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퍼카 대전의 도화선 ( P1 )
2012-11-20  |   39,082 읽음

스포츠카의 절대지존 페라리. 그 라이벌 역할은 역사적으로 람보르기니의 몫이었다. 그러다 80년대 포르쉐가 4WD 수퍼카 959를 선보이며 삼각체제를 구축했다. 이후 최고속 양산차 자리를 겨누는 수퍼카 대전은 80년대 후반부터 다양한 모델들이 쏟아지며 더욱 복잡하고 미묘한 양상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던 중 기존의 강호들을 송두리째 뒤흔들 엄청난 거물이 등장했으니 바로 1992년 등장한 맥라렌 F1이었다. 한동안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잡고 수퍼카를 제작하던 맥라렌은 10여 년 전 독자 브랜드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 최신작이자 새로운 기함 P1이 파리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었다.

걸작 맥라렌 F1의 혈통을 잇다
BMW M의 12기통 엔진을 미드십에 얹고 최신 레이싱 기술을 구사해 완성된 맥라렌 F1은 핸들링과 최고속 등 퍼포먼스는 물론 화제성에서도 기존 강호들 못지않았다. 자동차 메이커로서 역사는 짧았지만 현역 F1 드라이버와 개발진이 완성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92년부터 98년까지 F1을 106대 생산한 맥라렌은 메르세데스 벤츠와 손잡고 SLR 개발을 주도했다. 영국팀과 독일 브랜드의 합작이라 ‘앵글로-저먼 GT’로 불렸던 SLR은 FR의 고전적 레이아웃과 SL의 전통인 걸윙 도어를 갖춘 모델이었다. 메르세데스 벤츠와의 합작은 이 모델을 마지막으로 끝나고 말았는데(우연인지 필연인지 메르세데스 벤츠는 브라운 GP를 사들여 F1 무대에서 맥라렌의 새로운 라이벌이 되었다) SLR 단종 후 2011년, SLR 맥라렌 에디션이라는 특별 한정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시 혼자가 된 맥라렌 오토모티브는 새로운 모델 MP4-12C를 선보이며 스포츠카 브랜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09년 렌더링을 공개한 이 차는 2011년 실물이 세상에 등장했다. 고든 머레이가 설계를 담당했던 전작 F1이 독특한 3인승 레이아웃이었던것과 달리 MP4-12C는 전통적인 2인승의 미드십 구성. 개발 담당은 현역 F1 엔지니어인 프랭크 스테펜슨이었다.
MP4-12C는 뛰어난 모델이지만 다양한 라인업의 페라리를 상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포르쉐 911과 경쟁할 염가형 모델(P13)과 전작 F1의 뒤를 이을 새로운 플래그십 수퍼카(P12)를 만들기로 했다. 그 결과물이 파리모터쇼에서 베일을 벗은 맥라렌 P1. 엔초 페라리의 후속작, 포르쉐 918과 자웅을 겨룰 신세대 수퍼 스포츠카다.

“P1은 우리의 도로용차 50년 역사의 집대성이다. 20년 전 우리는 맥라렌 F1으로 수퍼카의 기준을 새롭게 썼으며 맥라렌 P1을 통해 그 기준을 새롭게 고쳐 쓸 것이다.” 맥라렌 오토모티브의 회장 론 데니스의 말이다.
맥라렌 P1의 엔진 스펙과 성능에 관해서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MP4-12C의 V8 3.8L 트윈 터보 엔진을 바탕으로 F1의 KERS 같은 모터 어시스트 시스템이 더해질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시스템 출력 900마력으로 부가티 베이론이나 엔초 페라리 후속, 포르쉐 918 등에 버금가는 고성능과 친환경 성능을 손에 넣을 예정. 

