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LA 오토쇼, 북미 오토쇼가 한창이었다.
2019-02-14  |   28,746 읽음

20년 전 LA 오토쇼, 북미 오토쇼가 한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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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자동차생활> 훑어보기

1999년 2월호 표지는 미국 오토쇼의 열기로 가득했다  


99년 LA 오토쇼 그리고 디트로이트 오토쇼

얼마 전 열린 2018 LA 오토쇼에서는 다양한 대형 SUV 신차가 공개되어 주목을 받았다. 20년전 LA 오토쇼는 어땠을까? 세기말 밀레니엄을 기념해 많은 차가 나올 것으로 예상 했으나 아쉽게도 눈에 띄는 차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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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오토쇼 비해 디트로이트 오토쇼는 볼거리가 나름 풍성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북미 국제 오토쇼(NAIAS, North America International Auto Show)로도 불리운다. 당시 디트로이트 오토쇼 최고의 화제 컨셉트카는 벤츠 비전 SLR(Mercedes-Benz Vision SLR)이었다. 지금은 고성능 차에 흔히 쓰이는 카본 배스터브 섀시를 벤츠는 90년대에 이미 양산 단계까지 완성해놓고 있었다. 컨셉트카는 V8 5.5L 수퍼차저 엔진을 얹어 557마력의 최고출력을 냈으며 SLR 양산형은 626마력까지 키웠다. 디자인, 파워트레인의 소폭 변화가 있었고, 엔진을 지속적으로 개량해 SLR 맥라렌 772 에디션의 경우 656마력을 냈다. 그러나 이 값비싼 고성능차는 비운의 모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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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형 SLR 맥라렌 722


SLR은 맥라렌 F1 설계자인 고든 머레이가 지휘했다. 고든은 자신이 만드는 차에 대한 철학과 강박이 확고했다. 그의 고집으로 메르세데스 벤츠와 맥라렌은 협업이 순조롭지 않았다. 각 메이커 주장이 달랐기에 고든은 맥라렌을 떠났다. SLR 개발을 진두지휘하던 고든이 빠지면서 본래 추구했던 SLR의 개성과 강점은 희석되어 버렸다. 파워 트레인도 고작 5단 자동변속기가 들어갔으니 말이다. 라이벌인 포르쉐 카레라 GT와 비교해도 파워트레인 부분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알 수 있다. 그럼에도 SLR의 익스테리어는 시대를 초월한 아우라를 뿜기에 남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착한 육식 공룡은 떠나고 원가절감에 눈을 뜬

1999년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W220) 신형이 나왔다. 이전 세대(W140)보다 컴팩트한 느낌으로 실내 공간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했다. 내부 용적 설계를 잘한 덕분이다. 시장의 반응도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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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W140이 큰 크기였으나, 지금은 대형 세단의 표준이다

 

비교적 살만해진 나라를 중심으로 환경문제를 인지하게 되고, 몇몇 유명인들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저배기량 차를 타면서 대중들에게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시작했다. 코끼리 벤츠라는 오명을 가진 W140은 큰 덩치, 고배기량, 무거운 중량 등 환경에 나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었다. 소위 고배기량 세단은 철딱서니 부자라는 타이틀을 갖게 되는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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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V12 M70 엔진을 개량한 맥라렌 F1(S70/2)과 롤스로이스 실버 세라프(M73) 그 뿌리는 같다


그러나 체구가 큰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걸 의식했는지 메르세데스 벤츠는 W220으로 풀 체인지하면서 많은 것을 바꾸었다. 그렇다고 W140이 형편없는 건 아니다. 정말 훌륭한 기계임에도 북미, 유럽에서는 환대 받지 못했다. W140은 역대 메르세데스 벤츠 중 오버엔지니어링 수식이 가장 어울리는 모델이다. 전자장비와 기계적 완성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엔진은 V6, V8, V12가 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1992년에 최초의 양산형 V12 모델을 선보였으며 이 엔진을 개량해 파가니에도 공급했다. 아주 잘 만든 엔진으로 범용성, 확장성, 내구성이 좋은 엔진이라 할 수 있다. BMW는 이보다 앞선 1987년 양산형 세단에 V12 M70 알루미늄 블록 엔진을 장착했다. 전설적인 맥라렌 F1 양산형에 들어간 S70/2 엔진도 M70의 개량형이다. E32에 장착 된 V12 M70 엔진은 더 나아가 롤스로이스 실버 세라프(M73)에 공급했다. 범용성이 좋다는 건 그 만큼 잘 만들어진 엔진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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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140 V12 S600 엔진은 범용성, 확장성, 내구성을 검증받았다. 파가니 존다도 같은 엔진으로 6리터 엔진을 7.3리터로 키웠다


당시 W220은 첨단 전자장비와 ABC(Active Body Control) 시스템이 얼마나 훌륭한지 전 세계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특히 ABC 서스펜션을 경험한 사람은 경이로운 세단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몇 년 지난 후 흠잡을 데 없던 이 차도 문제가 조금 씩 드러났다. 가장 비난 받았던 엔진 실린더 스크래치 문제, ABC 서스펜션 내구성, 플라스틱 버튼 까짐 현상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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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220의 조악한 실내 품질2c072a1f6a7d88f2947022bc5bed1657_1550120283_2652.jpg

ABC(Active Body Control)는 분명 W220 최고의 장기다. 그러나 내구성은 최고라 할 수 없다


이전 메르세데스 벤츠에서는 없던 문제들이다. 재밌는 건 당시에 비난을 받았던 W140이 오늘날 대형 세단의 표준 크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차를 디자인한 브루노 사코는 W140을 가장 아픈 손가락이라고 얘기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틀리지 않았다. 99년 S클래스를 회상하면서 20년이 지난 지금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양산형과 거의 비슷한 산타페 컨셉트카

현대자동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이곳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싼타페는 EF 소나타의 전륜구동 플랫폼 기반으로 현대자동차가 독자 개발한 첫 SUV모델이다.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첫 양산 모델이기도 하다. 아울러 국산 SUV 중 프레임 보디가 아닌, 모노노크 보디를 처음 도입한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2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2000년식 산타페가 눈에 띈다. 많이 팔리기도 한 모델로 출시 이후 십 수년간 중고차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 되었다. 이 산타페는 현대가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기념비적인 모델이다. 단점은 당시 나온 내수용 산타페 대부분이 앞 뒤 펜더가 부식되는 고질병이 있다. 중고차 구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꼼꼼한 확인은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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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맹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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