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
2018-09-07  |   31,288 읽음

남부 캘리포니아 자동차 마니아 성지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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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만큼 별의별 자동차가 돌아다니는 미 대륙은 그야말로 가는 곳 마다 별천지다. 멋들어진 수퍼카부터 움직이는 자체가 신기한 클래식카까지 차종이 매우 다채롭다. 그만큼 즐기는 방법 역시 가지각색. 그 중 스피드를 즐기는 마니아들의 성지를 찾았다.


MPG(Motor Press Guild)의 캘리포니아 회원인 에드가 소개한 스테판은 자동차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클래식카 리스토어를 비롯해 TDI 엔진을 올린 비행기 연구 등 기인 열전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수많은 도전을 하고있는 사람이다.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열리는 로터스 원메이크 경주 팀 중 하나를 후원 중인 그는 주말에 시간이 괜찮으면 서킷에 올 것을 권했다. 사실 취재 막바지라 쉬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서 서킷을 안 가보면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아 휴식을 포기하고 서킷 구경에 나서기로 했다.

스테판이 보내온 주소는 달랑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 숙소 어바인에서 서킷까지 거리는 약 90km로 약 1시간 남짓한 거리였다. 일요일 아침 따갑다 못해 고통스러울 만큼 강렬한 햇살을 뚫고 프리웨이에 올랐다. 어디를 가나 비슷비슷하고 쭉쭉 뻗어있는 도로는 시원스럽지만, 재미는 없다. 더군다나 리노에서 어바인으로 돌아오는 날 이미 하루에 1,400km를 달렸기에 프리웨이라면 이골이 날 지경이었다. 그러나 서킷 입구가 보이자 지루함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가볍게 동네 서킷이나 구경해 볼 생각으로 출발했는데 막상 도착해보니 그 규모나 이벤트 종류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스테판이 얘기했던 로터스 원메이크는 거대한 서킷에서 펼쳐지는 레이스 중 하나였고 그 정도 규모의 레이스가 3개 더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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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킷 입구에는 흔치 않은 스포츠카를 시승할 수 있는 코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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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스포츠카 시승 코너는 생각보다 사람이 붐볐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란?

서킷 입구엔 큰 간판이 보인다. 주변이 거의 황무지 같은 이곳은 원래 버려진 공장이 있던 자리다. 역사는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 유명 레이서 로저 펜스키와 카이저 스틸은 폰타나의 버려진 제철소 부지를 서킷으로 바꾸는 계획을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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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된 이곳은 원래 제철소였다 


캘리포니아 스피드웨이로 명명된 이곳은 미국 대표 모터스포츠인 카트(CART) 시리즈와 나스카 윈스턴컵 등의 개최를 확정 지으며 공사에 들어갔다. 건설은 순조로웠다. 근처 주민이나 폰타나 당국, 로저 펜스키 등 관련된 사람들이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으며, 제철소 철거에서 나온 폐기물 처리까지 완벽히 끝내면서 1997년 화려하게 개장한다. 트랙 중간에 있는 점수판은 제철소 시절 사용하던 30미터짜리 물탱크를 개조한 것으로 이전 카이저 제철소의 랜드마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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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이 후원한 마르코 폴로 팀의 피트와 모터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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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는 마르코 폴로 팀 정비 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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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석 뒤편에 붙은 로터스 엔진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라는 이름은 지난 2008년부터 남부 캘리포니아 자동차 클럽(ACSC)이 서킷 스폰서가 되면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남부 캘리포니아 자동차 클럽은 10년 동안 약 7,500만 달러 스폰서십을 체결했으며 각종 미디어와 소비자 테스트 용도로 사용할 것을 명시했다. 여기서 얻어지는 수익은 모두 향후 서킷 관리에 투자된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는 캘리포니아 스피드웨이 시절부터 남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오벌 트랙 서킷이다. 몬스터 나스카컵 시리즈와 CART, 인디카를 비롯해 슈퍼바이크 경기가 열린다. 무엇보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는 헐리우드 영화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미녀 삼총사(찰리스 엔젤)>와 <허비>,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만이 빈티지 머스탱과 닷지 챌린저를 타고 나오는 <더 버킷 리스트>에도 등장했다. 또 픽사 인기 애니메이션 <카>에도 등장한다.   


오벌 트랙과 다양한 이벤트 

직접 보면 거대한 구조물들이 시선을 압도한다. 정문을 거쳐 패독까지 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KIC나 인제 스피디움과는 그 규모가 비교가 안 될 정도. 게이트에서 스테판의 팀이 레이스를 준비하는 패독까지는 2km가 넘었다. 천천히 서킷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 중이다. 입구 근처에는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같은 고성능 차를 시승할 수 있는(물론 유료다) 곳도 있고 서킷을 제외한 공간은 짐카나 트랙과 안전운전 교육장으로 활용된다. 우리가 방문했던 날은 안전운전 교육은 없었지만 가장 넓은 주차장에서는 짐카나 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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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원메이크 경주 규모가 상당하다. 종류별 다양한 로터스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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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이 있는 피트엔 비교적 빠른 차들이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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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엄청나다


