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 랭글러와 떠난 오프로드
2012-01-29  |   47,429 읽음

잘 닦인 도로를 달리는 것은 틀에 박힌 듯해 지루하다고 생각한다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라. 게다가 자동차를 좋아한다면 오프로드 주행이 제격이다. 그러나 준비운동 없이 뛰어들면 탈이 나듯이 본격적인 오프로드주행에 앞서 몇 가지 테크닉과 유의할 점들을 익혀 둘 필요가 있다. 아무리 운전경력이 오래되었다고 하더라도 포장도로를 달리는 것과 오프로드를 달리는 것에는 큰 차이기 있기 때문이다. 자칫 온로드에서 굳어진 운전습관은 오프로드에서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오프로드 천국
일반도로 온로드주행이라면 서킷을 찾는 것이 순서. 그러나 오프로드주행이라면 조금 더 특별한 장소가 필요하다. 모래와 바위, 진흙길이 골고루 갖춰져 있으면 좋겠고 다른 차들의 방해를 받지 않을 만큼 한적한 곳이면 더할 나위 없다. 이 모든 것을 갖춘 영종도는 수도권 인근의 오프로드 코스 중 최고로 꼽을 만하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공항고속도로를 통해 40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고 경기 남부권이라도 제2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된 인천대교를 통해 한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여서 시간적으로 큰 부담이 없다. 또한 진흙길을 비롯해 모래와 자갈이 어우러진 길이 지천이고 작은 웅덩이도 곳곳에 있어 오프로드의 다양한 코스를 한번에 경험할 수 있다. 단, 공사용 차들이 지나다니는 곳을 사전에 파악해 방해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이번 오프로드 연습주행에는 4WD의 대명사인 짚의 2012년형 랭글러 언리미티드 루비콘과 함께 했다.

2012년형으로 거듭난 랭글러는 정통 오프로더 이미지가 강해 매니아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모델로 오프로드를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파트너. 바람이 약간 찼지만 오랜만에 자연의 품에서 뛰어놀 생각에 기분까지 상쾌해진다. 사무실이 있는 서울 강서구에서 올림픽대로를 지나 영종대교를 넘는 코스를 달렸다. 11월 말부터 영종도 톨게이트 비용이 7,700원으로 200원 인상되어 왕복 통행료만으로 1만5,400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국내 최고의 오프로드 체험장 입장료’라고 생각하니 그리 아깝지만은 않았다. 공항 신도시를 지나 남부순환로 방향으로 달리다 신불IC에서 빠져 나와 스카이72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편도 1차선의 좁은 길이 나타난다.

그 길을 10여 분간 달리다 보면 미국 그랜드캐니언을 줄여 놓은 듯한 벌판을 만나게 된다. 이곳이 오늘의 1차 예정지. 제2활주로 매립을 위해 산을 인위적으로 깎아 놓은 곳으로 먼발치에 공사차량이 드나들 뿐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을 정도로 넓고 한적한 곳이다.
 
쉬운 코스부터 연습하는 것이 포인트  
등받이에 등을 밀착시킨 상태에서 팔을 뻗어 스티어링 휠에 손목이 닿을 정도로 포지션을 잡는 것은 일반도로주행과 같다. 다만 스티어링 휠 안쪽으로 엄지손가락을 넣을 경우 불규칙한 노면에 스티어링 휠이 튀면서 손가락 골절 등의 부상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바깥쪽으로 빼며 약간 느슨하게 잡는 것이 요령이다. 왼발은 지지대(풋 레스트)에 뒤꿈치가 붙을 정도가 알맞다.

시트 포지션을 잡고 가상의 주행라인을 그려본다. 오프로드라고는 하지만 이미 도로에 많은 차들이 다닌 터라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수준이다. 시선은 온로드주행 때보다 약간 가까운 곳에 두어 수시로 바뀌는 장애물과 도로상태를 주의 깊게 살핀다. 굴곡 정도에 따라 좌우로 흔들리는 차의 움직임 정도를 파악하는 난이도 하(下)의 코스다. 차의 움직임에 적응이 끝난 상태라면 먼지를 내며 달릴 수 있을 정도로 속도를 내본다. 온로드에서 약간 크게 느껴졌던 랭글러의 엔진음이 사그라지고 긴 스트로크의 서스펜션으로 마치 장단을 맞추듯 춤을 춘다.

