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에 더 가까이, 배기튜닝
2018-08-20  |   13,471 읽음

진짜에 더 가까이

SOUND OF N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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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서 가장 날 것의 성질을 지닌 엔진 배기음. 머플러는 여러 이유에서 이를 억누르고 있다. 이 인위적인 장치를 들어내고 다듬어 진짜 엔진 소리를 노출하는 과정, 그게 바로 배기튜닝이다.


자유로를 달리다 장항 나들목에서 일산으로 빠지니 금세 자동차 정비소가 즐비한 길가와 마주한다. 그중에서도 외관을 까맣게 칠한, 예사롭지 않은 건물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앞마당엔 5세대 머스탱과 300C가 나란히 서 있다. 배기 전문 튜닝샵 CB 퍼포먼스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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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부 구조에 맞게 배기관의 모양을 만들 수 있다. 씨비퍼포먼스가 국내에서 유일하게 갖춘 장비다.


샵 안팎으로 머스탱이 많습니다

(샵 내부에서는 머스탱 쉘비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미국 문화를 접할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머스탱을 만났어요. 개인적으로 요즘 나오는 6세대보다 이전 5세대가 좀 더 아메리칸 머슬카의 정의에 가까운 녀석이라는 생각입니다. 저를 배기 튜닝으로 이끈 녀석이기도 하고요.


머스탱이 배기 튜닝으로 이끌었다고요?

머스탱에 관심을 가지니 공부를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었거든요. 자연스레 다른 차도 공부하게 되면서 정비에 빠져든 거죠. 그중에서도 관심을 가진 게 배기 튜닝이었습니다. 포르쉐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튜닝샵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됐죠.


배기튜닝이란 개념이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블록 쌓기라고 보시면 돼요. 총합은 같은데 원하는 부분, 즉 파이프와 머플러를 가져다가 옮기는 거죠. 그 과정에서 배압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배기음도 달라지는 겁니다.


글자 그대로 ‘조율(Tuning)’이 들어가야겠습니다.

파이프의 두께, 지름, 꺾인 정도에 따라 소리가 달라집니다. 그래도 이런 요인들은 소리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죠. 그래서 머플러의 선택이 가장 중요합니다. 어떤 크기의 소음기를 다느냐에 따라 확연히 차이 나니까요.


배기 튜닝을 하면 출력도 어느 정도 높아지나요?

맞아요. 그래서 샵을 찾는 고객들을 보면 중점을 두는 게 소리, 출력 두 갈래로 나뉘어요. 아무래도 큰 소리를 목적으로 찾는 분들이 월등히 많고요. 보통 샵에서 많이 진행하는 튜닝을 거치면 다이노 측정 기준 약 10마력 정도 출력이 늘어난다고 보면 됩니다. 아이러니한 건 오히려 순정보다 느릴 때가 있다는 거죠. 최대출력은 높아졌지만 정작 해당 출력 영역이 순간 가속 대결에서는 활용할 수 없을 때 벌어지곤 합니다. 결국 배기 튜닝을 속도 향상 목적으로 접근하면 작업 결과에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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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기관의 작업 진행 상태를 체크하는 서재혁 대표


요즘 유행하는 배기 튜닝 트렌드가 궁금합니다.

배기음 측면에서 트렌드를 찾긴 어렵고 드레스업 개념으로 보면 머플러 팁 튜닝을 꼽을 수 있겠네요. 보유 차량의 최신 모델에 적용되는 팁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 많아졌어요. 예전 AMG C63의 타원형 머플러 팁을 사각형 팁으로 바꾸는 식이죠.


비용은 얼마 정도인가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작업은 보통 150만~200만 원선이에요. 앞바퀴 펜더가 끝나는 지점부터 배기구까지인데 구조적으로는 캣백(Cat-back), 즉 1차 촉매 이후 엔드 머플러까지의 튜닝을 말합니다. 그다음으로는 뒤 차축 이후 엔드 머플러만 교체하는 액슬백(Axle back) 튜닝을 많이 하는데 이 경우 소요 비용은 60만~80만 원선이죠.


소리를 내야 할 때가 있으면 반대로 죽여야 할 때도 있습니다. 가변 배기도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여러 방법이 있는데 순정형 가변배기는 소음기를 지나기 전 파이프에 플랩을 다는 방식을 써요. 순정형이 아닌 경우에는 소음기를 거친 파이프에 다느냐 또는 (소음기를 거치지 않은) 직관에 다느냐에 따라 다양한 사운드를 낼 수 있습니다. 보통 트윈 머플러 기준으로 50~60만 원이 소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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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접에 앞서 파이프 절삭 작업 후 냉각하는 과정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흡기 튜닝을 안 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흡기 커스터마이징은 자연 흡기 차량에 터보를 얹을 때 합니다. 일단 그 수요가 굉장히 적어요. 보통 흡배기 계통 튜닝은 대부분 배기음을 키우고 자신이 차 일부를 디자인한다는 만족감에 하게 되는 거라 굳이 흡기 계통까지 건드릴 필요가 없습니다.


샵이 추구하는 방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수익 때문에 작업을 빠르게 하려고 하진 않습니다. 완전한 작업을 위해 소모되는 시간은 아깝지 않아요. 또한 예상보다 작업 시간이 더 들어갔다고 돈을 더 받지도 않습니다. 손님이 원하는 건 최대한 맞추자는 게 제 기본 철학이지만 이와 더불어 가치 있는 작업을 하고자 해요. 성취감도 얻고 저의 성장도 이룰 수 있는.


지금까지 받았던 작업 의뢰 중, 기억에 남는 두 가지 사례를 꼽자면요?

기아 스팅어 출시 당시, 3.3 터보가 아닌 2.0 터보를 가져온 손님이 기억납니다. 아우디 R8 배기음을 담은 영상을 가져와선 똑같은 소리를 내달라고 의뢰하셨어요. 이걸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안 되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기 힘들어서 그냥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한 달쯤 뒤에 연락이 왔는데 그 손님이더라고요. 다른 곳에서 작업을 진행했다는 내용이었죠.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지만, 솔직히 2.0 터보로 R8 배기음을 만들긴 어려워요. 물론 엔드 머플러 떼고 직관 달아서 흉내는 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리프트에 올린 머스탱 쉘비는 바로 샵 운영 방침에 들어맞는 경우예요. 원래 정상대로라면 800마력을 내야 하는데 배기 손실로 인해 15%가량 출력이 줄어든 상태죠. 그걸 고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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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용접을 통해 파츠 연결 작업을 진행한다


어떤 사람에게 배기 튜닝이 필요할까요?

막연히 ‘아, 나도 소리 크게 내고 싶다’보다는 ‘배기관 체적을 늘릴까?’ ‘촉매 위치를 뒤로 옮길까?’ ‘흐름에 방해되는 소음기 하나를 제거할까?’ 등의 고민을 거친 다음이라면 해볼 만합니다. 그래야 상담 후 작업 내용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와 공감이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즉, 배기 튜닝을 통해 어떻게 내가 원하는 것을 얻을지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얘기죠. 배기튜닝을 그저 배기음을 시끄럽게 내는 것이라 생각하는 고객과 작업을 하면 종종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배기 튜닝의 정의는?

진짜 엔진음을 서서히 노출시키면서 카라이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것. 그게 바로 진정한 배기 튜닝이 아닐까요?



 김민겸 기자

사진 최진호

촬영 협조 CB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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