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드 전략이 낳은 수작 - FORD ESCAPE
2012-11-20  |   66,718 읽음

요즘 포드코리아의 행보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공격적인 SNS 마케팅과 TV CF를 선보이는가 하면 전례 없는 파격적인 시승행사로 달라진 포드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미디어 시승행사보다는 영업소에서 차를 조금 더 할인해 팔고 홈쇼핑 한 번 더 나가면 된다던 예전 분위기와는 딴판이다. 기자들을 초청해 마음껏 차를 타보라는 자신감 뒤에는 바로 경쟁력 있는 최신 포드차들이 있다.

유럽 포드의 쿠가와 형제차
신형 이스케이프는 포드의 ‘원포드 전략’에 따른 산물이다. 이 새로운 전략은 전세계적으로 흩어져 있는 포드의 자원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과 유럽, 기타 지역을 각각의 차로 공략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플랫폼을 활용함으로써 중복투자를 막고 생산능력을 최적화하는 것을 포함한다. 즉, 예전에는 북미용과 유럽용 차를 따로 만들었지만 이젠 같은 차로 공략하겠다는 것이다. 개발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어 보다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시장에 따른 선호도가 달라 예전에는 쉽사리 성공을 보장할 수 없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이젠 유럽형 차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보편화되어 새로운 전략의 성공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러한 원포드 전략의 산물로 태어난 신형 이스케이프는 유럽의 인기 SUV인 쿠가(Kuga)와 사실상 같은 차다. 10여 년 전 초대 이스케이프가 출시될 때만 해도 북미는 세계 시장과는 좀 달랐다. 첫 이스케이프는 마쓰다 트리뷰트와 같은 CD2 플랫폼을 사용했지만 철저히 북미 시장에 맞춰 개발되어 마치 ‘작은 익스플로러’ 같았다.

어쨌든 이러한 이스케이프는 2001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형 SUV이며, 2002년 한국에 상륙해 잠깐 베스트셀링 수입 SUV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스케이프는 독자적인 매력보다는 모든 면에서 형님 익스플로러보다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 강했다. 초대 이스케이프의 유럽판인 포드 매버릭은 미국에서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으며, 미국적인 색채가 강했던 2세대 이스케이프 역시 유럽인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러나 원포드 전략에 따라 C1이라는 단일 플랫폼을 이용한 신형 이스케이프는 상황이 다르다. C1 플랫폼은 이스케이프와 쿠가뿐 아니라 포커스와 C-맥스 등 다양한 차에 사용되고 있는 유럽 포드의 대표 플랫폼으로,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세단과 SUV 등으로 손쉽게 확장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C1 플랫폼을 활용해 태어난 신형 이스케이프의 모습이 처음 소개된 것은 2006년 파리모터쇼의 이오시스(Iosis) X 컨셉트를 통해서다. 이 차는 이듬해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실물로 선보였으며 2008년 포드 쿠가(Kuga)란 이름으로 정식 판매를 시작했다. 포드의 최신 키네틱 디자인으로 다듬은 쿠가는 유럽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으며, 이후 가장 경쟁력 있는 소형 SUV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이전의 이스케이프와는 차원 달라
쿠가를 바탕으로 한 신형 이스케이프는 키네틱 디자인으로 다듬은 매끈한 스타일링이 매력적이다. 투박했던 구형 이스케이프의 잔재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개발 컨셉트는 전형적인 SUV였던 미국 이스케이프의 장점(예를 들어 높은 시야와 실용성)에 유럽 포드 쿠가의 다이내믹함과 뛰어난 핸들링을 조합하는 것. 즉, 미국의 실용성에 유럽의 감성을 더한 게 지금의 이스케이프다.