코스 중간 중간에 웅덩이가 있고 여기에서 흐른 물이 길을 내 조금 더 깊은 구렁을 만들었다. 승용차로는 애초에 통과할 생각도 못하겠지만 랭글러에 오르면 없던 모험심도 생기기 마련. 로 기어(4L)를 넣고 동반자에게 차의 앞쪽이 지면에 닿는지 살펴보도록 하면서 천천히 진입을 시도했다.

골이 예상보다 깊어 한쪽 바퀴를 걸치면서 지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앞쪽이 땅에 닿는 순간 오른쪽 뒷바퀴가 허공에 뜬다. 이때에는 차동기어 때문에 허공으로 뜬 바퀴에 모든 동력이 전달되어 보통의 경우라면 빠져 나오기 힘들다. 랭글러를 비롯해 오프로드주행에 특화된 모델이라면 이런 슬립을 막아주는 록(Lock) 장치가 있다. 이를 작동하면 모든 바퀴에 구동력을 줄 수 있어 어느 한쪽만 땅에 닿아도 움직일 수 있다. 그러나 자칫 액셀 페달 조작에 너무 많은 힘이 들어가면 더 큰 웅덩이에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반복된 연습으로 차와 일체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음은 진흙길 코스. 작은 둔덕을 넘어 물기를 머금은 곳을 통과하는 미션이다. 구동력이 저하되는 미끄러운 노면을 지날 때에도 액셀 페달 조작이 가장 중요한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듯해 두려운 나머지 조금 세게 밟아 버리면 그대로 슬립이 일어면서 마치 늪에 빠지듯 점점 더 큰 위험에 처하게 된다. 타이어 공기압을 약간 빼고 진입해서 단번에 같은 속도로 지나가는 것이 가장 좋지만 여의치 않을 때에는 액셀에서 살짝 발을 떼면서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돌려 그립을 살리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미끄러운 노면을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도 잠시, 바로 좌우 경사로가 이어진다. 오프로드주행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코스다. 잘못하다간 전복사고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오늘의 코스는 그 정도로 심하진 않아 좌우로 기울었을 때 차의 상태를 몸으로 느끼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경사를 지날 때에도 일정한 액셀 조작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시선은 항상 노면을 주시해야 한다.

좌우 경사로를 지나니 제법 큰 언덕이 버티고 서 있다. 그러나 이런 길을 오르는 것은 오프로드주행에선 ‘누워서 떡먹기’만큼이나 쉽다. 겁먹지 말고 액셀을 지그시 밟으면서 한번에 오르면 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리막길은 오르막에 비해 두어 배는 더 주의해야 한다. 내리막에서는 바퀴에 록이 걸려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풋 브레이크와 함께 엔진 브레이크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생각보다 빠른 속도에 당황해 풋 브레이크를 세게 밟으면 타이어가 잠기며 방향성을 잃게 되어 위험하다.

랭글러는 내리막주행 제어장치(HDC)가 있어 이런 곳에서 한결 수월하다. 센터페시아에 있는 HDC 버튼을 누르면 준비 끝. 이때 겁을 먹고 성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 버리면 이 기능이 해제되기 때문에 믿고 따르는 편이 좋다. HDC 버튼을 누르면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서서히 안전하게 경사로를 내려올 수 있다.

여유롭게 즐기는 오프로드주행
계속되는 오프로드주행이 덤덤해질 즈음. 새로운 코스를 찾아 다시 공항 남부도로에 들어섰다. 무의도 방향으로 차를 돌려 약 20분간 달리면 향이 짙은 솔밭길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잠시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부려도 좋다. 언덕 너머로 파도가 넘실대며 귀를 즐겁게 한다. 혹, 넘치는 의욕에 넓은 백사장을 달릴 속셈이라면 애초에 그만 두는 편이 낫다. 바닷물이 차에 손상을 줄 뿐만 아니라 백사장을 달리다가는 과태료 처분이 내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던 길에 만난 마을 주민이 차를 세우더니 요즘 이곳에서 차로 달리는 사람들을 카메라로 찍어서 고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주의하란다.이런 ‘고소고발’이 무서워서가 아니라 차와 자연을 생각하는 마음에서라도 백사장주행은 삼가야 한다.

