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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의 나라, 중국 2 2014-12-04
소비는 VIP, 매너는 블랙리스트요즘 세계적인 불황으로   대부분의 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명품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많은 명품 브랜드가 부도위기에 처해 회사를 팔려고 내놓는 요즘, 명품 브랜드를 먹여 살리고 있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중국인들이다. 만약 중국인들의 구매 열기가 없었다면 문을 닫은 업체가 하나둘이 아니었을 것이다. 홍차오 기차역. 많은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공항처럼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들은 프랑스와 이태리의 명품상가를 떼지어 다니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건을 사재기한다. 한국에서도 중국인 관광객들은 물건 값을 따지지 않는 것은 물론 들고 가지 못할 정도로 많은 물건을 산다. 우리나라에 들어올 때 비행기 안에서 이우의 상점 주인이나 공장 사장들과 마주치곤 하는데 이들은 한국에서 샘플조사와 더불어 쇼핑을 하는 게 일이자 취미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중국에서는 기차를 타려면 검색대를 지나야 한다 필자의 영국 바이어인 올리의 이태리 출신 여자친구는 상하이에서 여행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탈리아로 쇼핑을 가려는 중국인을 모집해서 패키지 관광을 연결하는 일인데 고객이 워낙 많아서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단다. 중국인들이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현지로 쇼핑을 가는 것은 적어도 짝퉁을 사지 않으리란 믿음 때문이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중국에서 사는 명품은 혹시 가짜가 아닐까 의심하는 것이 중국인의 심리다. 중국의 중요한 운송수단인 삼륜차(三綸車) 이들은 또한 해외여행을 통해 자신들의 부와 지위를 과시하며 만족감을 느낀다. 아무나 할 수 없는 명품 쇼핑과 해외여행을 통해 행복감에 도취되는 것이다. 요즘 한국 비행기를 타면 한국 사람들보다 중국인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작년 9월에 영국 런던을 다녀온 적이 있는데 당시 이용한 한국 항공사의 비행기 탑승객의 반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지난해 해외여행을 간 중국인이 5,000만 명이라고 하니, 우리나라 인구만큼 해외에 나갔다는 이야기다. 나아가 2015년에는 1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돼 위엔화의 힘이 세계 곳곳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머지않아 하늘에 떠 있는 비행기 안의 1/2은 중국인들로 들어차게 될 것이라는 보도도 있다. 150cc의 삼륜차 하지만 해외여행을 다니는 중국인들의 추태도 함께 늘어 중국정부가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데 팔을 걷고 나섰다. 만약 해외에서 중국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경우에는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우리도 90년대 초반 해외여행 바람이 불면서 이런 경험을 한 바 있는데 중국인들의 해외여행 추태는 우리의 상상을 넘어선다.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이야기하고 포커를 하는가 하면 가래침을 아무데나 뱉거나 줄을 서지 않고 새치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안에서 담배를 피워 현지인들의 원성을 사기도 한다. 한 독일 호텔에서는 이런 중국인들 때문에 다른 고객들과 분리시킨 별도의 장소를 마련하기까지 했을 정도다. 그래도 이런 중국인들을 서로 끌어모아야 하는 처지니 그 힘의 원천은 바로 돈(!)이다. 2009년 상하이오토쇼에 나온 질리 GE. 당시 이 차를 본 롤스로이스의 직원은 “수치를 모르는 자들이 저지른 범죄행위”라고 평했다 모방을 넘어 첨단기술로몇 해 전 세계적인 자동차 모터쇼에 중국 업체가 롤스로이스를 카피한 자동차를 전시해 모터쇼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있다. 또한 체리 자동차에서 GM대우의 마티즈를 모방한 QQ를 내놓아 법적인 문제가 되기도 했다. QQ는 외양뿐만 아니라 부품까지도 똑같이 만들어서 GM 관계자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신차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이 든다. 그렇지만 이렇게 남이 만들어 놓은 것을 그대로 가져다 복사하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후발업자들은 유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외양뿐만 아니라 부품까지 마티즈를 그대로 모방한 체리자동차 QQ 그렇지만 최근의 발전 속도를 보면 머지않아 중국도 멋진 디자인과 기술의 자동차를 만들 것으로 기대된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도 이러한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현대나 기아차의 디자인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높은 수준에 이르렀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는 실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시발택시가 우리나라 자동차의 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럼통을 펴서 당시 유행하던 미군 지프를 본떠 만든 것이었고, 최초의 고유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포니’ 또한 잘 알다시피 이탈 디자인의 조르제토 쥬지아로가 디자인한 것이다. 어디를 가도 인산인해다 하지만 아직도 중국차의 품질이 많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특히 엔진이나 안전성에서 문제가 많다. 몇 해 전 중국 자동차를 수출하기 위해 유럽이 실시한 안전 테스트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충돌 테스트에서 앞좌석의 운전자뿐만 아니라 뒷좌석의 동승자까지 모두 사망하는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장거리를 위한 침대 버스. 중국에만 있는 특이한 버스로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이 모방으로 시작했지만 원조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풍부한 노동력과 아울러 큰 시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13억 명이 넘는 인구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이다. 우리나라 업체들은 내수 시장이 제한적이어서 개발비 부담이 큰 관계로 선뜻 제품 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적어도 인구가 1억 이상이 돼야 내수 시장이 제대로 형성된다는 게 업계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중국에서 노란 신호는 천천히 가라는 뜻이니 헷갈리지 말자 중국은 이처럼 큰 구매력을 가진 시장을 무기로 선진 메이커들에게 기술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즉 가장 큰 시장을 줄 테니 기술을 넘겨 달라는 것이다. 이에 많은 기업들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오랫동안 연구개발한 기술을 중국에 넘기자니 아깝고, 그렇다고 시장을 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 중국정부에서는 첨단기술이 아닌 업체의 중국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초창기에는 노동집약적인 산업도 반가워했으나 이제는 기술집약적 산업에만 중국 투자를 허가한다. 시간이 표시되는 신호등 일제는 쓰지만 일본은 싫어해필자가 어렸을 때에는 일본군에 대항하는 독립군에 대한 영화가 많이 상영됐다. 극한 상황에서 이리 쫓기고 저리 내몰리며 목숨을 걸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싸우던 투사들의 모습에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는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를 거의 볼 수 없다. 작년에 ‘각시탈’이라는 드라마가 반짝 인기를 끌었을 뿐이다. 이것이 진정한 경차다. SUV 절반 크기의 1인용 미니카 반면 중국 텔레비전에서는 아직도 70~80년 전 일본과 싸우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다. 여러 방송국에서 일본과의 전쟁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는 데서 중국이 얼마나 일본을 미워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영토분쟁이 터져 나오기라도 하면 대대적인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난다. 작년에 칭다오에 있는 일본 슈퍼마켓 JUSCO가 중국인들에게 약탈을 당한 일이 있었는데, 마켓 측은 엄청난 피해를 입었음에도 중국인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까봐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나갈 때 하나씩 들고 나가는 카메라와 캠코더는 100% 일본제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도 일본차다. 토요타 캠리와 혼다 어코드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좋지만 중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차들이다. 그러다 불매운동이 일어나면 일본차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죄인 취급을 당한다. 개나 일본인은 가까이 오지 말라는 스티커. 일본에 대한 강한 적대심을 느낄 수 있다 지난번 댜오위다오(釣魚島, 일본 이름은 센카쿠 열도) 분쟁이 생겼을 때는 일본차를 때려 부수고 운전자를 폭행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당시 사태의 심각성을 안 일본차 운전자들은 급히 스티커를 만들어서 붙였다. “일본차를 타지만 다오위다오는 중국 땅이다. 나는 중국을 사랑한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지만 아직도 이 스티커를 달고 다니는 운전자들이 간혹 눈에 띈다. 중국도 강남 스타일의 이름을 건 음식점까지 등장했다 우리나라를 여행한 중국인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인들은 단결심이 강하고 애국심이 높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국 도로에 보이는 차들이 대부분 ‘한국산’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일본차의 시장 점유율이 높지 않은데 그들의 눈에는 한국인들의 애국심이 높아서 일본차를 사지 않는 것으로 보이나보다. 내가 한국차의 품질이 외제차에 손색없고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라고 말해도 믿지 않는 눈치다.        양인환 중국통신원195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나 91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롭게 도전했다. 91년 국산 자동차로 미국 48개 주를 일주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아시아 록스타로 호주를 일주했다. 93년 호주 웨스턴 랠리스쿨을 이수한 뒤 호주 웨스턴 랠리 침피언십, 홍콩-북경 랠리(94년), 태국 랠리(94년) 등에서 전문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랠리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와 시승기를 소개했다. 저서로 ‘대머리 돈키호테’, ‘차를 알고 문화를 세우는 여유로운 운전’이 있다.11년째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인환 통신원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의 재미있는 여행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과 남미대륙을 일주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글·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짝퉁의 나라, 중국 1 2013-11-04
