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라이프스타일

영종도에서 열린 수입차 뷔페 - 수입차 맘껏 탄 멋진.. 2008-12-17
수십 대의 차를 늘어놓고 맘대로 골라 탈 수 있다면 어떨까? 미식가가 최고급 뷔페 레스토랑에 초대받은 것만큼이나 신나는 일일 것이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에서 진짜로 자동차 뷔페를 마련했다. 10월 24일 인천 영종도 특설 코스에서 열린 수입 자동차 시승회가 그것. 이날 동원된 차가 68대나 된다. 하지만 뷔페 레스토랑과 다르게 4대의 차만 탈 수 있다. 시승회 전 타고 싶은 차 4대를 미리 선택하는데, 인기가 좋은 차는 추첨을 통해야 하므로 100% 원하는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반대로 인기가 없는 차를 선택하면 탈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기자는 모두가 침 흘리는 화려한 차보다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으면서 판매도 잘되는 실속모델을 골랐고, 대부분 기자가 선택한 차를 탈 수 있었다. 국내에서 잘 팔리는 인기 모델들  시승 전 하얏트 리젠시 인천 호텔에서 주의사항 및 주행 요령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본격적인 시승이 시작되었다. 차 한 대당 주어진 시간은 40~45분. 이 사이에 1주 42km의 코스를 자유롭게 달리면서 차를 즐기면 된다. 기자에게 최종 낙점된 차는 푸조 308 HDi와 BMW 미니쿠퍼 클럽맨, 메르세데스 벤츠 S320 CDI, 혼다 CR-V 다. 첫 시승차는 푸조 308 HDi. 시승회 3일 전에 수입 인증을 마친 따끈따끈 차여서 빨간색 광택이 눈부실 정도다. 달리기는 경쾌했다. 부드러운 가속감과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정확하게 따라주는 몸동작이 고속주행을 부추겼다. 디자인도 경쾌하고 2.0ℓ 138마력 엔진이어서 연비까지 좋으니(15.6km/ℓ, 1등급) 요즘 같은 시기에 잘 어울리는 차인 것 같다. 두 번째로 탄 차는 앙증맞은 디자인에 야성적인 달리기 본성을 숨기고 있는 BMW 미니의 가지치기 모델인 쿠퍼 클럽맨. 1.6ℓ DOHC 120마력 엔진과 6단 자동 기어를 얹어 기대 이상의 날랜 몸놀림을 보인다. 단지 귀엽기 때문에 미니를 선택하면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초창기 미니는 확실히 여성이 몰기에 부담스러운 주행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2세대로 진화한 미니는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개성 강한 라이프스타일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싶은 젊은 여성들에게 강추!세 번째로는 메르세데스 벤츠 S320 CDI를 타야 했으나 시승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아 포기. 4대의 차를 모두 타려면 참가자들이 40~45분에 돌아와야 하지만 달리기에 빠져서인지 잘 지켜지지 않았다. 마냥 기다릴 수 없어 대신 인피니티 G37 세단을 탔다. 이건 미니와 또 다른 박력이다. 고급스러운 실내와 풍성한 힘이 어울려 프리미엄 스포츠 세단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마지막으로 탄 혼다 CR-V는 수입 SUV의 베스트셀러. 어떤 장점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샀는지 궁금증이 일어 선택한 차다. 5인승 실내는 평범하지만 전체적인 품질감이 높다. 무난함과 혼다의 브랜드 파워, 저렴한 가격이 인기 요인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몇 년째 판매 기록을 경신해온 수입차 시장은 환율 인상과 경기침체라는 악재를 만나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런 환경을 기회로 삼아 거품을 쫙 뺀, 실속 있고 재미있는 차들이 많이 들어오기를 기대해본다.
[THEME DRIVE]경부고속도로의 재발견 - THE.. 2008-12-17
빠른 완공, 보수 작업에 돈 더 들어가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수도권을 벗어나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중앙 분리대도 없던 왕복 4차선의 단촐한 도로가 이제는 약 158km 구간이 6~8차선으로 확장되었다. 기술도 경험도 없던 시절 ‘하면 된다’ 정신으로 밀어붙인 경부고속도로는 경제 발전을 위한 한국인의 의지와 열정을 세상에 보여준 신호탄이기도 했지만, 2년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저돌적으로 밀어붙인 대공사는 훗날 여러가지 취약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예를 들어 개통 당시 소요된 공사비는 약 430억 원으로 1km에 평균 1억 원밖에 들지 않았다고 자랑했지만 그만큼 날림이어서 아스팔트 평균 두께가 독일 아우토반(200mm)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80mm 수준에 머물렀다. 일단 적은 돈으로 빨리 만들어 놓고 꾸준히 보수해 나간다는 개념으로 완성하긴 했지만, 빈약한 도로는 훗날 엄청난 유지 보수비용이 들어갔고, 무수히 반복된 덧씌우기 작업에 힘입어 지금은 아우토반에 필적하는 평균 두께 200mm의 노면을 갖게 되었다. 한 조사발표에 의하면 지금까지 경부고속도로에 들어간 유지보수 비용이 2천 억 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원화가치의 변화를 감안하더라도 결코 적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차를 모는 사이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는 신갈JC가 나타났다. 영동고속도로는 주말에 극심한 정체를 빚기로 악명이 높다. 신갈을 지나 수원에 이르렀을 때 평균 주행속도는 시속 80km 이상으로 올라가 제한속도인 100km에 육박하고 있었다. 수도권을 빠져나오느라 10km/ℓ 수준으로 떨어졌던 연비는 시속 100~110km로 정속주행하자 공인연비인 15.6km/ℓ에 가까워진다. 출발 때 840km 였던 주행가능거리도 정체구간을 지나며 780km로 떨어졌다가 교통흐름이 원활해지자 다시 860km 수준으로 향상됐다. 주위의 차들도 화물차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었다. 힘차게 달리는 화물차들을 보고 있으니 고속도로를 국가 산업의 대동맥이라고 표현했던 이유를 알겠다. 오산과 안성, 천안을 지나 대구를 향하다 보면 옥천터널이 나타난다. 이곳은 건설 당시 가장 험난했던 구간으로, 많은 희생자를 냈다. 공사 중 사상자가 속출하자 겁에 질린 인부들이 손사래를 치며 현장을 떠났고, 급료를 두 배로 올려도 일할 사람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옥천터널을 나가자 아름다운 풍광으로 유명한 금강휴게소가 눈앞에 나타났다. 이름 그대로 금강을 배경으로 자리잡은 금강휴게소는 발코니로 꾸민 기다란 전망대는 물론이고 화장실에서도 금강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멋진 조망을 감상할 수 있다. 금강휴게소 주변에는 민물매운탕집이 즐비했다. 추풍령 기념탑, 경부고속도로의 산 기록금강휴게소를 나가 남서쪽으로 더 달리면 영동과 황간을 거쳐 추풍령이 나타난다. 추풍령은 경부고속도로의 중간지점으로 서울에서 부산으로 내려가든,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가든 추풍령을 지나면 절반을 달렸다는 뜻이다. 이 같은 추풍령 휴게소 근처에는 ‘서울 부산간 고속도로 준공 기념탑’이 있다. 