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핑샵, 자동차가 입는 옷
2018-09-12  |   53,848 읽음

자동차가 입는 옷

IN A NEW SU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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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채색으로만 채운 패션은 무난할 순 있어도 심심하기 마련이다. 이럴 땐 유채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게 답이다. 도로 위 자동차에도 똑같은 해법이 적용된다.


너른 호수가 있어 교외에 온 듯한 기분이 드는 경기 광교 신도시. 호숫가의 한적한 분위기를 머금은 주택가에 자동차 래핑샵이 있다. 여기서 보다 컬러풀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쓰리와이드(threewide)의 김홍년 대표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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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년 대표의 날카로운 손끝에서 모든 래핑이 시작된다


래핑 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요?

지동차에 필름을 입힘으로써 도장 면을 외부 각종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큽니다. 더불어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큰 이유가 되겠죠. 많이 비교되는 도색은 크게 보면 색깔을 바꾼다는 데서 같지만 많은 부분이 다릅니다. 도색은 스프레이로 작업을 하기 때문에 원상 복구, 즉 칠 제거가 어려운데 래핑은 언제든지 원래 색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 또한 도색에 필요한 전용 부스 설치비 등 원가 경쟁에서 훨씬 앞섭니다. 시공에 걸리는 시간도 래핑이 도색보다 배 이상 빨라요.


우리나라 도로에 무채색 차가 많은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다 개성 있는 컬러로 자신을 표현하는 사회가 되길 바래요. 우리나라는 자동차 문화, 특히 신차 색상이나 래핑에서는 무척이나 뒤처져 있어요. 래핑 필름 해외 본사에서조차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색상을 많이 주지 않으려 합니다. 남을 의식하고 따라가는 게 안전한 선택이다 보니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좀 더 개방적인 마인드로의 변화를 바랄 뿐이죠.


이미 웬만큼 운행해서 스톤칩 등 표면이 고르지 못한 차도 가능한가요?

물론이죠. 보통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스톤칩을 갈아내 편평하게 만들든지, 아니면 이를 무시하고 덮어버리든지. 그런데 스톤칩을 갈아내면 아무래도 도장 손상이 원래보다 커지다 보니 이를 그대로 덮어버리는 게 일반적이죠. 대부분 이 방식을 선호합니다.


래핑 필름에도 등급 별로 브랜드가 있나요?

맞춤정장 재단 시 등급별로 원단이 있는 것처럼 래핑지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요. 벨기에산으로 항공기, 선박에도 쓰이는 최고급 브랜드 맥택(MACTAC)부터 독일 오라칼(ORACAL), 프랑스 헥시스(HEXIS), 그리고 미국산 보급형 제품인 에이버리(AVERY)도 있죠. 등급별로 차 한 대 기준 20~30만 원 정도 차이를 보이는데 최고가와 최저가는 거의 배 가까이 벌어집니다. 최고급 제품은 원단 가격 뿐만 아니라 작업 시 기술 수준이 그에 상응하기에 공임 비용도 더 들어가요. 우리나라 고객들은 3M부터 에이버리의 제품을 많이 찾는 편입니다. 이들 제품은 중형차 기준 180~200만 원이면 되지만, 맥택으로 씌우면 3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웠습니다. 폭염이 이어지면 필름에 변형이 오진 않나요?

래핑 공정 내에서는 필연적으로 열처리 작업이 포함됩니다. 수축과 이완의 성질을 가진 필름지 특성상 높은 온도에도 들뜸 현상을 막기 위해서죠. 따라서 40℃를 웃도는 폭염 그 이상의 날씨에서도 문제가 생기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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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범퍼 래핑을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을 떼어낸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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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풍기를 이용해 필름을 앞범퍼에 부착하는 모습


래핑 소요 시간과 필름의 내구성, 그리고 A/S가 궁금합니다.

