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벤츠의 정직함을 닮은 자동차 전문 사진작가 오환
2020-08-13  |   21,133 읽음

올드 벤츠의 정직함을 닮은

자동차 전문 사진작가 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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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 전문 사진가 오환은 1990년부터 근래까지 꾸준히 경주차를 찍어왔다. 일산에서 그를 만나 30년간 오롯이 한 우물만 팠던 그의 일과 애마인 벤츠의 이야기를 나눴다.


오작가는 올해로 55세를 맞았다. 공자가 쉰 살에 하늘의 뜻을 알았다는 ‘지천명(知天命)’, 귀가 순해지고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한 ‘이순((耳順)’의 중간이 바로 그의 나이. 여전히 후배들과 소통하며 오랫동안 숙성된 그의 노하우를 필드에서 나누고 있다.


30년간, 오직 자동차와 함께

1990년 <트래픽저널>에서 사진을 잘 찍기로 인정받은 그는 2년 후월간지 <오토>에 사진 기자로 영입되면서 자동차와 본격적인 연을 맺는다. 당시 패션과 자동차를 결합한 컨셉의 그의 파격적인 화보는 지금 봐도 손색없을 정도다. 요컨대 당시 잡지 비주얼이 고리타분한 기성복이라면 그의 사진은 하이패션이었다. 뿐만 아니라 일찍이 보도환경 개선의 비전을 가진 그는 뉴욕 AP 통신처럼 대한민국 자동차 포토저널리스트 단체인 APN(Auto Press Network)을 만들기도 했다. 비록 오래가지 못했지만 말이다. 이후에는 프리랜서로 전향해 <모터트렌드> 및 여러 매체의 작업을 도왔다.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신구 코스와 영암 KIC, 인제 스피디움, 태백 준용(現 태백 스피드웨이), 파주 스피드파크, 나아가 1999년 북측 금강산에서 열린 통일 염원 금강산 랠리도 그의 카메라로 담았다. 또한 F1과 르망 24시 등이 열리는 다양한 해외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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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스포츠의 찰나를 그의 스타일로 담다

모터스포츠 사진의 매력은 무엇일까. 위험성과 긴박함, 희열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당연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남는 건 사진과 트로피뿐이다.

그는 치열한 경쟁과 승부의 순간을 카메라에 담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한다. 물론 작가마다 개성이 달라 표현 방식도 다르지만 오작가는 정중동의 이미지를 추구한다. 백분의 일, 천분의 일초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승부의 순간에서도 그는 다소 의아한, 낮은 감도와 느린 셔터를 선호한다. 이는 디지털카메라가 나오기 전까지 녹색 톤 위주의 저감도 포지티브(슬라이드) 필름을 즐겨 쓰던 버릇이라고 한다.


작품 속에 숨겨진 반전 매력

헌팅캡과 수염, 오랜 야외촬영으로 단련된 구릿빛 피부가 오작가의 트레이드마크. 게다가 독특한 스타일과 인상, 여기에 허스키한 목소리까지 듣고 있노라면 마초 이미지의 전형이다. 그의 사진 역시 강하고 거친 매력이 있다. 그러면서도 시대의 틀을 탈피하려는 노력과 주제가 선명하다.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는 듯한 ‘정중동’이 바로 그의 사진의 핵심이다.


작품과 과업 사이에서 갈등과 고민

베테랑인 그도 사람인지라 일하면서 갈등을 겪는다고 한다. 해외 내구레이스의 취재 사진을 예로 들자면 “시간대 별로 변하는 피트인의 긴박함과 대기 중인 팀 크루의 피로가 그대로 드러난 좋은 분위기의 사진이 핀이 나갔다며 선정이 안 될 때 가장 아쉽다.”라고 탄식했다.

“국내 매체는 여전히 정적이면서 또렷한 것을 선호한다.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전혀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잡지 마감 때는 매체 입맛에 맞는 사진을 고르는 후배 기자와 오작가의 의견 충돌이 난다고 한다. 그럴 때는 ‘내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런가?’라며 허탈한 웃음을 짓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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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그에게 ‘동반자’ 이상의 존재

그에게 자동차란 무엇일까? 망설임 없이 ‘살아있는 생명체 같은 존재’라고 말한다. 주민등록처럼 번호판과 등록증이 있으며 곁을 지키는 반려동물과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직업 특성상 장거리 이동이 잦은데도 운전을 즐긴다. 다음에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컨버터블을 들이고픈 마음도 있다고 밝혔다. 미니 컨버터블 같은 작고 재미있는 모델로 말이다.


그의 남다른 올드 벤츠 사랑

그는 벤츠 예찬론자다. 20년 넘게 수십만km를 함께 달린 W202 C클래스가 한때 애마였다. 화려한 레이스카가 한데 모인 피트에서 단아한 자태를 뽐내던 그의 애마 ‘흰둥이’는 이미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영타이머인데도 병적인 관리 덕분에 새 차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소모품 교체로 신차 값이 넘는 비용을 들여가며 탔지만 안타깝게도 어이없는 사고로 폐차했다. 지금은 벤츠 W163 후기형  ML 400 CDI를 탄다. V8 4.0L 디젤 엔진은 지금도 고속도로에서 간담이 서늘할 가속력을 보여준다고. 국내 열 대 남짓 있는 희소모델이기도 하다. 회전 반경이 커서 주차할 때 까다로운 것만 빼면 만족한다. 특히 서스펜션 세팅이 아주 맘에 든다고 했다.


노후차 운행 제한, 일괄 분류가 아쉬워

W163 ML 400 CDI는 도심 고속도로 상관없이 평균 연비는 7km/L, 누적 주행거리 23만km지만 꾸준히 컨디션을 관리해온 탓에 매연도 거의 없다. 얼마 전 환경검사 때도 기준치 10%를 밑도는 7% 정도로 양호한 상태를 검증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등급 ‘노후 경유차’로 분류, 나라에서 올해 말까지만 타라는 통보가 떨어져 그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비록 5등급이긴 해도 모터스포츠의 동면기 12월부터 3월까지 운행하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서울시내 사대문 안 출입은 막혔지만 사진을 찍으러 영암이나 인제를 갈 때는 큰 제약이 없어 당장 없앨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5등급 노후차라는 낙인에도 불구하고 관리 소홀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가정책에 가타부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연식으로 한데 묶은 현행 노후차 정책의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보완이 필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환 작가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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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를 거쳐 백두산에서 새해를 맞은 오프로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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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LMP1 레이서의 고독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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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카트 레이스에 출전한 꼬마 레이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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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이 열리는 사르트 서킷의 응원과 취재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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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방호벽에서 천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동심(童心) 


90db5a4fa33499762f81664f440fef00_1584493434_0444.jpg글 심세종 칼럼니스트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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