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친화적 스피드 삼총사 - Onyx concepts
2012-11-20  |   11,564 읽음

수퍼카 컨셉트는 모터쇼에서 사람들을 끌어모으기에 더없이 좋은 미끼다. 환상적인 스타일링과 고성능은 모든 자동차 매니아들이 꿈꾸는 드림카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차가 실제로 도로 위를 달리게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포르쉐나 페라리 같은 스포츠카 브랜드라면 모르겠지만 대중차 메이커는 수익을 장담할 수 없는 수퍼카 제작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 없기 때문. 시트로엥이 일본 폴리포니와 손잡고 개발한 GT 바이 시트로엥(게임 그란투리스모5에 등장하기도 했다)도 6대를 수제작으로 생산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중단되고 말았다.

푸조 수퍼 컨셉트 최신작 디젤 하이브리드
양산 직전까지 갔던 시트로엥과 달리 푸조는 이렇다 할 움직임조차 없었다. 80년대 퀘이사, 프록시마, 옥시아 그리고 21세기 들어 907과 908HY 등 고성능 컨셉트카를 꾸준히 선보여온 푸조로서는 조금 의외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컨셉트카들과 WRC에서의 혁혁한 전과를 생각해 보면 퍼포먼스에 대한 푸조의 집념과 노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리모터쇼를 빛냈던 컨셉트카 중 본고장 프랑스 메이커의 작품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는 최근 매출이 급감한 프랑스 메이커들의 어려운 현실을 보여주는 증거다. 그나마 화려한 외모와 고성능을 보여준 푸조 오닉스 덕분에 약간이나마 체면치레가 가능했다.

오닉스는 80~90년대 화려했던 푸조 수퍼카 컨셉트의 계보를 잇는 모델로서 매력적인 자태와 고성능 하이브리드 구동계가 화제를 모았다. 첨단 카본 모노코크와 구리를 사용한 독특한 색깔조합도 특이했지만 무엇보다 르망 도전의 꿈을 접어야 했던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은 것이 돋보였다. 아울러 그 디자인을 모티브로 한 하이브리드 3륜 스쿠터와 로드 바이크를 시리즈로 선보여 부스를 알차게 꾸몄다.

미드십에 얹은 파워트레인은 사실상 푸조가 2012년 르망을 위해 준비했던 디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다. 2011년형 908에 얹었던 V8 3.7L 직분사 디젤 터보 600마력 엔진으로 뒷바퀴를 굴리고, 앞에는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동되는 모터를 얹어 80마력의 추가 마력을 더한다. 하지만 푸조는 경영위기를 이유로 2011년 이후 르망 출전을 포기했고, 결국 창고신세가 되었다.
푸조는 쓸모없어진 레이싱카 파워트레인을 끄집어내 이 멋진 컨셉트카의 심장으로 삼았다. 정교한 직분사 디젤 엔진과 모터를 짝지은 HYbrid4 시스템은 적은 연료로 큰 성능을 뽑아낸다. 미래형 고성능차의 심장으로 손색없는 선택이다. KERS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발전된 전기를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해 필요할 때 모터에 힘을 보탠다. 모터가 작동할 때에는 네바퀴굴림이 되기 때문에 미끄러운 노면에서도 안정적으로 가속할 수 있다.

초경량 카본 모노코크와 신소재들
차체 무게가 1,100kg에 불과한 것은 카본 콤포지트를 사용한 덕분. 레이싱카에서 많이 사용되는 카본 콤포지트는 가볍고 강성이 뛰어나 효율을 중시하는 미래형 자동차 소재로 적합하다. 다만 대량생산이 어렵고 값이 비싸 양산차에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BMW를 필두로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므로 머지않아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오닉스의 경우 배스터브가 아니라 필러와 루프까지 모두 카본으로 만든 카본 모노코크 형태. 12개의 파트를 조립해 완성되는 이 모노코크의 무게는 100kg에 불과하다. 입체적인 글라스 루프와 윈도는 강화유리 대신 PMMA(폴리메틸 메타크릴산)라 불리는 투명수지를 사용했는데, 가볍고 투명하며 성형이 용이해 항공기 캐노피나 수족관, 시계 유리 등에 애용되는 소재다.