최신 레이싱 기술을 양산차에 투입
공력설계와 카본 모노셀은 맥라렌의 특기 중 하나인데, F1에서는 1년이 멀다하고 강화되는 규정 때문에 한 조각의 바람이라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양산 스포츠카라면 이런 기술을 보다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공기저항계수는 0.34.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기의 흐름보다는 그 흐름을 만들어내는 보디의 형태가 더욱 눈길을 끈다. 짧은 노즈와 앞으로 바짝 당겨진 운전석은 미드십 쿠페의 전형적인 형태지만 최대한 낮춘 차체를 따라 파도치듯 굽어진 펜더 라인은 르망 경주차를 연상시킨다. 전투기 캐노피처럼 최소화시킨 그린하우스와 극단적으로 낮은 리어 데크는 차체 뒤쪽으로 보다 많은 공기를 보낸다. 이는 리어 윙의 효과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차체 뒷부분에서 생겨나기 쉬운 와류를 최소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치프 디자이너 댄-페리 윌리엄즈와 디자인 디렉터 프랭크 스테펜슨은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대립하면서 지극히 기능적이면서 보기에도 멋진 P1의 익스테리어를 완성했다.

맥라렌 레이싱에서 맥라렌 오토모티브로 자리를 옮긴 사이먼 레이시가 공기역학을 담당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모든 보디 패널과 에어 인테이크는 최적의 효율과 냉각을 위해 디자인되었다고. 최고속에서 P1의 다운포스 600kg은 기존 MP4-12C의 5배에 달하며 순수 레이싱카에 육박하는 수치다. 맥라렌은 이를 위해 F1 머신에 준하는 수준의 CFD(Computational Fluid Dynamics)와 윈드터널을 활용해 디자인을 완성했다.

P1의 공기역학적 성능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존재가 바로 가동식 리어 윙이다. 서킷에서는 무려 300mm까지 높일 수 있고(일반도로에서는 120mm) 각도까지 조절되는 이 시스템은 최신 F1의 기술과 소프트웨어가 활용되었다. F1에서의 DRS는 단순히 정해진 구간에서 뜨거운 추월전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P1의 가동식 윙은 보다 다양한 상황에서 작동한다. 프론트 오버행 바닥부분에도 가동식 플랩을 갖추고 있어 공기의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뿐 아니라 급제동시에는 리어 윙이 기울어지며 에어 브레이크로 변신한다. 아울러 평평한 언더패널과 본격적 형태의 리어 디퓨저 디자인이 그라운드 이팩트 효과를 통해 자연스러운 다운포스를 만들어낸다.

호주 출신 드라이버 부르스 맥라렌이 창설한 맥라렌은 F1에서 활동 중인 명문 팀. 오늘날은 론 데니스가 이끌고 있으며 F1 활동은 물론 양산 스포츠카 시장까지 넘보는 자동차 그룹이 되었다. 그 새로운 기함이 될 P1은 실로 만만치 않은 라이벌들을 상대해야 한다. F1에서 맥라렌의 명성이 높다지만 양산 스포츠카 분야에서 페라리, 포르쉐, 람보르기니의 벽은 높기만 하다. 

차세대 수퍼카 대전의 대권을 노리다
상세한 스펙을 공개하지 않는 대신 프로그램 매니저인 폴 맥켄지는 톤당 마력이 600마력을 넘을 것이라 공언했다. 또한 고속뿐 아니라 저속에서도 높은 다운포스를 발휘하도록 설계함으로써 달리는 즐거움과 함께 전반적인 컨트롤에서 드라이버의 필링을 중시했다고 설명한다. P1은 서킷 주행 머신이 아닌 양산 스포츠카이기 때문이다.
MP4-12C나 P1은 F1팀 맥라렌이 한때의 호기로 완성시킨 실험적인 모델이 아니다. 맥라렌 오토모티브를 설립해 종합 자동차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는 맥라렌의 야심찬 기함이다. 비록 넘어야 할 벽이 높기는 하지만 F1에서 걸어왔던 그들의 발자취를 보았을 때 불가능해보이지도 않는다. 게다가 그 능력은 이미 1992년 희대의 수퍼카 F1을 통해 충분히 증명해 보였다.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