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킷 전용 페라리, FERRARI P80/C
2019-04-29  |   49,193 읽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서킷 전용 페라리

FERRARI P80/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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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특별한 페라리는 서킷 주행만을 위해 딱 한 대만이 제작되었다. 60년대 전설적인 레이싱 페라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싶다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현대적 기술로 강력한 다운포스를 얻어냈다. 488 GT3 섀시에서 태어난 P80/C는 역사상 가장 극적인 원오프 페라리로 불린다.  


나만을 위한 오직 하나뿐인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자동차 마니아에게 있어 꿈같은 일이다. 물론 불가능하지는 않다. 미니나 피아트 500처럼 다양한 세부 옵션이 준비된 차라면 말이다. 다양한 옵션의 수천수만 가지 조합 가운데 나와 완전히 같은 선택을 한 사람이 세상에 한 명도 없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예전 코치빌딩 시대처럼 아예 디자인부터 새로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이제는 한 대 한대 보디를 손으로 두들겨 만드는 시대가 아닌 대량생산의 시대. 게다가 까다로운 관련 법규까지 만족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시도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나만을 위한 차를 만들고자 하는 수요는 항상 존재했다.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메이커는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인 존재가 페라리. 맥라렌도 이런 작업을 위해 전문부서인 MSO(McLaren Special Operation)를 만들었다. 이들은 기존의 특별주문 프로그램에서 한 걸은 더 나아가 아예 디자인부터 새로 하는 완전 주문 제작 원오프 모델에 힘을 쏟고 있다. 


역사상 가장 극적인 원오프 페라리

최근 공개된 P80/C는 페라리의 원오프 모델 가운데 최초의 서킷 전용 모델이다. 왕년의 페라리 레이싱카에서 모티브를 얻은 이 차는 가장 극적인 원오프 페라리라 불리기에 부족함 없다. 플랫폼과 구동계는 488 GT3에서 가져오면서도 외형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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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GT3를 기반으로 하지만 많은 부분을 새로 만들었다  


단순히 줄 몇 개 더 긋거나 색상을 바꾸고 혹은 공력 부품을 추가하는 수준의 변화를 말하는 게 아니다. 게다가 도로용이 아닌 서킷 전용 머신이라는 점은 개발진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도로 주행이나 레이스에 나서지 않으니 까다로운 법규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P80/C가 제멋대로 만들어진 차라는 뜻은 아니다. 그 어떤 페라리보다도 페라리다우면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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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차는 도로나 경주의 복잡한 법규 혹은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


개발 작업은 2015년부터 시작되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문자인 고객의 취향인데, 330 P3와 P4 그리고 350 캔암 그리고 디노 206SP에서 영감을 얻은 ‘모던 스포츠 프로토타입’을 원했다. 이들은 모두 서킷에서 활약한 전설적인 60년대 페라리일 뿐 아니라 이후 다양한 도로용 페라리 디자인에 영향을 끼친 존재들이다. 아울러 클라이언트(개인 고객 혹은 레이싱 팀)의 강한 개입 하에 개발된 모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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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전용으로 개발되었으며 330 P3/P4 등 60년대 레이싱 페라리에서 영감을 얻었다  


페라리 역사에 있어 이런 소수 고객이 끼친 영향력은 절대 작지 않다. 이들을 대체로 페라리의 큰 고객이자 컬렉터이고, 일부는 직접 차를 몰고 서킷을 누볐다. 대표적인 인물을 꼽자면 페라리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데 공헌했던 루이지 키네티가 있다. 그는 르망과 스파 24시간 우승 경험이 있는 드라이버로 일찍 미국에 건너가 페라리와 마세라티 딜러로 자리 잡았다. NART(North American Racing Team)라는 프라이비트팀을 결성한 키네티는 미국 모터스포츠 무대에 페라리를 알리는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미국 시장을 위한 호화로운 GT를 만들도록 엔초 페라리를 설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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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디퓨저와 리어윙으로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클래식 디자인과 레이싱 기술의 조화

페라리 원오프 모델 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될 P80/C는 익명의 주인을 위해 만들어졌다.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 없지만 미국의 은행가 혹은 홍콩의 부호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아무튼 페라리 경영진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원오프 모델을 주문할 수 있다는 사실은 회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거물 고객임을 뜻한다. 페라리는 이 까다로운 고객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무려 4년의 개발 기간을 들였을 뿐 아니라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했다. 

