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이프 - 라이프스타일

강릉 바다와 호수와 솔숲이 있는 영동의 중심 2008-08-06
잣나무 군락이 그늘 아래로 바람을 보낸다. 부러질지언정 눕지는 않아도 사람을 위해 머리를 조아려 길을 만들고 더위를 다스린다. 언젠가는 아름드리로 자랄 어린 것과 철갑 같던 비늘이 벌어지고 누렇게 빛이 샌 늙은 해송이 바람에 일렁이며 서로가 서로를 다독인다. 하늘을 찌를 듯 곧뻗은 장관은 아니지만 소박한 여유가 있다. 곧은 장대함과 기괴함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다. 관동팔경의 제일경인 경포대는 그 앞을 지나가는 이는 누구나 올라 숨을 고른다. 우거진 노송 사이로 경포호와 그것을 닮은 하늘이 보인다. 예로부터 이곳에는 다섯 개의 달이 뜬다. 하늘의 달은 물론이요 바다와 호수에도 달이 뜬다. 술잔의 달은 가득 넘쳐흐르고, 임의 눈동자에 잠긴 달은 하늘보다 깊어 마지막으로 뜨는 달이다. 여유를 등지고 시간을 달리는 우리가 선조들의 풍류를 알 리 만무하지만 잠시나마 처마 밑에 앉아 하늘의 달을 가슴에 품어본다. 경포호를 따라 소금기 먹은 해송이 듬성듬성 서 있다. 물은 호수를 지나 한없이 동해로 흘러가지만 흐름은 보이지 않고 소리도 없다. 조용하지만 쉬지 않고, 깊지만 요란스럽지 않다. 마음도 그렇게 흘러가면 좋으련만 사람은 길도 아닌 길을 헤치며 너무도 요란하다. 잠들지 않은 밤이 경포항에 불을 밝힌다. 오직 바다의 시간만 존재할 뿐 세상의 시간 따윈 이곳에 없다. 뱃사람들은 검은 하늘과 바다를 뚫고 뱃머리를 움직인다. 땅만 보며 사는 우리에겐 보이지 않는 길이다. 수십 년 새벽잠을 잊어 고기 비늘이 된 손들이 갑판 위로 그물을 당기고, 고깃배들은 바다의 일렁임을 타고 둥실둥실 어깨춤을 춘다. 어느새 별처럼 떨어지는 고깃배들의 불빛에 바다는 절반의 어둠과 절반의 빛이 된다. 경포대 해변은 아직 부드러운 모래를 온전히 느낄 만큼 여유롭다. 하지만 사람의 발자국이 흔적 위에 흔적을 남길 때쯤 해변은 축제의 나날이다. 바다의 흰 포말이 샴페인처럼 터지고 연인들의 탄성은 태양처럼 바다를 메운다. 여름이 끝나기까지 객들의 축제는 식을 줄 모르지만 바다는 쉽게 차가움을 잃지 않고 매일 밤 열기를 잠재운다. 7번 국도를 따르는 길은 하늘이 바다로 풀려 들어간 듯 온통 쪽빛이다. 이곳 토박이야 특별할 것 없는 풍경이지만 객은 모든 것이 감탄이다. 바다가 물 비늘을 일으키면 머리를 어지럽히던 마음의 편린들이 이내 사라진다. 이 바다를, 이 하늘을, 이 바람을 그리고 여기에 선 오늘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신을 채 갈아 신지 않고 어느새 발을 담근 여인은 한동안 등대처럼 바다만 바라본다. Travel Tip 강릉에는 7번 국도를 타는 두 가지 매력적인 드라이브 코스가 있다. 금진항에서 심곡포구에 이르는 ‘헌화로’가 첫 번째 코스. 길이 6km의 헌화로는 강릉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신라 향가 ‘헌화가’의 배경이 된 곳이다. 해안도로변에 있는 기암괴석이 절경을 이룬다. 두 번째 정동진에서 주문진 방향으로 가는 길은 해안선과 철길이 마주한 도로로 이국의 낭만을 느낄 수 있다. 강릉에는 싱싱한 회와 초당순두부가 별미다. 특히 강릉 경포대 부근의 초당마을에서 만들어지는 초당두부는 강릉의 대표적인 음식. 두부를 굳히는 데 쓰는 간수나 화학 응고제를 쓰지 않고 맑은 강릉 앞바다 물로만 만들어 맛이 깔끔하고 부드럽다. 취재차 BMW 335i 컨버터블, 직렬 6기통 트윈 터보 3.0L 306마력 엔진, 8,990만 원, 080-269-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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