황하문명의 발상지인 중국은 18세기 산업혁명의 맥을 이어받지 못한 탓에 강대국이지만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풍부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제조업만큼은 세계의 중심에 서 있다고 할 수 있고, 특히 그들만의 짝퉁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담배, 고급술은 물론 핸드폰과 자동차, 심지어 위조지폐까지 만들어내는 중국의 기상천외한 짝퉁문화를 들여다본다.  세계 제조업의 중심, 중국중국은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황하문명의 발상지이자 세계 4대 발명품인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을 모두 만들어낸 나라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맥을 이어받지 못하고 아직 개발도상국에 머물러 있지만 18세기 초까지는 세계 교역량의 31%를 차지할 정도로 부강하고 앞선 문화를 가졌었다. 산업화가 늦어진 탓에 후진국이 밟았던 전철을 따르고 있지만 최근 들어 급속하게 세계의 공장으로 거듭나고 있다. 삭막해 보이는 중국의 한 아파트 특히 중국은 전세계에서 소비되는 제품의 대부분을 만드는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다. 광동성의 동관(东莞)에 며칠 동안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다면 몇 달 동안 판매할 컴퓨터 부품이 없어 세계가 혼란 속에 빠져들 정도다. 이처럼 중국은 간단한 소비재부터 컴퓨터, 반도체 등 첨단제품까지 고루 생산하며 세계 제조업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넘치는 차로 아파트 주차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기상천외한 짝퉁의 천국중국은 지금까지 자체적인 기술보다는 남의 것을 사거나 베껴서 만드는 것으로 일관해왔다. ‘모방’은 ‘창조’의 한 방법이란 말처럼 처음에는 남의 것을 베끼면서 기술을 축적해 자기 것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의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들어 남의 기술을 모방했다고 엄청난 특허권을 요구하는데 그렇다면 세계의 모든 나라가 중국에 특허료를 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중국의 4대 발명품을 특허료 없이 수백 년을 사용해 오고 있지 않는가?’ 짝퉁 시장. 짝퉁 명품 핸드백을 저렴한 값에 팔고 있다 중국은 짝퉁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휴대폰, 핸드백, 자동차, 운동화, 티셔츠 등 품목도 다양하고 소비되는 수량도 어마어마하다. 광저우에 가면 짝퉁 시장이 있는데 우리 돈으로 수백만원 하는 유명한 핸드백을 6~7만원 남짓이면 살 수 있다. 손목시계는 3만원, 선글라스는 7,000원 선이다. 예전에는 대놓고 매장에 진열해 팔았지만 요즘은 대부분 감춰두었다가 손님이 오면 내놓는다. 중국에만 있는 BMW X5. 물론 짝퉁이다 그런데 짝퉁이라고 해서 다 같은 짝퉁이 아니다. 원제품과 똑같은 디자인으로 파는 것도 있지만 소비자를 혼돈스럽게 만드는 일명 ‘사이비 짝퉁’도 있다. 삼성 휴대폰은 중국인들이 가장 갖고 싶은 제품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짝퉁도 무척이나 많다. 시장에 가면 휴대폰을 들고 싸게 팔겠다고 흥정하는 상인들과 수시로 마주치게 되는데, 글꼴은 같지만 자세히 보면 ‘SANSUNG, SAMSEONG, SAMSENG, SANXING’ 등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이다. 이우에 있는 아이폰 전문매장 또한 모두 애플 지정점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짝퉁 매장이다. 실제 아이폰은 중국에 베이징과 상하이에 각각 한 곳씩만 전문매장을 두고 있다. 토요타 코롤라. 마찬가지로 짝퉁 한때 우리나라도 올림픽을 전후해 짝퉁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의 브랜드를 훔친다는 죄책감보다는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니 만들어서 판다는 시각이 팽배하던 때였다. 특히 이태원에 가면 질 좋고 값싼 복제품들이 많았는데 전문가들도 진품과 짝퉁을 구별해내기 어려울 정도로 정교했다. 당시 평소 알고 지내던 어느 호주인은 한국에 올 때마다 이태원에 들러 쇼핑을 했다. 하루는 청바지를 사러 갔는데 주인이 어떤 브랜드를 달아 줄까 물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리바이스’(Leivs)와 ‘리’(Lee)가 인기였다. 한참을 생각하던 그 친구는 기왕이면 두 개 다 달아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우습게도 오른쪽 주머니에는 ‘리바이스’를, 왼쪽에는 ‘리’를 달고서 자랑스럽게 입고 다녔다. 번호판 없이 다니는 차. 흔히 보인다 고급술과 담배에 돈까지 짝퉁?대부분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가 있고 가능하면 그걸 고집한다. 내 친구 중에 ‘말보로’만 피우는 사장이 있다. 그가 상하이에 갔다가 백화점에 들러 담배를 사게 되었는데, 매장 직원에게 ‘이거 혹시 가짜 아니냐?’고 물었더니 ‘여기도 중국입니다’라고 애매하게 대답하더란다. 그 백화점은 중국에서도 유명한 고급 백화점이었다. 그 여직원도 자신이 팔고 있지만 그게 진짜라는 것을 100% 확신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중국 공장 사장들은 중화(中華)라는 담배를 피운다. 하드 팩은 한 갑에 45위엔(약 4,400원), 소프트 팩은 65위엔(약 1만1,400원)이나 하는 대단히 비싼 담배다. 중국인들은 자신의 위치를 과시하기 위해서 이렇게 비싼 담배를 피운다. 그러다보니 가짜도 많다.  참고로 내가 중국에서 경험한 비싼 담배는 쑹모우(熊猫: 팬더)로 한 갑에 250위엔(약 4만3,800원)이다. 그 담배는 은행 지점장과 만나서 상담을 할 때 그가 피우던 것이다. 그보다 더 비싼 황허로우(黄鹤楼)도 있는데 한정판매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보진 못했다. 한 갑에 850위엔(약 14만8,800원)이라 아무나 피우지는 못할 것 같다. 한 개비에 우리 돈으로 7,000원이 넘으니 한 번 들이마셨다가 뱉으면 몇 백원이 공중으로 날아가는 셈이다. 나무줄기를 엮어 만든 독특한 헬멧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10여 년 전에는 가짜 고급술 때문에 중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결혼식이나 장례식 때 고급술이 빠질 수 없던 터라 가짜로 만든 고급술을 먹고 죽거나 눈이 먼 일이 허다했다. 지금도 중국의 노래방에서 나오는 양주는 대부분 가짜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필자는 술을 잘 마시지 못하지만 술맛은 어느 정도 아는 편이다. 한번은 중국 노래방에 가서 양주를 시킨 적이 있는데 그건 양주 맛이 아니었다. 가짜를 만들려면 좀 비슷하라게도 만들 일이지, 완전히 구별되는 가짜를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그러고도 노래방 사장은 ‘우린 절대 가짜는 안 판다’며 목에 힘줄을 세워가며 항변을 했다. 지붕을 단 전기 모터사이클. 중국다운 기발함이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술을 마시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속았다는 것이 아니라 얼마만큼 몸에 해로운 원료를 사용했는지 모른다는 점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중국에서는 비싼 술보다는 대중들이 즐겨먹는 것을 마시는 것이 안전하다. 고급술에 가짜가 많은 이유는 비쌀수록 이윤이 많이 남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고급술에 속하는 우량예(五粮液)는 1,200위엔(약 21만원)에서 2만위엔(약 350만원)까지 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마오타이(茅台)도 비슷한 수준이다. 90주년을 기념해서 만든 0009란 술은 88만위엔(약 1억5,407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식당과 호텔에서 보관 중인 위조지폐. 워낙 가짜 돈이 많다보니 항상 확인을 한다 돈도 가짜가 많다. 예전에 광저우에서 택시비로 100위엔을 냈는데 운전기사가 다른 돈으로 달라며 되돌려준 적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다른 한 장을 꺼내 지불했는데 그 돈 역시 받기를 꺼려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지불한 돈이 가짜란다. 내가 외국인이어서 정중하게 받기를 거절했지만 만약 내국인이었다면 한바탕 말싸움을 했을 거라고 분개했다. 기가 막힌 것은 그 돈이 은행에서 받아왔는데도 위조지폐라는 사실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인쇄술이 하도 정교해서 알아차리기 어려웠지만, 이런 경우를 많이 당하다보니 이제는 위조지폐를 가려내는 데 일가견이 생겼다. 현찰 거래가 많은 중국은 업소나 회사마다 지폐 계수기를 가지고 있다. 계수기는 위조지폐 감별을 위한 기능도 갖추고 있다 중국은 아직까지 신용카드를 거의 쓰지 않고 있어서 현찰 거래가 많다. 그래서 업소나 회사마다 지폐 계수기를 가지고 있는데 워낙 가짜 돈이 많다보니 위폐 감별 기능까지 갖추고 있단다. 특히 밤에 택시를 탈 때는 더 조심해야 한다. 요금으로 100위엔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을 때 50위엔짜리에 가짜가 딸려 나오는 경우가 많고 어두운 불빛에서는 위폐를 가려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밖에 졸업장, 각종 증명서, 호구(우리로 말하면 호적)도 돈만 주면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중국이다(2부에 계속.....). 양인환 중국통신원  1957년 8월 서울에서 태어나 91년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다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와 자동차와 함께 하는 삶에 새롭게 도전했다. 91년 국산 자동차로 미국 48개 주를 일주해 기네스북에 등재된 것을 시작으로, 92년 아시아 록스타로 호주를 일주했다. 93년 호주 웨스턴 랠리스쿨을 이수한 뒤 호주 웨스턴 랠리 침피언십, 홍콩-북경 랠리(94년), 태국 랠리(94년) 등에서 전문 드라이버로 활동했다. 93년부터 96년까지 본지의 객원기자로 활동하면서 자신이 참가한 랠리를 비롯해 세계의 다양한 자동차 경주와 시승기를 소개했다. 저서로 ‘대머리 돈키호테’, ‘차를 알고 문화를 세우는 여유로운 운전’이 있다.11년째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양인환 통신원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한 북미, 남미, 아시아, 유럽 등의 재미있는 여행기를 소개할 계획이다. 머지않아 미국과 호주에 이어 중국과 남미대륙을 일주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글·사진 양인환 중국통신원  
