도, 수분, 땅……. 하나하나를 세분화하면 떼루아는 한없이 까다로워진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는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의 성지다.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보르도 지역은 지롱드(Gironde) 강을 끼고 보르도 시를 가운데 두고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보르도는 12만 헥타르(1,200㎢)로 그렇게 넓지 않은 프랑스의 한 지방이지만 떼루아는 이곳에서 천변만화 조화를 부린다. 지척의 거리를 두고 강 건너 이곳저곳이, 둔덕 넘어 이곳저곳이 기온이 다르고 강수량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흙이 다르다. 예민한 와인 전문가는 포도밭 이랑 하나를 두고 토질이 달라 와인의 향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자갈밭 와인 양조장 ‘샤토 스미스 오 라피뜨’
보르도 시 남쪽을 그라베(Graves) 지역이라 한다. 그라베 지역 북단은 뻬싹(Pessac)이다. 뻬싹의 포도밭 샛길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찾아간 곳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ateau Smith Haut-Lafitte)다. 이 드넓은(17만 평)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포도밭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빼놓을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갈이다. 바둑돌보다 조금 더 큰 자갈이 흙과 반반씩 섞인 이곳은 비가 내리면 탁월한 배수능력으로 포도뿌리가 썩는 걸 막아준다. 자갈밭의 깊이는 6~7m에 이른다. 그 자갈밭 층 아래는 점토질 흙이 물을 가두어둬, 여름 건기엔 포도뿌리가 6~7m나 내려가 가뭄을 막는다.

자갈밭은 얼핏 보기에 척박한 땅으로 보이지만 레드와인에 우아함, 섬세함, 여운, 매혹적 강렬함을 주고 화이트 와인에 꽃향기와 과일향을 불어넣는다. 자갈에 반사된 햇살은 포도잎의 뒷면에 조사되어 포도알의 당도를 높이고 성숙을 도와 특히 화이트와인의 바디감을 강하게 하고 섬세한 부케향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태생적으로 냉기를 싫어하는 포도나무에 자갈은 한낮에 햇살을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그 열을 방출해 포도나무의 냉해를 막아준다. 이른 봄, 포도순이 올라올 때 서리가 내리는 걸 자갈이 막아줄 때도 있다. 흙과 섞인 하찮은 자갈이 이토록 포도나무에 영향을 미쳐 와인의 맛을 좌지우지할진대, 기온, 바람, 습도, 일조량 등이 포도나무에, 포도에,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서 ‘샤토’는 영어의 캐슬(Castle), 즉 성(城)이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와인 양조장(Winery)을 뜻한다. 성이 없는 곳도 와이너리만 있으면 샤토라 부른다. 이곳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도 성이 없다. 대장원(大莊園) 한가운데 성처럼 보이는 고색창연한 석조건물이 솟아있는데 이것은 18세기 수도원 건물이다. 이 대장원에 입성하게 되면 와인의 향취보다 여기저기 앉아있는 고풍스럽고 아름답고 우아한 건물 군락에 먼저 압도당한다. 이 장원의 한복판 둔덕 위에는 샤토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주위로 양조장, 셀러, 전시장 그리고 오크통 제작소가 있다. 완만한 포도밭 언덕 아래 입구에는 호텔이 자리잡았다. 이 호텔은 세월의 풍상에 곱게 삭은 고색창연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건축한 지 10년도 안 되는 건물이다.

옛 빨래터, 부띠크 호텔이 되다
지금부터 18년 전인 1990년, 플로렌스와 다니엘 부부가 이곳에 왔다가 무릎을 쳤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잠자는 미인을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전 스키챔피언으로, ‘Go 스포츠’ 체인의 창업자로, 멕 깐 유럽(Mc Cann Europe)의 부회장으로 정신없이 아스팔트를 뛰어다니느라 파김치가 된 부부는 어느 날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인생을 반추해 보다 마침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했다. 그들은 보르도에 내려와 쏟아지는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이곳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 들렀다. 부부는 이 대장원을 사들여 황폐한 포도밭에 온 정열을 쏟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농약 없애기. 제초제도 뿌리지 않고 화학비료도 배제, 땅을 완전 유기농으로 탈바꿈시켰다. 수년이 지나자 땅 힘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옛날방식으로 지하에 와인셀러를 새로 만들고 오크통도 직접 제작했다. 그들은 포도밭에서부터 와이너리까지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순수한 자연으로 돌려놓았다. 알코올도수를 높이고 1년에 1만5,000병만 제한 생산해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를 그랑 크뤼(Grand Cru)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들은 포도밭과 양조장을 10여 년 만에 제 궤도에 올려놓은 후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농장 입구. 그 옛날 포도 농부 부인들의 빨래터였던 샘물이 솟아오르는 곳에 부띠끄 호텔을 짓기로 한 것이다. 플로렌스와 다니엘 부부의 딸, 앨리스가 가슴 속에 숨어 있던 뛰어난 미적 감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녀가 머리를 맞대고 직접 설계하고 배치하며 청사진을 만들 때 오크원목으로 지은 옛날 와인셀러를 철거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모녀는 그곳으로 달려가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세월에 곰삭은 오크원목을 바리바리 수십 트럭 싣고 왔다. 그들의 호텔 청사진은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백년 된 것처럼 보이는 고풍스런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와 데코레이션이 서로 다른 단 40개뿐인 방으로 우아한 부띠크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뒤뜰 꽃밭에는 공작이 어슬렁거리고 널찍한 연못엔 백조가 노닌다.
문의 소펙사 꼬레 (02)3452-9243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