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아름다운 도시, 코펜하겐
2020-08-19  |   24,900 읽음

여름이 아름다운 도시,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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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의 실내 모습(Exhibition_Hall_Louisiana_Poul Buchard)


VON VOYAGE.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말로 “좋은 여행 되세요”라고 번역된다. 편하고 넓은 좌석에 앉기 위해 비싼 티켓을 끊는다. 비행기를 타면 편히 않는다 해도 내내 좌석에 앉아 있어야만 하는 답답하고 불편함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부터 힘이 쭉 빠진다. 이웃나라는 채 1시간이 안 걸리지만, 지구 반대편 남미라면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린다. 이제는 눈으로 여행을 떠나자. 글을 읽고, 사진을 보며 내가 원하는 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자동차생활>만 펼치면 된다. Time, Place, Occasion. T.P.O. Carlife! 첫 여행지는 여름에 여행하기 좋은 나라, 덴마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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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을 찾은 어린이들이 선생님과 함께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_ⓒUlrik Jantzen)


인천공항에서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가는 길에 몸이 편하지는 않았다. 우선 직항이 없다. 최소 1번, 많게는 3번까지 경유해야 한다. 그럼에도 덴마크를 나의 첫 여행지로 선택한 건, 몇몇 소소한 이유가 있다. 영화 배경으로 나온 모습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덴마크는 과연 어떤 나라일지 가보고 싶었다. 검색을 하다 보니 때마침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8월에 덴마크는 여행하기 가장 좋은 시기라고 한다.

사전 정보를 얻고자 검색하니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서 손쉽게 접하는 것들이 덴마크와 관련되어 있다. 우선 덴마크의 국화(國花)는 토끼풀, 클로버다. 흔히 우리가 네 잎 클로버는 행운을,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준다고 들은 그 클로버가 덴마크의 국화라니 신기하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레고를 손꼽을수 있다. 목수였던 창립자가 나무 장난감을 만들어 팔다가 인기를 끌어 사업을 확장하고 레고(LEGO)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레고는 라틴어로 ‘나는 모은다’, ‘나는 조립한다’ 등의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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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이 바다에 둘러싸인 스케인은 오랜 시간 예술가들이 머물며 작품 활동을 한 예술의 마을이다.

푸른 들녁과 함께 옹기종기 모인 붉은 지붕이 아름답다(Skagen ⓒMette Johnsen)


덴마크를 간다면, 떠나라. 여.름.에!

6월~8월의 덴마크는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고 선호하는 시기다. 이유는 날씨 때문. 6월 하지가 지나면 본격적으로 해가 길어진다. 거의 모든 덴마크인은 날씨가 좋으면 무조건 밖에서 지내기 때문에 아파트가 대부분인 한국인들에게는 생소하고 볼거리가 되나 보다. 특히 덴마크의 8월은 덥지도 습하지도 않아 많은 이들이 여름에 찾는다.

“Velkommen. dejligt at møde dig. Dette er Danmark.”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여기는 덴마크입니다.”

17시간에 달하는 긴 여정을 끝으로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 있는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했다. 스마트폰 번역기를 써 가며, 대학교 때교양수업으로 배웠던 어눌한 덴마크어로 간단한 인사 정도는 할수 있었다.

“Hej. Jeg er fra Korea.”

“안녕하세요. 대한민국에서 왔습니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입국 절차를 마치고 덴마크 땅에 두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덴마크 북단에 위치한 스케인(Skagen, 스카겐)으로 향했다. 코펜하겐 공항에서 스케인까지는 자동차로 무려 4시간 50분이나 걸린다. 직선거리는 420km이지만 바다를 건너야 해서 페리로 갈아타야 한다. 자동차로 쭉 가려면 남부로 내려가서 돌아가야 해서 거리는 100km 정도 늘어난다. 이동간 편의를 위해 공항에서 렌터카를 빌렸다. 4박 5일간의 짧은 시간 나의 발이 되어줄 녀석이다. 덴마크는 녹색국가인 만큼, 주유소보다 전기차 충전소가 더 많다. 덴마크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립하는 업체는 클레버(CLEVER), 이온(E.ON), 테슬라(TESLA), 클린차지(CLEANCHARGE) 등 4곳이다. 나 역시 친환경 흐름에 맞추고자 전기차로 빌렸다.

스케인은 덴마크 저트랜드(Jutland)섬의 가장 북쪽에 자리한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그레넨 해변(Grenen Beach)은 덴마크 영토의 최북단으로 북서쪽의 스카게라트 해협과 북동쪽의 카테가트 해협이 만나는 접점. 서로 다른 두 바다의 파도가 서로 힘자랑이라도 하듯 하얀 포말을 만들어내며 장관을 이룬다. 그멋진 광경을 보기 위해 언제나 많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스케인의 한 호텔에 짐을 풀고 여권과 사진기, 주변 지도, 지갑과 스마트폰만 들고 숙소를 나섰다. 다행히 비행기 시간을 잘 잡아서 숙소에 도착해 간단하게 정리하고 나오니 아직 해가 중천이다.

