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전기차 사용자의 이야기, 오래 타야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2020-02-20  |   18,918 읽음

초창기 전기차 사용자의 이야기

오래 타야만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938_8477.jpg

전기차는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용처가 한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MW i3를 5년째 잘 타고 있다. 장거리 이동이 적은 내 생활방식에서는 부족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오래 타다 보면 다양한 장점을 발견할 수 있다. 저렴한 전기 요금과 극단적으로 쉬운 유지보수, 배터리를 제외하고는 성능이 오랫동안 유지된다는 점 등이다.


전기차는 무턱대고 살 물건은 아니다

2015년 11월 BMW i3를 구입한지 만 4년을 지나 5년차로 들어가고 있다. 주행거리는 48,000km가량 되었으니 연 평균 12,000km가량 타고 있는 셈이다. 연간 20,000km정도를 달리는 한국인의 평균주행거리를 생각하면 적은 거리다. 장거리 여행이나 출장에 이 차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보유한 i3는 초창기에 발매된 모델로 22kWh(실제 사용용량은 18.8kWh)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으며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130km 안팎이다. 수도권에서 대전 정도 갔다 오는데 큰무리는 없지만 그 이상은 여러 번 충전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내가 사는 수도권 인근 지역을 오가는 정도로 자연스레 용처가 국한된다. 이 차를 몰고 가본 가장 먼 곳은 대구였는데, 가는 길에 두 번 40분씩 충전을 해야 하다 보니 1시간 20분가량이 추가로 소요다. 늦은 밤 피로에 젖어서 귀가를 서두르는 상황에서는 그다지 권장할 만한 방법이 아니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938_9205.jpg

집에 설치한 충전기는 전기차 전용 요금제를 적용 받는다 


그런 걸 어떻게 타냐는 말도 충분히 일리 있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줄어드는 배터리를 보며 괜시리 가슴이 졸아들던 때도 있다. 서양에서도 Range Anxiety (주행거리 불안증)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세계 공통의 경험인 듯하다. 충전소에 도착하기 직전에 배터리가 떨어져서 마지막 수십m는 직접 밀어야 했던 적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이 차를 무척 ‘잘’ 타고 다니고 있다. 내 생활방식에서는 부족한 데가 없기 때문이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6_9091.jpg

심야 전기를 사용하면 1kWh당 59원으로 굉장히 저렴하다


장거리 출장이나 여행은 일 년에 수회정도밖에 되지 않으며, 그냥 버스나 기차를 타면 해결되는 문제이다. (덤으로 잠도 잘 수 있다) 출퇴근 거리가 20km가량밖에 되지 않으며 외근을 나가도 왕복 100km를 넘지 않기 때문에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는 별 문제가 안된다. 충전기는 잘 찾아보면 이제 생활 구석구석에서 목격할 수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 운영 중인 공용충전기 숫자가 1만7,000대가 넘는다.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급속충전기가 몇 대씩 있어 순서를 기다리는 일도 거의 없다. 충전기가 보일 때마다 배터리를 꽉꽉 눌러 담지도 않는다. 어떻게든 집에만 도착할 수 있다면 그만이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0457.jpg

2019년 말 기준 전국 공용충전기는 1만7,000대가 넘는다


집에 설치한 충전기는 전기차 전용 요금제를 적용 받는다. 심야 충전 시 1kWh당 비용은 59원, 가득 채워도 1,300원이면 된다. 이걸로 130km를 달리면 10원에 1km씩 가는 꼴이다. 심야 전기만 쓴다면 이론상 연간 비용은 1만2천원 정도. 물론 실제로 그렇지는 않다. 낮 시간 전기를 쓰는 경우도 있으며, 이 때 요금은 계절별, 시간별로 다르다. 가장 비싼 여름 한낮에는 232.5원까지 올라가기도 한다. 그래도 엔진 차와는 비교할 수없이 싸다. 전기차 유저들이 가정용 충전기를 ‘집밥’이라 부르는 이유다. 말 그대로 외식보다 저렴하며, 가장 편하다. 전기차는 바로 이부분이 포인트다. 편의성과 경제성을 위해서는 사는 곳에 반드시 충전기가 있어야 한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1146.jpg