스테판의 팀이 가까워질수록 경기장의 거대한 속살이 하나둘 드러난다. 규모가 커서 그런지 자동차들이 달리는 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고 대신 오벌 트랙 규모가 대단했다. 로터스 원메이크 팀들은 메인 그랜드스탠드 뒤쪽 패독에 각 팀의 트레일러로 자리를 잡았다. 경주차가 뺵빽히 늘어선 피트가 눈에 들어왔다. 특이한 점은 레이스 트랙이랑 곧장 연결되는 피트 외에 패독 안에도 건물 형태의 피트가 있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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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벌 트랙을 경주차들이 시원스럽게 달린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는 총 4개의 구간으로 운영된다. 나스카와 인디카 경기가 열리는 완전 오벌 코스(2마일 3.22km)를 비롯해 일반적인 투어링카 레이스가 열리는 스포츠카 코스, 바이크 코스(2.36마일 3.79km), 안쪽의 테스트 코스(1.45마일 2.3km) 등이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는 가장 긴 스포츠카 코스에서 경기가 열렸는데 1랩 길이는 2.88마일로 약 4.63km 정도 된다. 이 코스는 약 절반이 오벌 코스며 나머지는 고속 코너로 구성된다. 오벌 코스를 제외한 고속 코너 구간은 대부분 고저차가 거의 없어 높은 속력을 낼 수 있으며, 전체적인 구성은 널찍하고 시원스러운 느낌이다. 전체 관람석은 12만 2,200석이다.    

스테판에게 건네받은 스케줄은 다양했다. 2히트로 열리는 로터스 원메이크와 유노스 로드스터 원메이크, 배기량 별로 구성된 투어링카 레이스 등 빽빽하게 일정을 메우고 있었다. 로터스 원메이크까지는 시간 여유가 있어 피트와 패독, 스탠드 등을 둘러보았다. 역시나 차종은 생각 이상으로 다양하다. 혼다 CRX부터 인테그라, 시빅을 비롯해 현대 제네시스 쿠페까지 눈에 띈다. 제네시스 쿠페는 상당히 의외였는데 오너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니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가장 궁금했던 점은 과연 제네시스 쿠페가 다른 경쟁차들에 비해 성능이 어느 정도 인지인데, 오너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경쟁도 중요하지만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차를 즐기고 있습니다. 레이스는 하나의 과정일 뿐이죠. 내가 제네시스 쿠페를 타는 것을 보니 아마도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데 대답을 먼저 해드리겠습니다. 이 차는 가격대 성능이 다른 차들에 비해 뛰어 납니다. 부품 값이 싸고 수리가 쉽기 때문이죠.” 유쾌한 제네시스 쿠페 오너는 필자가 묻기도 전에 가장 궁금했던 부분을 속 시원하게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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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마쓰다의 인기가 높다. 소형차부터 원메이크 경주차까지 연대와 차종을 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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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시빅은 한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던 스포츠 콤팩트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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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까마귀 발견. 타국에서 만난 제네시스 쿠페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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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CC에 출전하는 FFR GTM도 눈에 띈다.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오벌 트랙을 누빈다


여기저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볼거리도 많고 어디를 가든 친절하게 맞아 준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언어가 달라도 금방 친구가 된다는 말은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는 미국 땅에서도 유효하다.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클럽 단위 참가자들이 많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처럼 인터넷에서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거주지 근처 정비소나 튜닝숍을 이용하는 손님들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다. 

로터스 원메이크는 오벌코스가 가장 잘 보이는 메인 그랜드스탠드에서 볼 수 있었다. 나스카와 인디카 같은 대규모 레이스가 아닌 이상 메인 그랜드스탠드는 개방되는 경우가 많다고. 각 팀의 담당 미캐닉들은 물론 응원을 위해 경기장을 찾은 가족이나 친구들도 한 자리씩 차지했다. 안타깝게도 스테판의 팀은 경주차 이상으로 리타이어했지만 전망 좋은 자리에서 관람하는 레이스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라는 표현이 딱 맞다. 고속 코너를 빠져나와 가장 속력이 높은 오벌 코스에 들어서면 트랙 위의 경주차들은 지붕이 훤하게 보인다. 늘 평면으로만 보던 레이스가 입체적으로 보이는 순간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

메인 그랜드스탠드에서 누구도 부럽지 않은 레이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또 다른 광경이 펼쳐졌다. 이날 가장 많은 사람이 몰려 있던 곳, 바로 카트 경기장이었다. 짐카나 경기장 바로 맞은편 카트 경기장은 시끌벅적할 뿐 아니라 볼거리가 가득했다. 이날은 주니어 카트 지역 경기가 열렸는데 경기장 열기와 활력은 어른들 레이스 못지않다. 이들이 성장하면 이곳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의 거대한 오벌 트랙을 누빌 것이다. 역시 카트 경기는 어디를 가도 박진감 넘친다. 특히 연령대가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풋풋하고 거침없으며 저돌적인 주행을 볼 수 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수십 대의 틈바구니를 비집는 과정에서 사고가 속출했지만, 경기는 계속 진행됐다. 한 번 트랙에 들어오면 중간에 포기할 수 없고 반드시 끝을 봐야 한다는 레이스의 생리를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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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그 머신 분위기지만 짐카나 출전용 자동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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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경기장은 전 세계 어디든 비슷한 분위기다


오토클럽 스피드웨이 폰타나를 둘러보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트랙에서 안전하게 운전을 즐기는 사람, 경쟁을 즐기는 사람, 미래의 미국 모터스포츠를 이끌어갈 꿈나무까지 모두 자동차라는 이름 아래 모여 있었다. 무엇보다 이들의 얼굴에서는 여유가 넘쳐났다. 과열되고 경쟁이 심화된 스피드 중독이 아닌, 각자 자신의 위치와 여건에 맞게 자동차를 즐기는 모습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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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트 경기장은 전 세계 어디든 비슷한 분위기다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류장헌 

현지 코디네이터 권규혁, Edmund Jenks(Motor Press Gu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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