첫날은 4시간 정도 둘러볼 여유가 생길 듯하다.

이곳 스케인은 18세기 예술가들의 집단 거주 구역이기도 하다.

덴마크의 대표적인 화가로는 마리 크뢰위에르(Marie Krøyer)가 있는데, 그녀가 그린 작품으로 <옆집 방에 주철 오븐과 물레가 있는 장밋빛 인테리어>, <Stillife>, <Montmartre> 등이 유명하다.

그에 따라 그녀의 작품이 전시된 스케인 미술관*도 관광지로 유명하다고 안내원은 소개했다. 이곳 스케인에 숙소를 정한 것도 이런 이유들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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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유일한 자동차 브랜드이자 스포츠카 브랜드인 젠보의 하이퍼카 TS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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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기울여 다운포스를 조절하는 독특한 리어윙을 갖추고 있다


덴마크, 하나뿐인 자동차 브랜드 젠보

덴마크는 전통적으로 디자인과 건축 분야에서는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 중 하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다. 덴마크 코펜하겐 출신의 요른 우츠온(Jørn Utzon)이 설계했다. 덴마크의 가구 제품은 특유의 심플함과 좋은 품질, 장인정신으로 전 세계에 잘알려져 있다.

반면 자동차 산업에서만큼은 강국이라고 할 수 없다. 이는국가적인 특징에서도 볼 수 있겠다. 덴마크는 ‘녹색 국가’라는 자부심이 있다. 친환경, 지속 가능한 신기술과 솔루션을 꾸준히 개발했으며, 현재 덴마크 에너지의 40% 이상은 풍력 발전과 같은 재생에너지로 공급되고 있다(2017년 기준).

덴마크에도 자동차 브랜드가 있다. 젠보(Zenvo)라는 수제 스포츠카 브랜드다. 2004년 트롤 볼러(Troels Vollertsen)가 설립했으며, 젠보라는 이름은 볼러(Vollertsen)의 앞글자 2자, 뒷글자 3자를 합쳐 만들어졌다. 젠보 본사는 코펜하겐 공항에서 숙소인 스케인으로 가는 길목, 셸란 섬의 남쪽에 자리하고 있다.

젠보의 모델은 ST1과 TS1의 두 가지다. ST1은 GM LS7 V8 7.0L 터보&수퍼차저 엔진이 최고출력 1,163마력, 최대 토크 112.2kg·m를 내 0→시속 100km 가속 3초의 성능을 낸다.

2008년에 프로토타입을 처음 선보였고, 2009년에 15대 한정으로 생산을 시작했다.

TS1은 ST1의 단점을 보완한 모델로 2016년 제네바 모터쇼에 첫번째 모델을 출시했으며, ST1과 마찬가지로 15대만 생산한다.

젠보의 이러한 방침은 세계에서 가장 보기 드문 자동차라는 개념을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현재 젠보는 TSR-S, TSR, TS1 GT의 3가지 모델을 생산하며, 1년에 최대 5대의 자동차를 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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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보의 로고는 노르웨이신화에서도 언급된 토르의 망치로 강력한 공생 창조물의 상징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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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 · E 
· N · V · O 알파벳에서는 1년에 최대 5대의 자동차를 제작하는 젠보의 장인정신이 엿보인다


덴마크, 자동차 시장의 포커스는 전기차

덴마크의 인구는 580만 명 정도(2020 통계청)다. 그리고 2018년 기준 덴마크의 신규 승용차 등록대수는 21만 8500대, 전기자동차 판매량은 2018년에 1,545대였다. 덴마크 의회와 정당은 교통 분야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감소에는 전기차 보급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해 단계적으로 순수 내연기관을 퇴출시키고 2030년까지 전기·하이브리드 자동차 100만대를 보급하기로 하는 환경대책을 발표했다. 전기자동차를 신규 구매하면 40만 덴마크 크로네(한화 7,270만원)까지 등록세를 100% 감면하고, 초과된 금액에 대해서만 20%를 부과한다고 한다. 반대로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의 신차 등록세는 자동차 금액의 150%로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덴마크는 전기자동차 사용자를 위한 공공 주차장 사용료가 무료이며, 전기차 충전소 설치를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코펜하겐 공항에서는 현재 전기차를 위한 6개의 직영 주차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각 주차장에는 2개의 충전 소켓(220V, 400V)을 설치, 무료 충전을 제공한다.


