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찾아온 삶의 활력소, MGB
2018-09-06  |   33,869 읽음

나에게 찾아온 삶의 활력소

Car Life with MGB(1)


우연한 기회에 필자에게 온 MGB는 차령만 무려 38년이다. 카페 레이서 풍 데칼과 기계적인 분위기가 가득한 운전석 등 MGB는 보고만 있어도 좋았다. 그러나 생애 처음 들여온 올드카는 이것저것 준비할 것도 많고 관리할 것도 많았다. 


시작은 절박함이었다. 인제 스피디움 박물관 관장이 일본에서 올드카를 여러 대 들여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불쑥 얘기를 꺼냈다. “관장님 저 한국에서 MGB를 타고 싶습니다.” 듣는 사람도 무척이나 황당했을 것이다.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나 부탁 따위는 하지 않았지만, 그때는 무언가 절박함이 있었다. 무례한 부탁에 김주용 관장은 흔쾌히 답했다. “그렇게 합시다. 한국에서는 아직 올드카 문화가 거의 없으니 직접 타보고 관리도 하면서 배워보세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앞으로 하나둘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었다. 


MGB 한국 땅을 밟다

우선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이 차는 필자 소유가 아니며 한국에 생소한 차를 소개하기 위해 들여온 차다. 일본과 한국을 왕래하는 관장을 대신해 한국에서 직접 관리하면서 올드카에 대해 더 심도 있게 이해하고 많은 사람에게 올드카의 매력을 전파할 목적이다. 쉽게 설명해 필자는 차를 관리하는 마부가 된 것이다. 

어찌 됐든 일본에 있던 MGB의 선적은 5월 초에 마무리되었고 수입 통관을 마쳐 5월 29일에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워낙 MGB 유압 계통이 부실하기로 악명 높다 보니 운송 과정에서 클러치에 문제가 생겼고 기어가 들어가지 않아 정상적인 주행이 불가능한 상태로 도착했다. 선적 전 일본에서 간단한 정비를 마쳤지만, 내륙 운송에 며칠 동안 배를 타고 한국에서 통관을 마치는 과정 중 생긴 문제였다. 


51c3e3716db2dc1e753ccac601d927e9_1536197969_524.jpg
5월 말 느닷없이 찾아온 새 친구는 변속기가 먹통이었다. 다행히 문제는 해결했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차를 인수 하는 날 우연히 지인의 도움으로 클러치를 살리는 데 성공했지만 언제 다시 문제가 생길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오자마자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는 동안 숨 가쁘게 준비한 서류를 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면서 임시 번호판을 받았고 책임보험 가입까지 마무리하면서 정상적인 주행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참고로 임시 번호판 상태에서는 차대 번호로 책임보험만 가입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법률상 OBD2가 없는 수입차는 번호판을 달고 정상적인 주행을 하는 게 상당히 어렵다. MGB는 김주용 관장이 이삿짐으로 들여와 통관이나 절차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배기가스 검사와 자동차 종합 검사가 남은 상태에서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운행이 가능한 임시 번호판은 10일 단위로 총 2번까지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 등록증을 받고 번호판이 나오는 과정은 낙타가 바늘귀 들어가기만큼 어렵다. 특히나 차령이 오래된 차일수록 그 과정은 더더욱 까다로워진다. 일단 운행 가능한 상태가 되었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더미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부품 주문부터 시작해 법률적인 과정까지 마무리하려면 최소 2달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


51c3e3716db2dc1e753ccac601d927e9_1536198042_0092.jpg

구청에서 임시 번호판을 받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51c3e3716db2dc1e753ccac601d927e9_1536198042_0732.jpg
임시 번호판은 열흘 단위로 두 번까지 받을 수 있다. 이후 정식 번호판과 등록증을 받아야 한다


사실 필자에게 선택권은 전혀 없었다. 국내에서 상태 좋은 올드카를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개인이 차를 수입하는 것 자체가 험난한 과정의 연속이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다. 그 와중에 관장이 MGB를 선택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유지 보수가 편하고, 운행이 쉬우며, 올드카 입문자에게 가장 적당한 차가 MGB였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외국의 올드카 마니아들에게 MGB가 인기 있고 지금도 부품이 꾸준하게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에 베이지 내장재, 카페 레이서 풍으로 꾸민 데칼과 클래식한 분위기 가득한 MGB를 한국 땅에서 만났을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앞으로 이 녀석과 함께 하게 될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자동차를 즐기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될 것은 분명하다. 나이도 은근슬쩍 비슷하다. MGB의 설계는 1960년대에서 크게 바뀐 게 없고 이 차는 그중 가장 마지막 버전인, 고무 범퍼를 단 1980년식이다.  

    

51c3e3716db2dc1e753ccac601d927e9_1536198073_9266.jpg

카뷰레터 엔진이라 '이 차는 지구환경에 좋지 않습니다.'라고 해석해버렸다. 정확한 의미는 접지가'-'라는 의미다
51c3e3716db2dc1e753ccac601d927e9_1536198073_9963.jpg
계기판은 1960년대 분위기가 가득하다. 전투기 계기판에서 모티프를 가져왔다고


글, 사진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취재 협조 라라클래식



< 저작권자 - (주)자동차생활, 무단전재 -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