경부고속도로는 1968년 2월 1일 착공에 들어간 뒤 2년 5개월 동안 77명이 공사 현장에서 순직했다. 기념탑은 이들의 희생을 추모함과 동시에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글씨와 공사 인력, 장비, 자재 등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한편 추풍령 휴게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다. 1971년 개장 당시 메뉴는 육개장과 설렁탕, 비빔밥이 전부였고 음료는 콜라와 사이다, 커피밖에 없었다고. 개통 후 몇 년 동안대전 이남으로는 차가 뜸해 인근 주민들이 차를 구경하기 위해 휴게소를 찾았다고 한다. 추풍령까지 평균시속 105km, 6단 2천100rpm 정도를 유지하며 꾸준히 달려온 덕에 주행가능거리는 940km까지 올라갔다. 추풍령을 넘으면 김천과 구미, 왜관, 칠곡을 지나 대구로 접어들고, 새로 뚫린 대구-부산간 고속도로의 이정표가 보인다. 대구에서 영천, 경주, 울산을 빙 둘러 부산으로 이어지는 경부고속도로의 비효율성을 비웃듯 일직선으로 닦인 도로는 30분 앞당겨 부산에 도착하게 해준다. 하지만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이 목적이므로 30분 단축의 유혹을 뿌리치고 경주로 향했다.   대구에서 경주로 이어지는 구간은 38년전 개통 당시의 풍경을 보는 듯 편도 2차선 도로에 커브가 쉬지 않고 이어진다. 요즘 건설되는 고속도로는 물론이고 국도와 비교해도 민망할 정도다. 덕지덕지 누더기 같던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콘크리트로 다시 깐 도로와 중앙분리대를 빼면 경부고속도로의 본래 모습에 가장 가까운 구간일 것 같다. 푸조 308SW HDi는 구불거리는 도로에서도 흐트러짐 없는 안정감으로 장거리 운전의 피로를 덜어 주었다. 짧은 한나절짜리 시승에서는 별로 느낄 수 없었던 또다른 장점들이 장거리 달리기를 통해 서서히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308SW HDi도 오래 탈수록 제맛을 느낄 수 있는 차 중의 하나인 듯. 편도 2차선 도로를 한참 달리니 경주휴게소가 눈앞에 나타난다. 기자가 이곳에 들른 이유는 한우 내장으로 담백하게 끊여낸 우장탕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주휴게소 역시 지역 특산물은 물론이고 다양한 즐길거리를 갖춘 복합 문화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배고픔과 급한 볼일을 처리하던 휴게소가 지역색과 테마를 갖춘 휴식공간으로 탈바꿈해 고속도로 여행자들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주고 있다. 마지막 휴게소인 언양휴게소를 지나면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대장정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주변의 차들은 컨테이너와 짐을 실은 화물차가 대부분이고 부산 톨게이트가 가까워지자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 부산 톨게이트에 다다랐을 때 확인한 푸조 308SW HDi의 연비는 15.9km/ℓ. 계기판에 찍힌 주행거리는 403.7km였다. 서울 톨게이트에서 부산 톨게이트까지를 기준으로 했기에 실제 경부고속도로의 길이보다는 짧게 나온 것. 주유계 바늘은 절반 이상 남아 있고 남은 연료로 주행 가능한 예상 거리는 500km 이상이다. 38년 전 한국 경제의 아이콘이었던 경부고속도로는 이제 그 엄청난 상징성을 벗어버리고 전국을 잇는 교통 대동맥으로서 든든한 위치를 지키고 있다. 무작정 길을 떠나고 싶을 때는 일단 경부고속도로를 타라. 돈도 기술도 경험도… 아무 것도 없던 시절, 우리의 아버지들이 맨손으로 일군 이 길을 달리다 보면 어쩐지 힘이 솟을 것 같지 않은가.
[THEME DRIVE]경부고속도로의 재발견 - THE.. 2008-12-17
진심으로 반성했다. 그동안 많은 차를 시승하면서도 차를 타고 달린 길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차를 느끼기에 바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길이란 그저 달리기 위한 배경일 뿐이고, 길 위에서의 시간은 짧을수록 좋은 것이었다. 지난 여름 강원도 양구 펀치볼(Punch bowl)을 다녀온 뒤 반 년을 고민한 끝에 두 번째 기획으로 잡은 ‘경부고속도로 달리기’는 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자기반성에서 시작되었다.  스피드를 즐기기 위해 시원하게 뚫린 서해안고속도로를 찾거나 아름다운 풍광을 만끽하기 위해 동해안 7번 국도를 달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길이란 목적지를 정한 뒤에 고르는 후순위 존재다. 하지만 이번 취재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았다. 남북으로 뻗어내린 1번 고속도로경부고속도로는 많은 의미를 간직하고 있는 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들어진 고속도로는 서울과 인천을 잇는 길이 23.9km의 경인고속도로지만 진정한 의미의 전국구 고속도로는 1970년 7월 7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다. 경부고속도로는 서울을 출발해 수원을 지나 대전을 거쳐 구미, 대구, 경주, 울산, 부산을 잇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고속도로다. 개통 당시 428km였지만 꾸준한 직선화 작업을 통해 근래에는 416.4km로 줄었다. 경부고속도로의 등장으로 전국은 1일 생활권이 되었고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먹는 ‘꿈 같은 일’을 현실로 만들어 주었다. 지금은 신기할 것도 없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서울-부산을 너댓 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무척이나 획기적이고 놀라운 사건이었다.이번 경부고속도로 달리기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편도 416.4km를 주행하며 역사적인 길을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것이다. 경험상 이같은 장거리 달리기에는 연비 좋은 디젤 승용차가 제격이다. 고심 끝에 취재팀이 고른 차는 푸조 308SW HDi. 최근 국내에 선보인 308SW HDi는 따끈따끈한 뉴 모델로, 날렵하고 세련된 외모에 실내가 넉넉한 왜건형이어서 장거리 취재에 필요한 장비들을 가뿐하게 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유 1ℓ로 15.6km를 달릴 수 있어 경제적 부담도 적다. 시승차를 받아 60ℓ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니 계시판에 찍히는 주행가능거리는 840km다. 공인연비와 연료탱크 용량을 감안하면 이론상으론 930km 이상이 나와야 하지만 어느 정도 여유를 두는 세팅인 듯. 이 같은 수치는 일반적으로 경제 운전을 하게되면 달릴수록 점차 높아지므로 걱정할 건 없다.경부고속도로의 본래 취지 중 하나인 1일 생활권을 제대로 체험하기 위해 아침은 서울에서 점심은 부산에서 그리고 저녁은 다시 서울에서 먹는 하루 일정으로 잡았다. 하루만에 부산을 다녀오려면 극심한 정체를 보이기 전에 수도권을 벗어나야 한다. 아침 일찍 나섰지만 사진 촬영 등으로 머뭇머뭇하는 사이 서울 톨게이트를 벗어났을 때의 시간은 오전 7시 남짓. 길은 차들로 가득 찼다. 서울로 향하는 길은 물론이고 수원과 오산 등지로 빠져나가는 노선도 꽉 막혔다. 경부고속도로가 갓 개통된 38년 전에 이런 모습을 상상이나 했을까? 전국의 도시들이 비대해지고 통행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고속도로는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간이 되어 버렸다. 게다가 뒤이어 개통된 새 고속도로들 때문에 경부고속도로의 효용가치는 많이 낮아졌다. 일례로 서울에서 부산을 가려면 수도권에서 곧바로 경상도로 연결되는 중부내륙고속도로를 타고 구미로 빠져 대구 즈음에서 대구-부산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더 빠르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커피농장 - Karen Gol.. 2008-11-18