충전할 때 배터리를 꽉꽉 눌러 담을 필요는 없다


<가정용 전기충전기 전용 요금표>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1761.jpg 


전기차 이야기만 나오면 모두가 충전의 불편함과 앞으로 오를 전기세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집에 충전기만 있다면 앞서의 두가지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설령 두 배가 오른다 한들, 전기차 유지비용은 여전히 저렴하다. 게다가 장기 보유하다 보니, 전에는 안보이던 장점들도 보이게 된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2531.jpg

엔진의 열과 진동, 소음에서 자유로운 전기차는 매우 쾌적하다


편견을 불식시킬 모습

전기차는 첫째, 유지보수가 극단적으로 쉽다. 엔진오일이나 스파크 플러그, 냉각수 같은 주기 정비 이슈가 없다. ‘엔진’이 없기 때문이다. 변속기 오일도 교체하지 않는다. 역시나 변속기도 없다. 감속 에너지의 대부분을 회생제동 시스템이 가져가게 되므로 브레이크가 하는 일이 적습니다. 그래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브레이크 패드의 교체주기가 월등하게 길다. 주기정비에 들이는 비용이 사라지니 장기적으로 경제적이다. 다만, 전기차라고 해서 주기 정비에서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다. 브레이크액은 여전히 교체가 필요하며 에어필터도 교체해야 한다. 타이어도 마찬가지. 이러한 정비를 위해 얼마 전서비스센터의 연락을 받고 처음으로 정비에 돈을 썼다. 차를 구입한지 4년만의 일이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3398.jpg

오일 교체 등이 필요없는 전기차는 유지보수가 극단적으로 쉽다


두 번째, 차의 성능이 오랫동안 균일하게 유지된다. 열과 소음, 진동이 없다는 것은 그저 쾌적한 주행만을 뜻하지 않는다. 자동차를 낡게 만드는 큰 문제들이 사라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출고한지 만 4년이 지난 차가 출고 시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독특한 경험이다. 내장은 아직 잡소리 하나 없으며 파워트레인의 성능도 출고 때와 똑같다. 여전히 조용하지만 박진감 넘치는 가속을 즐기며 달린다.

프리미엄 브랜드라서 그렇다고 할 수도 있지만, 회사에서 업무용 차로 이용 중인 르노삼성 SM3 ZE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엔진에서 해방된 자동차는 그냥 달리기만 쾌적한 것이 아니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402.jpg

전기차를 오래 운용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배터리의 성능저하다


하지만 전기차에서 유일하게 성능이 하락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배터리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는 16만km를 주행한 차의 배터리 성능이 출고 시점의 70%선을 유지할 것이라 보고 있다. 보유기간이 길어질수록 배터리의 성능하락을 경험한 소비자가 보다 높아진 성능의 배터리로 교체하려 할 것은 자명하다. 주행거리가좀 짧아진 것만 빼면 차는 멀쩡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한동안 이 차를 그대로 탈 것 같다. 아직도 훌륭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차를 굳이 바꿔야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배터리는 좀더 용량이 커진 것으로 바꿔 보고 싶다. BMW i3의 경우 2배 용량의 배터리를 가진 신형이 현재 판매 중이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4831.jpg

전기차 충전 요금은 계절별, 시간별로 다르다. 심야 전기가 가장 싸기 때문에 가정용 충전기를 흔히 ‘집밥’이라고 부른다


이것으로 교체만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배터리 교체는 목돈이 드는 작업이기에, 직접 소유보다는 리스 같은 금융 프로그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금융을 통한 재상품화로 전기차가 다시 수명을 늘여가는 과정은 전기차의 ‘친환경적’ 요소와도 맞아 떨어진다. 앞으로 전기차는 처음부터 소유가 아닌 금융상품으로 소비되면서 자동차 소비패턴을 변화시키는 주역이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배터리 교체 시장이라는 새로운 산업을 포함해서 말이다. 5년이나 탔음에도 나는 이 차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5144.jpg글 변성용 기자 사진 최진호 


d271909ebf083d272450c62267293437_1582167797_5467.jpg자동차생활 TV 유튜브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