페라리 디자인 수장인 플라비오 만조니의 지휘 아래 센트로 스틸레(중앙 디자인 센터)가 완성한 P80/C는 단순히 488 GT3 차체의 공력 파트를 보강하거나 보디를 교환한 수준이 아니다. 클라이언트를 만족시키는 디자인은 역대와 현대 페라리를 아우르면서도 트랙전용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도록 기능적으로도 완벽함을 추구했다. 

우선 얼굴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헤드램프가 없다는 점이다. 야간에 주행할 필요가 없는 만큼 불필요한 헤드램프는 아예 제거한 것. 날카로운 노즈는 데토마소 판테라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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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토마소 판테라를 연상시키는 뾰족한 노즈에는 헤드램프가 없다


파도치듯 아름다운 곡선의 펜더 라인은 롯소 베로(Rosso Vero)라 불리는 붉은색과 잘 어우러진다. 보디는 경량 고강성의 카본 컴포지트제. 휠베이스를 50mm 연장한 것은 차체 뒷부분을 슬림 캡포워 디자인화하기 위해서다. 바닥의 먼지까지 쓸어 담을 것 같은 거대한 프런트 스포일러와 고정식 리어윙 등 레이싱카 수준의 장비는 GT3 경주에서 얻은 다양한 노하우를 활용했다. 루프 뒤에는 F1 경주차 T윙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작은 날개가 달렸다. 

흡기구도 독특하다. 루프 뒷부분을 따라 내려오듯 공기 흐름을 유도하는 형태는 기존 페라리에서 볼 수 없던 디자인이다. 디퓨저의 경우 GT3보다는 488 피스타에 가까운 형태로 보다 크고 과격하며 위쪽으로는 엔진룸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평평한 바닥과 어우러져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낸다. 이런 다양한 노력의 결과 공력 효율이 5%가량 개선되었다. 작은 뒤창 아래로 길게 늘어진 루버 스타일의 알루미늄 엔진 커버는 330 P4를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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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0 P4를 떠올리게 하는 엔진룸 위의 알루미늄제 루버


488 GT3를 베이스로 제작

서킷 주행에 적합한 롤케이지와 카본제 대시보드 등 실내는 488 GT3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레이스 스펙의 카본제 스티어링 휠과 알칸타라를 덮은 역시 카본 프레임 버킷 시트 정도다. 계기판 역시 속도 없이 랩타임과 타이어, 등 레이스에 필요한 정보를 전하는 컬러 모니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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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8 GT3와 거의 다름없는 운전석


엔진과 구동계에 대해서는 자세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이 차의 베이스가 488 GT3라는 점과 사진에서 미루어 V8 3.9L 트윈터보로 예상된다. F154 엔진은 양산형 488 기본형에서 670마력을 내며 원메이크 레이스용인 488 피스타 세팅으로는 720마력이 가능하다. 도로교통법과 FIA 레이스 규정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을 강조한 만큼 출력이나 성능 면에서도 기존 모델을 월등히 뛰어넘을 것은 당연해 보인다. 아쉬운 점이라면 그런 사실을 직접 확인해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비밀스런 개인 차고에 들어가 서킷에서나 잠시 모습을 드러낼 이 차를 일반인이 접할 가능성은 극히 낮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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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은 488용 V8 3.9L 트윈터보로 보인다. 스펙은 공개되지 않았다


글 이수진 편집장

사진 페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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