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들어진 페라리가 가득한 곳, 야마다 켄지의 작업실
2019-07-16  |   23,691 읽음

나무로 만들어진 페라리가 가득한 곳

야마다 켄지의 작업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10_5651.jpg

가 만들어 낸다는 일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관련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는 일은 새로운 세계 혹은 전문가들의 영역이라 느껴질 것이다.

야마다 켄지(山田健二)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페라리 모형을 만드는 사람이다.

작가로 불리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그저 은퇴한 사람의 취미생활정도 라고 밝힌 그의 작품은 열정과 정성이 가득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20_2756.jpg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20_3656.jpg

자동차 시장에서 페라리라는 브랜드가 갖는 영향력은 생각보다 크다. 고작해야 연간 7,000대 남짓 생산하는 페라리를 바라보는 마니아들의 시선은 매우 특별하고, 자동차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꿈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페라리가 이런 영향력을 가지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람보르기니를 제외하고 이탈리아 정통 자동차 메이커 중에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하는 페라리지만 그 짧은 세월 안에 많은 것을 담았기 때문이다. 드라마틱한 족적, 독재자 혹은 혁신가라 불리는 창업자 엔초 페라리의 카리스마, 경주차 기반의 로드카 등등 페라리를 수식하는 용어들은 단순한 고성능 자동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렇기에 페라리를 소재로 한 다양한 문화 컨텐츠가 만들어진다. 그림과 사진을 비롯해 각종 다이캐스트 모형, 모터스포츠 관련 작품과 심지어는 달력이나 다이어리에 이르기까지 일단 페라리가 소재가 되면 마니아들의 인기를 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41_0665.jpg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41_2615.jpg
2 가정집 1층 공간에는 그가 만든 작품과 각종 관련 소품이 가득하다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갤러리

야마다 켄지를 알게 된 계기는 SNS를 통해서에서였다. 처음에는 클래식 페라리 모형이 눈길을 끌었지만 그가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면서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직접 제작한 모형의 소재가 전부 나무였기 때문이다. 곧장 연락을 취하고 취재 일정을 잡았다. ‘보여 줄게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는 대답을 들었지만 사진으로 보이는 디테일이나 완성도, 고증은 소재가 나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66_7303.jpg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무로 페라리를 제작하는 야마다 켄지의 페라리 사랑은 각별하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66_8818.jpg
수집품 중에는 페라리 기념 모자도 있다 


야마다씨의 작업실은 군마현 타카사키의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렌터카를 타고 2시간 남짓.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랑 비슷한 느낌을 주는 군마현의 작은 도시 타카사키는 조용하고 여유로운 곳이었다. 알려준 주소로 가니 한적한 주택가가 나타났고 우리는 주소지 앞 주차장에서 그를 만났다. “보여 줄게 없는데 먼 곳까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바다 건너에서 온이방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498_1468.jpg
나무로 만든 페라리 사이의 레고 페라리 특별 버전


그를 따라 들어간 곳은 평범한 주택가의 한 집. 현관에는 ‘야마다 갤러리’라는 간판과 페라리의 상징인 뛰는 말(cavallino rampante)이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니 온통 페라리로 가득하다. 대부분 1980년대 이전의 클래식 페라리로 자동차 역사에 진한 족적을 남긴 모델들이다. 물론 모든 페라리 모형은 야마다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소재로 사용된 나무는 재질 특성상 금속이나 플라스틱에 비해 마감 정밀도가 떨어지고 습도 변화에 민감해 변형되기 쉽다. 하지만 그가 제작한 모형은 대부분 원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16_0751.jpg

2층에 있는 그만의 공간. 여기서 나무로 만들어지는 페라리가 탄생한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16_1514.jpg
보디 작업을 마친 365P 


갤러리는 그다지 넓지 않았다. 처음 들어 왔을 때는 별도의 갤러리라고 생각했는데, 일반 가정집의 거실이라고 한다. 야마다씨 부부가 현재 살고 있는 아주 평범한 가정집 1층을 자신의 작품과 페라리 관련 수집품으로 가득 채우다 보니 갤러리가 되었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이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44_5132.jpg

그의 영감은 엔초 페라리와 자동차를 통한 열정에서 왔다고 한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44_725.jpg
시트 제작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취재진을 안으로 안내한 그는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들을 일일이 꺼내 설명해 주었다. 니키 라우다가 탔던 F1 머신을 비롯해 F50, 328, 디노등 그의 손에서 탄생한 다양한 페라리는 저마다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어떤 작품은 보디를 만드는데 어려웠고, 어떤 것은 초기 시행착오가 그대로 묻어 있다. 그러나 모든 작품에서는 하나같이 정성과 열정이 가득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81_1758.jpg

작업 과정에서 가장 어렵다는 타이어 제작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581_379.jpg
엔진은 작은 부품을 일일이 따로 제작해 조립하는 방식이다 


곧 70세를 바라보는 그에게 하고 많은 재료 중에 왜 나무를 골랐는지 물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나무는 재료비 자체가 매우 쌉니다. 취미생활을 하기에 가장 적당한 재료지요. 가공이 크게 어렵지 않지만 완성했을 때 마무리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소재의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대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11_2715.jpg

눈대중으로 그린 도면에는 치수가 없다. 반면 여러가지를 제작해 실제 비율을 맞춰 간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11_3712.jpg
전시를 위해 엔진만 따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6개월에 한 대, 판매 불가 작품이 만들어지는 곳

