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E IDENTITY, 람보르기니x로저드뷔
2018-08-09  |   24,865 읽음

BONE IDENTITY


뼈대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한 방법이다. 게다가 그 안에 자동차 기술마저 담겼다면 얘기는 더 재밌어진다.


올해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2018 제네바 국제 모터쇼. 전 세계에서 날고 긴다 하는 메이커들이 내놓은 신차들로 넘쳐났다. 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프리미어 모델이 공개됐다. 자동차가 아니다. 로저드뷔(ROGER DUBUIS)가 만든 시계,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Excalibur Aventador 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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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드뷔의 데뷔

연륜이 그리 오래지 않아도 신기술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로 전세를 뒤엎는 경우가 왕왕 있다. 연예기획사에 BTS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있다면, 시계 메이커에는 엑스칼리버의 로저드뷔가 있다. 로저드뷔는 지난 1995년, 독립시계제작자이자 캐비노티에(Cabinotirer, 시계장인)로 불리던 로저 드뷔가 자신의 이름을 따 세운 회사다. 1800년대에 세워진 시계 회사가 넘쳐나고 심지어 1700년대부터 명맥을 이어온 메이커들도 있는 상황에 비출 때, 로저드뷔는 그야말로 막내. 사람으로 치면 아직 머리에 피도 안 말랐을 갓 20대 청년이다. 그런데 로저드뷔라는 이름에서는 왠지 세월을 뛰어넘는 고급진 냄새가 진하게 풍긴다. 과연 로저 드뷔는 고급진 출신 성분을 자랑한다. 그는 현존하는 파인 워치 메이커 중 끝판왕이라 불리는 파텍 필립에서 십수년간 복잡 시계를 만들었다. 1980년에 파텍 필립에서 독립한 로저 드뷔는 프랭크 뮬러에서 이름을 알리던 디자이너 카를로스 디아스와 1995년에 로저드뷔를 세우게 된다. 이후 획기적인 컬렉션을 꾸준히 발표하며 주목받더니 2005년, 시그니처 컬렉션 엑스칼리버를 내놓는다. 영국 아서왕 전설에 등장하는 명검의 이름답게 로저드뷔는 선 굵고 대범한 디자인을 컬렉션에 적용했다. 케이스 지름은 기본 42mm부터 45mm까지 만들며, 시곗줄을 끼워 넣는 러그를 양 끝에만 두 개 달린 방식이 아닌, 가운데에 하나 더 넣은 트리플 러그를 체용함으로써 기존 상식을 깼다. 게다가 투르비용을 두 개나 넣고 무브먼트를 노출시킨 건 워치 메이커의 양산 제품으로는 만나보기 힘든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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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의 시스루 백


람보르기니 X 로저드뷔

로저드뷔는 지난해 이탈리아 수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전세계를 돌며 개최되는 람보르기니 우라칸 원메이크 레이스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게 되면서다. 자동차 메이커와 시계 회사가 만났으니 응당 이를 기념할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탄생한 시계가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다. 로저드뷔는 제작 과정에서 두 가지 큰 줄기를 잡았다. 하나는 로저드뷔의 캐릭터 중 하나인 오픈워크 방식,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무브먼트의 개발이었다. 따라서 전에 없던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개발하기에 이른다. 비스듬히 기울인 밸런스 휠 두 개를 적용한 듀오토르(Duotour) 방식은 누가 봐도 로저드뷔라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게 했다. 이는 또한 ‘기울어진 더블 밸런스를 지닌 시계 무브먼트’라 부르는 시계 제조 특허 기술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V형 엔진에서 착안해 45° 기운 형태의 밸런스 휠을 넣은 것이 해당 특허의 배경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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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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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기술에서 착안한 특허는 이 뿐만이 아니다. 로저드뷔는 고성능 차에 주로 쓰이는 주행안정장치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다. 밸런스 휠 두 개의 미세한 시간 차이를 계산, 평균을 내어 단일 밸런스를 이용할 때 보다 정확한 시간 표시가 가능해졌다. 또한 자동차 기어박스에서 기어들이 원활히 맞물리는 것처럼 무브먼트에는 톱니바퀴 간 에너지 전달 과정에서 동력 손실을 줄이기 위한 마찰 최적화 장치도 있다. 마지막은 잠금장치 ‘코터 핀 캡’이다. 엔진 마운트에 기존 볼트와 너트를 사용하면 격렬한 주행 시 느슨해지기 쉽다. 코터 핀 캡은 관성으로 인한 잠금장치 이탈을 방지한다. 무브먼트에서 가장 무거운 부품인 메인스프링 배럴에 이 코터 핀 캡이 적용된다. 격한 움직임에도 각 요소가 제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오픈워크 방식에 맞춰 플레이트와 브릿지를 전체 스켈레톤 가공한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특히 람보르기니의 차체에 자주 쓰이는 특수 카본 소재가 케이스 전반에 걸쳐 사용됐다. 또한 해당 소재의 스켈레톤 브릿지는 시계의 남은 동력을 확인할 수 있는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도 겸한다. 엑스칼리버 아벤타도르 S의 케이스 지름은 45mm, 두께는 14.05mm이며, 방수 사양은 50m로 그린 컬러 외에 오렌지, 옐로우 등이 있다. 그린 컬러는 전세계 8점 한정판으로 출시됐다. 가격은 2억5,600만 원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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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민겸 기자 사진 로저드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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