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차를 파는 또 다른 방법, 중고차 수출
2018-12-14  |   59,167 읽음

팔지 말고, 수출하세요

내 차를 파는 또 다른 방법, 중고차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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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가 많고 국내에서 인기 없는 중고차라도 해외에선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중고차를 팔 때 매매상사를 이용한다. 거래가 간편하고 빠른 덕분이다.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개인 간 거래도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차가 언제 팔릴지 기약할 수 없으며, 구매자와 벌이는 미묘한 신경전도 피곤한 일이다. 무엇보다 매입 시세(중고차 상사가 차를 매입하는 평균 금액)와 매매 시세(중고차 상사가 소비자에게 차를 파는 평균 금액) 간 차이를 모른다면, 적당한 시세에 차를 팔아도 손해 보았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차를 파는 또 다른 방법으로는 중고차 수출이 있다. 예전에는 중고차 수출업체가 신차 매장, 매매상사, 폐차장을 돌아다니며 딜러에게 처분을 맡긴 중고차나 낡고 오래되어 폐차를 의뢰한 차를 사들였다. 관광차 떠난 동남아에서 폐차된 줄 알았던 자신의 차가 버젓이 돌아다니는 걸 보고 놀랐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 하지만 최근에는 중고차 수출업체에 직접 팔면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차 주인으로부터 직접 매입하는 일이 늘었다. 

중고차 수출은 연식이 오래되고 주행거리가 많아 국내에서 거래가 어려운 차일수록 유리하다. 물론 나라별로 수출하는 차종과 조건이 다른 까닭에 모든 차가 금액적으로 다 유리한 것만 아니다. 반대로 연식과 주행거리가 짧은 차는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 차종, 연식, 주행거리, 색상, 사고 유무에 따라 수출 여부와 금액이 다르므로 매매상사와 수출업체 양쪽에 금액을 물어보는 것이 좋다. 


해외에서 인기 있는 한국 상용차와 SUV

일단 한국 중고차의 강점은 ‘가성비’다. 부쩍 좋아진 한국차 품질과 인식 덕분이다.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일본 내수용 중고차다. 동급 국산차와 비교하면 감가가 큰 까닭에 대체로 찻값이 더 저렴하며 주행거리도 훨씬 짧다. 다만 일본처럼 좌측통행을 하는 나라가 많지 않아 수출시장이 한정적이다. 당연히 ‘좌핸들’인 국산차가 더 경쟁력 있다. 특히 스타렉스, 1t 트럭을 비롯한 소형 상용차는 일본차가 대체 할 수 없는 디젤 차종으로 수출시장에서 확실한 우위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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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톤트럭은 해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중고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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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는 국산 버스의 품질, 엔진 출력, 디자인을 따라올 경쟁상대가 없다


수출 기준은 수입국의 법과 세금체계에 따라 결정된다. 주요 수출국인 개발도상국 특성상 정책이 쉽게 달라질 때가 많다. 몇 달 전까지 수출하던 모델이 당장 내일부터 불가능해지는 경우가 잦다. 점차 많은 나라에서 연식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탓에 오래된 차는 수출 길이 좁아지고 있다. 나라별 규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차령 5년 이상 차는 수입하지 않는다. 칠레와 더불어 투싼, 스포티지, 싼타페, 윈스톰과 같은 SUV가 가장 인기다. 겨울이 길고 추운 러시아는 3년 이하의 차만 수입을 허용한다. 특히 그랜드 스타렉스 사륜구동은 없어서 못 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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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에서는 비교적 차령이 짧은 국산 SUV 수요가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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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니카 공화국이 LPG차 수입을 허용하면서 내구연한이 지난 국산 LPG 택시가 대거 수출되고 있다


리비아는 연식제한이 없다. 아반떼XD 아반떼HD, NF쏘나타, 그랜저TG, 쎄라토, 클릭, SM5, SM7, 베르나 등 연식이 오래된 승용차를 주로 찾는다. 이집트 택시는 흰색이다. 따라서 이집트 바이어는 흰색 차를 기피한다. 라세티, 포르테, 쏘울, 아반떼 등 값이 저렴한 승용차가 많이 팔린다. 주요수출 국가인 요르단은 하이브리드를 선호한다. 현지 중고차 시장은 사고에 따른 감가가 높다. 따라서 요르단 바이어는 최대한 무사고차를 선호한다. 보통 아프리카 국가는 국민 소득이 크게 낮고 규제가 없다시피 하다. 따라서 상태가 안 좋더라도 오래되고 저렴한 차가 많이 나간다. 인접한 국가 가나는 얼마 전부터 우버 영업에 뛰어든 일반인이 늘면서 한국 중고차 수입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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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인승 그레이스는 여전히 귀한 몸이다. 아프리카로 수출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중고차 수출, 마당장사