엄청난 재산을 상속받은 덴마크의 여인, 카렌 블릭센(Karen Blixsen)은 충동적으로 약혼자의 남동생과 아프리카로 날아간다. 케냐에 도착한 그녀는 나이로비 근교의 광활한 땅을 사들여 그곳에 대규모 커피농장을 만든다. 그녀는 커피농장에 자신의 인생을 건다.커피나무를 돌보듯이 농장의 일꾼과 그의 가족들까지 따뜻하게 돌봐 원주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는다. 그러나 함께 운명을 묶어 머나먼 아프리카까지 날아온 약혼자의 동생은 농장과 일꾼들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망나니짓을 일삼으며 카렌을 자꾸 실망시킨다. 결국 사사건건 말다툼을 벌이던 망나니는 카렌에게 매독을 안겨주고 집을 나가버린다.유럽으로 날아가 성병 치료를 받고 돌아온 카렌은 혼자서 다시 커피농장을 힘들게 꾸려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사자의 공격을 받아 생사의 기로에 선 그녀를 데니스가 나타나 구해준다. 카렌은 데니스와 사랑에 빠지지만 타고난 자유인인 데니스를 농장에 묶어둘 순 없었다. 경비행기를 손수 조종해 훌쩍 떠나버린 데니스. 하지만 그와의 재회만을 오매불망 기다리던 카렌에게 들려온 것은 다름아닌 데니스의 사망 소식이었다. 경비행기가 추락한 것이다. 얼마 후 커피농장마저 도산해버렸고, 카렌은 대초원의 추억과 데니스에 대한 사랑을 안고 아프리카를 떠난다. 골프클럽엔 커피나무가 자라고메릴 스트립이 카렌으로, 로버트 레드포드가 데니스로 분한 시드니 폴락 감독의 명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는 1986년 아카데미상 7개 부문과 골든 글러브상 2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 영화는 실존 인물이었던 카렌의 자전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그렇다면 지금, 카렌의 커피농장은 어떤 모습일까? 아직도 군데군데, 커피나무가 카렌의 체취를 머금은 채 싱그러운 잎을 팔락이고 그 사이사이로 시원한 푸른 카펫이 오래 전 떠나간 카렌을 기다리는 듯 끝없이 펼쳐져 있다. 카렌의 커피농장은 아프리카 최고의 골프코스인 ‘카렌 골프 클럽’(Karen Golf Club)으로 다시 태어났다. 시원하게 터진 개활지에 작달막한 커피나무가 안정감 있게 페어웨이를 지켜주는가 하면 어떤 홀들은 밀림에 파묻혀 원시림의 상큼한 나무향 속에 온갖 새들이 지저귀고 원숭이들이 뛰어다니는 전형적인 아프리카의 밀림 속을 뚫고 나간다.페어웨이 잔디 상태는 비단결이지만 고저차가 있고, 홀이 길다. 게다가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을 수 없는 밀림이라 만만한 홀이 하나도 없다. 가끔씩 원숭이가 공을 들고 숲 속으로 도망쳐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나는 것이 옥에 티다.원숭이가 볼을 집어가는 순간을 봤다면 그 자리에 리플레이스해서 벌타 없이 공 하나를 잃어버린 것으로 그만이지만 못봤다면 로스트볼로 처리될 수밖에 없다.적도가 이 나라를 가로 질러 케냐는 푹푹 찌리라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우리나라 가을처럼 하늘은 높고 서늘한 바람은 상큼하기 이를 데 없다. 밤이 되면 긴팔 옷을 입고도 싸늘한 밤공기에 몸을 움츠린다. 아프리카 하면 ‘사파리’를 떠올리고 ‘사파리’ 하면 ‘케냐’를 떠올리는 것은 우리만의 생각이 아니다. 나이로비 공항에 쉴 새 없이 내리는 비행기는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관광객을 꾸역꾸역 토해낸다. 우리 남한의 6배나 되는 이 나라의 서남쪽 4분의 1은 해발 1천800여m의 케냐 고원이고, 2천 만 이 나라 인구의 4분의 3이 사시사철 시원한 이곳에 모여 산다. 동물들의 생각도 인간과 별로 다를 바 없어 우리가 TV에서 수없이 보아온 동물의 왕국은 이곳 케냐 고원이다. 암보셀리 국립공원과 마사이 마라 자연보호구역 등 널리 알려진 곳은 아프리카 본연의 모습에서 벗어나 있다.자, 문명의 사각지대를 향하여 흙먼지를 날리며 북쪽으로 달려가 보자. 케냐 고원을 달려가면 ‘도대체 여기가 아프리카인가’ 하고 의심이 간다. 계곡엔 콸콸 물이 흐르고 산에는 아름드리나무가 울울창창하고 벌판엔 옥수수밭이, 산자락엔 커피밭, 녹차밭이 끝없이 이어졌다. 몇 시간을 달리면 벌판너머 아스라이 케냐산(해발 5천199m)이 그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낸다. 반투어로 ‘타조’라는 뜻인 케냐산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킬리만자로 다음 가는 고산으로, 꼭대기에 만년설이 있어 산 아래 넓은 들판을 풍성하게 적셔준다. 이 기름진 땅은 케냐 최대의 종족이자 가장 힘센 농경족인 키쿠유족의 차지다. 케냐산을 돌아 또 몇 시간을 달리면 서서히 날씨는 더워지고 대지는 푸른빛을 잃어간다. 4WD는 꽁지를 들고 흙먼지에 쌓여 계속 내리막길을 달린다. 케냐 고원에서 내려온 것이다. 고원 아래에 펼쳐진 광활한 사바나3년 동안 비가 안와도 살 수 있다는 아프리카 아까시나무가 드문드문 박힌 메마르고 황량한 준사막 지대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시올라는 신기루처럼 나타난 이 지역의 요충지로 수단으로 가는 길과 에티오피아와 소말리아로 가는 길이 이곳에서 갈라진다. 이곳에서는 회교도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이시올라에서 차를 정비하고 기름을 넣고 목을 축인 후 북쪽으로 전진, 수단으로 가는 간선도로는 일직선으로 뻗어 한낮의 열기에 아지랑이가 물결처럼 출렁거린다.얼마나 달렸을까. 투르카나족 마을을 지나 흙먼지를 노랗게 날리며 수단쪽을 향해 삭막한 대지를 계속 달리면, 신기루처럼 우뚝 솟아오른 대추야자나무 사이로 메마른 사바나의 한 가닥 젖줄, 우아소니르강이 나타난다. 마침내 삼부루에 온 것이다. 우아소니르 강은 삼부루를 오아시스로 만들었다. 이곳은 또한 세계적인 희귀동물 서식지다. 삼부루 기린은 다른 기린보다 덩치가 크고, 몸에 박힌 검붉은 점은 훨씬 선명하고 촘촘하다. 삼부루 얼룩말도 줄무늬가 가늘고 많다. 삼부루족은 이들과 함께 살아간다. 이곳에서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으로서 만물을 지배하고 다스리는, 그런 오만과 우월감이 없다. 단지 자연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사자는 사자대로, 코끼리는 코끼리대로, 임팔라는 임팔라대로, 그리고 삼부루족은 삼부루족대로 살아간다.삼부루족은 소와 염소를 길러 젖과 피와 고기를 먹고 살아간다. 그들이 이 모든 것을 그들의 신, ‘은까이’로부터 받았다고 믿기에 1년에 두 차례씩 소를 잡아 신에게 바친다. 그들은 악령을 무서워한다. 서양문명은 악령이 묻어 있다고 믿기에 그들은 한사코 이를 받아들이는 걸 거부한다. 이 때문에 삼부루 마을엔 주술사의 권위가 절대적이다. 사람이 병에 걸리거나 가축이 병들면 주술사가 악령을 쫓아내는 굿을 벌인다. 평소에도 사람들은 주술사와 얘기하는 걸 두려워하고, 주술사도 사람들 앞에 나가기를 꺼린다. 반면 ‘레이데티데타니’라 불리는 점쟁이는 주술사와 달리 꿈을 해몽하고 앞날을 예언해 사람들과 가까이 지낸다.