여름철 필수 보양식, 한방 요리 2013-08-01
여름철 필수 보양식으로 손꼽히는 오리. 야외에서 오리 한 마리로 맛있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가 없을까? 각양각색의 약초로 육수를 우려내는 한방 오리백숙,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가슴살과 함께 볶아 먹을 수 있는 오리 리조또(볶음밥)를 추천한다.  한방 오리백숙 오리 리조또 냄비와 솥 사이에 신문지를 깔아 얹어준다.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올린 뒤 100~150분 정도 충분히 끓여준다. 돌을 얹는 이유는 압력밥솥 원리를 이용해 밥맛을 더욱 좋게 하기 위해서다 팬을 달군 뒤 가슴고기 쪽을 아래로 오도록 놓고 익힌다. 갈색빛이 돌면 뒤집어서 다시 익혀준다 가슴고기가 적당하게 익었다 싶으면 육질의 부드러움을 살려주는 소량의 맥주를 부어서 잘 조려준다 오범석 새로운 식단 개발을 위해 지속적인 아이디어 창출과 연구 개발을 하고 있는 요리 연구가. 다양한 식재료를 이용해 그만의 방식으로 새로운 요리를 선보이는 한편 식문화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방 오리백숙메인 재료 오리 1마리, 양파 1개, 대파 2개, 마늘 10쪽, 소량의 생강약초 재료 오미자 10g, 감초 20g, 구기자 10g, 헛개나무 어린가지 30g, 계피 10g, 대추 30g,하수오 20g, 수삼 25g인원 오리 1마리 기준으로 재료 측정 조리 시간 120분  난이도 ★★☆☆☆  한방 오리백숙, 이렇게 만드세요 [1]오리는 너무 작은 것(어린 오리가 살이 연하고 부드럽지만 먹을 게 별로 없다)보다 중간 정도 크기의 신선한 오리를 골라 준비한다. 뼈가 굵고 큼직한 오리는 오랜 시간 꾸준하게 익혀도 육질이 부드럽다.[2] 오리를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뒤 꽁지 위로 칼집을 조금 낸 다음 내장을 빼낸다. 그리고 흐르는 물에 핏기를 없애면서 깨끗이 씻어낸다. 오리의 꽁무니 안쪽에 있는 노란 기름 덩어리를 잘라내고, 뼈에 붙어 있는 찌꺼기들 역시 깨끗이 씻어내야 누린내가 나지 않는다. [3] 오리백숙은 좋은 재료도 중요하지만, 신선한 약수가 맛과 영양을 좌우한다. 신선한 약수를 사용하면 오리 육질을 부드럽게 하거니와 맛도 고소하고 담백하다. 야외활동지에서 주위의 약수를 길어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각종 한방 재료를 준비한다. 각각의 한약을 삼베 주머니에 골고루 넣은 뒤 오리뱃속에 집어넣는다. [5] 한방 재료가 담긴 오리와 양파, 마늘, 대파, 소량의 생강을 큰 쇠솥에 넣는다. 솥에 넣을 물은 오리의 가슴 부위까지 잠길 정도로 붓는다. 단 가슴고기 쪽을 아래로 향하도록 주의할 것. 이유는 가슴고기 쪽의 살이 더 두꺼워 익히기에도 좋거니와 뒤집어서 익히면 뱃속 한 곳에 물이 고이기 때문이다. [6] 냄비와 솥 사이에 신문지를 깔아 얹어준다. 그 위에 무거운 돌을 올린 뒤 100~150분 정도 충분히 끓여준다. 센 불에서 1시간, 중간 불에서 40~50분 끓이면 된다. 돌을 얹는 것은 가정에서 흔히 사용되는 압력밥솥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밥솥 내의 압력을 높이면 물의 끓는점이 높아지고 쌀이 완전하게 익혀져 밥맛이 훨씬 좋아진다. 따라서 중간에 뚜껑을 여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7] 시간이 되면 뚜껑을 열고 오리를 꺼내 접시에 담아두면 오리백숙 완성! 삼베 주머니에 담긴 약초를 꺼내어 쇠솥 안에 다시 넣는다. 육수는 약한 불에 10~20분 정도 더 끓여서 먹고, 오리밥에서 만들어 둔 소스를 준비해 오리백숙과 함께 먹는 것도 괜찮다. 오리 리조또메인 재료 한방 오리백숙의 육수, 오리 가슴살, 쌀 160~200g, 다진 양파 1/2개, 다진 마늘 1/2숟가락, 소금,후추, 파마산치즈, 오리알 1개, 소량의 다진 청양고추 3개샐러드 재료 파, 양파, 부추소스 재료  간장 2숟가락, 3배식초 2.5숟가락, 설탕 1숟가락,물 10숟가락, 정종 1/2숟가락인원 3명 기준 조리 시간 30분 난이도 ★★★☆☆ 오리 리조또, 이렇게 만드세요[1] 파, 양파, 부추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서 먹기 좋게 썰어준다. 양파는 매운맛 제거와 갈변 방지를 위해 반드시 흐르는 물에 헹군 다음 물기를 꼭 짜서 찬물에 넣어둔다. 양파를 최대한 가늘게 채 썰어 찬물에 1분간 담가두는 것도 매운맛 제거에 도움이 된다.  [2] 간장, 3배식초, 설탕, 물, 정종을 각각의 정량에 맞게 고루 섞어준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와사비 혹은 겨자를 더해도 좋다. [3] 쌀을 2~3번 씻어서 찬물에 불린 다음 소쿠리(체)로 건져 내어 물기를 뺀다. 오리알의 노른자를 소량의 물과 골고루 잘 섞어 준비한다. [4] 팬을 달군 후 다진 양파, 다진 마늘, 소량의 소금을 넣고 센 불에 고루 볶아준다.  [5] 기름을 두른 후 쌀을 넣은 다음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센 불에서 어느 정도 볶다가 쌀이 익으면 한방 오리백숙의 육수를 조금씩 넣어주면서 천천히 볶는다. 그리고 육수가 졸 때쯤 다시 육수를 넣는 단계를 여러 번 거치다 보면 밥이 먹기 좋게 익는데 이때 파마산치즈와 소금으로 간을 한다. 그리고 오리알의 노른자를 넣은 뒤 다시 한번 고루 섞어준 다음 다진 청양고추와 후추를 뿌리면 오리 리조또(볶음밥) 완성.[6] 오리 가슴살의 물기를 제거한 후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린다.[7] 팬을 달군 뒤 가슴살이 아래를 향하도록 놓고 익혀준다. 갈색 빛이 돌면 뒤집어서 다시 익혀준다. 적당하게 익었다 싶으면 육질의 부드러움을 살려주는 소량의 맥주를 부어서 잘 조려준다. 고기 안이 잘 안 익었을 경우에는 오리백숙 육수를 넣고 구워주면 타지 않을 뿐 아니라 더욱 깊은 향이 묻어난다. [8] 앞서 준비해 둔 채소와 소스를 골고루 버무려준 뒤 리조또와 가슴살을 곁들이면 오리 리조또가 완성된다.  
속초 중앙시장의 명물 ‘3’ 2013-12-10
설악산을 찾은 이라면 속초 중앙시장을 빼놓지 말고 들르도록. 공식 명칭은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속초시 금호동에 위치하고 있는 전통 시장이다. 6.25 이후 속초가 수복되자마자 형성된 이곳은 1953년 봄 1군단 공병단의 지원으로 논과 웅덩이를 메워 그해 11월 5일 준공됐다. 1959년에는 화재로 49개의 점포가 모두 불타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이후 주변도로의 확장과 재공사를 통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수산, 건어물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지난 2006년부터 시장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사업이 성공을 거두며 2011년 11월에는 ‘여행하기 좋은 전통시장 10선’에 선정되어 동해안을 대표하는 관광수산시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산물을 저렴한 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닭강정, 수수부꾸미와 같은 감칠맛 나는 먹을거리들이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미시령 요금소로부터의 거리는 약 9km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1. 닭강정 속초 중앙시장을 거닐다 보면 가장 많이 보이는 음식이다. 달콤한 소스와 그 속에 담긴 고소한 튀김옷, 신선한 닭이 선사하는 쫄깃한 식감은 맛의 대향연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상점이 인터넷을 통한 택배 주문도 함께 받고 있지만 갓 나온 닭강정의 맛을 표현하지는 못하므로 직접 찾아 맛보기를 권한다. 값 1만6,000원. 2. 수수부꾸미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으로 수수가루를 익반죽하여 둥글납작하게 빚은 떡이다. 그 속에 여러 종류의 소를 넣는데 속초 중앙시장에서 파는 수수부꾸미는 대부분 팥고물을 써서 달콤함과 쫀득한 맛을 잘 살려내고 있다. 과거에는 충북을 중심으로 즐겨 먹는 음식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전국으로 널리 퍼진 향토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강원도에서는 이를 수수제비치로 부르기도 한다. 값 2,000원.  3. 씨앗호떡 씨앗호떡집은 속초 중앙시장에서 줄이 가장 길게 늘어선 곳이다. 씨앗호떡의 원조로는 부산 남포동을 꼽지만 원조보다 더 맛있는 호떡을 속초에서 맛볼 수 있다는 사실. 맛있게 튀긴 호떡의 배를 갈라 해바라기씨와 호박씨, 계피가루와 설탕을 그 속에 듬뿍 담아 완성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해 한 입 물면 혀 위에서 아름다운 폭죽이 터지는 느낌이다. 값 1,000원.  
석회암 지대가 빚은 명품 마늘 2014-01-13
단양은 약산성의 석회암 지대이자 내륙산간의 큰 일교차가 더해져 마늘이 자라기에 최적인 곳이다. 붉은 껍질의 단양 6쪽마늘은 남도마늘이나 대서마늘에 비해 크기는 작지만 단단한 질감과 거부감 적은 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이러한 배경 탓인지 단양의 시내 음식점 간판에서는 ‘마늘’이라는 2음절을 아주 쉽게 찾을 수 있다. 마늘정식이 가장 흔하고 마늘떡갈비와 마늘막걸리까지, 마늘로 만들 수 있는 거의 모든 음식을 내놓는다. 마늘만두와 통마늘튀김은 독특한 맛을 뽐낸다 마늘 솥밥에 들어간 통마늘은 햇밤 맛이 난다 이 중 마늘정식은 음식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한정식에 마늘 요리가 더해진 형태. 마늘을 그리 즐겨먹지 않는 사람이나 어린 아이라도 두려워할 것 없다. 단호박과 통마늘을 넣고 지은 마늘솥밥에서 꺼내든 마늘을 물자 맵싸한 특유의 맛 대신 햇밤을 품은 듯 달콤함이 배어난다. 아울러 새콤달콤한 마늘 초절임이 입맛을 돋우고, 마늘고추장으로 버무린 마늘육회는 육회 특유의 거부감과 비린 맛을 없애 가장 먼저 자취를 감춘다. 흔한 마늘장아찌조차 단양 6쪽마늘만의 오도독하며 씹히는 질감을 살려 그 맛이 일품이다. 키위와 머스타드 소스를 입은 마늘 요리, 마늘을 껍질째 튀긴 통마늘튀김과 다진 마늘을 넣어 만든 마늘만두도 단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마늘 요리 중 하나다. 단양에서는 마늘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리를 만날 수 있다  
다섯 가지 맛이 나는 문경 오미자 2014-02-13
오미자(五味子). 이름 그대로 다섯 가지 맛이 나는 씨앗을 일컫는 말이다. 혈압을 내리고 심장을 강하게 하며 면역력을 높여주어 강장제로 주로 쓰인다. 오미자는 재배를 통해 얻어야 한다. 기온이 지나치게 높으면 제대로 영글지 못하고, 습한 땅을 싫어해 그 조건이 제법 까다롭다. 따라서 고랭지 기후인 문경은 오미자를 키우기에 최적인 곳. 문경 오미자는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선정한 전국 136개 특산물 중 13대 특산물에 선정되었으며, 국내 오미자 생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문경새재도립공원 입구에 자리한 식당 대부분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이러한 문경 오미자로 만든 ‘오미자 막걸리’는 문경에서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지역 특산주다. 핑크빛의 색깔이 매혹적이지만, 독자들을 위해 귀띔해주자면 소스라치게(?) 맛있지는 않다. 단맛과 신맛이 주를 이루지만 먹어본 사람들 대부분은 그 맛이 싱겁다고 평한다. 하지만 관광을 기념해 맛볼 정도의 가치는 충분하다. 값도 2,000~3,000원으로 저렴해 다른 지역 특산주에 비하면 부담이 적다. 문경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지역 특산주인 오미자 막걸리 문경새재도립공원 매표소 입구에는 여러 식당들이 즐비한데, 대부분 문경에서 자란 신선한 채소를 활용해 찬을 내놓는다. 이 중 40년 전통을 강조하는 ‘새재할매집’은 석쇠에 구워 내오는 고추장삼겹살을 주 메뉴로 내세워 새재를 찾은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울러 이 식당의 더덕구이정식은 특유의 식감과 쌉싸름한 맛으로 허기진 등산객의 입맛을 돋운다. 
