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어른이 위한 특별한 소장템 빚는 ANZAKA
2019-05-21  |   40,144 읽음

세상 모든 어른이 위한 

특별한 소장템 빚는 ANZAK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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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집이 지금의 크기에서 0.0364%로 줄어든다면?” 영화 ‘다운사이징’에서의 설정이다. 지난해 초에 국내 개봉한 이 영화에서는 맷 데이먼이 주인공으로 미래 인구과잉에 대한 해결책으로 인간축소프로젝트를 추진, 다운사이징 기술이 개발된다. 여기서 주인공은 다운사이징 시술을 받아 180cm의 키가 12.7cm로 확 줄어들고, 이와 함께 1억원의 재산이 120억원의 가치로 불어난다. ANZAKA의 작업실 또한 그랬다. 곳곳에 전시된 안흥권 마스터의 자동차와 김대영 디렉터의 피규어 앞에 서니 영화 ‘다운사이징’의 촬영장을 방문한 느낌이었다.


RC와 피규어는 꿈 담은 초현실적 로망

김대영 디렉터와 안흥권 마스터는 ‘자동차’를 공통의 관심사로 만나게 됐다. 지난해 봄, 꾸준히 나가던 자동차 튜닝 개라지에서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났다. 타고 다니는 자동차를 소재로 말문을 튼 두 사람은 하나의 공방에서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김대영 디렉터는 “캠핑 관련 방송에서 출연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희 차가 허머, 포드의 F350 등 우락부락한 차였거든요. 흥권이와 함께 촬영하고, 그 때 기념으로 피규어를 하나씩 만들었죠.” 출연 기념으로 만든 피규어가 아쉬웠는지 안흥권 마스터는 RC(Radio Control)에 더해 김대영 디렉터와 함께 다양한 캠핑 장비를 하나둘씩 피규어로 만들고, 함께 캠핑을 갈 때마다 직접 만든 피규어를 챙기며 조금씩 그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난 2월에 열린 2019 캠핑앤피크닉페어에서도 자동차와 캠핑카, 사람, 캠핑 장비 등을 초소형 피규어로 만들어 관람객의 큰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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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RC나 피규어 마니아가 몇십만 명이에요. 이들은 히어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피규어 수집으로 표현하지요. 실존 인물 대신 그의 피규어로 사진을 찍으면 작게라도 꿈이 이뤄지는 거잖아요. 히어로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피규어에 매료되고, 빠져듭니다.”


작은 손재주로 일궈낸 큰 꿈

실제 이 공간에서 안자카(ANZAKA)라는 이름으로 ‘단 하나뿐인’ 작품을 만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1월 무렵이다. 그리고 반년 만에 안자카의 인기는 하늘을 날았다. 사람들의 속마음을 꿰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여기 두 사람이 바로 그들이었다. “평소에도 마음에 드는 자동차는 버킷리스트에 올리고, 오토캠핑과 관련된 피규어와 함께 디오라마를 세팅했어요. 지프처럼 오프로드에 능한 자동차, 저희 모습을 꼭 닮은 피규어, 캠핑 장비 등을 만들었죠. 캠핑을 할 때면 직접 만든 자동차와 피규어를 항상 가지고 다녔습니다. 소문이 조금씩 퍼져 코엑스 전시 관계자가 페어에 초대하겠다는 연락을 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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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자카는 작품을 만들고 SNS에 올리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열리는 자동차 및 캠핑 관련 페어에서 참여 요청이 밀려들었다. 두 사람의 손재주는 얼핏 봐도 장인정신이 묻어날 정도로 섬세하다. 안흥권 마스터는 인물 피규어와 RC 등 중심이 되는 작품들을 주로 만든다. 김대영 디렉터는 다양한 캠핑 소품들을 담당한다. 상품 이미지는 컬러 프린터로 디자인 시안을 출력해 코팅하고 일일이 손으로 만지는 꼼꼼함이 필요하다. 예전부터 올드카, 세월의 때가 뭍은 차를 좋아했다는 안흥권 마스터. “RC에 입문하면서 코란도를 시작으로 여러 차를 만들게 됐죠. 원래 동그란 헤드라이트에 각진 디자인의 차를 꽤 좋아해요. 당시 2005년에 뉴 코란도 신차를 직접 몰았어요. RC 동호회에 나가면서 ‘내 차가 RC로 있으면 좋겠다. 쌍용차가 오프로드에 적합하고 성능도 좋은데, 왜 쌍용차 RC는 파는 데가 없지?’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제가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했기 때문에 직접 만들자는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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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권 마스터는 당시에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밤늦게 퇴근하면 테이블 하나 놓고 사진을 보며서 작업에 매달렸다. 우여곡절 끝에 3~4개월만에 코란도 보디가 세상에 나왔다. 직접 만든 코란도 RC카로 동호회 정모에 나갔는데, 처음 보는 차에 동호회 멤버 반응은 뜨거웠다고. 매일 조금씩 작업해 지인에게 만들어주면서 차종도 점점 늘었다. 그리고 그는 ‘핸드메이드 RC에 모든 걸걸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작업실을 차렸다.