날렵한 보디는 공기저항계수 0.30에 불과하며 바닥도 평평하게 만들어 공기의 흐름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붕은 RCZ처럼 더블 버블 형태. 도어와 프론트 펜더 부분을 구리로 만들어 묘한 색감을 얻어냈다. 카본 패널에 무광 도색을 한 나머지 부분과 대비를 이루어 개성적인 외모를 이룬다.

캐노피 뒤 엔진룸 위에는 독특한 물결무늬의 열기 배출구를 설치했고, 차체 뒷부분에는 본격적인 형태의 디퓨저도 달았다. 아울러 납작한 형태의 배기관 6개가 디퓨저 바로 위에 하늘을 향해 자리잡고 있다. 배기압을 이용해 차체 뒷부분의 와류를 줄이고 추가 다운포스도 챙기는 이런 구조는 F1의 블로운 디퓨저를 연상시킨다.
캐빈룸은 시트가 일체식으로 제작되어 마치 포뮬러카를 보는 듯하다. 카본 소재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 반면 전체적으로 천연소재인 펠트를 덮어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울과 섬유를 사용해 만든 펠트 소재는 재활용이 간편할 뿐 아니라 단열성이 우수하다. 이밖에도 신문지를 재활용한 우드트림 ‘뉴스페이퍼 우드’ 등 미래 자동차를 위한 친환경 소재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F1 머신을 닮은 사각형 스티어링에 트립미터와 시프트 인디케이터 등을 표시하는 한편 인스트루먼트 패널도 압축된 공간에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담고자 했다. 동반석 앞 대시보드에 아이패드를 수납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푸조는 오닉스 컨셉트를 만들면서 바이크와 사이클을 함께 개발했다. 바퀴 세 개짜리 CLM(Contre La Montre) 타임트라이얼 바이크와 투르 드 프랑스(프랑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로드 바이크 대회)를 겨냥한 경주용 사이클 모두 오닉스와 같은 카본 파이버 소재를 사용했으며 검은색에 구리를 조화시켜 이미지를 통일했다.

오닉스 컨셉트 스쿠터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구동계를 가진 3륜 스쿠터. 400cc 엔진과 전기모터를 사용해 200/50 R17 사이즈의 고성능 타이어를 구동하는데, 45kW(61마력)의 시스템 출력으로 최고시속 150km를 낼 수 있다. 최대토크는 5.9kg·m. 1L의 연료로 무려 50km를 달릴 뿐 아니라 전기의 힘만으로 30km를 달리고, 한번 주유로 500km까지 달릴 수 있다.

이 스쿠터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 있는데 바로 가변식 드라이빙 모드다. 자동차에서 스포츠 모드는 지상고가 낮아지거나 윙이 솟아오르고 구동계 세팅이 달라지지만 오닉스 컨셉트 스쿠터는 라이더의 자세를 변화시킨다. 스포츠 모드에서 상체가 앞으로, 발 위치는 뒤로 밀려나 라이더는 차체에 바싹 누운 자세가 된다. 당연히 공기저항이 줄어들고 무게중심도 낮아진다. 반면 어번 모드에서는 자세가 높아져 편안한 투어링이 가능하다.  

함께 등장한 컨셉트 바이크 역시 블랙/코퍼 색깔에 미래적인 공력 설계로 눈길을 끌었다. 공기저항을 최소화한 납작한 스포크와 도넛 형태의 휠 등 신선한 아이디어가 가득하다. 케이블과 브레이크, 배터리 역시 내장식으로 설계해 공기저항을 줄였고, 타원형의 페달은 힘 전달에 유리하다. 사이클 프로덕트 매니저 산드린 부비에는 아름답고도 성능이 뛰어난 컨셉트 바이크에 대해 ‘투르 드 프랑스에 최적인 바이크’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세 대의 오닉스는 디자인의 통일성과 함께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고의 스피드를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이를 위해 가볍고 단단한 카본 복합소재로 뼈대를 만들고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공기역학적 디자인과 하이브리드 구동계(혹은 인력)를 선택했다. 화석연료가 고갈되어도 스피드를 향한 사람들의 집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오닉스 컨셉트 삼총사는 바로 그런 미래를 향한 푸조 나름의 답안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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