오프로드주행으로 지친 몸을 추스르기 위해 잠시 영종도에서 배로 채 10분도 걸리지 않는 무의도를 돌아보기로 했다. 이곳으로 가는 중간 중간에 칼국수와 굴밥 전문점들이 많으니 허기를 달래기도 좋다. 뱃삯은 1인 왕복에 단돈 3,000원, 여기에 차를 실으려면 2만1,000원(SUV기준)이 더 든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 촬영지를 비롯해 소소한 볼거리들이 많고 완만한 길이 이어져 드라이브하기도 좋다
무의도를 나와 다시 공항 서로 방향으로 15분 정도 달리다 보면 왼쪽 산으로 이어지는 두 번째 오프로드 코스를 만날 수 있다.

오프로드의 믿음직한 동반자
2012 JEEP  WRANGLER  UNLIMITED  RUBICON
지난 70여 년간 오프로더의 대명사로 굴림해온 짚 랭글러가 2012년형으로 거듭났다. 랭글러는 탈착식 도어와 루프, 전자식 스웨이드 바 연결 해제 기능과 로 기어, 액슬 록 시스템 등 오프로드주행에 특화된 전문 장비들을 빠짐없이 담고 있는 터프가이로 통한다.

워낙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모델인지라 겉모습에서 바뀐 부분은 없다. 그러나 겉모습이 다가 아니다. 센터페시아에 그랜드체로키에서 본 대형 모니터가 떡하니 자리하고 엔진의 최고출력과 최대토크가 200마력과 46.9kgㆍm로 한결 나아졌다. 6.5인치 대형 모니터와 연동되는 유커넥트(Uconnect)는 40GB 하드디스크와 블루투스, 아이팟 컨트롤러와 연동되는 USB 단자로 다양한 오디오 기기들의 음원을 이용해 웅장한 서브우퍼의 사운드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후방카메라를 추가해 오프로드주행시 뒤쪽의 노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차에서 내릴 필요가 없어졌다. 최대 2,320L까지 활용할 수 있는 짐공간 덕에 장거리여행의 동반자로도 안성맞춤이다.

입구에 비교적 큰 골이 있어 주의해야 하지만 랭글러 정도면 걱정할 만큼은 아니다. 아스팔트 중간 중간에 골이 패인 곳을 5분 정도 오르면 거대한 분지 형태의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자갈과 물이 섞여 있다. 황무지에 가까운 이곳은 오프로더에겐 놀이터나 마찬가지. 분지 형태로 둘러싸여 외부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다.

자갈 위를 달릴 때에는 혹시 모를 날카로운 돌에 타이어가 찢어질 수 있으므로 노면상태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곳곳에 물웅덩이가 눈에 들어온다. 본격적인 오프로드주행에 들어서면 물이나 강을 건너는 일이 아주 많기 때문에 도강 연습은 필수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 확인도 않고 들어갔다간 고립되기 쉬우니 주의해야 한다.

도강에 앞서 수심이 얼마니 되는지 가능한 한 자세하게 지형을 살피는 것이 우선이고 가상의 루트를 결정한 다음 천천히 들어간다. 물 아래의 지형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속도를 내서는 안 되지만 액셀 페달에 너무 힘을 빼 중간에 멈추거나 하면 배기구로 물이 들어가 시동이 꺼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이곳은 수심이 그리 깊지 않아 랭글러로 마음껏 헤집고 다닐 만했다.

한동안 영종도 이곳저곳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다. 아직 익숙지 않은 곳에서는 해가 떨어지기 전에 주행을 마치는 것이 기본이기에 서둘러 발길을 돌렸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

왼쪽의 ‘스웨이 바’를 누르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길어지고 오른쪽의 ‘액슬 록’은 차동기어의 슬립을 막는다. 랭글러가 주는 오프로드 전용 상비약이다내리막주행 제어장치(HDC)를 누르면 편안하게 경사로를 내려올 수 있다. 오프로드의 왕좌다운 편의장비다랭글러의 톱을 열면 자연과 더 가까워지는 자신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