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재
2019-02-01  |   55,273 읽음

전기차 시대,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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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의 상징 라디에이터 그릴은 점점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반면 전기차 디자인의 자유도는 바야흐로 무궁무진하다.


전기차가 늘고 있는 추세다. 아직은 내연기관 자동차 점유율에 미치지 못하지만. 환경 규제가 나날이 강화되어 순수 내연기관의 종말은 당연한 수순이다. EV화 되어가는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카 쉐어링 서비스로 인해 메이커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커지면서 단순히 자동차만 팔아 이윤을 낸다는 건 분명 한계가 있다. 그 뿐 아니라 차 1대 제작비용 중 배터리가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배터리까지 직접 생산하지 않고서는 이익을 내기 힘들다. 게다가 공유 경제의 흐름과 자율 주행 전기차의 등장으로 복잡한 메가 시티의 사람들은 더 이상 차를 사유화하는 데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는 곧 자동차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메이커들이 단순히 판매에만 치중했다면, 앞으로는 지속적인 모빌리티 플랫폼 개발과 전기차 렌트 및 판매를 병행해야 한다.


대체재가 없다

전기차를 타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데 EV 말고는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당장 상용차에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은 EV다. 물론 그에 따른 문제도 있다. 다른 기술들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유독 배터리 기술만 근 10년 간 정체기다. 또한 EV 관련 민간 비즈니스 모델도 미약하다. 메이커들은 수익이 적다고 언급하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보완이 되어 안정화 단계에 이르면 다시금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시대가 EV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초미세먼지 생산국인 중국도 전기차 보급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기 오염은 생존의 문제다. 중국발 미세먼지 최대 피해국인 대한민국에서 지난해 판매된 전기차는 약 2만8,000대. 정부는 올해 4만4,000대의 전기차 보조금을 책정했고 추경 예산을 투입하면 5만대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초소형 전기차는 별도로 5,000대 이상 판매된다. 3년 안에 국내 전기차 누적대수가 10만 대를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직 전기차 시장은 과도기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원 노력으로 사람들은 ‘전기차 한번 타볼까?’라는 고민을 한다. 아직은 이질감이 있지만 전기차를 타는 지인이나 친인척의 피드백을 통해 거부감은 지속적으로 줄 것이다.

  

자동차의 상징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재

 전기차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라디에이터 그릴의 부재다. 보통 내연기관은 라디에이터가 반드시 있다. 공기를 끌어들여 엔진을 냉각하고 에어컨 및 터보차저의 인터쿨러 기능까지 도맡는 필수 장치다. 고성능차의 경우 공기 유입량을 늘리기 위해 범퍼 하단까지 라디에이터를 확대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차 전면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각 메이커는 고유의 그릴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 이걸 가장 잘 활용하는 메이커는 단연 롤스로이스와 메르세데스 벤츠다. 두 메이커가 고급차의 대명사로 굳건한 이미지를 유지하는 데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한몫했다. 메이커 시그니처를 잘 구축한 경우 탄탄대로의 길을 가지만. 대개의 경우는 유행만 좇는다. 트렌드 팔로워에게는 분명 핸디캡이다. 그런 핸디캡이 서러워 많은 메이커가 시그니처 정립에 막대한 공을 들이지만 대부분 실패로 끝난다. 완성할 수만 있다면 위대한 헤리티지가 된다. 

전기차의 경우는 어떨까?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모터가 엔진 역할을 대신하는데, 과랭이나 과열의 문제가 적어 라디에이터가 필요 없다. 그래서 매끈한 앞모습이 가능한 것이다. 공기저항이 줄어 연비에도 유리하다. 여기에 보행자 안전 기준도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오버행이 길어지고, 벤트까지 막혀 있어서 전기차의 모습은 대동소이하다. 분명 디자인의 제약을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지만 다시 정형화 된 전기차의 모습을 마주하는 현실이 아쉽다. 몇몇 메이커는 단조로운 형태에 변화를 주려 하지만 결국 라디에이터 그릴을 형상화하는데 귀결된다. 100년 동안 유지해온 정형화된 이미지의 틀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연기관의 상징인 라디에이터 그릴을 오마주하는 습관은 이젠 버려야 한다. 전기차 과도기인 지금 메이커들은 새로운 디자인에 도전해야 한다. 전기차 디자인이 새로이 정립된다면 그동안 절대적 지위를 누려 온 롤스로이스,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고급 메이커는 100년 이상 유지해온 헤리티지에 치명적 피해를 입을 것이다. 조상 잘 못 만나 라디에이터 그릴 덕을 못 받던 자동차 메이커들에게 있어 지금이야말로 트렌드 세터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글 김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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