CANOE, 여름철 레포츠의 새 장을 연다 2013-07-10
   경기도 하남시 미사리조정경기장. 여름이 가까워지면서 조정경기장이 붐비고 있다. 평일에는 조정·카누 선수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노를 젓고, 주말이면 바람을 쐬러 나온 나들이객으로 장사진을 이룬다. 최근 미사리조정경기장에 낯선 풍경이 더해졌다. 일반인이 카누에 앉아 물살을 헤치는 모습이다. 선수가 아니어도 카누를 탈 수 있나? 미국과 캐나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로 자리 잡은 카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올림픽경기 때나 반짝 관심을 끌 뿐 카누를 타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카누를 레포츠로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카누연맹이 2002년부터 미사리조정경기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카누 강습을 하고 있다. 8월 초에는 강원도 화천을 출발, 한강에 도착하는 레저카누 투어를 열기 위해 일반인의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 100여 명의 회원이 서울시카누연맹에서 빌려 주는 카누를 타고 새로운 레저 스포츠를 맛보고 있다. 때맞춰 한 업체가 일반인을 위해 만든 미국산 레저카누를 국내에 들여왔다. 레저카누의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가 되고 싶다면 지금부터 카누를 배워 보자.   생존수단에서 레포츠로 발전해 카누(canoe)는 배를 뜻하는 스페인어 ‘canoa’에서 시작된 말이다. 인류의 생존수단으로 만들어진 카누는 강이나 바닷길을 오가는 교통수단이나 고기잡이배로 쓰인 것이 기원이다. 통나무를 파낸 것이 특징이고, 날이 한쪽에만 달린 외날 노(single blade paddle)를 쓴다. 레이싱 카누에서는 캐내디언 카누라고 부르기도 한다. 카누는 주로 미국인에 의해 레저로 발전했다. 배 위에 덮개가 있는 것은 ‘카약’(Kayak)이다. 카약은 그린란드와 알래스카 등 북극지방에 살던 이들이 쓰던 보트이다. 카누와 다르게 양날 노(double blade paddle)를 쓴다. 카약은 영국인에 의해 레저용 보트로 발전했다. 카누와 카약은 경기방식에 따라 레이싱(racing, 속도 경기), 슬라럼(slalom, 급류 타기), 와일드 워터(wild water, 급류에서의 속도경기), 마라톤(marathon), 폴로(polo, 카누 수구), 세일링(sailing, 항해), 투어링(touring, 강 여행), 래프팅(rafring) 등으로 나뉜다. 이 가운데 레저 스포츠로 발전한 것이 래프팅과 투어링이다. 패들과 구명조끼 있으면 탈 수 있어 경기방식에 따라 분류하면 레저카누는 투어링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레저카누에서 카누와 카약의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 카누든 카약이든 보트와 패들, 구명조끼만 갖추면 물이 있는 곳은 어디나 갈 수 있는 것이 레저카누다. 레저카누는 2∼4명이 타는 카누와 1∼2명이 타는 카약을 함께 쓴다. 카누 경기에서는 배와 노(패들)의 생김새로 종목을 분류하지만 레저카누는 카누와 카약을 합쳐 부르기도 한다. 레저카누가 발전한 북미지역에서는 쓰기 편한 카약의 양날 노를 저어 카누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다. 레저카누의 보트는 보통 FRP 소재의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우선 운반이 쉽도록 가벼워야 하고, 바위나 돌에 부딪쳐도 쉽게 깨지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볼 수 있는 레저용 카누는 경기용 카약과 같은 모양으로, 시 카약(sea kayak)이라고도 부른다. 1인승 시 카약을 예로 들면 배의 덮개에 해당하는 데크(deck)가 있고, 방향타 구실을 하는 러더(rudder), 양발을 올려 놓는 풋레스트(foot rest)가 달린 것이 특징이다. 풋레스트에는 러더의 방향을 조절하는 레버가 달려 있다. 카누의 노는 패들(paddle)이라고 부른다. 따라서 카누 선수는 노를 젓는 사람이란 뜻의 패들러(paddler)다. 패들은 샤프트(shaft)에 달린 블레이드(blade)의 개수에 따라 싱글 블레이드 패들과 더블 블래이드 패들로 나뉜다. 싱글은 배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고 다른 발을 세운 자세에서 한쪽만 젓는 카누에 쓰이고, 더블은 카약을 탈 때 쓴다. 더블 블레이드 패들은 노를 젓기 편하도록 양쪽의 블레이드가 서로 다른 각도로 붙어 있다. 레저카누에서는 보통 더블 블레이드 패들을 사용한다. 레저카누를 즐기기 위해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기술은 패들링, 즉 노늘 젓는 방법이다. 패들링의 기본은 노 잡기에서 시작된다. 맨 먼저 더블 블레이드 패들의 끝에서부터 똑같은 간격을 두고 양손으로 잡는다. 이때 패들의 오른쪽 블레이드가 수면과 직각이 되도록 한다. 그 다음 샤프트를 정수리 부분에 올려 놓아 양팔의 팔꿈치가 직각이 되도록 간격을 조절한다. 안전 위해 구명조끼 제대로 입어야 패들링을 할 때는 오른손의 역할이 중요하다. 오른손은 샤프트를 꼭 쥐어 헛돌지 않게 하고, 왼손은 샤프트가 헛돌도록 느슨하게 잡는다. 패들링의 첫 단계로 블레이드가 물에 들어가는 순간을 캐치(catch)라고 한다. 맨 처음 캐치할 때는 좌우 순서가 따로 없지만 어느 쪽이든 오른손의 움직임에 주의해야 한다. 패들을 쥔 상태에서 오른쪽을 캐치할 때는 수면과 직각이 되게 잡은 블레이드를 그대로 물에 넣어 저으면 된다. 문제는 왼쪽이다. 왼쪽으로 캐치할 때는 비스듬히 누워 있는 왼쪽 블레이드가 수면과 직각이 되도록 샤프트를 약간 틀어야 한다. 이때 왼손은 샤프트를 헐렁하게 쥐고, 오른손목을 틀어 블레이드 각도를 조절한다. 바로 이 부분이 패들링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다. 레저카누를 처음 배울 때는 땅에서 패들링 연습을 하는 섀도 패들링(shadow paddling)을 한다. 이때도 오른손으로 왼쪽 블레이드의 각을 조절하는 연습을 중점적으로 하게 된다. 패들링에 익숙해지면 카누를 직접 타 본다. 카누를 탈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한다. 특히 초보자는 중심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물살이 조금만 거세도 빠지기 쉽다. 구명조끼는 몸에 잘 맞는 것을 골라 잠금장치를 모두 채워서 입는다. 카누에 탈 때도 기술이 필요하다. 카누는 폭이 좁고 바닥이 둥글기 때문에 무게중심이 맞지 않으면 뒤집히기 십상이다. 먼저 선착장에 카누를 바짝 붙여 놓고 데크 위에 패들을 올려 카누를 붙잡아 놓는다. 그런 다음, 카누의 시트 옆에 쭈그리고 앉아 양손을 바닥에 댄다. 이 상태에서 한쪽 발을 시트 앞에 들여놓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무게중심을 옮긴다. 이때 선착장을 짚은 한쪽 손에 무게를 실어 균형을 잡으면 도움이 된다. 엉덩이가 시트에 닿기 전에 일어서거나 선착장에 놓인 손을 미리 떼면 무게중심이 흐트러질 수 있다. 시트에 앉았을 때 양발을 적당히 구부려 풋레스트에 올려 놓는다. 풋레스트의 위치는 미리 조절해 놓는다. 풋레스트의 한 가운데 달린 러더(방향타) 조절 레버는 발로 움직인다. 왼쪽으로 가려면 레버를 오른쪽으로 밀고, 오른쪽을 향할 때는 왼쪽으로 민다. 러더로 방향을 틀고 정상적인 패들링을 하면 완만하게 회전할 수 있다. 급하게 돌아야 할 때는 진행방향과 같은 쪽 블레이드만 저으면 쉽다. 웬만큼 기술이 붙고 경험이 쌓이면 레저카누를 싣고 강으로 투어를 떠날 수 있다. 도시락과 낚시 도구를 챙겨갈 수도 있고, 물위를 떠다니며 한적하게 음악을 들을 수도 있다. 친구 연인과 함께라면 더욱 좋겠다. 올 여름, 레저카누에 도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취재 협조 : 서울시카누연맹 (02)421-5847 www.seoulcanoe.or.kr 카약나라 (02)455-2228 www.kayak.name
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1 2014-08-10
이달부터 3회 일정으로 연재를 시작하는 고태규 교수의 ‘유럽 자동차 여행기’는 고 교수가 77일 동안 자동차로 서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체험을 글로 풀어낸 기행문이다. 유럽으로 자동차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들을 여행지 소개보다는 자동차 여행 방법을 중심으로 3회에 걸쳐 소개한다. 그가 유럽 여행을 위해 계약한 리스차의 기간은 90일. 장기 계약 할인율 때문에 77일보다 90일 계약이 더 쌌다고. 1편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를, 2편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헝가리를, 3편에서는 베네룩스 3국, 스칸디나비아 3국, 덴마크, 영국, 아일랜드를 중심으로 연재할 계획이다.  몽생미셸 전경.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안 풍경이 매우 아름답다 지난 3월 12일, 리스차를 인수하기로 계약을 맺고 3월 5일에 서울을 떠나 같은 날에 파리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인지 파리는 아직도 한겨울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9일 내내 비 아니면 눈이 내렸다. 급기야 11일 저녁에는 폭설이 내려 다음 날 아침으로 예정된 리스차 인수를 포기하고 13일에서야 차를 인수했다. 차주가 필자 이름으로 등록된 새차(르노 세닉)다. 에이전시 주차장에 차를 대기시키고 아내가 택시에 짐을 싣고 와서 합류했다. 보르도 쌍떼밀리옹에 자리한 와이너리의 한가로운 풍경 첫 번째 일정은 3월 13일에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4월 21일(38일간)에 이탈리아 밀라노에 이르는 코스. 경유 국가는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안도라, 모나코, 이탈리아 6개국이며, 주행거리는 약 9,000km. 서울-부산을 10번 정도 왕복하는 거리다. 유럽 대륙은 작은 나라와 도시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 같지만 주행거리가 긴 도시도 많다. 까미노에 있는 순례자 동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3월 13일 파리를 출발해 몽생미셸부터 생말로, 보르도, 생장피에드포르, 팜플로냐, 부르고스, 레옹, 산티아고, 포르투, 리스본, 세비야, 말라가, 그라나다, 코르도바, 톨레도, 마드리드,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아를/아비뇽, 마르세이유, 칸느, 앙티브, 니스, 모나코, 망통, 산레모, 제노바, 라스페짜, 피사, 피렌체, 로마, 나폴리, 폼페이, 쏘렌토(카프리), 아씨지, 시에나, 피렌체, 볼로냐, 베니스, 베로나까를 거쳐 4월 19일에 밀라노에 도착했다. Galp 주유소의 주유기 모습. 오른쪽(검은색)부터 일반 디젤, 고급 디젤, 일반 휘발유, 고급 휘발유다 지면 관계로 찾아 간 주요 관광지에 대한 여행기는 대부분 생략한다. 요즘은 유용한 정보를 집대성한 가이드북이 넘쳐나기 때문에 관광 명소에 관한 내용은 이들을 참고하기 바란다. 필자는 ‘유럽 100배 즐기기’(RHK), ‘유럽’(론니 플래닛 한국어판), ‘드라이브인 유럽’(시공사), ‘세계테마기행’(EBS), ‘채널t’(여행 전문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관광명소를 중심으로 이동했다. 로마 포로로마노의 아름다운 야경  자동차 여행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유럽 자동차 여행의 장점은 관광 목적지에 대한 이동과 접근이 편리하다는 것이다. 짐을 거의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거니와 많이 걷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다른 여행 수단보다 덜 피곤하고, 취사도구와 식자재를 싣고 다니니 식사에 큰 불편함이 없다. 남자들의 경우 두 명 정도는 차 안에서 숙박도 가능하다. 여행 중 만난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었던 프란체스코 성당 반면 유럽 자동차 여행의 단점은 자의든 타의든 사고의 위험이 매번 도사리고 있고, 해외라서 보험처리 절차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불어(프랑스 자동차를 리스할 경우나 프랑스 지역을 여행할 때)나 영어를 못하면 굉장히 난감하다. 그라나다 동굴 따블리오 (Los Trantos)에서 플라멩코를 추고 있는 여인 필자도 로마에서 차량 테러와 강도를 당했다. 