보통 이틀 정도 걸려요. 내구성은 필름의 등급에 따라 다른데 제조사가 밝힌 워런티 기준으로는 최장 8년까지 갑니다. 물론 오너가 잘 관리했을 때 이야기죠. A/S는 필름 불량인 경우 해당 제품 수입사를 통해 해결하고, 시공 후 사고로 필름이 긁힌 경우에는 해당 판 부위만 유상으로 교체하면 됩니다. 요즘은 자동차보험 가입 시 특약 조항에도 래핑 보험이 있으니 간단히 해결 가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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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샵 이름인 ‘쓰리와이드’는 무슨 뜻인가요?

카레이싱에서 쓰는 용어 중 하나예요. 원래 레이스카 세 대가 나란히 달린다는 뜻인데 우리 샵에선 주력인 래핑, PPF 그리고 틴팅 작업을 뜻합니다. 이들 세 작업이 나란히 잘 이루어지는 과정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샵의 모토 ‘패션의 완성은 래핑이다’의 작명 배경은?

패션에 정답이 없듯 래핑에도 정답이 없으니 자유롭게 래핑하시라 권하고 싶어요. 본인 눈에 예쁘면 그만이죠. 최근에 어떤 고객은 야누스처럼 반은 검정, 반은 카모플라주 래핑을 하기도 했어요.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지만, 패션이란 원래 그런 게 아닐까요? 평범한 흰색, 검은색 차보다야 시선을 사로잡는 차에서 내리는 것. 요즘 말하는 ‘하차감’ 측면에서 볼 때도 래핑만한 게 없습니다.


기억에 남는 시공 사례가 있나요?

이 일을 시작하고 맨 처음 작업했던 페라리 360 모데나, 그리고 그 후에 만난 458 이탈리아가 기억에 남습니다. 모데나의 경우는 출고했을 때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아 제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현재 시공 완성도를 100으로 치면 20 정도에 불과했죠. 그때 오기가 생겨 이후로 매장에서 자면서 작업에만 몰두했습니다. 458 이탈리아는 처음으로 크롬 래핑을 시공했던 차였어요. 작업 수준이 높다 보니 지금은 한 식구로 일하는 인스톨러가 출장까지 와서 도와준 끝에 무사히 마쳤던 작업입니다. 그런데 출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뒷범퍼 래핑이 망가져서 재입고가 된 거죠. 그땐 인스톨러를 부를 수도 없어서 저 혼자 작업해야 했어요. 다른 필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시공 난이도에 납기는 다가오고 도와주는 사람은 없고... 그때 깨달았어요. ‘이 일은 혼자서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그 후 국가공인 정비기능사 자격을 갖춘 전문가들을 영입하게 됐습니다.


다른 샵과의 차별화를 위해 몰두하는 게 있다면?

수준 높은 분해 및 조립을 통한 시공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저희 샵의 강점입니다. 래핑 품질을 좌우하는 건 분해와 조립을 얼마나 세부적으로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 문짝을 래핑할 경우 몰딩 부분까지 제거해야 꼼꼼한 마무리가 가능합니다. 이를 위해선 사이드 미러 탈거가 필수죠. 여기에는 문짝 내부 트림 탈거 역시 필연적으로 따르는데 전문적인 분해 조립 기술 없이는 힘듭니다. 저희는 이 과정이 탄탄하다 보니 차종을 가리지 않고 꼼꼼한 시공이 가능하죠. 이와 함께 정찰제로 고객과의 신뢰를 쌓는 점 역시 차별화되는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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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해조립 기술을 통해 보다 작업 완성도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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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 마지막 단계인 검수는 늘 김 대표의 몫이다


본인에게 래핑이란?

목표 그 자체입니다. 사실 우리 업자들 사이에서는 래핑이 한물갔다는 얘기가 오가는데 저는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아직 우리나라에 래핑 시장이 제대로 정착한 적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사업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력양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요. 저보다 잘하는 기술자들을 스카우트하고 키워 래핑 문화 확산에 일조하고 싶습니다.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촬영 협조 쓰리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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