한편 시세 산정 기준도 우리의 상식과 다를 때가 있다. 예컨대 테라칸은 플런저 방식의 구형 2.5L 디젤 수동이 가장 비싼 값에 수출된다. 테라칸의 주요 수출국인 남미와 아프리카는 험로가 많고 정비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정비 난이도가 높고 부품값이 비싼 커먼레일 디젤과 자동변속기를 기피하는 것이다. 이처럼 중고차 수출은 지면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 그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앞서 말했지만, 직접 수출업체에 금액과 수출 여부를 물어보는 게 가장 정확하다.

수출단지는 주로 인천항 근처에 몰려있다. 기자가 방문한 송도유원지 단지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의 중고차 수출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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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중고차수출 단지 풍경 


수천명의 영세한 개인 수출상인이 이곳에서 전화기 하나와 사무실 한 칸을 빌려 사업을 한다. 넓은 나대지에 차를 세워놓고 파는 모습은 예전 장안평중고차단지와 크게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팔고 사는 모습이 조금 다르다. 수출업체가 매입한 차를 ‘마당’에 세워 놓으면 외국인 바이어가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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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장사는 상품화를 거치지 않은 차를 매입한 상태 그대로 판다 


다른 바이어보다 더 좋은 차를 선점하기 위해 넓은 단지 안에서 차를 타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생경하다. 바이어는 몇 달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와 장기 체류하며, 그동안 차를 꾸준히 사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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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가 넓은 관계로 바이어가 차를 타고 돌아다니며 매집할 차를 찾는다 


보통 출항할 때가 가까워지면 매집 활동이 활발하고, 배가 출항하고 나면 한동안 시장이 한산해진다. 여기 전시된 차는 상품화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아 낡고 망가진 상태다. 인건비가 저렴한 현지에서 차를 고쳐서 파는 게 더 낫기 때문이다. 심하게 부서진 사고차도 더러 눈에 띈다. 이러한 차들은 부품용 차로 수출된다. 차 가운데를 절단한 일명 ‘바라시’ 차도 외곽에 쌓여있다. 차를 절단한 상태로 수출하면 부품으로 인정받아 관세를 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이 차를 다시 접합해 완성차로 팔거나 분해해서 부품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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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접합해서 완성차로 팔거나 분해해서 부품으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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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산 차를 알아볼 수 있도록 유리창에 고유의 사인을 적는다


중고차 수출도 인터넷 주문이 대세

몇몇 대형 수출업체는 기존 마당장사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낸다. 기자가 두 번째로 방문한 수출업체 픽플러스는 꾸준한 거래를 통해 신뢰를 확보한 해외 큰손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중고차를 수출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이를 ‘오더장사’라고 부른다. 

오더장사는 수출단지와 달리 중고차에 상품화 과정을 거친다. 기자가 방문했을 때는 2003년식 1세대 투싼이 입고된 상태였다. 이 차는 본사 1층에서 세차를 마친 뒤 엔진오일 등 간단한 경정비를 거쳤다. 이후 현지 고객의 미적 감각에 맞춰 과거 국내에서 유행했던 크롬 선바이저와 미러캡, 전투범퍼, 인조가죽 시트를 장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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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과정을 거친 그랜드 스타렉스. 도색을 마치고 크롬 선바이저와 몰딩으로 화려하게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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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접합해서 완성차로 팔거나 분해해서 부품으로 사용한다


또한 판금과 도색이 필요한 부분은 따로 체크하여 협력 공업사에 맡길 예정에 있었다. 즉 현지에서 바로 팔릴 수 있는 상태로 수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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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에서 세차와 광택, 경정비, 간단한 드레스업을 마치고 협력 공업사에 판금, 도색을 의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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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티는 새 차에 가까운 컨디션이다. 전체도색을 마쳤고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신품이다