강도들이 필자가 없을 때 자동차 앞바퀴를 고의로 펑크를 낸 후, 펑크가 난 것을 보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필자에게 카센터를 알려준다고 얘기를 거는 사이 다른 강도 한 명이 반대편 차 문을 열고 카메라와 핸드폰이 든 가방을 가지고 달아난 것이다. 이건 소매치기가 아니라 완전히 조직적인 날강도 수준이다(자세한 보험처리 절차는 다음호에 소개하겠다). 밀라노 명품 거리에 있는 페라리 스토어. 페라리 매니아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여행 경비는 여행자의 사정과 여행의 질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필자는 여행 경비를 아내와 2인 기준으로 3개월(90일에 동유럽과 그리스, 터키를 제외한 유럽 국가. 90일이 넘으면 여행자 보험이 안 되고 일반 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1인당 300만원 정도 소요된다) 동안 4,000만원을 예상하고 있다. 항공편을 포함한 교통비 1,200만원(연료비, 주차비, 통행료), 숙박비 1,000만원, 식사비 1,000만원, 기타 생활비와 비상금 800만원을 합친 금액으로, 이는 최저 예산으로 계산한 것이다. 베니스 무라노 섬의 유리 제조 기술은 오랜 역사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참고로 정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것은 보르도(부드러우면서도 촉촉한 소고기를 소스에 버무린 보르도 특산 요리)와 마드리드(꼬친요; 새끼 돼지고기 요리로 원래는 세고비아 특산 요리) 등 두세 번 밖에 없다. 그밖에는 모두 빵과 컵라면 등 자가식(까르푸나 파노라마 등 대형 쇼핑센터에서 구입)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민박집에서 얻은 고추장에 오이와 피망(고추 대신)을 찍어 먹으면서 황홀해 하는 기분을 이해하실는지…. 랑글리아 다리’에 등장하는 다리와 안내판에 그려진 고흐 그림 자동차를 리스로 할 것인지, 렌트로 할 것인지는 여행기간과 비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간이 21일(리스차 대여 기준) 이상이면 무조건 리스차가 유리하다. 필자는 르노 세닉을 90일에 315만원(종합보험비 포함)에 리스해 하루 3만5,000원 정도로 이용했다. 트렁크가 커서 모든 짐이 다 들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현재 리스차는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푸조, 르노, 시트로엥에서 서울에 에이전시를 두고 영업하고 있다. 괴테가 1786년에 올라가서 스케치를 하다 스파이로 몰려 곤혹을 치른 말체신 성탑(이태리 가르다 호수) 그밖에 준비물로는 핸드폰은 반드시 로밍과 인터넷이 되는 것으로 준비하고 지도는 1/300만, 1/90만, 1/5만을 각각 준비하는 게 좋다. 도착지가 런던이 아닌 사람들은 대부분 한국에서 사온다. 차를 인수하는 파리는 영어판 지도를 구하기가 매우 어려운데, 필자 역시 아직도 1/5만 지도를 구하지 못해 1/300만, 1/90만 지도 2개와 내비게이션만 사용하고 있다. 베니스 두깔레 궁 부근에서 바라본 성. 조르죠 마조레 성당과 곤돌라 세차장이 유리벽 안에 있어서 매우 깔끔했다 동행자는 최소 2명 이상이어야 경비가 절감되고, 동행 중 최소한 2명은 운전을 할 수 있어야 장거리 운행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하루에 500~700km 운전하는 구간도 있기 때문에(여행 기간이 짧을수록 운행 거리는 길어진다) 혼자서는 운전하기가 매우 힘들다. 베니스의 명물 레알토 다리 필자가 생각하건데 자동차 여행자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임이 분명하다. 모든 도로와 교통 시스템이 낯선 환경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해외 자동차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자신감을 갖는 것이다. 필자 역시 처음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 보닛을 열 줄도 몰랐고 바퀴 하나 교체할 줄 몰랐는데, 어느덧 운전을 잘하게 됐으니 말이다. 아내처럼 조심스럽게 운전을 하던 사람도 프랑스와 스페인 고속도로에서 시속 140~150km으로 내달리기도 했다. 줄리엣 하우스 입구 통로에 그려진 수만 명의 낙서가 잭슨 폴록의 현대 미술처럼 보인다 지금까지 38일 동안 견인 한 번 당하고(코르도바), 딱지 한 번 떼이고(리스본), 사고를 한 번 당했다(로마). 영국을 제외한 모든 유럽의 도시들은 도로 시스템과 운전 방법이 비슷해서 일주일이면 익숙해진다. 한국에서 멱살 잡고 싸우면서 운전을 배운 우리는 세계 어디를 가도(단, 이탈리아는 제외) 운전을 잘 할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주유소와 휴게소, 숙박, 식사 해결 방법에 관한 정보는 다음호에 소개할 예정이다.  고태규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태규 씨는 틈틈이 국내와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실크로드 문명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일본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카쉬가르,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바그다드, 이스탄불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걸어가는 것이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혼자 걸으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마음으로 하는 여자, 몸으로 하는 남자’ 등이 있다.  글 고태규(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사진 고태규(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 
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2 2014-09-10
이 글은 고태규 교수가 서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체험을 글로 풀어낸 기행문이다. 1부(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에 이어 2부에서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헝가리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이태리 코모 호수에서 스위스 생모리츠로 넘어가는 길의 전경 4월 23일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시작하여 5월 14일 독일 로스톡에 이르는 총 주행거리 4,000km. 생모리츠, 쿠어, 루체른, 인터라켄, 베른, 로잔, 제네바, 에비앙, 몽트뢰, 베른, 취리히, 퓌센, 뮌헨, 인스부르크, 짤츠부르크, 비엔나, 부다페스트, 프라하, 베를린, 로스톡 - 갯서(페리 이동), 하노버,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그 등을 경유했다. 더불어 이번에는 유럽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고속도로 통행료, 톨게이트 통과하는 방법, 자동차 연료비, 주유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신용카드 인증을 거쳐야 주유가 가능하고 주유한 다음 카드를 다시 넣어야 영수증이 나오는 주유기도 있다 좋은 나라와 나쁜 나라자동차 여행자 입장에서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받지 않는 나라는 좋은 나라이고, 받는 나라는 나쁜 나라다. 일부 구간에서는 40∼50유로까지 내야하기 때문에 통행료는 여행 경비 운용에서 큰 부담이 된다. 서유럽 동북 국가들은 받지 않지만 서남부 국가들은 대부분 통행료를 받고 있다. 특히 독일은 통행료가 완전 무료일 뿐만 아니라 속도 무제한 구간이 많아서 스피드족들의 천국이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도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 아침 안개에 덮인 노이슈반슈타인 성(독일 퓌센)  통행료는 안 받지만 통행허가증(비그넷: 10∼20유로)을 사서 그 나라에서 주행하는 동안 운전대 앞 유리창에 부착해야 하는 나라는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등이다. 덴마크는 통행료는 없지만 두 개의 대형 다리 통행료로 25∼45유로를 받는다. 프랑스와 스페인은 일부 구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구간에서 통행료를 받는다. 포르투갈과 이탈리아는 고속도로 수준도 낮으면서 가장 비싼 통행료를 받는다. 1km에 10센트, 그러니까 10km에 1유로로 상당히 비싼 편이다. 다만 장거리로 갈수록 좀 싸지긴 한다. 스위스에는 유명 관광지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멋진 경치가 흔하다(라이생 스키리조트) 나라만큼 다양한 톨게이트 통과 방법톨게이트에 접근할 때 가장 보편적인 형태는 우리 하이패스처럼 그냥 통과하는 라인과 카드로 내는 라인, 현금으로 내는 라인, 카드와 현금 동시에 낼 수 있는 라인으로 구분되어 있다. 우리는 현금과 신용카드를 모두 준비하고 있었는데, 일부 신용카드는 안 되는 곳도 있기 때문에 두 개 이상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좋다. 우리는 세 개를 가지고 다녔다. 인터라켄 융프라우 캠핑장. 장기 자동차 여행자에게 아주 유용한 숙박시설이다 통행료를 내는 방법도 고속도로마다 다르다. 진입할 때 내는 곳과 나갈 때 내는 곳이 있지만 나갈 때 내는 고속도로가 훨씬 많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수금 직원이 있는 게이트로 가면 된다. 그러나 직원이 없는 곳이 많아서 골치가 아프다. 뮌헨의 명소 비어 가든에서 시민들이 맥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현금을 내는 곳은 문제가 없지만 카드로 낼 때는 좀 복잡하다. 진입할 때 뽑은 통행카드를 넣는 구멍과 신용카드를 집어넣는 구멍이 다른 곳(주로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도 있고, 같은 곳(주로 이태리)도 있다. 구멍이 같은 곳은 처음에는 신용카드 구멍 찾느라 한참 헤매게 된다. 환상적인 디자인의 뮌헨 지하철 모습 먼저 진입할 때 뽑은 카드를 구멍에 넣으면 통행료 금액이 액정으로 표시된다. 그러면 같은 구멍에 신용카드를 넣으면 된다. 영수증은 자동으로 나오는 곳도 있고, 안 나오는 곳도 있고, 영수증 버튼을 눌러야 나오는 곳도 있다. 몇 번 해보면 금방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다. 비엔나 시립공원에 자리한 요한슈트라우스 동상 고속도로 휴게소에는 우리처럼 반드시 주유소가 함께 붙어 있다. 우리와 다른 점은 주유소가 휴게소 기능을 함께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휴게소에서 파는 음식과 물건을 주유소에서 판매한다. 샤워가 가능한 휴게소도 많아서 자동차 여행자에게는 정말 유용하다. 특히 차에서 잠을 자는 여행자들은 여기서 샤워를 하고 식사를 해결하면 경비를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계속 차에서 자기는 힘들기 때문에 하루는 차에서 자고 다음 날은 호텔에서 자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맥도날드나 버거킹,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같은 체인 레스토랑이 있는 경우도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뮌헨의 호프브로이하우스 내부 주유소 화장실에서 50유로에서 1유로(환율은 6월 13일 기준, 1유로=약 1,516원) 정도 사용료를 받는 경우도 많다. 연료를 넣거나 음식을 사 먹으면 화장실 이용이 무료인 곳도 있다. 독일과 네덜란드에서는 화장실 영수증을 바우처로 이용하여 해당 주유소에서 연료비나 다른 물건을 살 때 그 금액만큼(주로 50센트) 감액해준다. 예를 들어 화장실 이용료가 70센트일 경우, 70센트를 머신에 넣으면 50센트짜리 바우처가 나온다. 그걸 버리지 말고 주요소 가게에 가서 제시하면 물건 살 때 50센트만큼 깎아준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 체코 등은 고속도로 통행료 대신 비그넷(Vignett)이라는 통행허가증을 운전석 앞에 붙이고 다녀야 한다(10∼20유로) 필자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무심코 넘겼는데 깐깐한 마누라는 왜 그럴까 며칠이나 고민하더니 드디어 그 바우처 시스템을 알아냈다. 지도를 손에 들고도 동서남북이 어디인지 모르는 여자도 그런 건 귀신같이 알아낸다. 