베이징 전통 요리 전문점 - MAO 2008-11-17
몇 년 전 중국의 한 허름한 노천카페에서 먹던 베이징 덕(북경 오리)과 칭타오 맥주는 잊지 못할 추억이다. 그 후로 칭타오 맥주를 마실 때면 베이징 덕이 어김없이 생각난다. 베이징 요리 전문점 ‘마오’는 이 베이징 덕에 대한 그리움(?)을 섭섭지 않게 달래주는 곳이다. 마오는 서울 청담점과 발산점 등 여러 곳에 분점이 있지만 그 중 양재점은 중국 전통 건축 양식을 가장 잘 재현한 곳으로 창 밖으로 보이는 양재천의 운치가 더해져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마오쩌둥과 베이징 덕을 먹다모던하고 세련된 카페가 일색인 양재천에 허름한 홍등이 불을 밝히는 ‘마오’(중국 정치가였던 ‘마오쩌둥’을 의미한다)는 단연 눈에 띈다. 온통 붉은 건물과 금빛으로 빛나는 ‘MAO’ 간판, 홍등과 대나무로 장식된 외관은 누가 보아도 ‘중국 음식점’이다. 실내는 개화기 시절의 중국 객잔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비슷하게 흉내만 낸 것이 아니라 모든 소품을 중국에서 직접 공수해와 진짜 중국에 온 듯한 느낌이다. 30여 개의 테이블과 의자, 모든 소품의 컬러는 중국인이 가장 좋아한다는 붉은색으로 통일했고, 족히 몇십 년은 사용한 것 같은 가구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벽 곳곳에 걸린 마오쩌둥의 사진과 초상화, 아리따운 중국 미인도 역시 중국에서 직접 가져온 것들로, 원색 컬러가 인테리어와 어울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낸다. 전체 규모에 비해 넓게 자리한 오픈 키친을 통해 조리장이 요리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마오의 메뉴는 돼지고기, 소고기, 양고기 요리부터 채소와 두부요리까지 수십 가지.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곳의 대표 메뉴는 베이징 덕과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다. 훠궈는 매콤한 홍탕과 담백한 백탕 두 가지 육수에 고기와 채소를 담가 익혀 먹는 음식으로 쇠고기와 양고기 두 가지를 맛볼 수 있다. 담백한 맛이 일품인 베이징 덕의 요리법은 중국 본토와 같지만, 기름기를 줄여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었다. 이밖에도 마오에서는 자장면과 해물탕면, 중국식 냉면 등의 간단한 요리를 1만 원 안쪽으로 맛볼 수 있다. 느끼한 중국 요리에 술이 빠질 수 없다. 20여 가지의 중국술은 물론 레드와인과 화이트 와인도 판매한다. 마오의 모든 메뉴는 본토에서 활동하던 한족 주방장이 직접 조리한다. 찾아가는 길서울 양재동 양재천 카페 골목에 있다. 양재역에서 영동1교 성남 방향으로 가다가 일동제약 사거리에서 좌회전한다. SK주유소를 지나서 양재천 뚝방길 초입에 들어서면 붉은 홍등이 달린 마오가 나온다. 지하철은 3호선 양재역에서 내려 6번 출구로 나온다. 15분 정도 걸으면 왼쪽으로 양재천 카페 골목이 있다. 마오 양재점 (02)571-8875
프랑스 와인의 성지 - Bordeaux 2008-11-17
‘포도는 자연이 만들고 인간은 포도주를 만든다.’ 포도를 만드는 자연 영역을 떼루아(Terroir)라 한다. 기후, 바람, 햇살, 습도, 수분, 땅……. 하나하나를 세분화하면 떼루아는 한없이 까다로워진다. 프랑스 보르도(Bordeaux)는 자타가 공인하는 와인의 성지다. 프랑스 남서부, 대서양 연안에 자리잡은 보르도 지역은 지롱드(Gironde) 강을 끼고 보르도 시를 가운데 두고 포도밭이 끝없이 펼쳐진다. 보르도는 12만 헥타르(1,200㎢)로 그렇게 넓지 않은 프랑스의 한 지방이지만 떼루아는 이곳에서 천변만화 조화를 부린다. 지척의 거리를 두고 강 건너 이곳저곳이, 둔덕 넘어 이곳저곳이 기온이 다르고 강수량이 다르고 바람이 다르고 흙이 다르다. 예민한 와인 전문가는 포도밭 이랑 하나를 두고 토질이 달라 와인의 향미가 다르다고 말한다. 자갈밭 와인 양조장 ‘샤토 스미스 오 라피뜨’보르도 시 남쪽을 그라베(Graves) 지역이라 한다. 그라베 지역 북단은 뻬싹(Pessac)이다. 뻬싹의 포도밭 샛길을 이리 꺾고 저리 꺾어 찾아간 곳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Chateau Smith Haut-Lafitte)다. 이 드넓은(17만 평)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 포도밭을 일일이 설명할 수는 없지만 빼놓을 수 없는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자갈이다. 바둑돌보다 조금 더 큰 자갈이 흙과 반반씩 섞인 이곳은 비가 내리면 탁월한 배수능력으로 포도뿌리가 썩는 걸 막아준다. 자갈밭의 깊이는 6~7m에 이른다. 그 자갈밭 층 아래는 점토질 흙이 물을 가두어둬, 여름 건기엔 포도뿌리가 6~7m나 내려가 가뭄을 막는다. 자갈밭은 얼핏 보기에 척박한 땅으로 보이지만 레드와인에 우아함, 섬세함, 여운, 매혹적 강렬함을 주고 화이트 와인에 꽃향기와 과일향을 불어넣는다. 자갈에 반사된 햇살은 포도잎의 뒷면에 조사되어 포도알의 당도를 높이고 성숙을 도와 특히 화이트와인의 바디감을 강하게 하고 섬세한 부케향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한다. 태생적으로 냉기를 싫어하는 포도나무에 자갈은 한낮에 햇살을 머금고 있다가 밤이 되면 그 열을 방출해 포도나무의 냉해를 막아준다. 이른 봄, 포도순이 올라올 때 서리가 내리는 걸 자갈이 막아줄 때도 있다. 흙과 섞인 하찮은 자갈이 이토록 포도나무에 영향을 미쳐 와인의 맛을 좌지우지할진대, 기온, 바람, 습도, 일조량 등이 포도나무에, 포도에, 와인에 미치는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서 ‘샤토’는 영어의 캐슬(Castle), 즉 성(城)이라는 뜻인데 이곳에서는 와인 양조장(Winery)을 뜻한다. 성이 없는 곳도 와이너리만 있으면 샤토라 부른다. 이곳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도 성이 없다. 대장원(大莊園) 한가운데 성처럼 보이는 고색창연한 석조건물이 솟아있는데 이것은 18세기 수도원 건물이다. 이 대장원에 입성하게 되면 와인의 향취보다 여기저기 앉아있는 고풍스럽고 아름답고 우아한 건물 군락에 먼저 압도당한다. 이 장원의 한복판 둔덕 위에는 샤토가 우뚝 솟아 있고 그 주위로 양조장, 셀러, 전시장 그리고 오크통 제작소가 있다. 완만한 포도밭 언덕 아래 입구에는 호텔이 자리잡았다. 이 호텔은 세월의 풍상에 곱게 삭은 고색창연한 모습이지만 사실은 건축한 지 10년도 안 되는 건물이다. 