한 장의 사진에서 4차원을 구현하다

안흥권 마스터의 작업 재료는 표본이 되는 사진과 자(ruler)뿐이다. 세부 수치 없이 여러 각도의 사진만으로 작업하는 그의 능력에 국내외 자동차 디자이너도 고개를 끄덕일 정도. 그는 코란도 스포츠가 가장 힘든 작업이었다고 토로했다. 구형 코란도에 비해 미세한 선이나 굴곡이 많은데, 이를 모두 살리는 것은 큰어려움이었다. 첫 작업부터 완성까지는 무려 4년이 걸렸다. 그만큼 좋아하는 브랜드의 철학이 묻어나온 과정이 아니었을까. “선 하나 빼도 남들은 전혀 모를 거에요. 하지만 제 마음 속에 허전함은 계속 남겠지요.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묘사하고 표현해야 해요. 그래야 ‘다른 게 하나도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그는 4대의 RC 보디를 동시에 작업한 적도 했다. “당시 클레이 작업에 미쳐 종일 작업대에 매달렸죠. 엉덩이에 종기가 날 정도로요. 그때 1년에 다섯 대를 만들었어요. RC는 클레이 모델링에만 한 달 정도 걸려요. 그다음 거푸집 작업, 실내와 부속품 작업까지 빠르면 두 달이죠.” 이렇게 해도 세상에 완벽한 건 없다. 김대영 디렉터는 “미국 에어스트림사 캠핑카 작업 때는 최소 100번은 길이를 재고 긁어내고 붙이기를 반복했죠. 실내도 완벽하게 재현하고, 사람의 경우 남자는 거칠게 여자는 부드럽게, 눈도 동공, 흰자, 핏줄, 속눈썹 등 모두 그립니다. 그래도 미세한 차이는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피규어도 RC도 100%가 아닌 92.8%라고 말해요.” 겉으로 보기에는 실물과 전혀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비밀은 엔진룸에 있었다. RC 보닛을 열면 그 안에 모터와 배터리, 수신기와 변속기 등 구동을 위한 부속품이 들어 있다. 실내를 최대한 재현하기 위해 모든 부속은 최대한 엔진룸으로 몰아 세팅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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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지금까지 만든 차는 10종 남짓, 당장 한 달 안에 완성할 수 있는 차는 코란도, 코란도 스포츠, F150, 지프 픽업인 브루트, 갤로퍼 숏바디가 정도다. 완성품의 단가도 상당하다. 백지상태에서 사 피규어까지 장착하면 1천만원 남짓. 완전 기본형으로도 250만원 정도다. 안흥권 마스터는 “RC는 실차의 1/10 사이즈가 보편화됐지만, 저는 1/6도 만들어요. 피규어가 대부분 1/6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RC쪽은 1/10이 대부분이라 이 쪽이 관련 부속품을 구하기도 쉬워요.”


두터워지는 RC와 피규어 마니아층

안자카의 작업실에 들어가면 눈 앞에 오프로드 트랙이 펼쳐진다. 안흥권 마스터가 “코스는 만든 지가 몇 년 됐어요. 궂은 날씨에는 산에서 못굴리잖아요. 전천후 트랙을 만들고 싶었죠”라며 소개한 이 트랙은 완성에 수개월이 걸렸다. 코스는 자동차의 사이즈, 주행 난이도를 가늠하며 디자인했다. 스티로폼을 산처럼 쌓아 깎아내고 차를 굴려가며 보완했다. 표면은 시멘트를 2cm 두께로 고르게 빚어 1~3층으로 구성, 터널이나 흔들다리, 고인 물까지 갖춘 코스다. RC 동호회원과 오프로드 마니아들에게 달릴 기회를 주고 있는데, 보통 한 번에 3~4대의 차를 준비해 와 종일 즐기기도 한다. “예전에 봤던 모하비 사막 코스의 기억을 살려 저 나름대로 구성했죠. 대회를 열면 많게는 30명이 모입니다. 한번 완주하는데 길게는 25분정도 걸리게 코스를 짰다. 그 이상 길어지면 지루하거든요. 지금은 주문 제작에 바빠 대회는 못 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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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안자카에서는 RC 보디와 피규어 제작에 주문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차를 굴리러 왔다가 피규어를 주문하는 사람도, 피규어를 만들러 왔다가 RC 마니아가 된 사람도 있다. 현재 작업중인 피규어가 5~6개, 자동차 보디도 2대 정도다. 올해 오토살롱 위크 때 주행 퍼포먼스를 위한 차도 준비 중이다. 에어스트림사 관계자가 5월에 미국 본사에 가져가겠다며 요청한 에어스트림 캠핑카도 있었다. 각종 자동차 관련 행사에서 사랑받는 디오라마도 안자카가 자랑하는 전문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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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 시장은 뿌리 깊게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그 역사를 더해가며 매년 꾸준히 성장한다는 생각에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30대의 취미로 정착한 RC 분야의 연대 깊은 활동은 40~50대로 확산되면서 유저도 점점 늘고 있다. 장난감 취급받던 취미가 이제 전문성을 요구하는 제대로 된 분야로 자리잡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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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꿈, 100대의 모형카와 브랜드 ANZAKA

두 사람이 밝힌 포부에도 애카심(愛car心),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유명한 차들, 예를 들어 포드 F-150, 토요타 하이럭스와 툰드라, 랜드크루져 등 오프로드카를 한두 개씩 만들고 싶습니다”라는 안흥권 마스터, “자동차회사에서 SUV 신차를 만든 뒤 저희에게 모형카를 의뢰해서 실제 차와 나란히 달리는 모습을 찍어보고 싶어요. 마케팅 측면에서도 훌륭하고, 시너지 효과가 날겁니다.”라는 김대영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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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흥권 마스터는 세상에 없는 차, 진짜 안자카의 오리지널 디자인이 반영된 핸드메이드 모형카 100대를 만들어 전시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ANZAKA’라는 이름을 하나의 새로운 자동차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는 원대한 꿈이다. 두 남자는 마지막으로 한 가지가 아쉬움을 피력했다. “최근 나오는 신차 대부분은 디자인이 둥글둥글하게 나와요. 마초다움을 느낄 수가 없어요. 벤츠 G바겐은 아이덴티티를 유지하면서 내부 성능은 업그레이드해요. 우리나라에도 앞으로는 조금 더 각진 차가 나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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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영명 기자 

사진 최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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