사실은 독일에서 내내 모르고 다니다가 암스테르담에 있는 한 화장실 앞에 그 바우처 제도를 설명하는 큰 포스터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친절한 암스테르담씨. 독일 로스톡 항에서 덴마크 겟서 항으로 건너가기 위해 승선을 기다리고 있는 자동차와 화물차들   주유소 가격 안내판자동차 여행을 하다 보면 가장 눈길이 많이 가는 곳이 내비게이션 다음으로 주유소 입구에 붙어 있는 가격 안내판이다. 연료 종류는 네 가지가 보통이고, 독일에는 다섯 가지도 있다. 보통 디젤(일부 주유소에는 ‘Gasole’이라고 표현된 곳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Gasole은 휘발유가 아니라 디젤이다), 고급 디젤, 보통 휘발유, 고급 휘발유. 그래서 혼동하지 말라고 대개 디젤은 주유기가 검은 색, 휘발유는 녹색으로 되어 있다. 비엔나 길거리에 있는 대여 자전거. 30분은 무료이고 그 다음부터 시간당 1유로씩이다 연료비는 평균 1.1∼2.0유로(환율은 6월 13일 기준, 1유로=약 1,516원) 정도 한다. 안도라가 1.1유로로 가장 싸고, 스위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대체로 비싸다. 독일이 1.4에서 1.5 유로 정도로 싼 편이고, 나머지 국가들은 1.5에서 1.8유로 정도다. 베를린 필하모니의 야경 전체적으로 연료비가 우리보다 비싼 편이어서 전체 여행 경비 운용에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싼 나라에서 가득 채우고 비싼 나라는 그냥 경유하는 지혜를 짜야 한다. 우리 차(1.6L급 소형차)의 경우 가득 채우면 80∼90유로가 들어간다. 베를린의 자존심 베를린 필하모니 챔버홀. 랑랑에 이어 중국의 떠오르는 별 왕유자의 피아노 독주회가 열리고 있었다 당연하게 고속도로보다는 일반 도심에 있는 주유소가 가격이 20∼40센트 정도 더 싸다. 우리는 독일의 어떤 주유소에서 1.80유로에 연료를 가득 넣었는데, 불과 10km 안팎 떨어진 다음 주유소(네덜란드 국경 부근)에서 1.30유로인 걸 보고 하루 종일 가슴이 쓰린 적이 있었다. 50L를 주유할 경우 25유로(약 3만7,000원)나 차이가 난다. 25유로면 두 명의 한 끼 식사비에 해당한다. 스위스 루체른의 트레이드 마크인 카펠교. 지붕 아래 그려진 패널화(화판에 그린 그림)들이 인상적이다 주유 방법은 자가 주유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직원이 넣어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부다페스트에서는 주유도 해주고, 유리창까지 닦아주는 곳도 있었다. 연료비 지불 방법은 먼저 주유를 한 뒤 주유소 가게 안에 들어가서 계산하면 된다. 아주 드물게 신용카드로 넣어서 인증을 받고, 주유를 하고, 다시 카드를 넣으면 영수증이 나오는 곳도 있다. 이때 카드를 같은 구멍에 다시 넣어야 영수증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모차르트 어머니의 고향인 짤쯔캄머구트에 있는 볼프강 호수 전경 우리도 이걸 몰라서 한참이나 헤맨 적이 있다. 주유소에서 더러워진 유리창도 닦고, 타이어에 바람도 넣고(우리는 둘 다 할 줄을 몰라서 한번도 한 적이 없다), 화장실도 가고, 식사도 하고, 샤워도 하면서 주유소를 아주 유용한 지원센터로 이용하면 자동차 여행이 훨씬 편리해진다.  고태규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규태 씨는 틈틈이 국내와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실크로드 문명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일본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카쉬가르,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바그다드, 이스탄불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걸어가는 것이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혼자 걸으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마음으로 하는 여자, 몸으로 하는 남자’ 등이 있다.
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3 2013-10-10
'자동차로 떠난 77일간의 유럽 집시여행'은 고태규 교수가 서유럽을 여행하며 보고 경험하고 느낀 체험을 글로 풀어낸 기행문이다. 지난 1부(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와 2부(스위스, 오스트리아, 독일, 체코, 헝가리)에 이어 마지막 회인 3부에서는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룩셈부르크,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를 중심으로 소개한다. 3부 여행은 5월 15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시작하여 6월 4일 영국 런던까지의 일정이다. 총 주행거리는 약 6,000km 정도. 주요 경유 도시는 코펜하겐, 오슬로, 스톡홀름, 헬싱키, 오덴사, 룩셈부르크, 암스테르담, 브뤼셀, 부르헤, 칼레, 도버, 런던 등이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자동차 여행을 할 때 알아두면 유용한 주차하는 법, 숙소 찾는 법, 식사 해결하는 법, 사고시 보험 처리하는 법, 내비게이션 사용법, 페리 이용법 등을 중심으로 엮었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의 배경이 된 크론보르성(덴마크) 유럽 자동차여행은 주차가 늘 문제유럽 자동차여행 중 가장 골칫거리는 바로 주차 문제다. 유럽의 도시들도 우리나라의 대도시들만큼 주차 문제가 심각하다. 중저가 호텔들은 주차비를 따로 요구하는 곳이 더 많을 정도. 유럽 도시에서 여행자들이 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스톡홀름 중앙역 앞에서 한 아가씨가 지나가는 바이커들 앞에서 즉석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스웨덴) 첫째, 머무르는 호텔 주차장에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를 관광하는 방법으로 가장 안전하다. 둘째, 도로변에 있는 공용주차장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런데 이런 공용주차장은 강도들의 표적이 되곤 한다. 리스차는 빨간 문자판에 F라고 표시돼 강도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기 때문. 필자도 로마 콜로세움 앞에 있는 공용주차장에 차를 주차했다가 바퀴를 펑크 내고 물건을 훔쳐가는 봉변을 당했다.  네덜란드 잔세스칸스 풍차마을. 풍차 내부에서는 아직도 맷돌로 밀을 빻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셋째, 건물 지하주차장에 주차하는 방법이다. 이 주차장은 사설이기 때문에 차를 안전하게 관리해준다. 주차비가 좀 비싸긴 하지만(1시간에 2~4유로) 차를 도둑맞거나 파손되는 것보다는 낫다. 일종의 손해보험료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필자 역시 공용주차장에서 사고를 당한 후 유명 관광지의 도심에서는 반드시 사설주차장을 이용했다. 사설 주차장은 찾기도 쉽다. 도심을 주행하다보면 건물 모퉁이 간판에 P자로 표시되어 있고, 빈자리가 얼마나 있는지도 네온으로 알려준다. 도심에서 2~4시간 정도 돌아다닐 경우에는 이 방법이 아주 효과적이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고흐 그림을 전시하고 있는 반 고흐 미술관(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안전한 주행은 편안한 잠자리에서 시작자동차여행도 개인 자유여행(FIT-Free Independent Tour)에 속하기 때문에 숙박을 당사자들이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보통 문제가 아니다. 비싼 호텔에서 자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대개 낯선 곳에서 저가 호텔을 찾아야 하므로 여간 골치 아픈 게 아니다. 우리도 처음에는 베스트 웨스턴(Best Western) 체인을 메인 호텔로 이용하려고 했다가 너무 비싸서(1박에 평균 100~150유로. 주차비와 아침 식사 포함 여부는 호텔마다 다르다) 바로 이비스(Ibis, 50~100유로)로 변경했다. 우리 부부는 이를 '우리집'이라 부르며 위안을 삼았다.  유럽에서 가장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한 헬싱키 템펠리아우키오 교회. 암반을 깎아 교회를 만들어서 '암반교회'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핀란드)  이비스가 없는 곳에서는 익스피디아(www.expedia.co.kr) 같은 온라인 여행사의 사이트에서 저가 호텔을 찾아 이용했다. 현지인 민박을 이용하려면 에어비앤비(www.airbnb.co.kr)가 좋다. 방이 남는 현지인의 가정집을 그곳 여행자에게 소개해주는 숙박 소개 사이트로, 현지인과 교류를 좋아하는 여행자에게는 매우 유익할 듯하다.   네덜란드 알크마르 치즈 시장에서 전통적인 방법으로 치즈를 경매하고 있는 모습  숙박의 종류는 크게 호텔, 유스호스텔, 민박, 캠핑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호텔은 주머니 사정에 따라 고르면 된다. 유스호스텔은 가격은 싼 편이지만 샤워실과 화장실이 공용이어서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한인 민박은 한식을 먹을 수 있고 가격은 저렴한 편이지만 역시 생활하는 데 불편이 따르고, 특히 대부분 도심에 있어서 주차장이 거의 없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다만 한인 민박이 아닌 현지인 민박은 대개 시골에 있기 때문에 주차가 자유롭고 안전하다.   스웨덴 스톡홀름과 핀란드 헬싱키를 왕복하는 페리 SILJA LINE의 내부 모습 자동차 여행자에게는 캠핑장도 적극 추천할 만하다. 가격이 싼 반면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자동차여행자는 차로 이동하는 만큼 10~20km의 거리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우리의 경우 전체 88박 중 캠핑장 3박, 현지인 민박 5박, 교민 민박 17박, 유스호스텔 6박, 크루즈 2박, 일반 호텔 15박, 나머지 40박은 이비스를 이용했다.   영국 왕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는 윈저성. 여왕이 성에 머무르고 있을 때만 깃발이 달린다(영국 윈저) 역시 금강산도 식후경식사 문제도 예산 형편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부분이다. 유럽은 식사비가 매우 비싼 편이기 때문에 레스토랑에 앉아서 메뉴를 주문하는 식사를 하면 둘이서 기본으로 먹어도 단숨에 60유로가 넘어간다. 그래서 맥도날드나 버거킹 같은 햄버거를 먹거나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울 때가 많았다.   아고라 광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와 이에 장단을 맞추고 있는 술주정꾼(벨기에 브뤼셀 그랑 쁠라스) 예산을 더 줄이는 방법은 숙소에서 밥을 해먹는 것으로 자동차여행에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우리는 처음에는 유럽식 컵라면을 발견해서 그걸 주로 먹었고, 나중에는 밥통을 사서 직접 밥을 해서 먹었다. 원래 호텔 객실에서는 취사를 하면 안 되지만 창문을 열어놓고 밥만 하면 냄새가 많이 나지 않을 뿐더러 저녁에 밥을 해서 다음 날 아침까지 두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 꽤나 경제적이었다. 반찬은 수퍼마켓에서 오이와 양상추를 구입해 양념장이나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한국에서 갈 때 김과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인스턴트용 국거리를 많이 가져가면 여러모로 유용하다.  런던아이 쪽에서 바라본 영국 국회의사당과 빅벤 바다를 건널 때는 페리 이용유럽에서 자동차를 가지고 바다를 건널 때는 페리에 차를 싣게 된다. 자동차 티켓 1장만 구입하면 자동차 정원만큼(일반 승용차는 5명, 승합차는 9명까지)의 인원을 인정해주므로 그렇게 비싸지 않다. 그리고 장기간 여행을 하며 매일 자동차만 타다가 광활한 바다에서 페리를 타고 가면 기분 전환도 되고 색다른 경험도 할 수 있다. 자동차로 바다를 건너는 구간은 주로 프랑스 칼레에서 영국 도버로, 독일 로스톡에서 덴마크 겟서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핀란드 헬싱키로, 이태리 바리나 브린디시에서 그리스 파트라로 넘어가는 구간이다. 우리는 칼레에서 도버(승용차 1대와 2인 기준 113유로이며 5인까지는 동일한 가격이 적용된다), 로스톡에서 겟서(승용차 1대와 2인 111유로)로 이동할 때 페리에 차를 싣고 갔다. 