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벤츠의 성지 메르세데스 벤츠 클래식 어바인
2018-08-10  |   33,848 읽음

클래식 벤츠의 성지

메르세데스 벤츠 클래식 어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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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자동차 회사를 꼽으라고 하면 대부분 메르세데스 벤츠를 꼽는다. 물론 벤츠 이전에도 자동차 회사는 있었지만 그들이 끼친 영향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다. 자동차의 시작과 끝, 첨단 기술의 선도 등 벤츠를 수식하는 많은 용어들 중 가장 중요한 하나가 이른바 클래식 벤츠다. 


현재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 중 클래식 모델 전문 부서가 있는 회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빠른 변화와 기술 진보의 탓도 있지만, 역사가 짧고 대량생산 체제에서 자리 잡은 회사들은 그럴만한 모델 자체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이하 벤츠)가 운영하는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이하 벤츠 클래식)은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의 교과서로 불린다. 열린 공간, 불가능이 없는 작업 등 벤츠 클래식 오너들에 필요한 것들로 이루어진 공간이다. 


단종 20년 이상 된 모델을 위한 공간 

현재 벤츠는 독일 펠바흐와 미국 어바인 두 곳에 클래식 센터를 운영 중이다. 원래 벤츠 클래식은 벤츠 박물관의 차들을 관리하는 부서였지만 일반 고객 수요가 높아지면서 아예 1993년 독일에서 처음 문을 열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중 가장 비중이 높았던 미국에 클래식 센터를 2006년 열었다. 실제 미국에는 단종 20년 이상 지난 벤츠의 등록 대수만 60만대가 넘는다고 하니 벤츠가 미국에 클래식 센터를 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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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클래식 센터는 전 세계에 독일과 미국 두 곳뿐이다


이번 취재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에는 방문이 목적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공식 취재 요청이 되었고,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방문하게 되었다. 또 어쩌다 보니 내부의 비공개 시절까지 둘러보게 되었다. 현재 벤츠 클래식 센터 캘리포니아는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은 운영하지 않으며 일반인의 작업장 내 출입이 철저히 통제된다. 쇼룸은 누구나 둘러볼 수 있지만 작업 상황을 지켜보거나 작업장 내부로 출입을 할 수 있는 조건은 굉장히 까다롭다. 이는 작업자들의 집중도 확보와 작업중인 차의 파손 방지를 위함이라고. 단순히 가격을 떠나 여기 있는 차들이 가진 역사적인 가치를 생각할 때 분명 필요한 조치다. 

사전에 예정된 날짜에 방문했을 때는 담당자가 자리를 비웠다. 친절한 리셉션 직원이 날짜를 다시 잡아줘 며칠 후 훤칠한 키에 푸른 눈을 가진 담당자를 만나게 되었다. 벤츠 클래식 센터 외관은 매우 현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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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은 상당히 현대적이다


깔끔하게 지어진 건물과 달리 주차장은 약간 작은 편. 쇼룸 입구에는 세계최초의 내연기관 자동차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있고 벤츠 역사와 관련된 각종 서적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상점, 클래식 모델 전시장으로 구분된다.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자동차 역사에서 굉장히 의미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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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그릴에 다양한 의미의 배지를 붙이는 게 유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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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의 역사에 남을만한 차들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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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가 크지 않지만, 메르세데스 벤츠 역사를 쉽게 정리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전 세계의 자동차 박물관에 갈 때마다 빠지지 않는 만큼 신선함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다른 클래식 모델에 대한 평가도 마찬가지인데 1950년대 SL 시리즈는 역사적으로도 굉장히 중요한 모델이지만 비교적 쉽게 볼 수 있어 신비감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벤츠의 클래식 모델 중 가장 인기가 높다는 사실은 이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 상당히 많다는 점을 반증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곳에 가장 많은 작업 의뢰가 들어오는 차가 바로 1950년대 SL 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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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벤츠 SL 시리즈는 가장 인기가 많은 클래식 카다


이곳에서는 리스토어만 가능한 게 아니라 클래식 모델의 부품 구매도 가능하다. 현재 이곳을 이용하는 자동차는 연간 4만대에서 5만대쯤. 이중 약 70%가 리스토어 의뢰, 나머지는 부품 구매나 유지보수 정비라고 한다. 이를 위해 단종 20년 이상 지난 차들의 매뉴얼을 모두 갖추고 있다.   

쇼룸 한쪽에는 작업장으로 이어지는 셔터가 있다. 셔터에 있는 유리창을 통해 작업장 내부를 볼 수 있지만 굉장히 제한적이다. 사전에 허가를 받은 만큼 190E 2.5-16 에보Ⅱ가 입구에 자리 잡은 작업장 내부를 구석구석 볼 수 있었는데,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공간이 나타났다. 쇼룸에서 보이는 부분은 올드 모델을 켜켜이 쌓아놓은 곳으로, 이곳에 자리 잡은 차들의 면면 또한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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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를 마치거나 다음 정비를 기다리는 차들이 대기하는 공간. 유리창 너머로 구경할 수 있다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인 작업장이 나타난다. 내·외장을 포함해 엔진, 변속기, 보디, 전기, 그 외 컨버터블 톱이나 기타 장치 등 모든 작업이 가능해 일반 정비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실제 리스토어가 시작되면 일반 정비의 3~4배 이상의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장 의뢰가 많다는 SL 시리즈의 풀 리스토어는 작업 기간이 약 3년, 작업 시간은 2,400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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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카에서 보디 작업은 가장 중요한 공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도장 부스를 갖춘 보디 작업장이다. 엔진이나 변속기 같은 하드웨어 작업장은 다른 곳들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오래된 차의 도색은 여러모로 번거로운 부분이 많다. 우선 기존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야 하고, 보디의 면을 정리한 후에 도색을 입히는 작업은 다른 도색 작업과 비슷하지만 그 안에는 벤츠만의 노하우가 녹아있다. 요즘 차들과 달리 수작업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다른 어떤 작업보다 작업자의 숙련도가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런 작업이 가능한 이유는 벤츠 1호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부터 최신 모델까지 모든 도면과 컬러코드, 파츠 리스트, 제작에 관련된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다. 덕분에 이곳에서는 시대를 막론하고 어떤 벤츠라도 설계대로 복원하거나 제작할 수 있다.  

이곳에 작업을 의뢰할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바로 오리지널리티일 것이다. 색상이나 내장제 재질은 소유자의 취향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엔진이나 변속기, 전기 계통의 변경이나 개조 등은 원래 출하 당시 공장에서 만들지 않았던 사양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 담당자는 원래 생산 연도의 매뉴얼을 통해 작업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정상적인 리스토어의 범위를 벗어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환경 규제에 따라 달라진 소재를 사용하기 때문에 과거에 사용했던 석면이나 래커 같은 소재는 전부 친환경 소재로 대체한단다. 또한 레이스 버전을 로드카로 바꾸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벤츠 클래식 센터 캘리포니아는 모든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실제 차 한 대를 작업 할 때 3,000장 정도의 사진을 촬영한다고 하는데 비슷한 유형의 작업을 하거나 같은 차종이 들어왔을 때 참고하기 위한 용도다. 

메르세데스-벤츠 클래식 센터 캘리포니아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철저한 고객관리였다. 단순히 판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라는 그들의 철학이 다른 자동차 회사와 분명하게 구분되는 점이다.


글 | 황욱익(자동차 칼럼니스트) 

사진 | 류장헌 

현지 코디네이터 | 권규혁, Edmund Jenks(Motor Press Gui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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