덴마크, 자동차보다는 자전거가 왕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 친화적인 나라가 바로 덴마크다. 수도 코펜하겐에서 교통수단의 80%는 자동차가 아닌 자전거다. 도시 곳곳에 자전거 도로와 신호등이 별도로 갖춰져 있으며,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자동차보다 자전거가 많이 보인다. 그만큼 덴마크에서는 자전거 교통신호를 잘 지켜야 한다. 코펜하겐은 자전거가 많은 만큼 자전거 사고가 자주 발생한다. 출퇴근길에는 자전거를 이용하든 아니든 코펜하겐 사람들은 매우 예민하게 상대방을 대하기에 주의하는 것도 잊지 않아야 한다. 실제로 코펜하겐 시민의 60% 이상은 매일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출근한다.

전국적으로 자전거 전용 도로도 잘 정비돼 있으며 전용 주차장도 마련돼 있었다. 특히 자전거 도로는 너무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어 머무는 내내 감탄하게 된다. 그러고 보니, 자전거도 ‘주차장’이라고 부르나?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우리나라 역시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약칭 :

자전거법)>이 2018년 3월부터 시행되고 있었다. ‘이 법은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과 편의를 도모하고 자전거 이용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한다고 1장 1조에 쓰여 있다.

환경보호 뿐 아니라 자전거가 쉽고 편한 이동수단이라는 것은 덴마크 국민들의 머릿속에 어릴 때부터 인식돼 있는 듯했다.

자전거가 주된 이동수단인 만큼 코펜하겐에는 자전거를 렌트해주는 회사도 많다. ‘코펜하겐 자전거’를 이용하면 혼자서 코펜하겐을 돌아다닐 수도 있고, 가이드 자전거 투어에도 참여할수 있었다. 일반 자전거 외에 전기 자전거, 2인용 자전거, 여행 또는 경주용 자전거를 대여할 수도 있다. 대여료는 90 덴마크 크로네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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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은 바닷가에 있는데 이 해협을 건너면 스웨덴 땅이다
(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_ⓒPoul Buchard)

경치가 더 아름다운 곳,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덴마크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눈에 띄는 명물은 없다. 영국의 런던아이, 독일 노이슈반수타인 성, 프랑스 에펠탑 등 웅장하고 화려한 관광지에 비하면 덴마크는 소박하다. 적어도 내가 여행한 주변에서는. 그중에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Louisiana Museum of Modern Art)은 특별하게 감동을 준 낭만적인 공간이었다.

덴마크 중앙역에서 기차로 30~40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 지역으로는 프레덴스보르 시에 자리한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1958년 개관했는데, 이름의 유래는 이 건물의 최초 소유자였던 알렉산데르 브런의 세 명의 아내 이름 루이즈에서 유래한다고 전한다. 입장료는 성인 1인당 우리 돈으로 2만 3천원 정도.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4천원)은 물론이고 다른 유럽 미술관과 비교해도 살짝 비싼 감이 있다. 이곳 미술관 앞에는 4기의 전기 자동차 충전소가 있다. 자동차를 충전하는 사이에 여유 있게 미술관을 관람하고 전망 좋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졌다.

해변에 자리한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카페에서는 9시부터 11시까지 아침 식사가 제공된다. 과일, 두 종류의 치즈, 롤소시지, 수제 효모 롤빵, 커피 또는 커피가 들어간 가정식 바닐라 요구르트 등 간편한 조식을 즐길 수 있다. 루이지애나 근대미술관 야외에 있는 조각 공원에는 푸른 잔디밭에서 편히 거닐며 다양한 조각물들을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이곳을 찾는 많은 덴마크인은 작품보다는 탁 트인 자연과 경치를 보러더 많이 찾는다고 한다. 카페의 아름다운 야외 의자는 덴마크의 유명 디자이너인 Nanna Ditzel이 1955년 나무로 만들어 출시한 가구 시리즈 ‘Ocean’을 재출시한 작품이다. 비록 나무가 아닌 오래된 어망과 해저에서 수집된 기타 플라스틱 폐기물로 소재가 바뀌었지만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다.

덴마크는 땅 면적이 429만ha로 한국(1003만ha)의 반이 채 안되는 작은 국가다. 반면 인구는 579만명으로 한국의 1/10에 불과하기 때문인지 여유가 있어 보인다. 게다가 여름이 더욱 아름다운 나라다. 덴마크를 4박 5일만에 둘러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다음에는 조금 더 여유를 두고 찾아야겠다.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김영명 기자 
사진 출처 Visit Denmark·Copenhagen Media Center·Zenvo 
취재 협조 주한 덴마크 대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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