스톡홀름에서 헬싱키를 페리로 왕복할 때는 차를 항구 주차장에 주차해 놓고 사람만 탔다.  뮤지컬 '레 미제라블'을 공연 중인 런던 피카디리의 Queen's Theatre 사고시 보험 처리하는 방법자동차여행에서 가장 염려되는 부분이 자동차 사고와 물건의 도난이다. 필자는 다행히 자동차끼리의 접촉 사고나 충돌 사고는 없었지만 자동차 파손과 물건 도난 사고를 한 번 당했다. 로마 콜로세움 앞 공용주차장에서 강도들이 앞 타이어를 펑크내 사고 처리를 위해 차 밖으로 나온 사이 카메라와 핸드폰 등이 든 가방을 훔쳐 달아난 것. 이렇게 황당한 사고를 당하면 화가 나면서 당황하게 되는데, 우선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그 다음 바로 응급지원센터에 전화로 연락해 사고를 신고하고, 사고접수번호(르노의 경우 Assistant Reference. 보통 10자리 아라비아 숫자로 'Case Number'라고 한다)를 반드시 받아두어야 한다. 나중에 보험금을 신청할 때 꼭 필요하다.  케임브리지 근교의 한적한 시골 도로와 주변 풍경(영국 케임브리지) 자동차 파손의 경우, 그 정도와 여행자의 사정에 따라서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 경미한 경우에는 여행자가 비용을 먼저 지불하고 나중에 환불받는 것이 좋다. 필자는 앞 타이어를 교체하고(120유로) 구입(150유로)하는 등 모두 270유로를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중에 도난 물건 등에 대한 보험금을 신청할 때 환불을 신청했기 때문에 여행 일정에 큰 차질은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험회사에 연락을 하고 보험회사가 지시한 대로 처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보험회사에서는 운전자가 직접 타이어를 갈아 끼운 후 정비센터(garage)에 가라고 했는데, 직접 할 수 없어 응급서비스센터를 불러 타이어를 갈아 끼웠다. 나중에 이 금액(120유로)은 보상해줄 수 없다는 연락을 받아서 현재 에이전시를 통해 항의 중이다. 그러니까 피해 금액에 관계없이 보험회사의 지시대로 처리를 하는 것이 사후 원활한 보상처리를 위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 경우 사고 정도에 따라 며칠 동안 정비센터에 차가 묶여 있거나 대체 차량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여행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브뤼셀의 명물 푸줏간 거리 먹자골목(벨기에)  사고를 당하면 해당 지역의 경찰서에 가서 사고경위서(Police Report)를 받아 두어야 한다. 이 문서가 국내외 보험금 청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이 서류가 없으면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다. 서류를 작성할 때는 도난 물건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예를 들어 캐논 600D 카메라를 분실하였다면, 캐논 600D 카메라 1대가 아니라 본체 1개, 캐논 50-200mm 렌즈 1개, 캐논 카메라 배터리 1개, 카메라 가방 1개, 렌즈 커버 1개 등으로 상세하게 기재해야 한다. 또한 처음 살 때 받은 영수증 원본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영수증이 없으면 현지 보험사에서는 보험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프랑스 칼레항에서 영국 도버항으로 건너가는 자동차들이 입국심사를 받고 있다 보험금을 신청할 때는 사고 후 3개월 이내(국내 에이전시가 대행할 경우 2개월 정도)에 보험금 지급청구서(Insurance Refund Claim Form), 경찰 사고경위서, 본인 진술서, 사고 신고서(Accident Report, 보통 자동차보험계약서 봉투에 함께 들어 있다), 영수증 등을 첨부하여 현지 보험사(사고신고서에 우편 주소가 적힌 발송 봉투가 들어 있다)나 한국 에이전시에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처리기간은 접수 후 2개월에서 5개월 정도 걸린다. 사고시 구체적인 응급상황 대처 요령과 보험금 지급 절차에 대해서는 www.eurodrive-renault.com을 참조하기 바란다.  한때 싸구려 선술집과 선원들로 북적였던 뉘하운 항구(덴마크 코펜하겐) 내비게이션과 친해지자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내비게이션과 잘 사귀어야 안전하고 편리하게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다. 필자처럼 프랑스에서 리스하는 차라 하더라도 영어로 나오는 내비게이션을 선택할 수 있다. 기능은 국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유럽의 도로에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라운드어바웃(round about)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그 점만 조심하면 된다. 내비게이션은 이를 '로터리'라고 말하는데, 중앙에 라운드를 두고 사방에서 차가 진입하고 나가는 방식이다.   안데르센박물관에 수학여행을 온 어린이들(덴마크 오덴세) 영국에는 신호등이 있는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고 왼쪽 라인으로 주행하기 때문에 라운드어바웃에서도 왼쪽으로 돌고, 나머지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고 오른쪽 라인으로 주행을 하기 때문에 모두 오른쪽으로 돈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오른쪽에서 들어오는 차를, 나머지 국가에서는 왼쪽에서 들어오는 차를 잘 살펴야 한다. 안트베르펜 마르크트 광장과 시청사 건물. 중간에 '브라보' 동상이 희미하게 보인다(벨기에) 누구나 자동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지금까지 3회에 걸쳐 유럽에서 자동차로 여행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필자는 자동차 자유여행이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은 아주 유용한 여행 방법이라는 것을 이번 여행을 통해 깨닫게 되었다. 우리 부부처럼 타이어를 갈아 끼우지도 못하고 심지어 자동차 보닛을 열 줄 모르는 사람도 큰 문제없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자신감만 있으면 누구나 자동차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아무쪼록 이 글이 앞으로 유럽 자동차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고태규 (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한림대학교 컨벤션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고규태 씨는 틈틈이 국내와 세계 곳곳을 떠돌며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있다. 실크로드 문명에 관심이 많아 은퇴 후 일본에서부터 실크로드를 따라 장안과 카쉬가르, 사마르칸트, 이스파한, 바그다드, 이스탄불을 거쳐 이탈리아 로마에 이르기까지 걸어가는 것이 생애 마지막 꿈이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고성 통일전망대부터 해남 땅끝마을까지 혼자 걸으며 장거리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저서로 ‘주말을 이용한 국토종단 도보여행’, ‘부부라면 이렇게 한번 살아봐’, ‘마음으로 하는 여자, 몸으로 하는 남자’ 등이 있다.
la Tomatina 스페인 뷰뇰에서 펼쳐지는 광란.. 2004-08-24
스페인 사람들만큼 축제를 즐기고 사랑하는 민족도 드물다. 거의 대부분의 도시가 매년 한 차례 정도는 퍼레이드와 카니발, 불꽃놀이, 춤 등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벌인다. 가장 일반적인 것은 종교 페스티벌로 성주간에는 지역의 수호성인을 위한 미사와 화려한 행진 등이 나라 전역에서 이뤄진다. 그러나 이 나라의 축제 모두가 종교성을 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페인에는 즐거움과 재미를 위한 축제가 더욱 많다. 스페인 전역에서 매년 10만 가지에 이르는 크고 작은 축제가 펼쳐진다고 하니, 한 마디로 축제의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축제 때가 되면 사람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거리와 광장을 점령하고 열기를 뿜어댄다. 이방인의 눈으로 봤을 때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잘 노는 것’에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암묵적인 룰 안에서 토마토를 던져라 스페인의 수많은 축제 중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재미도 있는 축제가 바로 ‘토마토 전쟁’(la Tomatina)이다. 텔레비전을 통해 우리에게도 익히 알려진 이 축제는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인 부뇰(Bunol)에서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단 2시간 동안만 열린다. 부뇰은 인구가 채 1만 명도 되지 않는 한적한 마을이지만 토마토 전쟁이 열리는 날이면 도시의 모든 기능이 마비된다. 동네 사람들과 전 세계 각 국에서 몰려든 수만 명의 관광객이 어우러져 서로에게 토마토를 던지며 광란에 가까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넘어지고 쓰러지고 뒹굴며 마구 토마토를 던지다 보면 온몸은 어느새 토마토로 뒤범벅이지만 온갖 스트레스는 단박에 사라진다. 토마토 축제의 기원은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친구들끼리 토마토를 던지며 장난을 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는가 하면, 1944년 농민들이 토마토 값이 떨어진 것에 항의하기 위해 마을축제 때 시의회 의원들에게 토마토를 던진 것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이보다는 1945년 마을축제에 참가하고 싶던 한 청년이 무작정 퍼레이드에 끼어 들자 이를 말리던 참가자들과 싸움이 일어났고 마침 인근 야채가게에서 토마토를 집어던진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다. 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너무나 간단하다. 너나 없이 그저 트럭 가득히 실려온 토마토를 마구 던지고 맞으면 된다. 참가자 제한 또한 없다. 축제의 열정과 광기를 즐기려는 사람은 누구나 환영.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해 보이는 축제가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고 군중들을 열광시킨다. 토마토 전투에는 몇 가지 룰이 있다. 먼저 술병을 비롯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는 어떤 종류의 물건도 휴대하면 안 되고, 토마토는 상대에게 던지기 전에 으깨야만 한다. 이렇게 해야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지 않을 뿐 아니라 얼굴을 토마토 범벅으로 만들 수 있다. 남자들은 가능하면 티셔츠를 입지 않는 것이 좋다. 입고 있으면 전투가 시작되기도 전에 흥분한 참가자들이 옷을 찢는 경우가 있다. 간혹 일부 짓궂은 참가자들이 여자들의 옷은 물론 브레지어까지 찢는 경우가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축제의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즉시 던지는 것을 멈춰야 한다. 수십 년이 흐르는 동안 이런 룰이 잘 지켜져 내려와 토마토 축제에는 아직까지 커다란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평화로움, 광란, 그리고 다시 평화 축제가 열리는 당일의 부뇰은 평소의 평화로움을 상실한 채 분주하게 돌아간다. 발렌시아에서 기차를 이용해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부뇰 기차역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기차 안에서부터 들떠 있던 관광객들은 너나할것없이 마을광장으로 발길을 재촉한다. 모두들 토마토의 물결 속으로 아낌없이 뛰어들 심산인지 대부분 반바지에 티셔츠 차림의 간단한 복장들 일색이다. 