오더장사에도 일장일단이 있다. 주문거래 방식으로 재고 부담이 없는 게 가장 큰 장점이며 이윤도 마당장사보다 나은 편이다. 반면 수출차 대금의 30~50%만 받고 차를 먼저 보낸 뒤, 잔금은 차가 도착하거나 판매된 뒤에 받는 등 거래가 불리한 때가 많다. 바이어가 잠적하거나 통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도 잔금 받기가 어렵다. 즉 돈 떼일 위험과 함께 운영자금도 많이 필요하다. 또한 대량으로 특정 차를 매집하는 영업력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거래처를 확보하는 게 중요한 사업노하우다. 

픽플러스는 최근 인터넷 수출차 사이트를 통한 거래를 늘리는 중이다. 위험부담이 큰 오더장사 비중을 줄이기 위해서다. 인터넷 거래는 해외에 있는 바이어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국내의 중고 수출차를 구매하는 방식이다.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대금을 전부 받고 나서야 차를 보내기 때문에 돈 떼일 위험이 없다. 또한 여러 나라에서 연락이 오는 덕분에 다양한 차를 판매할 수 있다. 대신 그만큼 파는 업체도 많아 마진폭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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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인터넷으로 거래하는 물량이 점차 늘고 있다 


한편 바이어는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사진과 동영상, 차량점검표만 보고 차를 사야한다. 픽플러스 정현식 팀장은 인터넷 플랫폼 거래에서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실제 차가 인터넷에 올라온 상태와 다르면 신뢰를 잃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차의 상태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완벽한 상품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오더장사와 마찬가지로 사고파는 이들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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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수출업체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중고차 수출은 우리 모두에게 이득이다. 국가적 관점으로 보면 국내에서 폐차될 차를 팔아 외화를 벌어들인다. 2016년에 수출된 중고차가 약 23만 대. 이에 따른 국내외 경제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또한 상태가 안 좋은 중고차가 수출거래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형성하면서 중고차 시장 밑바닥 가격을 떠받치고 있다. 예전이라면 폐차비밖에 못 받았을 차가 수백만원의 시세를 형성하고 있는 모델도 있다. 낡고 오래된 중고차를 팔려는 사람이라면 꼭 중고차 수출업체에 문의해보자. 경우에 따라 매매상사에 거래하는 것보다 더 좋은 금액을 받을 수도 있을 뿐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보탬이 될 테니 말이다.


취재협조: 픽플러스 1599-3954



베스트셀러 수출 중고차, 이스타나


한 때 중고차 수출 대표 차종이던 쌍용 이스타나. 무려 15년 된 이스타나가 아직도 출고 당시 절반 값 이상에 거래될 만큼 가격이 높다. 단종 한지 오래된 까닭에 부품을 구하기가 어렵고 쌍용차 특성상 부품값도 비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사정에 의해 부품용 차로도 여전히 수요가 많다. 그래서 가격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이스타나는 네 개의 서스펜션과 원통형 프레임을 연결한 부위가 잘 썩는다. 이 때문에 외관이 낡아도 프레임 부식이 없는 차가 더 좋은 값을 받는다. 또한 화물 밴보다는 승합이, 12인승 숏보디 보다는 15인승 롱보디가 비싸다. 과거에는 동남아 전역에서 인기였으며 현재는 캄보디아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많이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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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고차 해외 운송방법


해외로 차를 실어 보내는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우리가 뉴스에서 보았던 자동차 운송전용 선박에 차를 하나씩 선적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컨테이너 안에 자동차를 넣고 일반 컨테이너선으로 운송하는 방법이다. 이를 쇼링이라 하는데 컨테이너 하나에 최대한 많은 차를 안전하게 집어넣는 노하우가 필요하다. 수출단지 안에는 쇼링만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따로 존재한다. 이들은 컨테이너 안에 차 앞과 뒤를 밧줄과 파이프로 들어 올려 만든 공간 아래에 다른 차를 밀어 넣는다. 그러고도 조금이라도 남는 공간에 부품과 절단한 바라시차로 빼곡히 채운다. 말이 작업이지 사실상 묘기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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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인주 

기자 사진 최진호 

취재협조 픽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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