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키드 카, 드러냄의 미학
2018-08-17  |   27,222 읽음

드러냄의 미학


꼭꼭 싸매고 감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헐벗은 것이 매력일 때도 있는 법. 속살을 드러낸 이유도 모두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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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 F1 CAR

전쟁 중 항공기 개발을 통해 축적된 에어로다이내믹 기술은 서서히 자동차로 이식되었다. F1에 윙이 처음 등장한 것이 1968년. 1960~70년대 경주차들은 지금 기준에서 아직 어설프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최첨단 기술의 결정체였다. 혼다가 1965년 투입한 RA272는 원통형의 홀쭉한 보디 뒤로 기어박스, 배기 매니폴드가 그대로 드러나 있어 지금의 F1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이듬해 등장한 RA273은 한 술 더 뜬다. 전작은 가로배치라 V12 1.5L 엔진이 보디에 가려 있었지만 3.0L로 배기량이 커지면서 세로배치로 바꿀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운전석 뒤에 엔진과 배기관, 기어박스를 고스란히 드러낸 디자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열에 시달려야 했는데, 무게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도입한 마그네슘 엔진 블록이 냉각수와 반응해 수소가스를 만들어 낸 것이 원인이었다. 풀카울 보디는 70년대 본격화되어서 80년대에는 엔진이나 배기관을 드러낸 차를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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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EL ATOM/NOMAD 

네이키드 바이크의 모습 그대로 자동차를 만든다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영국에서 태어난 아리엘 아톰은 코벤트리대 학생 니키 스마트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1996년에 첫 프로토타입 LSC(Lightweight Sports Car)가 완성되었고 4년 후에는 양산형이 굴러 나왔다. 아치와 트러스를 활용한 외골격 섀시는 이 차의 가장 큰 특징. 뾰족한 노즈 아래의 대형 윙이나 사이클 펜더를 씌운 타이어 등은 포뮬려 경주차를 떠올리게 만든다. 엔진은 혼다의 2.0L 245마력부터 V8 3.0L 500마력까지 다양하지만 어떤 엔진이라도 0.5톤의 무게에는 차고 넘친다. 2015년에는 오프로드용 모델인 노매드도 발표했다. 강성과 안전성 확보를 위해 캐빈룸을 감싸는 케이지 형태로 만들면서도 특징적인 트러스 구조는 변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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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LLYS MB 

현재 지프 브랜드의 뿌리가 된 윌리스 MB는 2차 대전 당시 기동력에 대한 필요성을 느낀 미육군이 4륜구동 자동차를 기획하면서 시작되었다. 아메리칸 밴텀과 윌리스, 포드 등의 메이커가 참여한 가운데 1941년, 윌리스의 MA를 개량한 MB가 최종 낙점되었다. 이 차는 원래 온로드에 중점을 두어 개발되었고, 무게중심이 높은데 폭은 좁아 전복되는 일이 잦았다. 게다가 지붕과 도어가 없어 방어력은 형편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략대비 강력한 엔진과 네바퀴 굴림이 만들어 내는 뛰어난 야지 기동력, 높은 활용성을 바탕으로 전쟁 중은 물론이고 종전 후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윌리스(MB)와 포드(GPW)의 생산분을 합치면 64만대에 달했다. 파이프 프레임에 천막처럼 얹은 지붕은 설계의 간소화를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오픈 보디는 아이러니하게도 지프의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최초의 민수용 모델이었던 CJ는 물론 현재의 랭글러에까지 이어지는 지프의 전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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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M X-BOW

고성능 모터사이클로 명성이 높은 오스트리아의 KTM은 2008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네바퀴가 달린 자동차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키스카 디자인과 달라라의 협력으로 완성된 크로스보우(X-Bow)는 바이크 디자인을 그대로 자동차에 옮겨놓은 듯한 외모에 창문과 도어, 에어컨, 오디오도 없는 심플함 그 자체. 대신 800kg에 못 미치는 초경량과 뛰어난 운동성능으로 레이싱 카트 수준의 핸들링 성능을 제공한다. 카본 모노코크 섀시의 미드십에는 아우디에서 공급받은 4기통 2.0L 직분사 터보 240마력 엔진을 얹었다. 쿠페인 GT4를 제외하고는 지붕이 아예 없으며, 주차 시에 빗물을 막아주는 커버만 있을 뿐이다. 헬멧을 쓰지 않고는 운전이 힘들지만 GT 버전은 창문을 추가해 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2008년 ROC(Race Of Champions)를 시작으로 다양한 레이스에서 활약한 크로스보우는 원래는 연간 500대씩 만들 예정이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끌어 그라츠에 새 공장을 지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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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LAREN SENNA

코드명 P15로 개발된 세나는 맥라렌의 새로운 수퍼카로 올해 제네바에서 실물이 공개되었다. 세나라는 이름은 당연히 전설적인 F1 드라이버 아일톤 세나를 의미한다. 1988년부터 93년까지 맥라렌팀에서 활약했던 세나는 그 사이 3번의 월드 챔피언에 오르며 이미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세나라 불리려면 그에 어울리는 성능을 갖추어야 함은 당연할 터. 720S를 기반으로 개발된 이 차는 엔진 역시 V8 4.0L 트윈터보다. 하지만 최고출력을 800마력으로 높이고 무게는 1,198kg까지 경량화했다. 상황에 따라 다운포스를 바꾸는 액티브 리어윙과 더

블 엘리먼트 디퓨저 등 에어로다이내믹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장비가 3,850달러짜리 옵션 도어. 좌우 도어 중간쯤에 창문을 넣은 덕분에 서킷의 타이트한 코너를 공략할 때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4kg 가량 무게가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이미 완판된 500대의 세나 중 60%가 이 옵션을 선택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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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LARIS RZR

이런 차를 일명 SxS(Side by Side) 혹은 UTV(Utility Vehicle)라고 부른다. ATV와 자동차 사이 어디쯤 존재하는 다용도 오프로드 자동차다. ATV는 바퀴가 4개일 뿐 조작방식이 모터사이클과 같은 반면 UTV는 스티어링 휠이 달리고, 액셀 조작도 페달로 하기 때문에 자동차에 더 가깝다. 사이드 바이 사이드라는 명칭은 좌석을 좌우로 배치한다는 의미. 따라서 ATV보다 더 넓고 크며, 승객을 감싸는 롤케이지 구조로 안전성도 뛰어나다. 간결한 프레임 구조에 소형 엔진을 얹는 구조는 오프로드 바이크에 버기를 뒤섞은 듯하다. 폴라리스 RZR은 단기통과 2기통 엔진을 차체 뒤에 얹고 구동계는 2WD, 4WD 전환이 가능하다. 2016년에는 군용 버전인 MRZR-D ATV도 개발되었다. 


글 이수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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