축제는 보통 아침 11시에 시작되지만 이미 한참 전부터 수만 명이 몰려들어 메인 무대가 되는 마을의 중앙광장과 주변 골목은 발 디딜 틈 없이 꽉 차고 만다. 11시 정각.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면 8월의 뜨거운 태양열을 식히려는 듯 대형 살수차가 다가와 참가자들에게 물을 뿜어댄다. 이 뿐 아니라 지붕에서는 주민들까지 호수나 양동이로 물세례를 퍼붓는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참가자들은 거대한 함성소리와 함께 어떤 상대에게든 웃옷이나 수건, 신발을 벗어 던지기 시작한다. 토마토 던지기의 전초전인 셈이다. 이윽고 탑에서 12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사람들은 “토마테! 토마테!”를 외치며 열광하기 시작한다. 곧이어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이 좁은 골목과 인파를 헤치고 나타나면 본격적인 토마토 전투가 시작된다. 사람들은 너나할것없이 토마토를 주워 던져댄다. 내 편, 네 편의 구분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저 본능적으로 토마토가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던지는, 단순한 반사행위만이 존재할 뿐이다. 넘어지고, 소리치고, 웃으며 난장판을 벌이다보면 어느새 축제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토마토 전투에서 구경꾼이나 카메라를 든 사람은 집중적인 공격을 받게 된다. 눈에 띄었다 싶으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사방에서 토마토가 날아든다. 이쯤 되면 구경꾼도 가만히 맞고만 있을 수는 없다. 토마토, 옷, 신발, 어떤 것이든 손에 잡히는 것이면 뭐든지 집어던지며 축제 속으로 뛰어든다. 토마토 축제가 해가 갈수록 인기를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이처럼 그 자리에 서 있는 모든 사람이 축제의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트럭이 몇 번이나 더 나타나 토마토를 뿌리면 어느새 영원보다 더 길게 느껴지는 한 시간이 지나고 오후 1시 정각에 축제의 종료를 알리는 폭죽이 터지며 흥겨운 난장을 마감하게 된다. 거대한 함성과 토마토의 물결 속에서 모두들 웃고 떠들며 즐기던 짧은 순간의 축제는 이렇게 끝이 난다. 광란의 열기가 휩쓸고 지나간 도시는 완전히 붉은색 일색이다. 창문이고 벽이고, 사방이 토마토 빛으로 염색되어 있다. 거리에는 축제의 잔해들이 그대로 토마토 주스가 되어 흘러 넘친다. 여운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온몸에 토마토를 뒤집어쓴 채, 바닥에 누워 웃고 떠들며 잠시동안 광대가 되어버린다. 머리, 눈, 코, 입 할 것 없이 토마토를 온통 뒤집어쓰고 서로를 보며 히죽히죽 웃는 모습들은 그야말로 가관이다. 세상의 번뇌와 모든 걱정을 잊은 듯한 그들의 표정은 천진난만한 어린이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이런 여운도 잠시, 이내 도시를 일상으로 되돌려놓기 위한 청소가 시작된다. 살수차가 강력한 물줄기를 뿜어내면 수만 톤에 달하는 축제의 잔해는 순식간에 지하 배수관 속으로 빠져들며 모습을 감춘다. 피해를 막기 위해 건물들에 쳐놓았던 비닐과 천을 걷어내면 마을을 뒤덮고 있던 축제의 흔적이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불과 10여 분 전까지만 해도 수만 명이 모여 흥겨운 축제를 즐긴 장소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다. 1년을 책임지는 8월의 단 하루 주민들이 청소를 할 즈음, 머리부터 발끝까지 토마토 반죽이 된 참가자들은 주민들이 뿌려주는 물로 몸을 씻는다. 35℃가 넘는 스페인의 강렬한 여름 햇빛과 땀, 토마토로 범벅이 된 참가자들에게 이들이 뿌려주는 한줄기의 물보라는 시원한 청량음료와 같은 역할을 한다. 거리에서 잔해물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나면 참가자들은 골목 곳곳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축제의 마지막 열기를 만끽한다. 모두들 낯선 얼굴이지만 금방 친구가 되어 마냥 흥겨운 시간을 갖는다. 적과 우군, 승자와 패자의 구분 없이, 단지 축제 그 자체를 만끽한 다음의 해방감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삶은 언제나 고달픈 그림자가 아니다. 치열한 경쟁과 번잡한 세상살이에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1년에 한 번, 힘찬 생명의 숨소리를 불어넣는 토마토 축제는 다시 1년을 버틸 수 있게 하는 희망의 불꽃이다. 한바탕 신명나는 난장판을 벌이고 나면 무거운 세상의 짐도 갑자기 가벼워지고 새로운 힘이 솟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까짓 축제 하나에 야단법석을 떤다고? 토마토 축제의 광기를 단 한 번이라도 느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페인 부뇰에서 보내는 8월의 마지막 수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스페인 토마토 축제 여행정보 ● 항공 : 네덜란드항공(KLM)이나 타이항공(TG)이 암스테르담과 방콕을 경유해 스페인까지 운항한다. 스페인에서는 발렌시아에서 부뇰까지 수시로 기차가 운행된다(1시간 소요). ● 장소 및 방문시기 : 발렌시아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부뇰에서, 매년 8월의 마지막 수요일에 열린다. 토마토 던지기는 12시부터 1시까지 벌어지지만, 실질적인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시작된다. 11시부터 이미 수만 명의 참가자가 모인 가운데 물을 뿌리고 옷과 신발을 던지는데, 이 또한 토마토 던지기 못지않게 재미있다. ● 날씨 : 8월의 스페인은 그야말로 찜통더위다. 한낮의 온도는 35℃를 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밤에도 30℃를 넘는 경우가 많다. 피부와 눈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크림과 선글라스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 주의할 점 : 축제중에는 가능하면 카메라를 소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사방에서 정신 없이 토마토가 날아든다. 만약 카메라를 꼭 지녀야 한다면 비닐로 잘 싸서 보호하도록. 수만 명이 좁은 공간에 몰려 있기 때문에 소매치기도 조심해야 한다.
수리남 남미대륙 속의 작은 네덜란드 2004-08-18
열대 우림에서흘러나오는 강은 바다처럼 넘실댄다. 흔히들 강은 땅과 땅 사이를 가르는 경계가 된다고 한다. 나라와 나라가 강을 두고 마주보면 강은 바로 국경이 되는 것이다. 강의 하류는 경계가 너무나 명확하다. 그러나 넓었던 강이 상류로 올라가면서 수많은 지류를 만나면 강폭은 좁아지다가 어디서부터가 본류이고 어디서부터가 지류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여기서부터 혼란의 불씨는 커져간다. 남미대륙 북단은 왼쪽으로부터 큰 나라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가 자리잡고 오른쪽 끝으로 조그마한 세 나라가 나란히 쪼그리고 앉아있다. 가이야나와 수리남, 기아나다. 도토리 세 개가 브라질이라는 코끼리 머리 위에 앉은 꼴이다. 가운데에 자리잡은 나라 수리남은 왼쪽의 가이야나와 오른쪽에 있는 프랑스령 기아나와 국경 분쟁에 시달린다. 양쪽의 국경이 되는 코란틴 강과 마로니 강이 상류에서 찢어지며 본류와 지류를 구분할 수 없게 되자 제각기 아전인수격으로 자기 땅을 넓히려 목소리를 높인다. 유럽 열강의 침입으로 질곡의 세월 보내 수리남이 걸어온 길을 보면 ‘한 나라의 땅도 사람 사는 집처럼 주인이 이렇게 쉽게 바뀔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 인디오들이 고기잡고 농사짓고 사냥하며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던 이 땅을 유럽인들이 처음 본 것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지 7년 후가 되는 1499년이다. 신대륙 어딘가에 황금으로 뒤덮인 땅, 엘도라도가 숨어있다는 소문이 유럽에 퍼지자 일확천금을 노리는 유럽의 건달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1600년대 초 가장 먼저 이 땅에 정착한 유럽인은 더치(네덜란드인)들이었다. 이들은 정글을 뚫고 강을 건너며 엘도라도를 찾아 헤맸지만 헛수고라는 걸 깨닫고 이 땅에 사탕수수와 코코아, 열대과일 농장을 마련했다. 네덜란드 무뢰한들은 땅만 빼앗은 게 아니라 땅주인인 인디오들을 잡아 노예로 부리기 시작했다. 이 무렵 인디오들은 거의 씨가 마르다시피 했다. 면역력이 전혀 없는 인디오들에게는 유럽인들이 옮긴 감기도 치명적이었다. 여기에 악랄한 유럽 농장주들의 혹사가 더해져 인디오들은 차례차례 쓰러져갔다. 농장이 늘어나면서 노동력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백인들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노예사냥을 시작했다. 대서양을 건너온 건장한 흑인노예들이 농장에 투입되었다. 달콤한 설탕과 고소한 코코아 그리고 메이스 후추 같은 온갖 열대 향신료는 유럽인들의 미각을 미치게 했다. 농장은 더더욱 커지고 노동력의 수요는 계속 늘어만 갔다. 쇠사슬에 묶인 흑인노예들도 계속 들어왔다. 농장주들의 혹사에 견디다 못한 흑인노예들은 농장을 탈출해 몰래 마련해둔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 정글 속으로 들어갔다. 세월이 흐르며 유럽인들은 입맛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귀족들의 가구는 그때까지 오크(참나무)와 단풍나무로 만들어졌지만 수리남 정글에서 베어낸 마호가니와 로즈로 만든 가구의 화려한 색깔과 나무 문양은 오크와 단풍의 목질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이때부터 유럽인들의 벌목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카리브 인디오들이 모여 사는 갈리비 마을 처음엔 네덜란드가 수리남을 지배하다가 네덜란드의 군사력이 약해진 틈을 타 영국과 프랑스가 이 땅을 차지하고 협상에 의해 또다시 수리남은 네덜란드의 식민지가 되었다. 19세기에 들어 아프리카 흑인노예를 들여오기 어렵게 되자 그 당시 네덜란드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많은 노동자들을 끌고 왔다. 1975년 마침내 수리남은 독립했다.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아메리 인디오들은 거의 사라지고 아프리카에서 잡혀왔던 흑인노예의 후손과 인도네시아인들 그리고 인도의 힌두교도들과 무슬림들이 이 땅의 주인이 되었다. 농장을 탈출했던 흑인노예 후손들은 부시네그로라는 이름으로 아직도 정글 속에서 살고 있다. 이 나라 국어는 네덜란드어지만 부시네그로들은 아직도 서부 아프리카 가나어를 쓰고 있다. 독립 후 이 나라는 혼란에 빠진다.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데시는 잔인하게 민주 인사들을 처형하고 부시네그로들을 반정부적이라고 단정해 정글 속의 마을을 불태우며 무자비한 탄압을 계속했다. 온 나라가 내전에 휩싸였다. 나라를 피로 물들이는 소용돌이가 멈춘 것은 겨우 4년 전이다. 피를 뿌렸던 내전이 얼마나 무서웠던지, 이제야 찾아온 평화를 이 나라 사람들은 너무나 소중하게 생각한다. 수도 파라마리보는 이제 중남미에서 밤길을 혼자 걸어도 겁나지 않는 몇 안 되는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도시 전체가 시간이 멈추어 버린 듯 식민지시대 네덜란드풍 목조건물이 그 시절 그대로 남아있다. 파라마리보에서 북쪽 해안선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세 시간쯤 달리면 누런 마로니 강을 마주하며 도로가 끝난다. 강 건너 보이는 타운은 프랑스령 기아나땅 상로랑이다. 이 마로니 강가에서 인디오 청년 조지를 만났다. 유럽인들이 이 땅을 짓밟은 탓에 거의 사라졌던 아메리 인디오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조지를 따라 모터보트를 타고 그의 마을 갈리비로 가는 길은 강 하류로 물살을 가르며 한 시간을 달려야 한다. 카리브 인디오 150여 가구가 모여 사는 갈리비 마을은 조용하게 숲속에 숨어있다. 그들은 모두가 어부들이다. 마로니 강이 대서양으로 빠지는 하구엔 고기떼가 우글거린다. 이 땅의 주인이었던 인디오들은 이제 이 나라에서 소수종족에 불과하다. 그들은 덤덤하게 역사의 수레바퀴가 굴러가는 대로 함께 묻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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