옛 빨래터, 부띠크 호텔이 되다지금부터 18년 전인 1990년, 플로렌스와 다니엘 부부가 이곳에 왔다가 무릎을 쳤다. 그들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잠자는 미인을 마침내 발견한 것이다. 전 스키챔피언으로, ‘Go 스포츠’ 체인의 창업자로, 멕 깐 유럽(Mc Cann Europe)의 부회장으로 정신없이 아스팔트를 뛰어다니느라 파김치가 된 부부는 어느 날 머리를 맞대고 자신들의 인생을 반추해 보다 마침내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기로 했다. 그들은 보르도에 내려와 쏟아지는 햇살과 맑은 공기를 마시며 새 보금자리를 찾아 헤매다가 이곳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 들렀다. 부부는 이 대장원을 사들여 황폐한 포도밭에 온 정열을 쏟았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농약 없애기. 제초제도 뿌리지 않고 화학비료도 배제, 땅을 완전 유기농으로 탈바꿈시켰다. 수년이 지나자 땅 힘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옛날방식으로 지하에 와인셀러를 새로 만들고 오크통도 직접 제작했다. 그들은 포도밭에서부터 와이너리까지 전통적이고 고전적인 순수한 자연으로 돌려놓았다. 알코올도수를 높이고 1년에 1만5,000병만 제한 생산해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를 그랑 크뤼(Grand Cru)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들은 포도밭과 양조장을 10여 년 만에 제 궤도에 올려놓은 후 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바로 농장 입구. 그 옛날 포도 농부 부인들의 빨래터였던 샘물이 솟아오르는 곳에 부띠끄 호텔을 짓기로 한 것이다. 플로렌스와 다니엘 부부의 딸, 앨리스가 가슴 속에 숨어 있던 뛰어난 미적 감각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모녀가 머리를 맞대고 직접 설계하고 배치하며 청사진을 만들 때 오크원목으로 지은 옛날 와인셀러를 철거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모녀는 그곳으로 달려가 거기서 쏟아져 나오는 세월에 곰삭은 오크원목을 바리바리 수십 트럭 싣고 왔다. 그들의 호텔 청사진은 다시 그려지기 시작했다. 백년 된 것처럼 보이는 고풍스런 작품이 모습을 드러냈다. 구조와 데코레이션이 서로 다른 단 40개뿐인 방으로 우아한 부띠크 호텔이 문을 열었다. 호텔 뒤뜰 꽃밭에는 공작이 어슬렁거리고 널찍한 연못엔 백조가 노닌다. 문의 소펙사 꼬레 (02)3452-9243
바람 부는 초원의 - 평창 2008-11-17
사람이나 곡식이나 시간이 지나면 추수의 계절을 맞는다. 해마다 풍년일 수는 없으니 거둘 것이 없다고 주저앉을 이유는 없다.고난 없는 열매와 결실이 어디 있을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되풀이되는 것이 자연이고 인간의 삶이니, 인생의 밭을 일구고 부지런을 떨면 언젠가는 알곡에 가지가 휘어져 풍년가를 부르게 될 것이다. 그대와 나 인생의 만추(晩秋)도 이처럼 곱고 아름답기를…….세상에 값을 치르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이 몇이나 될까. 마음을 주는 것조차 대가가 따르는 것이 세상 아닌가. 허나 주인을 두지 않는 하늘과 산은 마음껏 욕심내어도 좋을 유일한 사치이자 누구에게나 공평한 아름다움이다.  그러니 자연을 만나면 굳이 세상사 들추지 말고, 풍광에 취하고 볼 일이다. 흥정계곡의 가을 한 자락을 가슴에 묻고 단단히 여미어 본다. 땅과 하늘이 맞닿은 대관령 목장 정상에 여행자의 걸음이 멈춘다. 누구는 하늘을 보고, 누구는 초원을 보고, 누구는 나무를 보고, 누구는 바람을 본다.  이 같은 비경(秘境)을 두고도 서로 다른 것을 보는데, 하물며 하나에서 열까지 제각각인 속세는 오죽할까.그러니 사는 동안 누군가 나와 다른 것을 본다고 이상할 것도, 아쉬울 것도, 그르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하늘과 맞닿은 능선을 쫓는 사이 어느덧 시선이 길을 잃었다.초지(草地) 위에 등을 누이니 바람이 임의 손길만큼이나 곱게 머리를 쓸어준다. 햇살은 이불이 되고, 뉘 집 아이의 웃음소리는 자장가가 되어 흩날리니 지금 이 순간내가 누구라도 행복하다. 만약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오는 오늘이기에 ‘오늘’ 하루를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살라’는 불서(佛書)의 가르침이 맞다면 나그네는 오늘 하루로 인해 인생 전부가 ‘행복’으로 기억될 것이다.오대산의 농염한 단풍이 물과 하늘까지 붉게 물들였다. 만산홍엽(滿山紅葉), 어느 땅인들 이런 풍경이 없으랴. 참으로 흔하고 흔한 풍경이거늘 그럼에도 계절마다 마음이 다른 이유는 지금 서 있는 시간이 그날과 같지 않기 때문이다. 봄꽃의 만개(滿開)와 여름의 녹음이 지난 가을, 파릇한 청춘만이 반드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 아님을 화려하게 퇴색한 단풍이 말해준다.Travel Tip수도권에서 평창에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신갈분기점에서 영동고속도로로 진입한 뒤 면온IC나 장평IC로 나오면 봉평면이다. 평창 여행에서 삼양 대관령목장과 양떼 목장을 빼놓을 수 없다. 삼양 목장은 동양 최대 규모의 목장으로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동해 풍경이 일품. 양떼 목장에서는 건초를 직접 양에게 먹여주는 체험을 할 수 있다. 봉평면에 있는 허브나라는 평창 최고의 가족 휴양지로 자작 나무집에서 숙박할 수 있다. 오대산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 숲길과 9월이면 산천을 덮는 메밀꽃도 평창의 큰 볼거리다. 평창은 황태 요리와 오징어불고기가 유명하다. 특히 횡계리에 있는 황태회관과 송천회관이 황태 맛 잘 내기로 입소문이 나 있다. 취재차 BMW 미니 쿠퍼, 쿠퍼 S 클럽맨, 쿠퍼 S 사이드 웍스 컨버터블, 쿠퍼 S JCW        3,340만 ~4,590만 원, 080-269-2200취재 협조 숲속의 요정 펜션 www.elfpension.com, (033)336-2225~6
달콤한 와플과 짙은 커피 한 잔의 여유 - BEANS .. 2008-10-13