2층에는 개인 작업실이 있다. 다락방 같은 방에는 직접 그린 클래식 페라리 도면과 재료, 현재 작업 중인 작품들이 가득했다. 그가 만드는 작품은 100% 나무만 사용한다. 하다못해 엔진룸의 케이블, 휠 스포크의 철사, 고풍스러운 계기판을 비롯해 타이어에 이르기까지 나무로 시작해 나무로 끝난다. 작품 구상부터 완성까지 걸리는 시간은 꼬박 6개월. 지금까지 20여 년 동안 고작 30여대를 제작했을 뿐이다. 스케일도 다양하다. 판매용 모형이 일정한 스케일로 제작되는데 비해 그의 작품은 일정한 스케일이 없다. 비정기적으로 전시회도 하지만 작품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어디까지나 은퇴한 남자의 취미생활이라는 원칙이 있기 때문이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50_8682.jpg

가조립된 엔진과 변속기. 섀시에 올리기 직전이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51_0145.jpg
완성된 페라리 V12 엔진. 이작품은 엔진만 별도로 제작한 것이다


작품 소재로 페라리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엔초 페라리라는 남자의 열정에 존경을 표하고 싶었습니다. 현재의 페라리도 매우 훌륭하지만 엔초가 있던 시절의 페라리는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었지요. 나는 그것들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싶었는데, 은퇴 후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70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페라리 이야기만 나오면 소년처럼 반짝거렸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77_5741.jpg

곡선 중심인 디노는 보디 제작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677_6784.jpg
197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공개된 컨셉트카인 512S 모듈러. 피닌파리나의 파올로 마틴이 디자인을 담당했다 


작품 제작 순서는 간단하지만 그 과정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우선 모델을 선정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사진이든 서적이든 자료를 모아 제작 구상을 하고 베이스 모델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부분을 토대로 초기 스케치를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되는데, 실제로 치수를 측정하거나 제원을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클래식 페라리의 경우 엔진을 제외한 보디는 정확한 치수 데이터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물어보니 ‘눈대중’이라고 대답한다. 대신 페라리를 소유한 오너들을 찾아 최대한 다양한 차를 많이 보고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해 자료로 사용한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수집한 자료들을 보여주었다. 최신 페라리부터 250, 테스타로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차들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대부분이다. 사진속 모습과 눈으로 기억한 실제 모습을 조합해 최종 스케치를 완성한다. 이 스케치에는 보디 사이즈만 있을 뿐 엔진이나 타이어 같은 세밀한 부분은 보디의 비율에 따라 다듬는다. 그야말로 인고의 시간이다. 깎고 붙이고 다듬는 동안 작품은 서서히 모습을 갖춰가며, 각각의 부품이 완성되면서 제자리를 찾아 간다. 이 과정에서 사용하는 공구는 나무를 자르기 위한 톱과 접착제, 사포, 퍼티뿐이다. 손의 감각과 시각에만 의존하기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707_3963.jpg

페라리와 관련된 유명인들과 추억도 빼놓을 수없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707_6002.jpg
보닛 아래 복잡한 구조의 V12 엔진도 디테일이 뛰어나다 


엔진과 타이어에서 느껴지는 정교함

가장 어려운 부분은 도색이다. 야마다씨의 작품은 사진과 실제 모습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비율이나 디테일 완성도는 상당히 높지만 나무라는 소재의 특성에서 오는 한계는 도색에서 드러난다.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지만 그가 선택한 방법은 프라모델용 라커. 나무 표면의 거친 질감은 어쩔 수없었지만 원하는 색상에 가장 근접하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도색과정도 쉽지 않다. 가장 나중에 진행하는 도색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타이어나 엔진 같은 부품은 가조립 후 곧장 도색을 하고 조립한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762_9193.jpg

가죽과 나무, 금속, 직물의 소재를 나무로 표현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763_1264.jpg
타이어의 제조사 로고 재현도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페라리라는 존재는 아름답지 않는 부분이 없겠지만 야마다씨가 가장 공들이는 부분은 엔진과 타이어 같은 디테일 부품이다. 배전기와 전선 하나까지 나무로 제작하는 엔진은 그의 작품 완성도의 정점을 보여 주는 부분이다. 여기에 트레드 패턴 하나하나 손으로 다듬어 완성하는 타이어의 고증은 재료가 나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다. 겉모습만 신경 쓴 것이 아니다. 도어와 보닛을 비롯해 차체 외부는 분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그 아래로 보이는 엔진룸이며 서스펜션, 섀시의 구조는 실제 차와 100%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789_4746.jpg
가능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고 활용한다. 나머지는 켄지 야마다의 시각과 손끝에 달렸다


취재차 방문했던 올 1월에 한창 작업 중이던 모델은 365P였다. 엔진과 섀시의 세부 부품 제작이 끝나고 보디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리고 기사를 작성하던 지난 6월, 365P의 완성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정성과 열정이 가득한 작품의 제작 과정은 매우 좋은 볼거리였다. 그의 작업 과정과 완성된 작품, 작업장을 둘러보면서 흥미로운 부분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어느 한 곳에 집중하는 열정과 목표를 향해 나가는 야마다씨의 모습은 단순히 자동차 마니아의 수준을 뛰어 넘는 것이었다.

열정 앞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특히 자동차에 대한 다양한 열정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 타카사키시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야마다 갤러리와 작업장은 나이를 잊은 어느 자동차 마니아의 열정으로 가득한 곳이었다. 멀리서 찾아 온 이방인을 따뜻하게 맞아준 야마다 켄지와 그의 부인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ee0054353daa956ea53e152cb98e4506_1563254806_7515.jpg
 


글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황욱익, 세카이 디자인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