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PARIS MOTOR SHOW - 불황 속에서 희망을 품다(1)
2012-11-20  |   25,393 읽음

‘지금이 미래’(Le futur, Maintenant)라는 슬로건으로 개최된 2012 파리모터쇼는 경제위기에 따른 유럽 자동차업계의 불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남유럽에서 출발한 재정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유로존 핵심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도 경기침체를 피할 수 없는 상황. 이런 분위기는 모터쇼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자동차업계에 불어닥친 경기침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이나 2010년에도 경기불황 속에 많은 메이커들이 파리모터쇼에 불참했고 모터쇼 조직위도 알뜰한 쇼를 기획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세계 금융위기의 심각성이 자동차업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열린 파리모터쇼이지만 그래도 행사장 곳곳에서 꿈틀거리고 있는 희망과 기대를 읽을 수 있었다. 경기 탓에 미래를 보여주는 컨셉트카나 수퍼카의 출품은 줄었지만 완성도를 높인 B·C 세그먼트 소형차가 대거 등장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최근 모터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카가 숨을 고르는 사이 차세대 연료전지 기술이 약진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의 자동차를 말하다
올해 파리모터쇼에는 21개국 270개 브랜드가 참가했다. 이 중 우리가 흔히 아는 양산차 브랜드는 약 37개 정도. 총 9개로 나뉜 전시장은 9만6,000m² 규모로, 크기로만 볼 때는 서울모터쇼의 두 배쯤 된다. 그리 큰 규모는 아니지만 프레스데이 첫날 메이커 컨퍼런스만 45개. 아침부터 저녁까지 15분 간격으로 뛰어다녀도 모든 행사를 다 못 볼 정도였다. 게다가 등록한 기자만 103개국 1만4,000여 명에 이를 정도로 전세계 미디어들의 관심이 대단했다.

모터쇼장 중 가장 큰 제1전시장의 중앙은 당연히 프랑스 브랜드의 차지였다. 푸조와 시트로엥, 르노 등 프랑스 메이커들의 깜짝쇼나 컨셉트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지만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신차를 앞세우는 한편 르망이나 WRC에 출전하고 있는 레이싱 머신과 화려한 영상물로 볼거리를 채웠다. 자국 브랜드 주변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BMW, 미니, 롤스로이스 같은 독일(영국) 브랜드와 페라리, 마세라티, 피아트, 알파로메오 등의 이탈리아 브랜드가 부스를 잡고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외에도 제3전시장에 현대, 쌍용을 비롯해 혼다, 미쓰비시, 스바루가 자리잡았고, 4~5전시장은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토요타 등과 함께 기아가 꽤 큰 규모로 부스를 차려 눈길을 끌었다.

최근 모터쇼의 최대 쟁점은 친환경, 대체에너지 기술이다. 이번 파리모터쇼도 이런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부분의 메이커는 하이브리드와 실용적인 소형차를 전면에 내세웠고,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을 비롯해 전기차(EV), 하이브리드카 외에도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얻는 연료전지차가 대거 출품되었다.

올해 파리모터쇼에서는 월드 프리미어와 컨셉트카를 합쳐 약 100여 대의 신차가 관람객을 맞았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은 모델은 폭스바겐 신형 골프(Volkswagen Golf)와 르노 클리오(Renault Clio). 7세대로 진화한 골프는 차세대 생산전략인 MQB 플랫폼을 기반으로 차체 사이즈를 늘려 넉넉한 실내 공간을 자랑한다. 특히 경량 설계와 파워트레인의 개선으로 연료소모율과 운동성능을 모두 끌어올렸다. 140마력의 1.4 TSI를 비롯해 220마력의 고성능 GTI까지 신형 골프가 폭스바겐 부스를 가득 채웠다.

클리오는 새로운 스타일링과 다양한 편의장비로 유럽 B세그먼트 시장의 태풍을 예고했다. 실내는 색상과 트림의 폭을 넓혔고 디지털 계기판, 통합 멀티미디어 시스템 R-링크 등으로 편의장비를 대폭 보강했다. 3기통 가솔린 터보부터 4기통 디젤까지 다양한 엔진을 얹는 한편 고성능 버전 RS200 터보를 투입해 르노 핫해치의 전통을 잇는다.

시트로엥 DS3 카브리오, 미니 페이스맨, 볼보 V40 크로스컨트리도 파리모터쇼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고성능 스포츠카와 수퍼카가 많이 줄어든 상황이어서 일부 스포츠카들의 존재는 더욱 반가웠다. 페라리는 F12 베를리네타, 458 이탈리아 스파이더를 전시하고 파노라마 루프를 사용한 FF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벤틀리는 컨티넨탈 GT3 컨셉트카를 공개하고 모터스포츠로의 귀환을 선언했다. 포르쉐 911 카레라 4&4S를 비롯해 람보르기니 뉴 LP560-4 등도 멋진 자태를 뽐냈다.
많지는 않았지만 컨셉트카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아우디 크로스레인 쿠페, 메르세데스 벤츠 B클래스 EV, BMW 액티브 투어러, 맥라렌 P1 등 친환경 혹은 수퍼카 컨셉트들이 볼거리를 선사했다.

반면 불과 5개월 전 북경모터쇼를 통해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던 중국 완성차업체들은 파리모터쇼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 중국차 브랜드의 인지도는 전무한 상황. 현재 상태에서 유럽의 모터쇼가 중국차의 판매나 마케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때문일까. 중국차가 예전에 비해 품질이 좋아졌다곤 해도 여전히 중국 내수 시장과 일부 동남아에서나 활약하고 있을 뿐 유럽에서는 전혀 발을 붙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차, 유럽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다
내수판매 부진으로 위기에 몰린 프랑스 메이커의 위축은 한국과 일본, 독일 같은 수입 브랜드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매일 저녁 TV에서 현대·기아, 토요타의 광고가 연이어 나오는가 하면 폭스바겐,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도 신모델 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2012 파리모터쇼에서는 한국 자동차 메이커의 공세가 대단했다. 현대는 파리모터쇼에서 i30 3도어와 투싼 ix35 수소연료전지차(FCEV) 양산형 모델을 선보였고, 기아는 신형 프로씨드와 카렌스 후속 등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다운사이징과 저탄소 친환경이라는 자동차 시장의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모델들이 중심이 됐다.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해 현대는 월드컵과 유럽컵 대회의 후원뿐 아니라 i20 랠리카를 만들어 향후 월드랠리챔피언십(WRC)에 참가한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쌍용도 유럽 시장 라인업 확대를 위해 기존 코란도C와 함께 유럽에 최초로 렉스턴 W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소형 가솔린 엔진으로 자가충전을 해 짧은 주행거리와 충전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개발된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 컨셉트카 e-XIV도 출품했다. e-XIV는 최대출력 80kW의 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의 조합으로 최고시속 80km, 최대 600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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