미국 뉴요커 여성들의 생활을 그린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Sex&the City) 속 주인공들은 주말이면 레스토랑에 모여 갓 구워낸 와플과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떤다. 미국 부유층 고교생들의 삶과 로맨스를 그린 ‘가십걸’의 댄과 제니는 매일 아버지가 직접 구운 와플로 하루를 시작한다. 이 두 드라마에서 주인공들의 화려한 의상 못지않게 눈길을 끈 것이 바로 ‘와플과 커피’가 있는 브런치(Brunch) 풍경이다. 와플은 원래 미국과 영국, 벨기에 등에서 아침식사로 먹던 음식으로, 요즘 국내에서는 커피와 가장 잘 어울리는 디저트 메뉴로 인기를 얻고 있다. 길거리 노점상에서 1,000원 정도면 먹을 수 있었던 와플이 이제는 인테리어가 그럴싸한 숍으로 들어와 각종 토핑을 얹은 고급 디저트로 대변신을 한 것이다.벨기에 와플을 그대로 재현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빈스빈스’(Beans Bins)는 신선한 커피와 유럽풍 와플로 유명한 곳이다. 15개국에서 수입해오는 원두는 로스팅 후 15일이 지나면 즉시 폐기되기 때문에 언제나 커피 맛이 진하고 신선하다. 지난해까지는 매장에서 직접 로스팅했지만, 손님이 많아지고 분점이 늘면서 최근에는 로스팅 공장을 따로 세웠다. 빈스빈스의 와플은 도톰한 두께와 속이 부드러운 벨기에 와플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특징. ‘컴비네이션 와플’, ‘녹차 와플’, ‘과일 와플’ 등 9가지 메뉴가 있어 개인의 입맛에 맞게 아이스크림이나 생크림, 과일 등의 토핑을 선택하면 된다. 와플은 주문 즉시 구워져 따끈할 때 손님 테이블에 오른다. 빈스빈스의 추천 메뉴는 ‘컴비네이션 와플’과 ‘코레아노 커피’다. 따끈하고 두툼한 벌집무늬 빵 위에 블루베리 시럽이 먹음직스럽게 올려진 컴비네이션 와플은 겉은 바삭하고 안은 촉촉하다. 입맛에 따라 애플 시럽을 뿌려 먹거나 생크림을 듬뿍 발라먹어도 맛있다. 함께 나오는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따로 먹어도 좋지만, 와플과 함께 먹으면 따끈한 와플과 아이스크림의 찬 맛이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낸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천연 시럽을 넣은 ‘코레아노 커피’는 달지 않고 뒷맛이 깔끔해, 달콤한 와플과 찰떡궁합이다. 빈스빈스는 현재 삼청동 본점을 비롯해 홍익대학교점, 용산점, 반포동 서래마을점, 분당점, 용인 죽전점 등 6개의 분점을 두고 있고, 곧 잠실 석촌점과 압구정점, 분당 구미점이 추가 오픈 된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찾아가는 길서울 종로구 삼청동 카페 골목에 있다. 카페 골목 입구에서 한국금융연수원 방향으로 가다 보면 국무총리공관 맞은편에 3층 한옥을 개조한 ‘빈스빈스’가 나온다. 지하철은 1호선 시청역에서 내려 4번 출구로 나온다. 프레스센터 앞에서 마을버스 11번을 타고 삼청동사무소에서 내리면 된다. 빈스빈스 삼청동점  (02)736-7799 www.beansbins.com
과거의 상처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 체코 2008-10-13
체코 프라하 거리를 걷다 보면 베트남 사람들을 자주 보게 된다. ‘베트남도 이제 해외여행 붐이 일어나 이 먼 곳까지 활개치고 다니는구나’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1960년대 중반, 인도차이나 반도가 베트남 전쟁으로 불을 뿜을 때 미국을 대적해 싸우던 월맹과 베트콩 뒤엔 소련이 버티고 있었다. 그 당시 다른 동구 국가와 마찬가지로 소련의 위성국이었던 체코슬로바키아는 소련의 압력으로 무기를 제조해서 월맹으로 보냈다. 무상은 아니었고 차관 형식이었으니 외상 장사를 한 셈이다. 1975년, 마침내 월남이 패망하자 미국은 시궁창에서 발을 빼 제 나라로 돌아가고 월맹은 승리의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러자 체코슬로바키아는 빚 독촉을 시작했다. 하지만 월맹은 승전은 했지만 상처뿐인 영광이었다. 국고는 땡전 한 푼 없이 비어 있어 월맹은 인력송출이라는 결제수단을 제시해서 체코슬로바키아의 양해를 받았다. 당시 동구의 여러 소련위성국 가운데서도 체코슬로바키아는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었다.하나의 국기를 사용한 체코와 슬로바키아체코슬로바키아는 특히 기계 제작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 많은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갔다. 일손이 모자라던 차에 월맹으로부터 3만 명의 인력을 공급받아 3D 업종에 밀어 넣었다. 월맹에서는 지원자가 넘쳐났다. 월급의 반 이상을 국가에 바쳐 채무 변제에 충당했지만 월맹 청년들에게는 인생을 바꿀 호기였다. 그들은 유럽이라는 신천지에서 열심히 일해 월맹은 국가 채무를 모두 갚았지만 체코슬로바키아는 3D 업종의 갑작스런 공백을 우려해 그들에게 영주권을 주어 붙잡았다. 지금 체코에는 6만 명의 베트남인들(주로 하노이쪽 사람)이 살고 있고, 여러 분야에서 뿌리를 내려 젊은 월남인들은 패션도 산뜻하고 골프장에서 여유 있게 라운딩하는 모습도 보인다. 중국의 대표 영화감독 ‘장이모’가 연출한 화려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이 끝나자 세계의 이목은 ‘누가 첫 금메달을 목에 걸까’에 쏠렸다. 지난 8월 9일, 베이징사격관에서 여자 10m 공기소총에서 올림픽 신기록이 터졌다. 첫 금메달의 주인공은 체코의 카트리나 에몬스. 그녀를 비롯해 대부분의 사격 선수들이 사용한 총은 모두 체코제였다. 이는 월남전에 체코가 무기를 수출한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체코의 기계 공업이 얼마나 발달하였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일본에서 들여온 차가 가뭄에 콩 나듯이 돌아다니고 일본인이 차린 자동차 수리점이 우리나라 자동차공업의 효시일 때인 1920년대, 체코는 벌써 완성차를 생산해 냈다. 슈코다(SKODA)라는 브랜드로 생산된 자동차가 바로 그것. 이 차는 상당한 인기를 얻어 냉전시대 땐 공산권에 대량 수출되었다.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슈코다는 인기모델로 출고되어 지구촌 곳곳을 누빈다. 슈코다의 주식은 폭스바겐으로 넘어갔지만 슈코다는 여전히 체코차다. 슈코다 옥타비아(1.8L&2.0L)는 폭스바겐 파사트, 슈코다 파비아(1.3L&1.5L)는 폭스바겐 골프와 엔진이 같다. 체코에서는 자동차가 무척 비싸다. 우리나라에서 6,000만 원대인 아우디 A6(2.0L)가 체코에서는 9,000만 원이 넘는다. 