신형 이스케이프는 디자인만 매력적으로 바뀐 게 아니다. 엔진 다운사이징의 대명사로 통하는 포드의 에코부스트 유닛을 채용했다. 즉, 배기량을 낮추면서도 직분사와 터보를 더해 예전의 높은 배기량과 다름없는, 그리고 때로는 더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을 얹어 연비와 친환경성을 모두 끌어올렸다. 에코부스트 엔진의 성능은 먼저 선보인 익스플로러를 통해 충분히 경험한 바 있는데 처음에는 덩치 큰 익스플로러를 2.0L 엔진이 감당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충분하고도 남는 힘에 깜짝 놀랐었다.
신형 이스케이프는 1.6L 직분사 터보 180마력과 2.0L 직분사 터보 243마력의 두 가지 에코부스트 엔진을 얹는다. 시승회 때 경험한 1.6 모델은 꼭 필요한 만큼의 적당한 힘을 냈다. 쭉 뻗은 직선로나 긴 오르막에서 가속할 때는 살짝 출력이 아쉬울 때도 있었지만 일반적인 주행환경에서는 무리가 없었다. 반면 2.0 모델은 꽤 파워풀한 주행이 가능했다. 터보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243마력의 출력은 소형 SUV를 끌기에 분명 넘치는 힘이다.

국내 판매 모델은 1.6이든 2.0이든 매우 똑똑한 네바퀴굴림(AWD)과 조합된다. 기본적으로 앞바퀴를 굴리지만 휠 스피드와 가속 페달의 위치, 스티어링 휠 각도 등 총 25가지의 외부 신호와 운전자의 의도를 파악해 전자 클러치를 통해 뒷바퀴에 적절한 구동력을 보낸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구동력 배분 상황을 실내의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파악할 수 있다는 것. 운전자가 놓친 노면 상황에 따른 구동력의 변화를 그래픽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AWD 하나만으로도 앞바퀴 혹은 뒷바퀴만 굴리는 SUV에 비해 훨씬 안정적인 거동을 끌어낼 수 있는데, 이스케이프는 그것도 모자라 빠른 속도로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안전하게 낮춰주는 ‘커브 컨트롤’, 회전시 가속을 조절해 안정적인 코너링을 도와주는 ‘토크 백터링 컨트롤’ 등의 안전장비를 기본으로 갖췄다. 비교적 고급차에 달리는 두 장비가 SUV에 장착된 것은 이스케이프가 처음. 덕분에 제법 다이내믹한 핸들링을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다. 덩치 큰 SUV를 줄여놓은 듯했던 구형 이스케이프와는 전혀 다른 몸놀림이다.

이밖에도 신형 이스케이프는 최근 포드 TV CF에 소개된 것처럼 평형주차를 도와주는 ‘액티브 파크 어시스트’를 비롯해 키를 소지한 상태에서 뒤 범퍼 중간 아랫부분을 가볍게 차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핸즈프리 리프트 게이트’ 등 다양한 편의장비를 갖추고 있다. 앞좌석 양쪽에 작은 우산 보관함(거의 3단 우산만 들어갈 만한 크기)과 1L 물병도 들어가는 센터콘솔, 2열 바닥 보관함 등 미국 SUV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수납공간도 갖췄다. 또한 뒷좌석 등받이의 각도 조절은 물론 뒷좌석 전용 송풍구와 220V 전원 소켓 및 USB 커넥터, 커다란 듀얼 선루프 등 레저의 동반자로 손색없는 다양한 장비를 품고 있다.

요즘 새로운 수입차들이 그렇듯 신형 이스케이프의 가격 또한 공격적이어서 1.6의 경우 3,230만원에서 출발한다. 2.0이나 고급 트림을 선택하면 값이 더 올라가지만 유럽산 SUV와 다름없는 이스케이프를 일본제 SUV 못지않은 값으로 살 수 있는 셈. 쿠가와 달리 디젤 엔진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콤팩트 가솔린 SUV 시장에서는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합작, 그리고 원포드 전략으로 도약한 포드가 자신 있게 내놓은 신형 이스케이프. 한국 수입차 시장에 또 하나의 매력적인 SUV가 추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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