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방법
2018-11-13  |   8,631 읽음

70주년을 기념하는 다양한 방법


한동안 인터넷에서는 추억 사진 다시 찍기가 유행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빛바랜 사진의 장소나 포즈를 그대로 재현한 연출한 사진이지요. 사진 속 귀여웠던 아이가 청년이 되고, 젊었던 부모님은 머리가 하얗게 새어 재미있으면서도 무언가 아련한 추억에 잠기게 됩니다. 사실 이런 연출은 자동차 업계에서 흔한 일입니다. 브랜드 탄생 100주년, 모델 탄생 50주년 같은 문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니까요. 회사나 모델의 역사는 그 자체가 브랜드 파워가 되는 만큼 잘 관리해야 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올해는 포르쉐가 태어난 지 70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페르디난트 포르쉐가 설계 사무소를 차린 것은 1931년이지만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본격적인 출발은 2차 대전이 끝나고 오스트리아 그뮌트에서 첫 번째 작품 356을 만들면서부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인 포르쉐 창업자는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이지만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의 아버지는 사실 그의 아들 페리 포르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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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쉐는 오스트리아 그뮌트에서 356을 완성한 지 70주년을 맞았다


이렇게 중요한 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습니다. 특히나 팬이 많은 포르쉐라면 기대 또한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별도 기사로도 다루었습니다만 포르쉐는 935라는 전설적인 레이싱카를 되살리기로 했습니다. 다만 실제 경주차가 아니라 935/78 모비딕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은 한정생산 서킷 전용차입니다. 911 GT2 RS를 베이스로 카본 보디와 최신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하면서 모비딕을 연상시키는 레트로 디자인으로 감싼 이 차는 77대가 한정생산됩니다. 

70주년 이벤트는 이것뿐이 아니었습니다. 굳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다양한 포르쉐가 모여들었고, 르망 24시간에서는 옛 스폰서 색상을 칠한 911 RSR들이 GT 클래스를 휩쓸었습니다. 전설적인 917의 핑크피그와 걸프 컬러, 그룹C 경주차 962의 로스만스 컬러는 보는 재미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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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에 모인 다양한 포르쉐 명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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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르망 GT 클래스의 911 RSR은 핑크 피그와 로스만스, 걸프 등 전설적인 경주차의 스폰서 컬러를 재현했다


포르쉐 클래식 부문에서는 ‘프로젝트 골드’라는 이름으로 공랭 엔진 911 마지막을 장식했던 993을 한대 리스토어했습니다. 일부 메이커에서 남아있는 부품을 활용해 단종된 차를 새로 조립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번에는 포르쉐 클래식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993 섀시에 공랭식 수평대향 6기통 트윈 터보 450마력 엔진과 4WD 시스템을 조립해 993 시절의 911 터보S를 재탄생시킨 겁니다. 이 섀시는 터보가 아닌 일반 카레라용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수작업으로 펜더를 부풀리고 흡기구를 만드는 등 엄청난 작업이 필요했습니다. 색상은 최신 911 터보 익스클로시브의 골든 옐로 메탈릭을 칠하고 시트도 최신형을 사용하는 등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모델입니다. 한 대만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001/001이라고 새겨진 명판을 붙이고, 차대번호는 993 최종 모델의 다음 번호를 부여했습니다. 바이자하 개발 센터에서 테스트까지 마친 이 차는 10월 말 RM 소더비 경매를 통해 판매될 예정입니다. 

본사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포르쉐의 70주년을 기념했습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란잔테(Lanzante)에서는 930 시절의 오래된 911 차체에 TAG-포르쉐 F1 엔진을 얹은 레스토모드 버전을 기획했습니다. 911은 튜닝 소재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실제 F1 엔진을 얹는 시도는 무척이나 대담합니다. 클래식카 복원으로 유명한 란잔테는 맥라렌 F1 GTR로 르망에 출전해 종합우승(1995년)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맥라렌과의 남다른 관계를 활용해 그들이 가지고 있던 TAG-포르쉐 TTE PO1 엔진(V6 1.5L 트윈 터보)을 911(930) 섀시에 얹는다는 계획입니다. 사실 80년대 맥라렌의 기획이었지만 당시 실현되지 못했는데, 맥라렌이 자동차 메이커가 된 오늘날에는 아예 불가능해졌지요. 하지만 외부 회사인 란잔테를 통해 프로젝트가 부활한 겁니다. 엔진 조립과 수리는 코스워스가 담당하며 엔진 개수 때문에 만들 수 있는 차는 11대가 한계라고 합니다. 아직 상세 스펙이나 가격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실현된다면 포르쉐 70주년에 어울리는 아주 파격적인 작품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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