우리의 현대가 기계공업이 꽃피는 나라를 외면할 리가 없다. 현대는 체코의 동북쪽, 오스트라바에 공장을 짓고 있다. 오는 11월이면 i30을 주력으로 몇 가지 모델을 생산 출시할 예정이다. 옆 나라 슬로바키아에는 기아자동차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는 원래 인종도 다른 이웃나라였다. 1차대전에 휩쓸려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게르만에 혼쭐이 난 미국이 게르만 인접국가인 체코와 슬로바키아 두 나라를 통합, 힘을 키워야 게르만이 쉽게 넘보지 못할 거라고 설득했다. 마침내 1918년 두 나라는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 밑에 프라하를 수도로 한 나라가 되었다. 냉전시대를 거쳐 소련이 와해되고 동구의 위성국가들이 소련으로부터 해방되던 1990년대 초, 체코슬로바키아도 민중 봉기로 총성 한 번 없이 공산당 지배에서 벗어났다. 소위 ‘벨벳혁명’이 성공한 것이다. 1차대전 후 반강제적으로 통합했던 나라를 원위치로 돌려놓자는 데 양쪽의 의견이 일치, 한 나라 국기 밑에 있던 두 나라는 1993년 체코 공화국(CZECH REPUBLICS)과 슬로바키아 공화국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체코는 냉전시대, 소련의 지배 아래 있던 잃어버린 50년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그 세월, 자본주의 체제하에 국가가 발전했다면 세계의 부국대열에 진입했을 거라는 아쉬움 때문이다. 체코의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와 비슷하지만 뒷걸음치는 우리와는 달리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땅은 남한보다 조금 좁고 인구는 우리나라의 4분의 1도 안 되는 이 맹랑한 나라는 실업률 제로의 완전 고용상태다.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가득률 높은 관광사업이다. 비공식 통계이지만 연간 1억 명이 넘는 관광객이 달러를 뿌리고 다닌다. 프라하는 이웃나라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와 극명하게 비교된다. 폴란드는 1939년 침공하는 독일군에 격렬하게 맞섰고 체코슬로바키아는 일찌감치 역부족을 간파, 두 손을 들어버렸다. 고색창연하던 바르샤바는 초토화되었고 프라하는 가로등 하나 넘어지지 않고 고스란히 보존되었다. 오늘날 달러 지갑은 바르샤바가 아닌 프라하에서 열린다. 누가 프라하는 겁쟁이였다고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에서 체코 프라하까지는 체코항공과 대한항공의 직항 비행기가 주 4편 운항한다.
칠산 바다에 소금꽃 피면 - 영광 2008-10-12
밤마다 조기떼들의 울음소리가 자는 머리맡까지 들리던 때가 있었다. 조기가 어찌나 많은지 어부들은 조기가 아닌 ‘돈을 실으러 간다’며 허풍 아닌 허풍을 떨었던 때다. 성대한 조기 파시가 열리던 법성포는 밤마다 어부들의 술판에 불야성을 이루고 각시들의 노랫가락은 포구의 비린내와 섞여 춤을 추었다. 그렇듯 씨알이 많던 조기가 지금은 어디로 사라지고 어부의 한숨은 그늘처럼 늘어진 지 오래다. 과거의 영광이 희미하게 기억되는 쓸쓸한 바닷가, 법성포의 그날은 다시 못 올 축제인가…….나체를 드러낸 모래톱 위로 해수(海水)에 잠겨 있던 밑바닥이 드러난다. 자신은 끝까지 보일 수 없었던 속내를 누군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내보일 때면 현실은 초라해진다. 허나 때로는 극명하게 마주하는 현실이 따뜻한 위로가 되기도 하니 물이 빠지고 헐벗은 갯벌이 그렇다. 질퍽한 갯벌이 늙고 보잘것없는 어머니의 품처럼 맥없이 가슴 시리다.조선 강항(姜沆) 선생의 기백만큼 곧고 위용스런 홍살문이 내산서원을 지키고 서 있다. 고택의 묵은 목향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간질이고, 빛바랜 툇마루 끝으로 입신양명을 꿈꾸던 선비들의 낭랑한 글소리가 들릴 듯하다. 안뜰의 빛은 맑고 솔잎의 흔들림이 청명하니 잠시 세월을 잊은 길손에게 주어지는 선물 같은 한때다.가을을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논이다. 벼 익는 소리는 오감을 동원해야 비로소 들린다. 소슬바람의 스침은 그 소리마저 푸르고 빛의 흐름은 찬란하다 못해 극적이다. 풀벌레의 울음은 하나가 아니고, 벼잎의 서걱거림도 한 소리가 아니다.       자연은 이렇게 인간에게 듣는 법을 가르친다. 발아래 떨어진 햇살 한 조각이 가을처럼 노랗게 물이 든다.짓뭉개진 둑길 옆 무채색 수면 위로 흰 꽃이 폈다. 그 꽃이 쌓이니 소금산이다. 점점 쇠락해 가는 염전은 설 자리를 잃어가며 어느덧 천덕꾸러기 신세. 한 시인은 염전을 두고 갯바람과 쓰라린 뙤약볕을 인내하며 소금을 잉태하는 ‘자궁’과 같은 존재라 했다.               그래서 소금의 맛은 하늘이 결정한다 했던가……. 하늘과 바다에 믿음을 둔 순박한 염부의 어깨는 오늘도 산파의 역할을 묵묵히 짊어진다.누구든 한번쯤은 세상을 내동댕이치고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휘청대듯 달리다 보면 마음을 위로하는 것들을 만나게 된다. 백수해안도로의 길이 그렇다. 이런 것을 눈에 담으려고 여기까지 왔던가……. 해무(海霧), 파도의 출렁임, 해당화 향기, 모든 것이 허기진 마음을 달래기 충분하다. 운이 좋아 낙조라도 볼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여행은 낭비일 터.Travel Tip전남 영광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가 가장 빠르다. 서울에서 영광IC까지는 약 3시간. 영광IC를 나와 22번 국도를 타고 5분쯤 달리면 영광읍이 나온다. 백암리에서 법성포를 잇는 백수해안도로(77번 국도)는 탁 트인 바다와 완만한 해안선이 가히 환상적. 중간지점에 있는 동백마을은 영화 ‘마파도’의 배경으로 영화 속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염산면 두우리에는 바닷물이 빠지면 약 4km를 자동차로 달릴 수 있는 갯벌이 있다. 바닷물이 배어 있는 곳을 호미로 파면 백합과 맛조개 등을 채취할 수 있다. 영광 하면 역시 굴비다. 법성포항 근처엔 유명한 굴비정식집이 많은데, 1인분 1만5,000원이면 수라상 부럽지 않은 상차림을 맛볼 수 있다. 취재차 BMW X6, 직렬 6기통 CRDi 디젤 3.0L 235마력 엔진, 9,390만 원, 080-269-2200
골퍼와 여행자의 천국 - OKINAWA 2008-10-11
가즈토시가 청이의 젖은 머리를 뒤로 쓸어 넘겨주었다. 청이는 일본인들과 달리 앞이마를 면도하지 않은 채 뒤로 넘겨 붙들어 맨 가즈토시의 상투머리 동곳을 뽑고 매듭을 풀었다. 그의 긴 머리카락이 어깨 위로 흘러내렸다. 가즈토시가 물속에서 청이의 가슴께를 어루만지고 무릎에서 허벅지 아래로 하여 둔부를 두 손으로 쓸어내리면서 얼굴을 기울여 청이의 입술을 가볍게 물었다. ……<중략>…… 청이가 말했다.“방으로 가셔요. 너무 더워요.” 황석영의 소설 ‘심청’의 일부분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심청은 황석영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그는 소설에서 근세판 심청의 파란만장한 삶의 행간에 이부자리 얘기를 질펀하게 쏟아낸다.구한말 제물포에서 중국 상인들한테 팔려간 15살의 심청은 인당수의 제물이 되는 대신에 중국 난징으로 끌려가 부호의 첩실이 되어 유곽으로 술집으로 떠도는 화류(花柳) 오디세이의 서막을 연다. 난징에서 진장으로, 대만으로, 싱가포르로 떠돌다가 배를 타고 류큐까지 왔을 때 제물포를 떠난 지 10년이 흘러 그녀 나이 스물다섯이 된다. 앞의 인용부분은 그녀가 나하에 차린 술집 ‘용궁’에서 수심에 가득 찬 왕족 가즈토시를 만나 밤을 보내는 장면이다.파란만장한 오키나와의 역사류큐는 지금의 오키나와로, 소설 속 심청이 류큐에 흘러들어갔을 때는 이미 일본이 오키나와를 점령하고 있을 때였다. 때문에 류큐의 왕족인 가즈토시는 답답한 가슴에 술만 퍼부어 댈 수밖에.사쓰마 번의 시마즈 다이묘가 바쿠후(幕府)로부터 류큐 침공 허가를 받은 것은 200여 년 전이다. 철포와 장창으로 무장한 병력 삼천 명이 전선 1천여 척에 나누어 타고 가고시마의 야마가와 항에서부터 서남쪽으로 연이어진 섬의 길을 따라서 출전했다. 그들은 아마미 제도를 차례로 휩쓸고, 출정한 지 한 달도 못 되는 같은 해 사월 초하루에 우치나의 나하에 상륙하여 슈리성을 점령해버렸다.류큐에는 궁성을 지키는 군사 수백이 의례에나 쓰는 무장을 하고 있었지만 당시의 쇼네이(尙寧) 왕은 화친을 원하고 있었다. 그들은 류큐의 왕과 사족들을 사츠마를 거쳐 에도(도쿄까지 연행해 갔다. 왕과 대신들은 에도에서 2년 반 동안 잡혀 있어야 했고 쇼네이 왕과 중신들 모두가 사츠마 번에 종속되기를 서약한다는 내용의 기청문에 서명을 하고서야 풀려나 고국으로 돌아올 수가 있었다.사쓰마 번은 류큐 왕국의 통치 지역이던 아마미 제도를 직할영지로 선포했고, 우치나를 오키나와로 바꾸고는 남쪽 섬들은 쇼네이 왕의 지배권을 인정한다는 지행목록(知行目錄)을 내려서 번의 다이묘가 토지를 가신에게 내려주는 형식을 취했다. 그리고는 류큐로 하여금 겉으로는 형식적인 왕국을 유지하도록 했다. 그것은 중국과의 조공 무역을 유지시키기 위해서였다.오키나와는 역사의 바람 따라 이리저리 휩쓸렸다. 류큐 왕국의 잔상은 일본의 그늘에서 점차 빛이 바래졌다. 그리고 마침내 2차 대전의 패전국이 된 일본은 오키나와를 미국에 넘긴다. 지금은 오키나와가 다시 일본 영토가 되었지만 오키나와 사람들 가슴 속엔 류큐 왕국에 대한 그리움이 남아 있고, 미군들은 아직까지 오키나와 땅의 10%를 기지로 사용하고 있다.자신들만의 문화를 이어가는 오키나와오키나와 사람이 동경에 가면 “일본말을 현지인처럼 잘 하네요”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국적으로 태어나 일본 이름을 얻어 일본어를 들으며 자라났지만 그들의 모습은 일본 본토인의 모습이 아니다. 오히려 가무잡잡한 동남아 사람에 가깝다.오키나와 문화의 뿌리는 일본 본토보다 가까운 중국에 치우쳐 있다. 오키나와의 수많은 섬을 끌어 모아도 경상남북도보다 작고 인구는 150만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드넓은 북해도가 완전히 일본 문화에 녹아들어 원주민인 아이누 족의 뿌리는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데 비해 오키나와 사람들은 일본 문화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자신들의 전통을 고스란히 이어가고 있다.자신들만의 문화를 지키고 있는 오키나와에는 볼거리가 수두룩하다. 류큐 왕조 시대의 슈리성을 비롯해 300여 채의 유곽에 3천 명의 아름다운 기녀들이 있었다는 유곽터는 지금도 요정과 클럽이 줄을 잇고 있다. 지금의 유곽터는 아름다운 기녀들 대신 늘씬한 아가씨들이 헤픈 웃음을 날리는 곳이 되었다. 오키나와 본섬 북부 서해안 모토부쵸에 자리 잡은 해양박람회 공원의 쓰라우미 수족관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7천500톤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수족관은 직사광선이 들어오게 설계되어 산호초가 살아 있다. 바다 그대로인 셈이다. 세계적 희귀종인 거대한 고래상어와 농구코트만한 쥐가오리가 떼 지어 유영하는 모습은 대장관이다. 여행하기도 골프 하기도 좋은 철오키나와엔 16개의 골프코스가 흩어져 있다. 좋은 골프 코스를 찾아갈 수 있는 베이스캠프로는 전일본항공(ANA)이 운영하는 만자비치호텔이 안성맞춤이다. 오키나와 최대이자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이 리조트 호텔은 수많은 놀이시설이 있어 가족들을 호텔에 떨어뜨려 놓고 골프코스로 내빼도 불평을 들을 일이 전혀 없어 좋다.해양 박람회 공원 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아라시야마 GC는 울창한 아열대 우림에 둘러싸인 전장 6천930야드의 챔피언 코스다. 아라시야마 GC는 남성적 코스 설계로 유명한 아라이 쓰요시의 작품으로 구릉지형을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아라시야마 GC의 코스는 페어웨이가 험악한 계곡을 건너뛰고, 숨막히는 산허리를 돌다가 널찍하고 평탄한 개활지를 지나며 골퍼의 가슴을 쓸어내게 하는가 하면 갑자기 워터 해저드가 앞을 가로막는 등 난이도 템포가 절묘하다. 페어웨이, 그린, 벙커 모두가 최상이다. 모든 홀이 원 그린이지만 특이하게도 파3, 4번 홀은 그린이 두 개다. 시그니처 홀인 파 4천 411야드 12번 홀은 드라이브샷은 워터 해저드를 끼고 내려갔다가 세컨드샷은 물을 건너며 올라가야 하는 롤러코스터 홀이다. 아라시야마 GC는 베이스캠프인 만자비치 호텔에서 40분이 걸리지만 현대적 골프 코스인 부세나 GC는 10분 거리로 가까워 골퍼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다. 거의 매홀 코발트색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아타테라스 GC도 10분 거리에 있다. 오키나와는 그야말로 골퍼에게도 여행객에게도 천국인 곳이다.
게시물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